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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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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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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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1

DUMMY

물이 고인 웅덩이가 그의 떨어지는 중량을 고스란히 흡수하며 사방에 물줄기를 뿌렸다.


하지만 깊이가 깊지 않은지 곧바로 쿵 부딪치는 머리, 다행히 충돌 직전 속도를 줄인 것이 주효했는지 고통이 크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머리나 몸이 골절될 정도의 큰 충격은 입지는 않은 것 같았다.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벌떡 일어섰다.


다행히 말을 듣는 몸. 고인 웅덩이 물의 깊이는 겨우 반 장.


그나마 이것이라도 있었기에 즉사를 면했지 물 자체가 없었다면 후~.


이 순간 자신이 무술을 익힌 무술인이었음이 얼마나 큰 다행인지.


익혔다 해도 내공이 약한 자였다면 아마 찍소리도 못하고 쫙 사지를 벌린 채 오징어가 되어 죽어있었을 것이다.


워낙 차가운 물의 온도와 방금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나 그런지 오한에 전신이 파르르 떨렸다.


아찔했던 방금의 극심했던 속도의 공포. 이제부터 진정한 도전이 시작된 것일까?


‘으음~ 후~ 시작부터 개 죽음 당한 채 끝날 뻔했네.’


혼자 주저리주저리 투덜거렸지만, 도무지 진정되지 않는 심장.


겨우 호흡을 가다듬고 방금 뛰어내렸던 위를 봤다.


바늘구멍 같은 희미한 빛이 까마득히 보였다.


족히 100장은 되지 않았을까? 참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을 했다.


하지만 죽지 않고 내려왔으니 천운이긴 한데. 문득 비급에 생각이 미친 그는 즉시 품에서 꺼내 쪽 입맞춤을 했다.


“네 덕에 살았다. 물이 있다는 표식이 없었다면 아마 감히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고맙다!”


그제야 둘러본 주변, 역시나 예상대로 산산이 부서지고 깨진 뼈들이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애써 외면하며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맞은편 정면 사람 하나 겨우 통과할 높이의 동굴이 보였다.


“가자!”


그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횃불을 되살리고는 직진했다.


얼마를 갔을까 시간이 흘러 갖고 왔던 횃불도 다 타 꺼지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나름 쌓은 내력에 어지간한 어둠은 문제가 없었으나 아예 빛이 소멸된 차원이 다른 이런 장소에선 속수무책.


자신의 손가락조차 눈앞에 대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 불현듯 또 죽음의 공포가 밀려왔다.


그런 이때 놀라운 현상이 벌어졌다.


바로 비급.

칠흑 같은 어둠이 엄습하자 그림과 글씨가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빛을 발했다.


야광, 비급의 그림과 글씨는 형광물질로 쓰여 있었던 것.


비급을 펴고 전방을 향해 비추자 희미하게나마 길이 보였다.


물론 내력이 없었다면 무용지물이었을 것이니 그것 또한 오묘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비급의 형광은 미로를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빛은 물론 헤매지 않도록 훌륭한 길 안내까지 해주었다.


많은 갈래 길을 통과하는 도중 마주친 수없이 많은 주검.


사람과 동물이 뒤엉킨 이곳은 마치 거대한 무덤을 연상시켰다.


빛이 없어 사람인지 짐승인지 명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녹슨 철검이 곳곳에 널려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천하제일 무공이라 일컫는 오혈천의 무공을 얻으러 들어왔다가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그들의 시신을 또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은 반드시 있을 것이란 생각을 위안 삼아 전진 또 전진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따가운 태양이 눈을 태워버릴 듯 한꺼번에 쏟아졌다.


즉시 멀어버린 눈,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이 탈 듯 아프고 쓰렸지만, 한편으론 기뻤다.


긴 어둠의 터널이 끝나고 드디어 본격적인 일차 도전 관문의 입구에 우뚝 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암흑의 동굴에서 빠져나온 바로 그 순간 비급의 서두와 1장의 그림과 함께 그려져 있던 글귀와 미로의 그림들이 햇빛을 받자 연기처럼 지워져 버렸다.


그리고 1장 말미에 남은 것이라곤 단 한 문장.


‘암도출문(暗道出門) 금퇴(禁退)!’


어둠의 길을 나오면 되돌아갈 순 없다는 말?

젠장, 이젠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

오로지 관문 하나하나를 통과해 끝까지 가는 방법 외에는.

그러나 권집 입장에선 오히려 기쁜 일이었다.

목숨을 걸고 도전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이란 생각 말이다.


쉽게 얻을 수 있었다면 그 값어치 역시 별 볼 일 없었을 것이다.


처음 귀곡에 진입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짙은 안개가 사위를 분간키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환하게 밝은 것으로 미루어 지옥 같은 어둠에서 완전히 벗어 난 것만은 분명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추측조차 되지 않았다.


다만 몹시 허기진 배로 미루어 대략 보름의 시간이 흐르지 않았을까 싶었다.


철퍼덕 주저앉아 비급을 펼쳤다.



처음 오혈천 비급을 보고 권집이 받은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것은 비급이 아니라 그냥 지도책이라 해야 마땅했다.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그려 놓은 선과 선, 그리고 주요지점에 대한 간단한 설명만 있을 뿐 무엇을 어떻게 익히고 통과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전무 했다.


혹시 하는 마음에 앞뒤를 뒤적여 봤지만 역시 마찬가지.


속았다 싶어 팽개치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갖고 다니기로 작정했다.


그 판단과 결정이 천운의 시작이었던 것.


시작부터 닥친 난관에 비급만큼 큰 도움을 준 것은 없었다.


만일 비급이 없었다면 자신은 보름 아니라 평생을 헤매고 다녔어도 절대 그 동굴과 수직갱을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비급을 펼쳤다.


제1단계는 흡(吸)!


글자의 의미로 유추해 보았을 때 무언가를 빨아들여 취한다는 그런 의미는 아닐지.


사실 비급 없이 들어온 많은 무인은 사전 아무 정보 없이 들어왔을 것이다.


현재 그의 내공수위는 40년 내외, 나이 25세에 내력이 40년이면 보통 60대 이상의 연령대까지 수련해야 이룰 수 있는 수준인데 대단한 성취가 아닐 수 없다.


배수진을 친 상황이지만 험한 동굴을 빠져나온 지금 그에겐 그 무엇이라도 해낼 자신감이 충만했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벌떡 일어서 동굴 밖에 한 발 내딛는 순간.

자신감은 거품처럼 사라졌다.

그것은 미로처럼 이어진 길 아닌 길과 수없이 많은 독충과 독물들의 출현이란 생각지 못한 지독한 복병 때문이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탁한 물웅덩이로 빠져든 게 여러 번 그때마다 달라붙어 빨아먹는 거머리와 날카로운 이빨의 식인물고기 떼, 놈들은 겁을 상실한 그에게도 지독한 공포감을 안겨 주었다.


식인물고기의 공세를 겨우 벗어나는가 싶으면 이번에는 우거진 가시넝쿨 사이로 독거미와 독나방 떼가 무차별적으로 달려들었다.


독충에게 물리지 않으려 신형을 최대한 빨리 놀렸지만, 빼곡히 우거진 가시넝쿨은 그를 움쩍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그때마다 그는 가전 절정 무공을 펼치며 독충들의 무차별 공세를 쓸어버렸다.


그러나 그도 인간이 이상 무한정 검술을 펼쳐 낼 수는 없는 노릇,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제풀에 지쳐 녹초가 되고 말았다.


무참히 무너지고 만 방어막, 그런 빈틈을 비집고 들어온 독충은 그의 피부에 깊은 생채기와 지독한 독을 남기고 사라졌다.


쏘인 독이 퍼지자 정신이 혼미해 왔다.


강력히 저항하던 사내의 몸놀림이 둔해지자 독물들의 공세는 한층 치열해졌다.


권집은 있는 힘을 다해 몰려드는 독충을 자르고 베며 한편으론 온몸으로 퍼지는 독 기운을 구석으로 몰아 주요장기가 중독되는 걸 필사적으로 막았다.


빨리 벗어나야 산다는 생존본능이 그를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가물가물 꺼져가는 의식을 깨우며 가까스로 가시넝쿨 숲을 벗어났지만, 이미 몸에는 흡혈 거머리와 독충들이 내뿜은 독액 및 독취(毒臭)의 분비물로 새까맣게 덮여 있었다.


아직 살아있는 게 의아한 상황.

겨우 한숨 돌리는 순간 이번엔 어디서 나타났는지 수없이 많은 독사 떼가 그를 겹겹이 에워쌌다.


형형색색의 독사 떼는 어찌 보면 아름답게까지 느껴졌다.


독사 떼의 공격을 막는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은 구름 같은 의구심.


마치 그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독충과 독물, 독사 떼가 파도처럼 수도 없이 밀려드는 것이 아닌가.


검으로 베어낼 때 허공에 뿌려지는 피와 독액, 거듭되는 피의 제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지고 그 와중에 권집의 마음은 죽여야 내가 산다는 일념에서 벗어나 어느덧 즐기듯 무아도취의 단계에 이르렀다. 그


러나 눈보라처럼 허공을 가득 채운 독무를 기식 대법으로 언제까지 참고 버틸 수는 없는 법, 결국 참았던 숨을 내쉬자마자 호흡을 타고 침투한 독무가 순식간에 그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우욱! 차, 참아야 한다!"


신음과 함께 뇌까리는 자신에 대한 독려, 그러나 기력이 쇠잔해지자 간신히 억제한 내부의 독마저 둑이 터진 듯 혈액을 타고 전신에 빠르게 번져갔다.


“크아악~!”


온몸의 뼈가 삭아 드는 고통이 수백의 비수처럼 파고들었다.


혼미해지는 정신에 의식마저 아득해져 가자 점점 빠지는 힘.


타겟이 저항을 멈추고 주저앉자 형형색색의 독충, 독물들이 마치 고깔처럼 새까맣게 그의 전신을 뒤덮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으으··· 으.”


시커먼 바닥에 꿈틀 움직이는 생명체, 그가 움찔 신음과 함께 움직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예상과 달리 멀쩡하다.

지금쯤 독물에 흐물흐물 전신이 녹아 형체조차 존재하지 않아야 정상인데. 더욱 기이한 건 주변에 벌레 한 마리, 독사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는 점. 아니 자세히 보니 보였다.


그의 몸에서 반경 1장 너머에 진을 친 듯 새까맣게 모여 있었다.


계속 쉭쉭, 독설을 날름거리기만 할 뿐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스스스···’


괴이한 소리와 함께 의식 없이 누워있는 그의 몸이 서서히 변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밝은 피부에서 점점 짙은 갈색으로 변색 되기 시작하더니 한 식경도 되지 않아 숯 검불처럼 새까맣게 변했다.


그런 뒤 피부는 다시 창백하리만큼 하얗게 탈색되기 시작했는데 동시에 그의 몸 구멍이란 구멍 모두에서 지독한 비린내와 썩은 액체가 고름처럼 줄줄 흘러나왔다.


역겹고 징그러운 광경.

이윽고 토출을 멈춘 그의 몸은 또다시 아까와 같은 변태를 또 일으켰다.


수없이 반복해 이어진 변태, 반복될수록 주기는 짧아지고 사이클을 돌면 돌수록 토출되던 고름은 점점 맑은 빛을 띠었다.


변태가 멈추면 기다렸다는 듯 그를 둘러싸고 기회를 엿보던 독물들이 와르르 달려들어 물어뜯었다.


물어뜯긴 그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전신을 바르르 떨더니 축 처지고 그 뒤 또 아까와 같은 변태 과정이 또 이어졌다.


서로 대치하듯 독물과 그가 일정 간격을 유지한 채 변태와 공격을 이어가고 마무리되어 깨어난 것은 무려 2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뒤였다.


변태가 드디어 멈춘 그의 몸, 반짝반짝 윤기가 돌더니 일각 후 정상 피부로 돌아왔다.


기이한 일, 정말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꿈틀, 꿈틀. 부르르 떨리던 그의 눈이 힘겹게 벌어졌다.


“으으, 여, 여기가 어디지?”


깨자마자 자신의 얼굴을 꼬집어 확인하는 그. 죽었는지 살았는지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했는데 몹시 아프다.


그렇다면 살아있다는 말.

천지신명이 보우하사 천만다행으로 아직 죽진 않은 모양이다.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켜 문득 본 사방, 소름이 쫙 돋았다.


“왁!”


수많은 새파란 독광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던 것.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독물, 절로 고개가 좌우로 저어졌다. 차라리 아까 꾸었던 꿈으로 회귀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다.


꿈속에서 처음 고통과 괴로움에 몸부림쳤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통은 사라지고 몸은 점차 가뿐해지며 힘이 넘쳐나 어느 순간부턴 오히려 신이 났다.


축 늘어졌던 몸은 깃털처럼 가벼워 훨훨 산과 바위, 나무를 닥치는 대로 부수고 갈아엎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능력을 발휘했었다.


그런 순간, 깨어났던 것이다.

그러니 그가 느낀 허탈감과 공포는 세상이 현실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비칠 수밖에.


‘이놈들이 왜 다가오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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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2 24.06.22 317 7 12쪽
» 7-1 24.06.21 33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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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6-9 +1 24.06.19 365 6 14쪽
42 6-8 +1 24.06.18 359 7 14쪽
41 6-7 +1 24.06.17 360 7 12쪽
40 6-6 +1 24.06.16 361 7 13쪽
39 6-5 +1 24.06.15 380 8 13쪽
38 6-4 +1 24.06.14 389 9 13쪽
37 6-3 +1 24.06.13 415 9 12쪽
36 6-2 +1 24.06.12 414 8 11쪽
35 6-1 +1 24.06.11 413 9 15쪽
34 제 6 장 넓은 세상 밖으로 +1 24.06.10 429 9 15쪽
33 5-4 +1 24.06.08 386 8 11쪽
32 5-3 +1 24.06.07 383 9 12쪽
31 5-2 +1 24.06.06 386 9 11쪽
30 5-1 +1 24.06.05 402 10 12쪽
29 제 5 장 차라리 꿈이었으면 +1 24.06.04 419 11 13쪽
28 4-4 +1 24.06.03 391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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