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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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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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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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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

DUMMY

고등은 병실 침대에 앉아 여청계장이 보내준 자료를 휴대전화로 읽고 있다.

옆 침대에서 밥을 먹는 세마는 음식을 씹고 삼킬 때마다 온몸에 파열음이 생기는 악기라도 된 것처럼, 움찔움찔하며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다.


_눈물이 밥에 다 떨어지잖아. 짜지 않니?

_짜. 소금물에 밥 말아 먹는 것 같아.

_우웩. 소금물에 밥은 좀.... 싫다.


고등은 구토가 쏠리는지 얼굴을 잔뜩 구기며 다시 자료를 훑는다.


_코치와 이사장이 알고 지낸 게 오래됐구나.

_이사장님 고등학교 때 테니스 코치였다고 하던데..... 이사장이 개또라인데 코치는 더 또라이니까 둘이 잘 맞나봐.


고등이 세마의 말에 이사장 고필의 공을 다 받아쳤다가 죽도록 맞았던 일을 떠올리며 피식 웃는다.


_둘 다 제대로 제정신이 아니야. 그치?!

_그치.

_이사장이 부임하면서 우주고에 테니스부가 생겼고.... 근데 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

_무슨 지원?

_학교에서 운동부를 운영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 교육청이나 협회에서 지원을 받는데 우주고는 지원받은 기록이 없어. 근데 너희는 지금 매달 생활비까지 받고 있잖아?!

_태고그룹 지원을 받는 건가? 테니스 선수가 세계적인 스타가 되면 브랜드 홍보하려고 옷도 입히고 차도 주면서 스폰서가 되잖아.

_한국에서 그런 스타 테니스 선수가 나온 적이 없어. 불모지라는 거지. 그리고 그런 스폰은 스타가 되면 붙는 거야. 영춘 코치도 세계 랭킹에 올라갔지만 결국 스폰을 못 찾아서 관둔 거잖아. 스타가 아니었으니까.

_그럼 돈이 어디서 나서 운영하는 거야? 태고그룹이 돈이 많으니까, 우주고를 테니스로 유명한 학교로 만들려고 투자하는 건가?

_돈이 태고그룹에서 나온 건 맞을 수 있는데.... 거기 말고는 그런 거금이 나올 데가 없잖아?! 근데 그 이유는 모르겠어. 이유가 뭘까....? 부자들이 그냥 돈을 그렇게 쓸 리가 없는데..... 테니스부를 키워서 뭘 하려는 걸까?

_우주고의 힘을 키우려고?

_힘?

_요즘에 학생 수 줄어서 문 닫는 학교가 많으니까...

_우주고의 힘. 테니스부가 잘되면 우주고에 좋고 이사장에게 좋고...

_근데 우주고가 있든 없든 태고그룹에는 영향이 없을 것 같아. 재벌한테 사립고 하나가 뭔 소용이겠어?? 하지만.... 태고그룹에서 세력이 약한 고필 이사장에게는 좋을 수도 있겠네....


고등은 고필이 태고그룹 내부에서의 마찰에 대비해 방패 막으로 테니스부를 어떤 방법으로든 이용할 계획이라고 짐작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필이 거액을 테니스부에 투자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어떤 방법으로 이용하려는 거지......?

아, 그러고 보니 고필과 한배를 탄 것으로 보이는 배영춘 코치는 실력이 뛰어난 학생을 선수로 선발하는 게 아니라, 불우한 환경에 처해있어 갈 곳이 없는 학생들을 선수로 선발했다.

왜?

왜?

왜?

게다가 가스라이팅까지 한다.

절대 벗어나지 못하게...

그래!! 절대 벗어나지 못하게...

아, 그들이 스타가 된다, 하더라도 영춘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들려는 속셈이 있는 거야.

그런데 문제는 운동을 진짜 잘해도 스타가 될까 말까 하는데, 아무나 데려와서 스타로 만들 수 있나?

그리고 생활비 지원과 가스라이팅으로는 완벽하게 통제할 수도 없을 텐데....

고등은 문득 세마의 마약 사건이 떠오른다.

힘겹게 밥을 먹고 있는 세마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입을 여는 고등.


_있잖아. 너 학교에서 마약 유통시켜서 소년원 갔잖아. 지금도 마약 해?

_아니. 근데 내가 머리에 총 맞았냐? 한다고 하더라도 경찰한테 사실대로 말하게?!

_야!! 한다는 거야. 안 한다는 거야. 나도 내 비밀을 전부 말했으니까, 너도 까야지.

_헐. 지가 더 피할 데가 없었으면서....?! 나는 피할 수 있어.

_강세마. 빨리 말해?! 안 그러면 너 머리털 몰래 주워다가 검사한다!!

_하나도 안 무섭거든. 나는 마약 안 하니까!!

_끊었어?

_아니. 한 적 없어.

_뭔 개소리야. 소년원까지 다녀오셨으면서요.

_진짜야. 나 한 적 없어. 정구 죽고 경찰 몇 번 만났는데 내가 흥분을 많이 하는 게 이상해 보였는지 네가 말한 것처럼, 몰래 머리카락을 주워 갔나 봐. 경찰들은 다 그렇게 구려??

_구리다니!! 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하는 일이구만.

_생각하니까, 열받네. 남의 털을 몰래..... 아무튼 나는 한 적도 없는데 했다잖아.

_진짜 한 적이 없다고?

_응.

_말이 돼? 너 지금 과학 수사를 우롱하냐?! 결과가 나왔으니까 네가 소년원 간 거잖아.

_근데 나는 진짜 한 적 없어.


고등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세마를 쳐다본다.


_그럼 학교에서 마약을 유통했다는 게 무슨 말이야?

_모르겠어. 내 머리카락에서 마약이 검출되고 경찰들이 몰려와서 온 학교를 다 뒤졌거든. 근데 마약이 내 가방에 있었어.

_네가 모르는 마약이 네 가방에 있었다고?

_응. 내가 본 적도 없는 마약이 내 가방에 있었어.


세마는 마약을 한 적이 없다?

모르는 마약이 가방에 있었다?

세마의 말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등은 혼란스럽다.

며칠간 자신이 겪은 세마는 굳이 그런 거짓말을 할 아이 같지는 않다.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자기가 다치더라도 도와주려고 했고 테니스부의 다른 선수들처럼 특별히 영춘 코치의 환심을 사려고 감정을 숨기거나 과장하는 행동도 하지 않으려 했다.

물론 지난 사건을 숨겨야 할 피지 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려는 것은 아닐 것이리라.


_하아....


하지만 고등은 경찰 신분으로 소년원을 다녀온 아이의 말을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_그럼.... 내가 네 머리카락 몇 개 가져가도 돼?

_날 못 믿겠다? 혹은 또 집어넣겠다? 뭐야?


고등의 제안에 세마가 싸늘하게 말을 내뱉는다.

만약 세마의 말이 맞다면, 그간 억울했던 마음이 두려움으로 남아 저런 반응이 나오리라....

고등은 세마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한다.


_솔직히 경찰로써 너를 믿는다고 말할 수는 없어. 경찰은 그래야 해. 하지만 박고등은 널 믿어.....그러니까.... 박고등은 아니고, 경찰로써 검사해 보겠다는 거야.

_뭔, 개소리야. 사람이 하나지. 둘이야?

_세마야. 네가 겪은 일이 사실이라면 큰일이야. 또 네가 언제 무슨 일에 엮일지 알 수 없다는 거야.

_그러니까, 또 뭐가 나오면 집어넣겠다는 거잖아.

_뭐가 나올 수도 있지. 전에도 나왔으니까. 그런데 나는 널 집어넣고 싶은 게 아니라 널 그렇게 만드는 사람이 누군지 찾으려는 거야. 네 말이 사실이라면.

_내 말은 사실이라고!!!! 씨발. 경찰 새끼들은 사람 말을 안 들어?!!!


세마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고등은 흠칫하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세마의 눈을 바라본다.


_엄마도 아빠도 감방에 있으니까, 그 사이에서 태어난 나 같은 새끼는 당연히 그런 놈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때 경찰도 그랬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어. 피를 속일 순 없다고 했어!!! 나는 너희들한테 그냥 태생이 그런 놈이라고!!!

_세마야. 나는 그런 말이 아니라.

_맞아. 피가 근질근질해. 나쁜 피가 언제든지 사고 치고 싶어서 가만히 안 놔둔다고!!! 씨발!!


세마는 먹고 있던 식판을 거칠게 던져버린다.

식판이 창으로 날아가 유리가 박살 난다.

와장창, 소리에 놀란 옆 병실 환자들의 비명이 들려온다.

간호사가 병실로 달려와 박살 난 유리를 보고 무슨 일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눈으로 고등과 세마를 쳐다본다.


_무슨 일이에요?

_죄송합니다.


고등이 고개를 숙인다.


_던졌어요?

_...... 네.

_병실에서 뭔 짓이야....?


간호사는 고등을 짜증 난다는 듯 노려보다가 밖으로 나간다.


_미안. 나는 그런 의미로 한 말은 아닌데... 몇 년 전에 나는 경찰이 됐는데 동네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안 믿었어. 내가 사고뭉치라고 생각해서 헛소문인 줄 알더라. 사람들은 내가 아직도 사고치고 집에 안 들어가는 줄 알아. 웃기지. 어릴 적부터 엄마 말 안 듣고 사고치고 다닌 건 인정하는데.... 게다가 고등학교 졸업도 못 했잖아?! 고등학교 관둔 건 꼭 사고 쳐서 그런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사람들은 내가 사고 쳐서 학교에서 잘린 줄 알거든. 내가 경찰이라고 뻐기고 싶은 건 아닌데. 좀 억울하긴 하더라.


고등이 변명인 듯 하소연인 듯 말을 마치자 병실에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세마는 흥분을 좀 가라앉힌 모습이다.


_나 학교 왜 관둔 줄 알아?

_왜.....?

_이석이한테 차여서.

_뭐? 고백했다가 맞았다고 학교를 관뒀다고?

_응.


세마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고등을 보다가 웃기 시작한다.


_하하하.


웃다 보면 온몸이 쑤시는지 인상을 쓰며 아프다고 운다.


_이이이이잉.

_웃는 거야 우는 거야?

_둘 다. 웃긴데 너무 아파.


병실 밖이 시끌벅적하더니 이석이 강력반장을 끌고 병실 안으로 들어온다.

팔목이 잡혔던 강력반장은 고등과 세마를 발견하고 당황한 얼굴로 이석의 손을 뿌리친다.


_이거 놓고 얘기해요. 이 여자 왜 이렇게 힘이 센거야. 근데... 왜.... 박고등.... 그러니까.... 강세마.... 둘이 같이 있는데 내가 왜 여기 있지?


강력반장은 마스크맨 관련 수사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느닷없이 등장한 이석의 손에 이끌려 병원까지 온 터였다.

끌려오는 동안 이석으로부터 박고등이 다쳤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복잡하게 얽힌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

강력반장은 고등이 경찰이라는 사실을 세마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이 왜 여기까지 와야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이리저리 눈빛이 흔들린다.


_반장님.


고등이 해맑게 웃으며 인사하자 반장은 더욱 혼란스럽다.


_어? 반장님?? 내가? 아!! 박고등. 우주고 매점 털고 한번 끌려왔었지. 우리 구면이야~ 그치?? 하하하.

_반장님. 세마가 다 알아요.

_응? 뭘 다 알아?


반장이 눈을 흘기며 세마의 눈치를 살핀다.


_저 경찰이고 세마 감시하려고 우주고에 잠입한 거요.


강력반장은 당황해 잠시 숨쉬기도 멈추고 눈알만 도르르 굴린다.

병실이 고요해진다.

고등이 반장에게 코를 찡긋하며 애교 섞인 미소를 날린다.


_반장님. 이실직고했다고요.


강력반장의 얼굴이 조금씩 꾸깃꾸깃 구겨진다.


_그래? 다 알아? 네가 전부 소상히 말했어?

_네. 하하하.

_우주고에서 박고등 할 일 끝났네? 근데 왜 여기 있어? 아~ 세마가 비밀을 알고 화나서 둘이 칼 들고 싸웠구나. 그래? 고딩이랑 칼빵하고 싸웠어? 그랬어? 박고등?!!!

_그건 아니고요... 반장님....

_계속 떠들어봐.


화가 난 강력반장은 링거를 걸어두는 거치대를 들고 고등에게 돌격할 자세를 취한다.

마침 박살 난 유리창을 정리하러 들어온 간호사가 강력반장을 보고 버럭 소리 지른다.


_야!!! 다 나가!!! 너희들 뭐야!!! 씨발. 양아치야? 병원을 다 때려 부수려고 하고 있어. 새끼들이!!!! 다 꺼지라고!!!


놀란 반장이 거치대를 내려놓고 화난 간호사를 본다.


_경찰 부를 거니까. 너희들 그대로 다 있어. 너희 양아치지?! 너희 같은 개새끼들은 치료해줄 이유가 없어!!! 나가서 다 뒈져야 해!!!


경찰에 신고한다는 소리에 당황한 강력반장이 간호사에게 90도로 허리를 꺾는다.


_죄송합니다. 닥치고 조용히 있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절대 큰소리 내지 않겠습니다. 아량을 베풀어주세요.


강력반장이 이석과 고등, 세마의 등을 쳐서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간호사는 고개를 숙인 그들을 훑어보다가 빗자루를 강력반장에게 던진다.


_한 번만 더 그래 봐. 아주 그냥. 너희가 치워. 새끼들아.

_네.


간호사가 문을 쾅 닫고 밖으로 나가자 강력반장은 묵음으로 욕을 하며 빗자루를 바닥에 던져버린다.

고등은 움찔하더니 침대에서 내려와 빗자루를 집어 들어 깨진 유리를 쓸어내기 시작한다.


_됐고. 박고등!! 나 왜 불렀어? 바쁘니까, 빨리 말해. 설마 세마한테 들킨 거 때문에 나 불렀냐? 너 그런 거면 그냥 아주 내가 아작을 내...

_하아, 듣자 듣자 하니까, 누가 들으면 우리 고등이가 매일 사고만 친다고 생각하겠어요?!


이석이 발끈하며 말한다.

고등은 그거 아니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보지만, 이석은 고등을 보지 않는다.


_아, 그러고 보니까, 여기까지 저를 강제로 끌고 오신 분은 누구십니까?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바쁜 사람을 질질 끌고 옵니까? 그리고 잘 모르시나 본데 박고등은 매일 매일 사고를 칩니다!!!

_저는 우주고 기간제 체육 교사 이석입니다. 오늘도 고등이는 사람 구하려고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들었다가 저렇게 된 거예요. 사고라뇨?? 경찰로써 사명감을 가지고 목숨 걸었던 애한테??

_아, 우주고 선생님?! 제자 사랑이 남다르신가 본데 아직 박고등의 진가를 모르시나 봐요~

_박고등의 진가는 제가 댁보다 많이 알걸요??

_댁??

_뭐? 댁이 아니면 짭새라고 할까?


이석의 말에 고등이 놀라며 입을 쩍 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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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악동 24.06.25 8 0 14쪽
49 테니스 스타 24.06.25 8 0 12쪽
48 랠리 24.06.21 8 0 13쪽
47 매치 24.06.20 7 0 11쪽
46 출전 24.06.20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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