단천문(檀天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44,439
추천수 :
1,046
글자수 :
629,500

작성
24.06.22 06:30
조회
316
추천
7
글자
12쪽

7-2

DUMMY

새삼 깨달은 괴이함.

독물들에게 지독하게 물리고 당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는 것은 보면 독물들의 독을 이겨낸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그렇다면 나를 노려보는 저 수많은 독충은 내게 하나도 해가 되지 않는 미물에 불과한 건 아닐까.


시험 삼아 그들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일제히 뒤로 물러서는 독물들. 의심이 확신이 된 순간 벌떡 몸을 일으켰다.


툭!

이때 바닥에 떨어지는 물건, 그건 바로 오혈천의 비급이었다.


비급이 땅에 떨어진 순간 아까의 손짓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독충들이 다가서다 후다닥 멀찌감치 물러서는 것이 아닌가.


무슨 일?

강하게 이는 호기심에 권집은 시험 삼아 책자를 멀리 떨어진 그들 앞에 휙 던졌다.


역시 생각대로 독물들은 우르르 비급을 향해 몰려들었다가 이내 와르르 무너지듯 물러서는 것이었다.


그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 확인해 보니 역시 마찬가지 결과.


‘그렇다면 이 책이?’


긴가민가했던 사실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그는 흥분에 달떴다.


그랬다!

비급에는 독충(毒蟲)들의 본능을 자극하는 물질이 발라져 있었던 것.


워낙 강한 자극을 독충들은 거부할 수 없어 본능적으로 모여들었던 것인데 그 안에는 또 다른 극독이 발라져 있어 천하의 어떠한 독도 그 독을 이겨낼 수 없었다.


독하디독한 독충, 독물들조차 두려움에 도망치니 말이다.


교묘했다.

아니 대단했다.

이독치독(以毒治毒)이란 말이 있는데 권집은 이들 독충에게 물리기 전, 책자를 만졌고 동굴을 빠져나오기 전 그보다 훨씬 지독한 독에 이미 중독되어 있었다.


그 상태에서 유혹을 못 이겨 몰려든 독물들의 공격을 받았고 독물들의 수없이 많은 독이 침투하며 자연스레 융합, 제독(除毒)의 상태가 된 것이다.


소위 말하는 만독불침의 상태, 독을 연구하는 무인이라면 꿈에라도 도달하고 푼 지고지순의 경지다.


교묘한 안배, 이런 안배가 없었다면 어찌 독지천하(毒地天下)인 1단계 흡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겠는가.


서둘러 내력을 운기 해본 그는 몸에 아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기쁨에 하늘을 날 것 같았다.


정말 이 비급이 없었다면 일 단계 통과는 고사하고 일찍, 저세상 사람이 되었을 것이 자명했다.


그제야 권집은 일 단계 흡(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히 알았다.



"독(毒)! 그래 흡이란 독을 흡수하라는 의미였어, 독!"


무공이 아무리 고강한 자일지라도 독을 이겨낼 자는 없다.

설사 독을 평생 연구한 독인(毒人)이라 할지라도.





* * *





기쁨에 펄쩍펄쩍 뛰던 어제 일, 그리고 힘들었던 지난 삼 개월의 여정이다.


우여곡절이란 말이 지금 이 순간처럼 적절하다 여긴 적은 없었다.


이제 겨우 1단계를 거쳤을 뿐이다.


전부 다 정복하려면 아직 남은 단계는 네 단계. 완주, 과연 가능할까?


그의 앞에 널려있는 수많은 주검의 증거들.


너덜너덜한 옷가지와 녹슨 도검, 주인 잃은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려 마치 도배한 듯 보였다.


워낙 지독한 독에 뼈와 살은 녹아 없어진 모양이다.


시신조차 남기지 못한 유품들 일순 허망한, 처연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다며 재촉하는 나, 무슨 사치스러운 생각이냐며 나무란다.


‘가자! 시간이 없다. 내겐 이뤄야 할 목표가 있잖아! 내 성공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


마음을 고쳐 잡았지만 엄습하는 두려움까지 제어되진 않았다.


다음 단계에는 또 어떤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까?


워낙 힘들고 어려운 1단계를 거쳤기에 결코 엄살이 아니다.


비급이란 천운의 행운이 없었다면 자신 역시 여기 누워있는 자들과 똑같은 신세로 죽어 널브러져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돌아갈 길도 모른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비급을 다시 챙겨 든 그는 2장에 서술된 다음 단계를 향해 자포자기 심정으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2단계,

2단계는 쾌(快)다. 쾌(快)!


역시 의미로 본다면 빠르다는 의미.

쾌의 의미를 되새기며 걷던 그는 끊긴 길 앞 십여 장 맞은편 아래위로 깊이를 알 수 없이 가파르게 깎아지른 수백 장 높이의 절벽을 발견하고 웅장한 규모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1단계의 협곡이 좁고 협소한 칼 같은 규모였다면 여기는 대협곡.


1단계에서 2단계로 가기 위해선 건너편 협곡으로 가야 한다.


단절된 협곡을 타고 넘어야 했다.

따라서 일 단계에 있는 독물들이 2단계로 넘어가는 건 날개를 가진 짐승 외에는 불가능. 절벽 중간에 겨우 사람 하나 지나 갈만한 통로가 끝을 알 수 없는 길이로 꾸불꾸불 길게 파여 이어져 있었다.


십 여장 떨어진 통로, 어떻게 가야 할까.

극성의 경공술에 일 갑자(60년) 이상의 내공이 있다면 혹 가능할지 모르나 그에겐 아직 그런 능력이 없다.


아니 무림 전체에 그런 고수가 있을까?

설사 있다 해도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다.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끝에 찾아낸 방법은 독물가죽을 엮어 화살을 건너편 튀어나온 돌에 쏴 걸치게 한 뒤 뛰어내리는 방법.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맞은편 통로가 위쪽이 아닌 아래에 있다는 점. 꽤 오랜 시간 준비 후 드디어 도전에 나섰다.


가죽이 단단히 엮였는지 확인 또 확인 후 날린 화살로 간신히 줄을 걸 수 있었다.


“됐어!”


드디어 도약의 순간, 5장 여를 달려 발돋음을 한 뒤 2/3 지점을 가까스로 잡았다.


살짝 출렁했지만, 다행히 단단히 엮인 밧줄 덕에 떨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후~우!”

“억!!”


안도의 숨과 놀란 외마디 비명이 동시에 터졌다.


반대편에 걸쳤던 밧줄이 툭, 끊어졌던 것. 체중이 실린 밧줄과 그는 손 쓸 여지 없이 쏜살같이 떨어져 내렸다.


소스라치게 놀란 그는 끊어진 밧줄을 꽉 움켜잡고는 맞은편 절벽을 빠르게 훑었다.


‘이대로 절벽에 부딪히면 밧줄 바로 끊길 것이다. 신형을 튕겨 올릴 돌출암반을 찾아야 한다.’


마침 눈에 뜨인 작은 돌출 바위.

충격을 줄이고 도약하기 위해 신체를 스프링처럼 폈다가 오그리며 돌출된 바위에 착지 후 반탄력을 이용, 위로 솟구쳤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충격을 흡수하려 수단을 부렸어도 중력의 법칙은 무시할 수 없는 법, 가죽끈은 여지없이 끊어졌고 전력을 다해 튕겨 오른 그는 출발선의 바위 끝을 가까스로 잡으며 살아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긴 장대를 이용한 도약이나 도약 발판을 이용한 탄성 이용, 도약이 아닌 살금살금 건너는 방법까지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야 겨우 건너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성공에 안도의 숨을 내쉰 그, 하지만 겨우 절벽 하나 건너기조차 쉽지 않은 현실에 그가 받은 낙담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었다.


‘내가 좀 더 지혜로웠다면 무공내력이 좀 더 높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


시작이 이 정도면 남은 네 단계의 난관은 얼마나 클까.


도전하고 처음으로 자신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


너무 무모했고 자신에 대해 너무 몰랐다.

하지만 후회해 본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감정을 추스르고 길게 이어진 잔도를 내려다봤다.


곳곳에 보이는 녹슨 검과 옷가지, 여기까지 왔다면 대단한 절정고수들임에 분명한 그들일 텐데 아무도 모르는 이런 험한 곳에 뼈를 묻었다.


자신과는 달리 저 고수들은 자신들의 능력으로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국 죽어 뼈만 남겼다.


‘야! 권집! 생각이란 굴레, 떠올리지 마! 오로지 앞만 보고 가는 거야. 저기에 무엇이 있던 이겨낼 수 있어! 가자!!’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도전에 나섰다.

십여 장쯤 갔을까.


얼음처럼 매끄러운 깎아지른 절벽 위아래 까마득히 보이는 협곡과 그사이 낸 잔도의 길, 중간중간, 보이는 굵은 뼈 옆엔 어김없이 녹슨 검과 도가 주인의 한을 대변하듯 줄지어 놓여 있었다.


처음 동굴에 들어갔을 때 거의 백여 구 이상의 시신이 널려있었다면.


1단계 독물 구역에선 대략 40여 구, 여기 2단계 협곡의 잔도에는 10여 구의 시신이 보였다.


시신의 신분은 도인, 일반 무인, 중, 여인(승, 도속) 등 다양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아무도 모르는 이런 곳에서,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리라 생각조차 했을까?


곳곳의 백골 시신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약해지는 마음이 그를 괴롭혔다.


‘저 죽음,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이겨내! 저렇게 죽을 거야? 아니지? 저렇게 맥없이 죽을 수는 없잖아! 독하게 마음먹어!!’


독하게 채근하는 내 안의 나.

좋아, 가보자!

신경을 곧추세우며 다시 길을 나섰다.


조심조심. 그러나 그렇게 조심조심했건만 몇 장도 지나지 않아 퍽, 절벽 사이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톱날에 순간, 몸이 동강 날 뻔한 위기를 맞았다.


가까스로 몸을 비틀며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벌렁벌렁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그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이후 권집은 백골과 옷가지에 남은 흔적을 면밀하게 분석, 해석하며 다음에 닥칠 함정에 대비했다.


그들의 희생이 그에게 통과할 단서를 제공한 셈. 생각해 보니 이들 모두가 그의 스승이었던 셈이다.


협소한 잔도의 길이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폭이 넓기나 하면 대처가 쉬울 텐데 겨우 3척의 좁은 폭, 전체의 반 정도 지난 지점부터는 그나마 제공해주던 백골의 정보도 구할 수 없었다.


그 이후부턴 미세한 소리의 변화와 발과 손에 느껴지는 감각을 최대한 활용, 그때그때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야 했다.


기관장치는 잠자는 밤에도 기습적으로 작동하며 풀어지려는 긴장을 일체 허용 하지 않았다.


미세한 움직임에도 기관은 그걸 감지하고 튀어나왔기 때문. 결국, 권집은 잠 한숨 못 자고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한발 한발 이동해야 했기에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3척의 좁았던 통로가 드디어 확 트이며 넓어졌다.


“됐다! 이제 끝인 모양이구나!”


추정해 보니 잔도를 모두 빠져나오는데 걸린 시간 무려 사흘이다.


통로를 빠져나온 지금 그의 오감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고 더불어 육감 또한 좋아졌는지 미세한 기척만으로도 다가올 위기 여부까지 판별할 능력까지 생겼다.


생각보다 빠른 통과에 권집은 나머지 단계에 대해 은연중 무시하는 오만한 마음이 싹텄다.


"흥! 이런 기세라면 오 단계 모두 통과하는데 반년이면 충분하겠는데."


그러나 그게 화근이었을까?

쾌! 잔도 통과, 그게 마지막이 아니었다.

끝났나 싶었던 협곡은 또 다른 협곡으로 이어졌고 가면 갈수록 판단에 의한 돌파보단 본능에 의한 자연스러운 빠름이 요구됐다.


더불어 좁은 협곡의 기관장치에 신경 쓰기도 벅찬데 하늘에서 독수리와 매, 흡혈박쥐가 수시로 날아들어 괴롭혔다.


결국, 2단계 모두를 빠져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두 달. 그 기간이 흐른 뒤에야 겨우 완주할 수 있었다.


잔도의 협곡이 끝난 지점, 넓은 분지가 그를 맞이했다.


사방을 둘러보니 문득 눈에 뜨인 3척 크기의 비석, 초서체로 쓰인 일필휘지의 깊게 각인된 붉은 글씨가 시선을 끌었다.


“강(强), 1, 2단계를 통과하고 여기까지 온 자네, 출중한 능력과 자질, 축하하네. 1단계가 만독불침의 경지를 목표로 했다면 2단계는 겪었다시피 감각의 극성인 초감각을 시험하고 극복하는 단계였다.”


초감각! 그랬다.

2단계에서 이뤄야 할 목표는 보고 확인하고 무엇을 쓸 것인가를 결정하고 행동에 옮긴다는 단계별 행동 양식을 2단계의 간결한 행동으로 단축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느낌(感) 즉 동(動), 극대화한 육감으로 신속한 판단과 대처가 용이(容易)하도록 하는 것이 2단계 쾌 수련과 통과의 목적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단천문(檀天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2 7-8 24.06.29 286 7 12쪽
51 7-7 24.06.28 279 7 12쪽
50 7-6 24.06.27 272 7 13쪽
49 7-5 24.06.26 269 6 13쪽
48 7-4 24.06.25 281 6 12쪽
47 7-3 24.06.24 291 5 13쪽
» 7-2 24.06.22 317 7 12쪽
45 7-1 24.06.21 330 5 12쪽
44 제 7 장 오혈천(五血天)의 무공 24.06.20 381 6 14쪽
43 6-9 +1 24.06.19 364 6 14쪽
42 6-8 +1 24.06.18 359 7 14쪽
41 6-7 +1 24.06.17 360 7 12쪽
40 6-6 +1 24.06.16 361 7 13쪽
39 6-5 +1 24.06.15 379 8 13쪽
38 6-4 +1 24.06.14 388 9 13쪽
37 6-3 +1 24.06.13 414 9 12쪽
36 6-2 +1 24.06.12 413 8 11쪽
35 6-1 +1 24.06.11 413 9 15쪽
34 제 6 장 넓은 세상 밖으로 +1 24.06.10 429 9 15쪽
33 5-4 +1 24.06.08 385 8 11쪽
32 5-3 +1 24.06.07 383 9 12쪽
31 5-2 +1 24.06.06 386 9 11쪽
30 5-1 +1 24.06.05 402 10 12쪽
29 제 5 장 차라리 꿈이었으면 +1 24.06.04 419 11 13쪽
28 4-4 +1 24.06.03 391 10 14쪽
27 4-3 +1 24.06.01 396 9 12쪽
26 4-2 +1 24.05.31 410 9 11쪽
25 4-1 +1 24.05.30 420 8 11쪽
24 제 4 장 어처구니없는 혼란 +2 24.05.29 473 10 17쪽
23 3-5 +1 24.05.28 479 8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