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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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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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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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8

DUMMY


혼비백산해 사방을 두리번거린 권집.

심장이 두 근 반 세 근 반 쿵쿵 뛰었다.

가슴을 부여잡은 채 한참을 그대로 서 있어야만 했다.


이젠 확인이 됐다. 초기 그가 생각하고 선택했던 방법이 맞았다.


그리고 방금 밟았던 문자를 해석해보니.


“공(恐) 무서울 공이다. 문자와 일치되는 단어는··· 오, 그렇구나! 공룡(恐龍), 그래서 그 무시무시한 청룡이 나온 거구나. 그렇다면 청석판 위에 새겨진 문자와 기이한 현상은 상호 연관이 있다.”


이제부턴 문구를 해석하고 위험을 회피할 문자를 선택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인 4단계와 5단계 2개의 선택만 남았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 성취 여부를 확인하고 미진했을 땐 가차 없는 공격이 가해진다는 사실, 이 한 번의 시험으로 명확해졌다.’


앞선 단계에서 단어를 생각해내고 선택해 온 것은 오히려 과감하게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두 단계, 그 두 단계에서도 과연 올바른 선택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개가 가로 저어졌다.


‘이제 남은 건 딱 두 단계···’


단 두 단계만 남았다는 두려움에 머리털이 곤두섰다.


긴 한숨과 함께 그는 무려 일각 여의 시간을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할애해야만 했다.


뚝뚝!

어디선가 들린 물방울 소리.

소리는 점점 크게 그의 널뛰는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며 다가왔다.


가슴에 손을 얹고 호흡을 길게 했다.

겨우 가라앉는 떨림, 고요한 정적이 찾아들고 가슴을 찌르듯 파고들던 물방울 소리 역시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그래, 정신 바싹 차리고 천천히··· 냉정을 잃지 말고···.’


흥분이 가시고 안정이 찾아오자 그는 차분히 다음 단계를 생각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 질끈 입술을 깨물고 눈을 감아 지나온 4단계의 의미를 되새겼다.


"4단계 유(柔)는 강함을 부드러움으로 이긴다는 유능제강(柔能制剛)! 역시 몸의 기(氣) 흐름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또한, 수축과 팽창을 통한 유연성의 극대화, 그렇다면 이 단계는 역시 유능제강(柔能制剛) 확실하다.


한발, 한발 짚을 때마다 아까 나타났던 청룡의 무시무시한 모습이 떠올랐다.


‘과연, 청룡이 실제 실물이라면 내가 이겨낼 수 있을까?’


절로 고개가 꺾였다.

다행히 이번 선택 역시 틀리지 않았는지 아무 이상 징후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선택한 문자는 총 16개, 그중 중복된 것을 빼면 14개의 문자를 선택했다. 5단계에서 제시된 문자는 파(破). 그렇다면 파에선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앞선 네 단계는 죽을 고생 하며 몸으로 체득한 과정이기에 어렵지 않게(?) 풀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5단계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문득 뇌리를 스치는 깨달음의 상징인 불(佛).


"불교에서 선정(禪定)을 닦은 사람이 태어나는 초선천(初禪天)의 세 하늘, 이선천(二禪天)의 세 하늘, 삼선천(三禪天)의 세 하늘, 사선천(四禪天)의 아홉 하늘을 합하여 열여덟 하늘 세계가 있다 했다. 그렇다면 깨달음의 집합체인 이곳 역시 18개의 하늘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엉뚱한 비약이 아닐까, 우려됐지만 만일 도에서 말하는 정(精), 기(氣), 신(身) 3단계를 포괄적으로 승화 발전시켜야 궁극의 도를 얻을 수 있다면 깨달음, 승천의 하늘인 열여덟 하늘과 그 둘은 상호 깊은 연관을 갖고 있지 않을까?


열여덟(十八)!


앞선 해석이 맞다 면 남은 건 2번 또는 4번.

지금까지 겪은 파(破)는 지혜와 아울러 지옥 같은 허상을 그에게 보여 주었다.


지난과정을 돌이켜 유추하면 5단계는 지금까지 자신의 뇌리에 축적된 틀에 박힌 고정적 사고를 파괴하는 선택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여기서 제시한 마지막 문자는 깨뜨릴 파(破)와 정신을 뜻하는 정(精)?’


모든 단계에서 파훼에 필요한 문구에는 항상 단계적 상징 문자가 들어갔다.


따라서 파는 꼭 들어간다 보면 남은 건 고정관념을 깬다는 정이 들어가야 맞다 는 판단이다.


남은 문자 중 두 문자가 있는지 확인했다.

있다.

중앙의 상단과 중 하단에 나란히 있다.

그것을 제외한 남은 문자는 9개.


"좋아! 해보자!"


마지막 선택.

권집은 주저 없이 파와 정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정을 밟기 직전 스치는 수많은 갈등.


‘이것이 마지막 5단계인데 만일 한 글자 또는 앞서와 같은 형식인 4글자, 즉 두 글자가 더 필요하면 아니 한 글자가 더 필요하다면 그땐 어떻게 하지?’


문득 자신의 성공만을 바라며 고통에 잠겨 있을 아버지와 어딘가에 갇혀 있을 어머니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 생각만 하면 거기에 대비돼 떠오르는 어떤 인물들 그분들 역시 그와 전혀 무관한 인물은 아니다.


아니 너무 가까운 사이다.

그러기에 그분들 생각만 하면 분노와 애증이 교차하는 혼란스러운 존재들이다.


잘근잘근 씹은 입술 사이로 붉은 선혈이 흘러나왔다.

비릿한 혈향이 콧속에 파고들자 일순 맑아지는 정신.

그는 천천히 마지막 선택이라 생각했던 정을 밟았다.

저절로 눈이 감기며 몸이 쏠렸다.


탁!


“어!!”


분명 밟았는데 아무런 허상도 이상도 없다.

그토록 기대했던 마지막 상황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


‘뭐야, 그럼 2개가 아닌 몇 개를 더 선택해야 하는 거야?’


바닥에 깔린 청석판 숫자가 총 25개이므로 25개 전부를 선택해야만 할까?


이제까지 선택한 횟수는 총 18회 그중 중복 문자를 빼면 16회.


‘어떻게 하지? 한 번만 더 선택하면 될까?’


알 수 없다.

끝이라 생각했는데 아무 변화가 없자 그는 다음 선택을 두고 깊은 고민에 잠겼다.


지금까지 선택한 문자를 하나하나 위치를 보며 더듬어 봤다.


“어? 이럴 수가! 상, 하 2개의 뫼산(山)이다!”


순서대로 문자를 조합해 그려보니 뫼산(山)이란 글자가 위와 아래 2개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정중앙이 끊어져 하나의 글자로 이어지진 않았다.


만일 중앙이 이어진다면?


"그럼, 출(出)! 출이 최종 아닐까!"


딱 맞아떨어지는 계산에 그는 정중앙의 문자를 확인했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무슨 글자란 말인가.

환(幻)?


“허깨비 환! 이 무슨!”


허깨비라니···.

그렇다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뜻?


도대체 이처럼 엉뚱한 글자가 왜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느냔 말이다.


중앙을 제외한 좌우의 글자는 해(解), 그리고 득(得)이란 문자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와 득이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엔 또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지 않을까?

강한 의혹이 일었다.


‘이건 너무 뻔하지 않나? 마치 일부러 유도하는 듯한 답 아냐!’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다 보니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다.


석고처럼 정(精)자 위에 서 있는 그의 몸에는 어느덧 거미들이 제집인 양 거미줄을 치고 있는데도 그의 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면 새까맣던 흑발이 백발로 한올 한올 변모해갔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역을 역이라 생각지 말고 정공법으로 가는 것이 옳을 듯싶다."


결국, 오랜 장고 끝에 내린 그의 결론은 환이 아닌 중앙 우측과 좌측에 자리한 해(解)와 얻을 득이었다.


물론 출(出)이란 잠정 결론을 무시한 결정이지만 그보다 찜찜한 환, 허상처럼 날아갈지 모르는 환을 피해 선택하는 게 맞다는 판단을 했다.


운명을 하늘에 맡기는 심정으로 서서히 발을 떼, 먼저 우측의 해를 짚었다.


두 눈을 부릅뜨고 분명히 확인하며 밟았다.


탁!


어? 아무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


‘맞았나?’

“그래, 맞았어!”


정말 맞았단 말인가?

긴가민가했는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얼마 만에 질러 보는 기쁨의 환호성이란 말인가.


"됐어! 됐다고, 내 선택이 옳았어. 우하하하!"


만일, 환을 선택했다면 말 그대로 허깨비 허상에 휩싸여 고통에 빠졌을지 모른다.


마지막 선택 2개 중 한 개를 마쳤다고 생각하니 혈맥이 빠르게 전신을 들쑤시고 다녔다.


끝.

심호흡을 크게 들이마신 그는 자신 있는 걸음으로 마지막 득(得)을 밟아 갔다.


‘그래 이제 끝난 거야. 마존의 깨달음을 얻는(得) 거야, 하하!’


흥분을 진정시키며 힘차게 발을 디뎠다.

탁!


"우~아악!"


동굴이 무너질 듯 터져 나온 외마디 비명, 갑자기 바닥 석판 전체가 무너지며 바닥에 떨어지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더니 거친 파도가 넘실대는 망망대해가 그의 시야를 꽉 채웠다.


‘윽!! 잘못된 선택이었구나!’



이젠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황급히 둘러보니 이, 이런! 겨우 1척 폭의 작은 나무판자 위에 자신이 서서 둥둥 떠 있는 것이 아닌가!


강하게 때리는 후회라는 놈, 시험 삼아 했던 아까와 같이 얼른 발을 뗐다.


되돌아갈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러나 아무런 상황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판자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집채만 한 크기의 파도가 그의 몸을 으스러뜨리려는 듯 들이닥쳤다.


재빨리 웅크리며 판자를 잡았다.

그러나 한 줌에 불과한 판자는 산산조각 부서져, 결국 의지할 것 없었던 그의 몸은 파도에 내동댕이쳐졌다.


허우적거리며 겨우 물 위로 솟구치자 이번엔 거대한 와류가 빙글빙글 돌며 닿는 모든 것을 박살 내며 다가왔다.


꽈지지직!


겨우 몇 조각 있던 판자마저 흔적 없이 박살 나며 와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자연의 엄청난 힘에 속수무책, 그대로 끌려 들어갔다.


"으아 아아!"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이 빙글빙글 돌며 깊이깊이 빠져들었다.


그와 더불어 찢어발기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엄습했다.


이제까지 겪었던 네 단계의 고통은 이에 비하면 고통도 아니었다.


너무 심한 고통에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를 어떻게 굴러가는지 정신없이 빨리더니 갑자기 내던져지는 몸.


거대한 절벽에 부딪힌 그는 바닥에 나동그라지며 정신을 잃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얼굴에 떨어지는 차가운 물에 오한을 느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억?"


헛바람처럼 터져 나온 비명, 상체는 있는데 하체는 어디로 갔는지 텅, 사라지고 없었다.


덩그러니 상체만 남아 허우적거리고 있는 자신.

고통보다 비참한 현실에 피눈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피부를 에이는 차가운 칼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변 환경은 급변, 북극 극지에 왔는지 온통 하얀 얼음과 눈만 보였다.


세찬 바람이 휭, 불어오자 코와 입, 눈 귀가 순간 얼어 버렸다.


말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가 없었다.


정신과 신체가 분리된 어처구니없는 상황.


"이, 이건 환상이야···. 절대 현실이 아니야! 깨야 해!"


수십 번, 뇌까렸지만 육체적 고통은 절대 환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듯 고통스럽게 했다.


그런데 바로 5장쯤 떨어진 곳에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역시 꽁꽁 얼어붙은 채 자신을 보며 살려 달라 아우성치는 것이 아닌가.


"아, 아버지! 어머니···."


몸도 가누지 못해 비틀거리면서도 권집은 죽을힘을 다해 기어갔다.


엉금엉금 기어 아버지를 만지는 순간 아버지의 팔이 으스러지며 조각조각 떨어졌다.


아버지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고통에 찬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아버지의 비명에 곁의 어머니도 놀랐는지 눈을 부릅뜨고 울부짖더니 곧바로 머리가 부스스 으깨져 박살 나며 가루로 분쇄되어 떨어져 내렸다.


"우아악~! 안돼!!”





‘환(幻), 변할 환, 허깨비 환, 홀리게 할 환···’


‘해(解) 문제를 풀어서 득(得) 얻으려면 의심치 말고 중심을 선택해 전체를 관통하는 출(出)로 마지막 단계를 통과할 수 있다. 변할 환(幻)을 선택하라.’


앞서 비급 말미에 작은 글씨로 환경(幻警), 허깨비 환을 경계하라고 일렀지 않은가.


그것을 흘려넘기며 큰 곤욕을 치르게 된 청년 권집, 향후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



작가의말

한자를 가능한 사용하지 말아야 읽기에 수월한텐데 ...

하다보니 시대적 배경도 그렇고 함축된 의미 전달에 유용해서

단계별 풀이까지 한자를 나열해 사용했는데...

이런 걸 좋아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어떤 분들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쌓이게 만드는 같아 미안합니다.


편하게 책도 읽고 재미있게 읽다보니 모르던 한자도 익히게 되고 과학적 지혜는 물론 드라마같은 인간적인 정도 얻는 일석 삼조의 행복을 얻는다.

그렇게 좋게 생각하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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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 24.06.29 289 7 12쪽
51 7-7 24.06.28 282 7 12쪽
50 7-6 24.06.27 272 7 13쪽
49 7-5 24.06.26 270 6 13쪽
48 7-4 24.06.25 282 6 12쪽
47 7-3 24.06.24 291 5 13쪽
46 7-2 24.06.22 317 7 12쪽
45 7-1 24.06.21 330 5 12쪽
44 제 7 장 오혈천(五血天)의 무공 24.06.20 382 6 14쪽
43 6-9 +1 24.06.19 365 6 14쪽
42 6-8 +1 24.06.18 359 7 14쪽
41 6-7 +1 24.06.17 360 7 12쪽
40 6-6 +1 24.06.16 361 7 13쪽
39 6-5 +1 24.06.15 380 8 13쪽
38 6-4 +1 24.06.14 389 9 13쪽
37 6-3 +1 24.06.13 415 9 12쪽
36 6-2 +1 24.06.12 414 8 11쪽
35 6-1 +1 24.06.11 413 9 15쪽
34 제 6 장 넓은 세상 밖으로 +1 24.06.10 429 9 15쪽
33 5-4 +1 24.06.08 385 8 11쪽
32 5-3 +1 24.06.07 383 9 12쪽
31 5-2 +1 24.06.06 386 9 11쪽
30 5-1 +1 24.06.05 402 10 12쪽
29 제 5 장 차라리 꿈이었으면 +1 24.06.04 419 11 13쪽
28 4-4 +1 24.06.03 391 10 14쪽
27 4-3 +1 24.06.01 396 9 12쪽
26 4-2 +1 24.05.31 411 9 11쪽
25 4-1 +1 24.05.30 420 8 11쪽
24 제 4 장 어처구니없는 혼란 +2 24.05.29 473 10 17쪽
23 3-5 +1 24.05.28 479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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