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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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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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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5

DUMMY

스스로 놀란 그가 가진 엄청난 능력.

그의 행보를 막을 자, 더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그는 다음 단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젠 두려움보단 다음에 과연 무엇이 기다릴까 궁금했다.


가라고 떠밀지 않아도 스스로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하겠다는 의욕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그러나 권집, 마냥 기뻐하기엔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내력이 급속도로 상승했을까 궁금하지 않아?


30년의 내력을 쌓으려면 30년의 수련이 필요하다.

그런 내력이 불과 반년 만에 올랐건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다.


여기엔 감춰진 진실이 숨어 있다.

인간의 잠재능력을 약물의 도움과 함께 급속도로 끌어올려 격발, 충격을 줌으로써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거칠 것 없는 그의 행보.

앞을 가로막는 기암괴석과 협곡이 이젠 우습게만 보였다.


하늘을 온통 뿌옇게 뒤덮은 안개는 귀무(鬼霧)로 보이는 것이 아닌 천상의 구름처럼 뭉실뭉실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는 가벼운 걸음으로 다음 단계인 사(四) 단계로 향했다.


자신감 뿜뿜이다.

분지를 지나 백여 장쯤 갔을까 맑았던 날씨는 짙은 운무에 가려 음울하게 변했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운무에 닿은 피부엔 방울방울 물이 맺혀 흘렀다.


워낙 높은 습도. 호흡마저 가빴다.

몇 걸음 가지 않아 그의 시선을 끄는 비석, 유(柔)라는 붉은 글씨가 비석 중앙에 굵게 새겨져 있었다.


여기부터가 4단계인 유(柔)인가보다.

3단계완 달리 비석엔 단 한 글자만 새겨져 있었다.

부드러울 유(柔) 이는 강의 정반대개념.

이곳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여전히 시야를 가로막는 안개의 스멀스멀한 움직임이 후덥지근한 촉감을 피부로 전달했다.


다른 곳보다 훨씬 짙은 안개가 자신의 손가락조차 보이지 않도록 만든 최악의 환경.


몹시 습하고 찝찝한 훈풍이 알 수 없는 묘한 냄새에 묻어 훅 불어왔다.


찢기고 낡은 회의는 이미 축축이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잊었던 두려움이 젖어 든 습기에 슬금슬금 살아났다.


‘정신 바짝 차려! 권집! 즐기자고 하더니 이게 즐기는 거야?’


풋! 웃음이 나왔다.


‘그래, 즐기자고 했잖아. 뭐해!’


말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행동은 이미 품 안의 비급에 손을 뻗었다.


1, 2단계 비급이 없었다면 언감생심 여기까지 올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앞쪽을 경계하며 4단계가 명기된 쪽을 펼쳤다.


‘뭐야! 아무것도 없네!’


제목의 유만 있을 뿐 텅 빈 백지, 순간 든 실망감.


‘이제부턴 알아서 능력껏 돌파하란 뜻인가?’


3단계 강에서도 도움 없이 오히려 비급을 버리고 돌파했다.


그렇다면 못할 것도 없지 않을까.


마음을 다시 다져 먹은 그, 2단계에서 깨달았던 초감각에 의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디뎠다.


그 순간이었다.


억!


갑자기 발목을 뭔가가 확 잡아챘다.

체온을 가진 살아있는 짐승이라면 호흡이나 기의 느낌으로 알아채고 피했을 텐데 이건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황급히 발목을 칭칭 감은 존재를 잡아챘다.


“뭐야! 이건, 넝쿨?”


넝쿨! 늪지대에 자생하는 넝쿨이었다.

아이 손목 굵기의 넝쿨이 살아 움직여 그의 발목을 잡아챘던 것.


이것도 명색이 나무니 쉽게 잘라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그의 오산이었다.


마치 고래 심줄처럼 질긴 것이 내력을 동반한 막강한 수도의 힘에도 끊어지지 않았다.


낑낑, 힘을 쓰며 겨우 끊어 냈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수십 개의 넝쿨 줄기가 그의 손과 허리, 목 등을 동시에 칭칭 감았다.


순간 콱 막히는 숨.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며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죽을 사가 뇌리를 압박하며 짓눌렀다.

죽음,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이까짓 넝쿨 따위에게 죽임을 당한단 말인가.


손을 쭉 뻗은 그가 손끝에 내력을 집중하자 새파란 기운이 급속히 모였다.


태청수(太晴手)?

새파란 기운은 분명 태청수가 분명했다.

권집, 이 청년이 어떻게 그 초식을 운용한단 말인가, 그것은 바로 하남 제일 문파인 천무문 절정 무공인데.


좋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알겠지.

손끝에 12성의 태청수가 모이자 됐다 싶었던 그는 넝쿨을 빠르게 잘라갔다.


무쇠도 무처럼 가볍게 자른다고 소문난 태청수다.

카캉!

마치 쇠와 쇠가 부딪치는 듯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무쇠처럼 강한 태청수를 시전 했음에도 넝쿨은 쉬 잘리지 않았다.


몇 번을 내리친 뒤에야 겨우 잘라낸 넝쿨.

그러는 사이 그의 몸을 칭칭 동여맨 넝쿨, 전신이 마치 녹색 띠에 염색된 듯 변해있었다.


필사적으로 태청수를 휘두르며 안간힘을 다하는 순간.

갑자기 몸이 위로 번쩍 들렸다.


“어억~! 저건 뭐야?”


그의 시야에 들어온 건 바로 식인 넝쿨의 엄청난 입.

끈끈한 타액에 흠뻑 젖은 집채만 한 크기의 아가리가 보였다.


말로만 듣던 식인나무.

멀리 보였던 아가리는 빠르게 크기를 확산하며 다가왔다.

아니 다가온 것이 아니라 그를 잡아챘던 줄기가 입을 향해 오그라진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그는 필사적으로 발을 뻗어 거대한 식인 아가리의 입천장 위를 걷어찼다.


“타앗!” 뻥!


걷어찬 탄력의 순간 반탄력에 몸이 휘청, 뒤로 휘어졌다.


꽁꽁 묶인 채 튕겨 나간 그는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 즉시 손을 쭉 뻗었다.


옳지! 뭔가 잡혔다.

그런데 감촉이 좋지 않다.

이런, 이놈도 넝쿨! 식인 넝쿨이다.

이놈도 이게 웬 떡이냐 싶었는지 휘감고는 확! 잡아챘다.


양쪽에서 동시에 칭칭 동여매고 잡아당기니 그의 몸은 금방이라도 산산조각 쪼개질 것 같았다.


내력을 운기 하며 버티고는 있으나 금방이라도 양쪽 팔이 동시에 찢겨나갈 것만 같았다.


말로만 듣던 거열이란 형벌이 자신에게 가해지고 있다.


두려움에 머리털이 쭈뼛 섰다.


"칼!"


문득 떠오른 단도, 권집은 전력을 다해 품속의 단도를 끄집어냈다.


동시에 잘라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먼저 팔을 옭아맨 좌우 넝쿨을 자르고 이어 상하를 주르륵 끊어 냈다.


팽팽한 넝쿨은 의외로 날카로운 단도에 쉽게 끊어졌다.


몸을 동여맨 넝쿨을 끊어 내자 뚝 떨어지는 그의 신형.

푹, 느끼한 기분이 전신을 감쌈과 동시에 서서히 밑으로 빨려 들었다.


"이, 이건··· 어푸푸~ 늪!!"


물렁물렁 그가 빠져든 곳은 바로 늪이었다.

업친데, 덮친 격이라더니 빠져나오려 몸을 뒤틀면 뒤틀수록 늪은 그를 점점 더 깊이 빨아 당겼다.


팔다리에 힘을 모아 버둥거렸지만 지지하지 못하는 바닥으로 인해 아무 소용이 없었다.


걸쭉한 늪은 그가 뻗은 기운을 흡수하듯 쭉쭉 빨며 더욱 가속 차게 끌어당겼다.


어느덧 3분의 2가 잠긴 신체.

겨우 얼굴과 두 손만이 밖에 나와 있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 일각이면 완전히 잠긴다.

황급히 살길을 모색하던 그의 시야에 아까의 넝쿨이 보였다.

크게 반색한 그,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잡아야 산다!"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자신을 잡겠다고 널름거리는 넝쿨을 냉큼 잡았다.


호응하듯 쭉 뻗어온 넝쿨은 그의 팔을 칭칭 휘감았다.


늪 또한 먹이를 빼앗길 것 같았는지 살아 움직이는 동물처럼 요동치며 거칠게 꿈틀댔다.


넝쿨이 권집을 잡아당기자 늪 또한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허리와 다리를 꽉꽉 조이며 당겼다.


마치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몸.


‘와악~. 이, 이러다 몸이 두 조각나는 것 아니야!’


일단 늪 속에 빠지는 건 가까스로 면했으나 두 괴물의 먹이 쟁탈전에 찢겨 죽게 생겼다.


악을 쓰며 발과 손을 빼려 했으나 요지부동, 오히려 팽팽히 부풀어 오른 혈압으로 팡 터질 것만 같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

그는 즉시 호흡을 가다듬고 극복할 상황에 대해 정리했다.


“유(柔)에는 유(柔)연한 기운으로 강(强)하고 단단한 기운에는 강(强)으로 상대하라 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열치열.

생각이 이에 미치자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유에는 유로 대응해야 한다.

몸의 근육과 뼈를 순간적으로 이완시켰다가 확 푸는 행동을 시도했다.


저항하던 몸이 순간, 느슨해지자 늪과 넝쿨 사이 팽팽하던 힘의 균형이 공백의 여파로 주춤했다.


"옳지!"


그가 유도한 바 그대로다.

주춤, 하는 것을 확인한 그는 풀었던 근육을 다시 바싹 조였다.


느슨해진 저항에 잠시 주춤했던 힘은 급격히 잡아 오므리는 힘에 맥없이 쭉 당겨 왔다.


꼼짝할 수 없던 상태에서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았다.


힘을 최대한 모아 오그려 버티자 넝쿨과 늪의 강한 힘이 다시 몸을 찢을 듯 또 당겨 왔다.


순간 그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됐어! 이거야!’


확신이 든 순간, 확 풀어 버렸다.

마치 팽팽한 줄다리기 시합에서 순간적으로 놨다가 다시 당기면 상대가 중심을 잃고 무너지는 것처럼 두 개의 팽팽한 기운은 목표물의 강, 온 전략에 순간 집중력을 잃고 흔들렸다.


이때다 싶었던 권집, 느슨해진 틈을 이용 즉시 묶었던 손과 발을 빼냈다.


그 뒤 전력을 다해 비전 신법인 천리표행을 시전하며 탈출을 꾀한 권집. 5장의 거리를 껑충 도약한 그의 신형은 주춤하는 식인 넝쿨의 아가리를 가까스로 헤집고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억!”


하지만 이거 뭐야?

하필 디딘 발아래가 물컹하며 강력한 접착제에 붙어 버린 듯 꿈쩍하지 않았다.


짙은 안개로 사물의 분간이 어려워 그랬다지만 하필 또 식인 넝쿨의 그것도 떡 벌린 입속으로 뛰어들었다.


넝쿨의 입에서 흐르는 액체는 무엇이든 닿는 대로 녹여 버리는 무시무시한 독물.


즉시 넝쿨의 아가리를 타겟으로 몸을 움츠리고 손을 뻗어 십이 성의 태청수를 과감히 휘둘렀다.


펑!

커다란 소리와 함께 식인 넝쿨의 주둥이가 길게 찢기며 터졌다.


옳거니. 권집은 쾌재를 부르며 찢긴 틈새를 아래위로 벌리고는 즉시 신형을 뽑아냈다.


하지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빠져나오기 무섭게 그를 기다린 건 넝쿨과 거대한 구덩이, 물렁물렁한 늪에 자욱한 안개, 온통 세상이 흐물흐물 구불렁, 구불렁, 눈에 보이는 모든 공간이 다 그 모양, 그 꼴이었다.


죽을 고생을 이겨내며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권집은 아까 써먹어 효과를 봤던 방식을 연속 시전하며 쉬지 않고 나아갔다.


이리 굴리고 저리 달라붙으며 힘의 균형을 빼앗아 차츰차츰 습한 환경에 적응해 나갔다.


처음 위세를 떨치던 넝쿨은 이제 그의 손끝 하나 잡지 못했다.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데다 힘을 역이용, 반격을 가하며 가지를 잘라냈기 때문이었다.


늪 또한 그를 붙잡아 둘 수 없었다.

풍선처럼 부풀렸다가는 번데기처럼 오그리고 공처럼 둥글게 했다가 철판처럼 얇게 변형시키며 몸을 자유자재로 유연하게 움직이는 이런 괴물보다 더한 놈을 늪은 제대로 주특기를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놀림을 받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늪과 넝쿨은 권집에게 아무런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


오히려 이들을 놀이감 삼아 갖고 노는 수준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만일 살아있는 동물들이었다면 질려 도망갔을 것이다.


징그럽고 칙칙하게만 보였던 짙은 안개도 오랜 시간 함께 있다 보니 차츰 적응되어 지금은 뭉게구름처럼 부드럽고 아름답게까지 보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른다.

다행히 이곳에는 파충류와 더불어 많은 동, 식물이 한데 엉겨있어 배곯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수없이 많은 낮 밤이 흐른 어느 날 불가능하리라.


끝이 없이 넓다 여겼던 늪지대가 끝나고 단단한 땅이 발아래 밟혔다.


몸이 더 이상 아래로 꺼지지도 않았다.

드디어 4단계의 끝에 온 모양이다.

이제 꿈에 그리던 5단계, 드디어 5단계 하나만 남았다.


벅찬 기쁨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뿌듯했다.


"무공초식도 가르쳐 주는 사람도 하나 없이 오로지 내 힘으로 깨치고 이겨내며 여기까지 왔어! 왔단 말이야!"


온 천하를 얻은 것 같은 이 기쁨, 주체하기 어려운 성취의 기쁨은 사자후가 되어 계곡 전체를 힘차게 떨어 울렸다.


“우와~ 해냈어! 해냈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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