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맨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공모전참가작 새글

게너드
작품등록일 :
2024.05.09 09:3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연재수 :
90 회
조회수 :
714
추천수 :
0
글자수 :
480,732

작성
24.06.25 14:37
조회
7
추천
0
글자
12쪽

테니스 스타

DUMMY

_이 사람이 분명해요.


고등이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난다.


_지금 장난치시는 거 아니죠?

_장난이라뇨?

_하아.... 근데 왜 속삭여요?

_누가 들으면 어떡해요? 비밀 수사가 원칙이잖아요.

_아... 여기 우리말 알아들을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_아....그렇죠. 그럼 이제 이 사람 어떻게 돼요?

_확실한 증거나 정황을 찾으면 재판에 넘겨지겠죠.

_근데 형사님.... 왜 울어요?


고등은 채무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다 깜짝 놀라 손등으로 얼굴을 닦는다.


_네?? 아닙니다. 뭐 다른 건 기억나시는 거 없나요?

_한 번 온 게 아니에요.

_네?

_그 전날 와서 커피하고 도시락 사더니 창가에 앉아서 빌라 쪽을 보고 있었어요. 그날도 모자로 얼굴 가리려는 게 너무 티 나서 제가 유심히 봤었거든요.

_몇 시쯤이요?

_해졌으니까, 저녁에?

_그냥 밥만 먹고 갔어요?

_네. 아, 전화 통화를 했던 것 같은데.... 너무 소곤소곤 말해서 내용은 잘 모르겠어요.

_통화 내용 중에 짧은 단어라도 생각나는 건 없으시고요?

_없어요.

_눈썰미가 좋으시네요.

_탐정에 소질이 있죠??

_네?? 갑자기 탐정이요?

_이 노란 머리도 은폐술이거든요. 사고치는 사람들을 관찰하려면 제가 튀면 안 되잖아요.

_아... 은폐술에도 능하시네요. 처음엔 한국 사람인 줄 몰랐어요.

_와우. 먹혔다. 저는 제 꿈을 계속 키워야 할 것 같아요. 제 증언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느낌상 그 남자 범인일 것 같아요.

_네.....


유학생과 헤어진 고등은 카페 앞의 광장 분수 앞에 앉아 반장에게 전화를 건다.


_반장님.

_야, 너 지금 프랑스냐?

_어떻게 아셨어요?

_어떻게 알긴. 너 테니스 경기에서 이겼다고 뉴스에 도배가 됐어.

_네??

_너 근데, 갑자기 왜 그렇게 테니스를 잘해? 말이 돼?

_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게... 머리가 팽팽 돌아가고 힘도 갑자기 너무 좋아지고... 그래서 저도 좀 이상해요.

_머리가 잘 돌아간다고? 박고등이?

_네.

_진짜 이상하네......? 왜 전화했어?

_하아.... 반장님.... 안인호 빌라 앞 편의점에서 알바하던 학생이 프랑스 유학와서 오늘 만났거든요..... 근데.... 화재 난 날이랑 전날, 채무가 그 편의점에 갔었대요. 그리고 화재 날은 토치를 사갔대요.

_뭐?? 채무가?? 채무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_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네....

_하아....아니, 하아.... 현장 바로 앞에서 토치를 사? 바보도 아니고.

_감식 결과 기름을 뿌렸다고 했잖아요. 기름은 여기서 안산 걸로 봐서 미리 준비한 것 같은데... 준비한 토치나 라이터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급하게 샀겠죠....

_으휴.... 여기 콘서트장 드론 테러 때문에, 정신 하나도 없는데... 채무.... 일단 나도 여기서 알아볼게.

_네. 연락주세요.


**


고등과 전화 통화를 끝낸 반장은 자리에 앉아 서류를 작성하는 채무의 뒷모습을 흘깃 보고는 보고서를 들고 서장실로 향한다.

서장은 짧은 다리로 테니스 스텝을 밟으며 라켓을 휘두르고 있다.

고등이 뜬금없이 테니스를 치는 것도 이상한데 서장까지 테니스라니....


_서장님. 테니스 연습은 잘되세요?

_개인 레슨을 받아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아... 잘 안되네.

_요즘은 골프 치러 통 안 가시는 것 같아요?

_안 가. 고헌 회장이 테니스 치잖아.

_고헌 회장님도 테니스 하세요? 요즘 테니스가 유행이에요?

_유행은 무슨. 한국은 지독하게 테니스 못하는데 유행할 게 뭐가 있겠어?? 서양 애들이나 좋아하지. 우리 몸이랑 테니스가 잘 맞지도 않아. 기럭지가 길쭉길쭉하고 힘이 좋아야 잘하거든. 나는 그걸 극복하는 거지. 회장님이랑 게임하면 완전 좋아하셔. 적수가 없었는데, 드디어 나타났다고.


반장은 반바지도 긴바지처럼 입는 한구역의 짧고 굵은 다리가 쿵쿵거리며 스텝을 밟는 모습을 보고 픕, 터지려는 웃음을 참는다.


_아, 그러시구나. 박고등이 지금 테니스 잘해서 난리잖아요.

_박고등? 강력반 바보?

_관뒀잖아요.

_어. 그래. 걔가 테니스 해?

_네. 검색해 보세요.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선수래요.

_하아. 그게 말이 돼?


한구역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박고등을 검색한다.

IFT 경기 영상을 보더니 한구역의 입이 떡 벌어진다.


_이게, 그, 우리가 아는 사고뭉치 바보라고?

_네.

_이야. 경찰 관둔 이유가 있네. 근데, 우주고? 얘가 왜 우주고야?

_아...


반장은 당황해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 겨우 말한다.


_고등학교 졸업을 못 했었나 봐요. 원래 우주고 다니다 자퇴했었는데, 졸업하려고 재입학했다고 합니다.

_그래? 참. 나이 먹고 고등학교 다시 가는 건 박고등답다. 바보다운 선택이야. 하하하.


한구역은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흐르는 땀을 슥슥 닦고 소파에 털썩 앉는다.

반장이 한구역과 마주 보는 자리에 앉으며 보고서를 테이블에 올려둔다.

한구역은 보고서를 흘깃 보고 짧은 다리를 테이블 위로 쭉 뻗고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린다.


_말로 해. 노안 때문에, 작은 글씨 보고 있으면 눈알이 빠지려고 해.

_콘서트장 테러 뒤에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지하 조직이 연루된 정황이 있다는 보고서입니다.

_캬아. 그래. 그렇지. 국정원에서도 그게 맞다고 하지?

_몇 해 전부터 소문은 무성했지만, 실체를 드러낸 적은 없는 조직이라고 합니다. 콘서트장 테러 직전에 중국에서 한국으로 밀입국한 북한 사람들이 있는데 조직원들로 추정 중입니다.

_잡아야지.

_국정원을 통한 정보로는 다시 나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_한국에 박아놓은 놈이 있으니까, 가능했지. 아니면 불가능할 것 같은데?

_드론 조작할 때 사용했던 차량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는데, 멕시코로 들어간 배에 실려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국정원에서 멕시코에 갔습니다.

_우리는?

_네?

_우리도 가야지. 우리 사건인데. 북한 테러 조직을 박살 낼 수 있는 기회야. 모르겠어? 대가리가 안 돌아가? 이것 때문에 우리 서가 얼마나 깨졌냐. 불과 얼마 전에 마스크맨 붙잡았다고 그렇게 칭찬하던 것들이, 싹 다 등 돌리고 우리한테 칼 꽂았어. 우리가 해결해야 우리의 불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 이거지.

_저희가 아시다시피 다른 사건도 너무 많아서...

_너, 나증에 내 자리에 올라올 거지?

_네?

_올라와야지. 거기 계속 있을 거야? 너, 위로 올라가려면 필요 없는 건 다 버리고 중요한 한 가지에 몰빵하는 법을 배워. 니 이름을 크게 크게 쓰라고.

_네.,...

_아무튼 중국 가서 수사하는 건 국정원하고 조율해봐, 이제 콘서트 테러를 마스크맨이 했다는 소리는 안 나오지?

_북한 얘기 나오고는 잠잠해졌습니다.

_아무튼 마스크맨 얘기는 더 안 나오게 만들어. 지긋지긋하다.

_네.


어딘가에서 전화벨이 울린다.

한구역은 자리에서 일어나 양복 주머니를 뒤적인다.

평소 사용하는 전화가 손에 잡히지만, 그 전화가 아니다.


_전화가 한 대가 아니구나....


한구역은 가방을 뒤적이다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반장의 눈치를 살핀다.


_보고 끝났으면 나가.

_네.


한구역은 반장이 밖으로 나갈 때까지 가방 속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_전화 받으시지... 하하하.


반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서장실을 나간다.


자리로 돌아온 반장은 채무가 자리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복도로 나와 이리저리 채무를 찾아다닌다.


_어딜 간 거야?


복도 끝의 창으로 내다보이는 흡연구역에도 휴게소에도 숙직실에도 채무가 없다.

왠지 불안해지는 반장.


_옛날처럼 분리수거장에서 담배를 피우나??


반장은 계단을 다급하게 뛰어 내려가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달려간다.

CCTV 사각지대가 있는 유일한 곳이다.

신입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쉬기도 한다.


반장은 건물 모서리를 급하게 돌다가 쾅, 하고 누군가와 부딪힌다.


_아.

_컥.


채무다.

채무는 들고 있던 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린다.

반장이 고개를 숙여 전화를 재빨리 주워든다.

채무가 당황한다.


_반장님....


구식의 밀어 올리는 작은 슬라이드 폰이다.


_평소에 쓰는 폰이 아니네?

_아... 사건 관련 전화가 너무 많이 오니까, 사생활이 없어서요. 개인 전화는 따로 쓰고 있어요.

_옛날 폰을? 지인들이랑 카톡도 안 하고 전화만 주고받아?

_네.... 뭐... 세상이 복잡하니까 단순하게 살면 좋잖아요.

_좋지.

_쓰레기장엔 웬일로?

_어. 쓰레기를 어제 비웠는데 서류도 같이 버린 것 같아서....

_찾았고?

_네.... 저는 일이 밀려서 올라갈게요.

_어. 그래. 가.

_전화 좀....


반장이 어색하게 전화를 건넨다.

전화를 잽싸게 낚아챈 채무는 다급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반장은 사라지는 채무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_서장과 채무가 동 시간대에 다른 전화를 사용했다.... 둘이 내통하는 전화인가....?


**


그날 밤, 마스크맨 사건 이후 여전히 그대로 방치되어있는 놀이공원 근처에 택시 두 대가 연이어 도착한다.

채무와 한구역이다.

어둠 속 채무와 한구역은 주위를 살피더니 나무 뒤로 몸을 숨긴다.


_반장이 안인호 얘긴 더 안 해?

_네.

_중국으로 반장을 보낼까 봐. 아주 정신없게 만들어야지. 오늘 운은 띄워놨어. 근데 박고등이 왜 우주고에 들어가 있어?


채무가 흠칫하며 손에 쥐고 있던 휴대 전화를 떨어뜨린다.


_왜 대답을 안 해?


채무는 한구역의 지시에 따라 태고그룹과 관련된 일을 하나씩 처리해주기 시작하면서 우주고와 태고그룹이 엮여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등이 강세마 뒷조사를 위해 우주고에 잠입한다고 했을 때, 서장에게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피도 눈물도 없이 사람을 처리하라고 지시하는 한구역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앞서 사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

박 형사님도 그렇게 조용히 목숨을 잃지 않았나.....


고등이 우주고에 잠입한다는 사실을 알렸다간 전후 사정도 모르고 우주고에 들어간 고등이 잘못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채무는 우주고 시절, 유혁의 편에 서면서 고등과는 악연을 이어갔지만 이후 경찰이 되어 고등과 재회하면서 여러 가지 마음을 그에게 품게 되었다.

특히 고등이 나눠주는 따뜻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경계하고 날 세우던 마음이 허물어져 어느새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있었다.

채무는 한구역으로부터 혹은 태고그룹으로부터 거액을 받으며 제 살길을 찾아가고 있지만 고등을 다시 등지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_그 새끼, 경찰 관두고 연락도 안 하고 있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채무는 고등이 우주고에 잠입한 사실을 한구역이 알고 하는 말인지 모르고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어 두루뭉술 말하고 침을 꿀꺽 삼킨다.


_경찰 관두고 고등학교를 다시 들어가는 미친놈이 있다니. 걔는 말도 안 되는 또라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다.

채무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_오늘은 무슨 일로....

_태고건설에서 재개발하는 지역에서 안인호 패거리가 건물 지하 하나 차지하고 안 빠지고 있어.

_건물 지하요?

_어. 걔들 모여서 작당 모의하는 데 있어.

_사법절차를 밟을까요?

_야. 그건 태고건설에서 알아서 하지. 너는 지금 경찰 아니야?!

_네?.... 네....

_히히히. 불법은 혼자 다 하고 있는데 무슨 경찰이야. 네가!!


한구역의 종잡을 수 없는 말에 채무가 당황한다.


_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스크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0 가능 24.07.10 10 0 11쪽
59 성장 24.07.08 8 0 13쪽
58 휠체어 24.07.07 10 0 11쪽
57 별채탈? 24.07.04 11 0 11쪽
56 와일드카드 24.07.02 9 0 11쪽
55 깁스 24.07.01 8 0 11쪽
54 A cup of coffee, please 24.06.30 10 0 12쪽
53 마카롱 24.06.28 8 0 13쪽
52 날아오르다 24.06.27 10 0 11쪽
51 서브 24.06.26 8 0 12쪽
50 악동 24.06.25 8 0 14쪽
» 테니스 스타 24.06.25 8 0 12쪽
48 랠리 24.06.21 8 0 13쪽
47 매치 24.06.20 7 0 11쪽
46 출전 24.06.20 6 0 11쪽
45 꼴등 24.06.19 7 0 11쪽
44 후계 24.06.19 6 0 12쪽
43 스포츠맨? 24.06.18 6 0 12쪽
42 인기인 24.06.18 6 0 11쪽
41 내부의 적 24.06.16 8 0 12쪽
40 마스크맨 잡혔는데요?! 24.06.16 6 0 11쪽
39 코치 24.06.14 7 0 12쪽
38 채무 24.06.14 7 0 12쪽
37 빠루 24.06.13 6 0 13쪽
36 함정 24.06.13 5 0 12쪽
35 첫 시합 24.06.12 8 0 13쪽
34 테니스 24.06.12 5 0 14쪽
33 진가 24.06.11 5 0 14쪽
32 칼빵 24.06.11 3 0 14쪽
31 행방 24.06.08 7 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