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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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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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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2

DUMMY

가슴 저 밑에서 오기가 불끈 치밀었다. 그러자 몸에 잠재되어있던 뜨거운 내력이 단전에서 치밀어 올라 목을 쥐고 있는 중년인의 손목을 강하게 쳐 받았다.


“윽!”


초점 잃은 눈으로 팽욱의 목을 압박하던 중년인은 그의 내력에 튕겨 나가며 바로 뒤 소나무 둥치로 날아가 부딪쳤다.


수백 년은 됨직한 노송의 허리가 동강 나며 중년인의 육신을 끌어 안 듯 잡아채고 함께 땅바닥을 뒹굴었다.


솔방울과 잔가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뒤늦게 중년인의 육신 위로 우두둑 떨어졌다.


“컥컥!”


중년인의 손을 가까스로 뿌리쳤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그의 잔력에 숨쉬기조차 버거웠다.


목을 매 만지며 여러 번 기침을 내뱉은 뒤에야 겨우 정상으로 돌아왔다.


화가 꼭지까지 치밀었다. 당장이라도 두들겨 패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그의 몰골을 보니 거의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처참한 모습.


'누가 이런 잔인한 짓을···.'


그가 언제 이런 험한 꼴을 본 적이 있었던가.


오른 다리는 부러져 너덜거렸고 어깨는 탈골되었는지 흐느적거렸다.


게다가 가슴과 옆구리는 둔탁한 도구로 찢겨져 검붉은 피가 여전히 꿀럭꿀럭 흘러나왔다.


겁이 났지만, 용기를 내 조심조심 그의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박동 여부를 확인했다.


쿵! 쿵! 불규칙적이었지만 분명 뛰고 있었다.


아직 죽지 않았다는 말. 이 순간 그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오직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마음뿐, 축 늘어진 그를 들쳐 엎었다.


식어가는 체온이 피부를 통해 전달되었다.


급하다. 어디로 가야 할까. 당황하는 그의 뇌리에 번쩍 스친 생각.


'초옥! 그래 각종 약재 냄새가 물씬 풍겼었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약재를 채집, 장터에 내다 파는 촌부가 틀림없으니 어쩌면 중년인을 치유할 약재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는 즉시 걸음을 옮겨 지나왔던 길을 되밟아 돌아갔다.


미흡하나마 급한 마음에 내력을 운용해 뜀박질하니 빠르기가 화살처럼 빠르게 느껴졌다.


신선이라 여겼던 청년의 급작스러운 재방문에 노인은 대경실색, 털썩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신선님을 몰라뵈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살려주세요!”


손을 머리 위에 얹고 불이 나도록 싹싹 비는 모습에 팽욱은 순간 당황해 어리둥절했다.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노인이 왜 그러는지 모르지만 다급했던 그는 노인의 어깨를 붙잡아 일으키며 초조하게 말했다.


“여기 죽어가는 사람 있는데 할아버지가 살려주셔야겠어요!”


귓전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명 아까의 생기발랄했던 염치없는 청년의 틀림없는 음성, 그렇다면.


“자, 자네 사, 사람이 틀림없는가?”

“하하하! 할아버지도 참! 그럼, 제가 사람이지 뭐겠어요!”

“시, 신선이 아니고?”

“그렇다니까요!”


그제야 고개를 치켜든 노인은 팽욱의 전신을 번갈아 훑어보곤 그 말이 사실임을 확인했는지 궁금했던 걸 정신없이 물었다.


“사, 사람이 어, 어떻게 하늘을 날아다니지?”

“날아다녀요? 누가요? 언제 보셨어요?”


강한 오리발, 팽욱은 무의식중에 힘을 썼다가 붕 날았던 기억을 떠올리곤 그 모습을 노인이 보셨다면 신선으로 오인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곤 잘못 봤다며 극구 부인했다.


이때, 뒤늦게 축 늘어진 중년인을 발견한 노인.


“어! 아니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된 거야?”


팽욱에 시선을 빼앗겼던 노인의 눈에 피투성이로 축 늘어진 중년사내의 모습이 들어온 모양이다.


“예?! 아! 참, 그렇지.”


이런 멍청한, 이곳을 찾은 목적도 잊고.


“이 사람은 ···(중략)··· 데려온 것입니다. 위중해 보이니 서둘러 치료해주어야겠는데 할아버지가 하실 수 없는지요?”


노인은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해했다.


“글쎄! 나 또한 사람을 치료할 줄 모르니 어찌하면 좋겠나! 약재나 캐서 팔 줄 알지 뭐 아는 게 있어야지···.”

“불쑥 업고 찾아온 제 잘못이 더 크죠. 하~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할까 난감하던 팽욱은 일단 지혈에 사용되는 약재와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약재를 갖다 달라 요청했다.


노인은 즉시 관련 약재 여러 개를 들고 왔다. 지혈에 사용된다는 풀을 으깨 상처 부위에 붙이니 신음과 함께 꿈틀 몸을 움직였다.


그렇다면 신경이 아직 살아있다는 희망 아니겠는가.


팽욱은 노인의 도움을 받아 보양에 필요한 약재를 다려 탕재를 만들어 입에 조금씩 흘려주었다.


그의 기침과 구토에 대부분 바닥에 버려져 안타까웠다.


다행히 지혈을 위해 붙인 약재는 효과가 있는지 흐르던 피가 멈췄다.


다시 귀를 대고 심장박동을 확인했다.


아까보다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미약했다.


이대로 있다간 한 시진도 못 버티고 사망할 것이 분명한 상황.


“여기서 가까운 의원을 찾아가려면 얼마나 가야 하죠?”

“의원? 너무 멀어!”

“얼마나 가야 하는 데요?”


잠시 생각에 잠겨 손을 헤아리던 노인.


“산을 몇 개 넘어야 하니 아마 한 이틀은 가야 할 거야!”


이틀? 아니 한 시진도 어려운데 이틀씩이나, 물론 노인의 걸음걸이로 이틀이니 자신이 부족하나마 전력을 다해 달린다면 반나절이면 갈 수 있지 않을까.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팽욱은 중년인의 상처에 새 약재를 붙이고 붕대로 칭칭 감은 뒤 서둘러 등에 업었다.


날은 이미 저물어 어둠이 사위를 물컹물컹 집어삼켜 버리는 늦은 시간.


이런 깊은 산중에 길을 나서야 한다는 사실이 순간 두려웠다.


하지만 아버지 어머니가 평소 그를 어떻게 키워왔던가.


홍익인간(弘益人間), 널리 이로운 사람이 되라 하시지 않았던가.


부모님 훈육을 떠올리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가자!”


노인은 이 밤중에 어딜 가냐며 극구 만류했지만, 한시가 급했던 그는 기어코 길을 나섰다.


출발!


귓불을 스치며 가지와 잎사귀가 거칠게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게 중에는 부드러운 잎도 있었으나 가시넝쿨도 섞였는지 살을 파고드는 가시도 부지기수로 많았다.


“으으······.”


등에 전달되던 미약한 심장박동,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희미했다.


이대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걸음을 멈춘 그는 풀밭 위에 중년인을 누이고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필사적인 그의 노력에도 불구, 중년인의 상세는 점점 더 위태로웠다.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주무르던 팽욱.


“헉!”


갑자기 자신의 진신 내력이 쑥 손목을 타고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기겁해 놀란 그는 즉시 손을 뗐다.


즉시 멈춘 내력. 너무 놀란 나머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마치 자석의 양극과 음극처럼 무의식적으로 당기는 놀라운 현상이 벌어졌던 것.


“으으음!”


놀라운 일은 그 직후 일어났다.


죽은 듯 기척 없이 누워있던 중년인의 얼굴에 미약하나마 화색이 돌며 신음에 불과했지만 닫혔던 말문이 열렸다.


'이, 이건, 아까 손목을 타고 빠져나간 내력이 이 사람의 단전에 흡수되며 꺼져가던 원기를 살려주었다는 말인가?'


가능성이 엿보인다.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래! 다시 한번 해보자!”


아까처럼 손목에 힘을 줘 주물렀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전혀 미동도 없다.


마치 말라버린 우물처럼. 낑낑대며 재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마찬가지 헛수고였다.


“휴~우!”


이마에 송글, 송글 맺힌 땀을 훔치며 한숨 돌리는 순간.


다시금 아까 와 같이 손목을 타고 내력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의 손목을 움켜잡고 있을 때였다.


“됐어!”


드디어 연결된 파이프라인. 팽욱은 내력을 운기 함과 동시에 그의 몸에 주입 시켰다.


장강처럼 도도히 흘러드는 내력. 예전 혼절했을 때 원평이 자신을 살리겠다며 지금의 자신과 같은 희생을 하지 않았던가.


그때 녀석이 했던 희생, 그 희생이 주입하는 내내 뇌리에 떠올라 먹먹하게 했다.


“컥!”


한참을 무리 없이 받아들이던 중년인이 갑자기 숨이 막히는지 혀를 쑥 내밀고 눈을 까뒤집었다.


“어? 뭐지? 뭐가 잘못된 건가?”


팽욱은 황급히 중년인의 손을 놓았다.


연신 답답한 기침을 뱉으며 몸을 들썩들썩 상하로 요동치며 무섭게 떠는 그. 순간 겁이 덜컥 났다.


사람을 살린다는 게 외려 죽게 만든 건 아닌지.


그는 요동치며 발작하는 중년인의 몸을 꽉 붙들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그의 발작을 막을 수는 없었다.


힘이 천하장사라 소문난 그도 어찌할 수 없는 막강한 힘. 그런데 이때 갑자기 눈에서 불이 번쩍했다.


그리고 몸이 하늘로 붕 떠오름을 느꼈다.


'맞았··· 다! 윽···'


등줄기를 번개가 후려친 듯했다.


우당탕~ 쿵. 갑작스레 찾아든 정적, 그리고 멍한 상태, 의식을 잃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헉!”


팽욱이 내동댕이쳐진 순간 벌떡, 죽은 듯 누워있던 중년인이 외마디비명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번쩍 정신이 든 중년인, 눈을 뜨자마자 냉전 같은 안광이 사위를 얼려버릴 듯 폭사 됐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보였던 사내가 일순 살아난 것이다.


“노 도사!”


문득 떠오른 기억에 그는 순간 움찔했다.


그러다 주변 어디에도 기억 속의 존재가 보이지 않자 안광을 누그러뜨린 그는 즉시 몸을 더듬어 상세를 살폈다.


“으윽!”


가슴과 옆구리 찢어질 듯 아픈 통증이 밀려왔다.


일어서려다 통증에 인상이 구겨진 중년인,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상처 부위에 감겨있는 붕대와 약재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누가 나를··· 구해주었단 말인가?'


곰곰이 기억을 더듬었다.




하루 전 그는 호천마 공손혈과 함께 산길을 타고 개봉을 향해 신형을 날리는 중이었다.


가는 도중 날아든 전서구.


“검유와 만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공손혈에게 즉시 만호에게 가라 이르고 자신은 검유 그가 머무는 장원으로 방향을 잡아, 가던 중이었다.


그는 지금 머리가 복잡했다.


가까스로 수중에 떨어진 본가의 일부 세력이 이십여 년이 흐른 지금 불쑥 출현, 반란을 획책한다는 전언이 있어 공손혈과 길을 나선 것인데 중간에 또 다른 분란이 벌어진다는 소식이 들어왔으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아직 계주로부터 계승에 대한 확답을 듣지 못한 상태, 모든 것이 실타래처럼 엉켜있다.


그런 이때 누군가 그를 멈춰 세우고 다짜고짜 공격했다. 누굴까?


처음 보는 행색이었다.


누런 황의에 닳아 뭉퉁 그려진 지팡이, 나이를 짐작키 어려운 백염의 백발, 늙은 노 도사였다.


영문도 모른 채 당할 수만은 없었던 그는 비전 신법인 암천무(暗泉霧)를 극성으로 펼쳐 겨우 공세를 피했다.


“맞구나, 이놈! 배신자 후손! 이 쳐 죽일 놈!”


다짜고짜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지팡이를 검 삼아 매서운 경기를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퍼부었다.


그것은 마치 수십 마리의 살아있는 용과 호랑이의 포효 같았다.


자신 또한 이제껏 적수다운 적수를 만나보지 못했는데 이 노 도사는 강해도 너무 강했다.


“비(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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