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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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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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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7

DUMMY

육대수 또한 상대와의 엄청난 공력 차를 실감하며 두 팔을 신속히 회수함과 동시에 상체를 새우처럼 구부려 육대화를 공격하느라 약간 늦은 장백신마의 강권을 피함과 동시에 우각으로 강하게 신마의 곡지혈(曲池穴:왼팔굽)을 걷어찼다.


그러자 장백신마는 몸을 급히 돌려 공세를 무산시키고는 육대수가 공격하느라 노출된 지양혈(至陽穴:척추)을 가격했다.


뼈가 으스러져 터지는 소리가 났다.


신마의 쇄골수를 정통으로 맞은 육대수는 무려 1장 여나 붕 날아갔던 것.


한편 육대수의 협공 덕에 겨우 위기를 모면했던 육대화는 자신의 형이 처참하게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크게 당황, 다급히 쫓아갔다.


“형님! 괜찮소!”


귀신같은 장백신마의 대응에 무방비로 얻어맞은 육대수는 아우의 호통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꽉 막힌 호흡을 내뱉는 순간 울컥 뜨거운 피가 목 울을 타고 역류했다.


역겨운 비릿한 냄새, 분노가 가슴 저 밑에서 폭발하듯 치밀어 올랐다.


이를 부드득 갈아붙인 형제, 그러나 판세는 이미 기울어질 때로 기울어져 회복 불능의 상황.


어처구니없이 당한 육대수의 상세가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형제의 곤궁한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장백신마는 가소롭다는 듯 대소와 함께 치켜들었던 손속을 천천히 거두어들였다.


"아직도 노부에게 대항할 마음이 있느냐?"

"으음, 깨, 깨끗이 졌소이다."


육대화의 노기 띤 음성에 장백신마는 껄껄껄 크게 비웃다 정색하며 비수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다시 묻는다. 소문주와 물건은 어디로 빼돌렸느냐?"

"우리는 그 아이를 빼돌린 사실이 없소!"


퉁명스런 대답,

장백신마의 냉전 같은 안광이 두 형제의 눈에 꽂혔다.


"지금 그 말,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믿고 안 믿고는 그대들 자유, 하지만 거짓은 절대 아니오."

“그럼 죽림에서 죽은 우리 수하 십여 명은 어찌 된 것이냐?”

“죽여 달라며 달라붙어 죽이지 않을 수 없었소.”


분노로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장백신마 팽후진.


“좋다. 아이의 행적을 모른다면 물건은 갖고 있겠지? 내놓아라.”

"물건?”

”밀로원패 말이다.”


미간을 찡그리며 반문하던 육대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밀로원패?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해보지는 않았으나 분명, 그 아이 목에 작은 은패 하나가 걸려 있었던 것 같소."

"사실이냐? “


처음 등장 때부터 지금껏 침묵으로 일관하던 백의 복면인의 입이 드디어 열렸다.


갈라지고 메마른, 갈 까마귀 같은 냉막한 음성이 추운 겨울에 더해 스산하게 다가왔다.


기분 나쁜 인상, 육대수의 입에서 퉁명스러운 말이 튀어나왔다.


"크기는 큰 동전만 했고 그 밖의 것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악에 받친 대응에도 백면인의 태도는 냉랭함을 잃지 않았다.


"팽(彭)형, 우리가 찾는 물건과 일치하는 것 같소."

"아이에게 어떤 특별한 점은 없었느냐?"


불쑥 끼어드는 장백신마, 육대수 신문 당하는 기분에 속이 언짢았지만, 꼼짝 못 하는 마당에 어찌하겠는가.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아이 가슴에 작은 반점(斑點)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오."


짜증 섞인 말투에 백면인의 음성이 높아졌다.


"육대수! 네놈이 판단해 봤을 때 아이가 살아 있을 것 같나. 죽었을 것 같나?"


반말? 게다가 추궁까지, 육대수는 감정이 크게 격앙됐다.


"내가 점쟁이도 아닌데 그걸 어찌 알겠어! 명이 길면, 살았을 것이고 짧다면 죽었을 테지."

"후후! 네놈의 생사여탈권, 우리가 쥐고 있다는 사실 모르진 않을 텐데."


터진 입귀 사이 드러난 하얀 이가 하얀 복면에 대비되며 차갑게 반짝였다.


"모든 것 다 말했소. 나도 더 새롭게 아는 사실은 없소!"


'기분 나쁜 놈!'


할 말 다 했으니 죽이던, 말던 네놈들 맘대로 하라며 팽 돌아앉는 육대수.


그런데 내동 반말에 냉랭하게 상대하던 백면인이 느닷없이 크게 웃으며 얼굴을 바짝 내밀었다.


"하하하! 사실 당신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물, 현 무림에 거의 없지 않소.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나와 거래해보지 않겠소?"


뭐? 갑자기 이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

딱딱하게 경색된 육대수의 늙은 얼굴이 백면인을 향했다.


“소문주와 은패, 그 밖의 물건들을 당신들에게 돌려준다면···."


육대수 역시 능구렁이 9단. 불리한 형국을 반전시킬 좋은 기회가 왔다 싶었다.


득의만만한 미소가 그의 얼굴에 깔렸다.


"천년설삼과 당신이 사기 쳤던 천룡검객의 무천검보를 드리겠소!”

"천년설삼과 무천검보(無天劍譜)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작은 눈을 찢어져라, 치켜뜬 형제를 보며 백면인은 말을 이었다.


"후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군."


말을 마치자 그는 품에서 낡은 비급을 꺼내 휙, 던졌다.


"보시오!"


엉겁결에 받아 든 비급. 책자의 겉장에는 옛 초서체로 무천검보(無天劍譜)란 자귀가 흐릿하게 쓰여 있었다.


무천검보! 천하제일검객 곽거정의 명성이 있게 해준 절세의 무가지보. 수많은 사람이 이를 얻기 위해 광분했던 깨달음의 정수라는 비급, 값어치로 따지면 금화 수백 냥은 족히 나갈 귀한 물건이다.


비급을 넘겨보니 다양한 그림과 초식에 대한 주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 이것을 주겠다고 했소?" "그렇소."

"자,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시오."


고개를 끄덕인 이들은 즉시 10장 밖으로 신형을 이동시켰다.


모두가 떨어진 것을 확인한 육대수는 입을 가리고 전음으로 의사를 나눴다.


‘아우, 아우는 이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미나불! 형님 저는 무조건 반대요, 우리가 지금까지 익혀 왔던 것은 유법(柔法)이요 이런 검법하고는 차원이 다르다는 말이요. 그리고 우리는 중요한 약속을 했잖소. 사나이 어찌 한 입으로 두말을 하겠소.’


가슴 한구석이 뜨끔해진 육대수.


‘우리 역할 또한 망각한 것이오? 형님!’


‘네 말마따나 우리에겐 그 아이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지 그러나.’


육대수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그런 중차대한 일 외 또 무엇이 있다는 말이오! 형님!’


사탕발림에 혹하는 형님의 태도가 육대화는 불만이다.


‘자네 말에 나도 동감이야,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반대한다면 저들은 어떻게 나올 것 같은가?’


‘그거야···.’


‘맞아! 우리가 승낙하면 승낙한 대로 응하지 않으면 응하지 않은 대로 증거 인멸하려 할 걸세. 응하면 시간을 벌 것이고 부하면 즉시 우리를 제거하려 할 것이란 말이지. 살인멸구.’


육대화는 짜증에 미간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아미나불! 그럼 형님 생각에는 어떻게 하면 좋겠소?’


‘일단 하겠다며 위기를 모면, 시간을 벌어야겠지. 그리고 실제로 아이와 물건을 찾게 되면 더 큰 것을 요구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굳었던 육대화의 얼굴이 일순 녹아내렸다.


‘저들이 그리 호락호락할까?’


육대수의 차가운 신광이 냉전처럼 쏘아졌다.


‘동생은 이 형님의 머리를 믿나 믿지 못 믿나.’

‘물론! 형님이야 나보다 몇 배는 더 똑똑하지’

‘그럼 내가 하자는 대로 그대로 따르기만 하게 알겠나!’

‘알겠소! 그런데 죽림 이야기는 도대체 무슨 말이요?’


‘나도 몰라! 조사해보면 알게 되겠지. 현 국면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우리가 했다 우기는 편이 좋을 것 같아 그런 것이야.’


단호한 전음, 머리가 띵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시선을 깔아 내리는 육대화, 낙심한 표정이 역력했다.


“아, 알겠소. 형님! 아미나불! 형님 나도 그 책 좀 봅시다.”


일이 꼬이며 자존심은 구겼지만 그래도 견물생심, 동하는 마음에 육대화는 비급을 빼앗다시피 받아 들었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그의 눈이 탐욕에 번들거렸다.


진짜가 틀림없어 보였다.


어차피 익히지 않는다 할지라도 팔게 되면 금화 일백 냥은 쉽게 받아낼 수 있는 귀한 물건이니 손해 볼 것 없다는 생각에 결국 저들의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한 형제는 은밀히 주고받던 전음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미나불! 천년설삼과 천하제일무공이라···. 클클클!"


두 사람이 응낙하자 백의 복면인이 다시 나섰다.


"자! 이젠 비급을 돌려주시오."

"아, 알았소."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신 육대화는 떨리는 손길로 비급을 건넸다.


냉큼 받아 챙긴 복면인, 눈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이제 거래는 성사된 것이오."

"아미나불! 우리가 아이를 찾아오면 당신들 또한 약속을 꼭 지켜야 하오!"

"물론!"

"아미나불! 아이를 찾으면 어디로 가면 되오?"

"아이를 찾게 되면 현(縣)에 있는 아무 주루에나 이 삼각 깃발을 문루에 꽂고 기다리시오. 그러면 3일 이내 찾아갈 것이오."


그가 내민 손위에는 붉은 바탕에 노란색 원이 그려진 깃발이 얹어져 있었다.


"알겠소. 그렇게 하리다."


백의 복면인과 일행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꺼지듯 눈 쌓인 산길을 헤치며 신형을 날렸다.


사라지는 저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육대수. 너무 좋은 조건에 저들이 쉽게 응낙했다는 사실이 마음 한구석 찜찜했다.


“혹시?”


이때 멀어져 희미한 윤곽으로 보이는 곳에서 백면인의 또렷한 음성이 칼날처럼 파고들었다.


"당신들은 비급을 손에 쥔 순간 칠점산공독에 중독되었소!"

"뭐! 칠점산공독(七漸散功毒)!"


경악에 부르르 떠는 괴불이선, 칠점산공독이라니. 괴불이선 형제는 다급히 내력을 운기 했다.


가슴 한구석 이상한 이질적인 기운이 미세하게 감지되었다. 그렇다면.


"제법이구나, 그렇다! 그것이 맞다. 너희 형제도 알다시피 칠점산공독은 평소 흔적조차 남기지 않다가 공력이 극한에 이르고 몸의 혈맥이 빠르게 뛸 때 진신 공력을 파괴하고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일곱 걸음을 옮기기도 전 목숨이 끊기는 독 중의 독이다. 죽은 천무문주 또한 그 독에 중독되어 허망하게 죽었다면 쉽게 이해 갈 것이다. 크하하하!"


형제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해독약은? 해독약은 없는 거요?"


아무리 독 중의 독이라지만 만든 자가 있으면 그것을 해독하는 약 또한 있음이 분명할 터.


"여기 해독은 아니지만, 발작을 억제하는 약이 있다. 이 약을 3개월 단위로 한 알씩 먹으면 발작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일을 깨끗이 마무리해 오면 그때 해독약을 주겠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평으로 공기를 가르며 날아드는 작은 비단 주머니.


형제 역시 칠점산공독이 어떤 독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해독약 역시 독만큼이나 얻기 어렵다는 사실 역시.


"이, 이 죽일 놈들에게 우리가 당하다니···."


이를 가는 형제들 귀로 또 들려오는 백면인의 전음.


"아마 서둘러야 할 거요, 지연 약의 양은 딱 10년 치 분량이기 때문에 그 기간 내에 찾아오지 못한다면 후훗! 우리도 이런 수단을 쓰려 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당신들의 얕은꾀를 너무 잘 알기에 사전 대비 차원에서 준비한 것이니 양해 바라오. 그런데 어쩌다 당신들이 사기 친 천룡검객이 양쪽 다 등장하게 되었는지. 클클, 정말 우리는 기가 막힌 찰떡궁합 아니겠소, 앞으로 같이 잘해 봅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암천계니 뭐니 하는 건 다 내가 지어낸 거짓말이니 개념 치 마시오! 크하하하!"


사자후를 동반한 백면인의 웃음에 소나무에 얹힌 눈 뭉치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쏟아져 내렸다.


두 형제의 땅을 치며 통곡하는 소리와 함께.


“으아아, 형님 잔머리에 우리 문파의 명운이 흔들리게 생겼소.”

“젠장! 우리 둘만 남았는데 문파는 무슨 문파!”

“당장 죽게 생겼는데 구천에 계신 사부 얼굴은 어찌 볼 것이오.”

“기다려라! 내 천무문도 구하고 우리 문파도 구하고 늙은이 약조도 지키고 다 할 테니”

“어이쿠! 곧 죽어도 입은 살아서.”

“뭐라고 이놈이 겁을 완전히 상실했구나.”

“죽게 생긴 마당에 겁날 게 무에 있소!”

“나만 믿어, 고진감래라! 언젠간 이 웬수를 꼭 갚고 말리라.”


곧 죽어도 큰소리치는 형님의 간 큰 뻥에 육대화는 가슴을 치며 한탄해야 했다.


하긴 자기 딴엔 머리가 무척 좋다고 생각하는 육대수지만 냉정하게 보면 사실. 그 수준이 그 수준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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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6-4 +1 24.06.14 389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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