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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너드
작품등록일 :
2024.05.09 09:3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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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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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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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스

DUMMY

커피를 받아든 부가티 남자가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고등과 세마를 지나쳐 부가티로 돌아간다.

남자는 고등과 세마가 눈에 띄었는지 횡단보도 앞에서 고개를 돌리더니 두 사람을 잠시 바라본다.

흠칫 놀란 고등과 세마는 남자를 등지고 앉아 카페 유리에 비친 부가티 남자를 바라본다.


_우리 어떡해? 형? 저 새끼 우리 알아본 건 아니겠지?


고등이 고갯짓으로 유리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을 가리킨다.


_알아보긴 힘들지 않을까? 근데 그냥 놔둬? 잡을까? 저 새끼?

_우리 지금 전신 깁스했어. 우리가 잡히겠다.

_아, 놔. 눈앞에 두고 못 잡다니. 안인호 씨 행방을 알 수 있을텐데....

_애들한테 잡아달라고 할까?

_우리 애들? 그랬다가 영춘 코치가 내 정체를 알면?

_형 정체가 뭔데? 경찰 아니잖아.

_아, 그렇지.

_잡자. 고필 이사장을 노리는 놈이라고 하면 유혁이 형도 적극적일걸?

_애들 위험하지 않을까?

_셋이서 한 놈은 잡지 않을까? 우리도 보고 있으니까... 안 되면... 깁스 벗고.

_저놈만 있는 건 아니야. 곳곳에 한패들이 있는 게 분명해. 코치가 걱정할 정도라면 조직이 클 수도 있어.

_그럼 펜트하우스에 있는 사람들한테 알리자.

_그래.


고등과 세마는 펜트하우스로 다시 올라가서 문 앞의 비서에게 밖에 있는 성형한 한국인이 수상하다는 정보를 흘린다.


_밖에 성형한 한국인이 있다고요?

_네. 제가 경찰 생활할 때 사건 용의자였던 놈인데, 여기서 딱 만난 거예요. 목소리하고 발걸음을 제가 기억하고 있었어요. 낯이 익어서 주시했는데, 외국인인 줄 알았더니 딱 한국 사람. 게다가 거의 1시간째 호텔 앞에 있어요.


고등은 자신의 속내를 숨기기 위해 서사를 좀 수정하긴 했지만, 부가티 남자가 위험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전달할 수 있었다.

영춘 코치가 어떤 정보를 쥐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내용을 공유하고 있던 비서 역시 고필이 누군가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는 위험한 상태라 여겼고 따라서 고등이 울린 경보음에 재빨리 움직이려 했다.


고등과 세마는 숙소로 내려와 고필 이사장을 노리는 놈이 밖에 있어서 한바탕 난리가 날 것 같다고 전한다.

유혁은 내심 고필 이사장을 위해 자신이 활약하면 영춘 코치 옆에 더 오래 붙어있을 명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고 한빈과 홍석은 자신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자들에 대한 약간의 충성심과 호기심으로 내려가겠다고 한다.


고등과 세마가 1층으로 내려왔을 때는 이미 펜트하우스에 있던 경호팀의 일부가 내려와 부가티 남자에게 접근할 방법을 논의하고 있었다.

고등이 펜트하우스 출입문을 열어줬던 비서에게 다가간다.


_저희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내려왔습니다.


비서는 고등의 깁스한 몸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_도움이 안 될 것 같습니다.

_하하하. 멀쩡한 애들도 내려왔습니다.

_그렇군요. 이쪽으로 오시죠.


경호팀과 테니스 선수들이 둥글게 모이면 비서가 입을 연다.


_놈들이 여기저기 숨어있을 겁니다. 경호팀에서 부가티 남자에게 접근하면 공격이 시작될지 모릅니다. 이어폰을 나눠 드릴 테니 차고 있다가 지시대로 공격하는 놈들을 하나씩 맡아서 제압해 주시면 됩니다.


비서는 인원수만큼 준비한 테이저건과 이어폰을 하나씩 배포한다.

고등과 세마도 테이저건을 들고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_상황 파악을 어디서 하는 겁니까?

_3층에서요.

_어디서 대기하면 됩니까?

_출입구에서 대기해 주세요.


경호팀과 선수들은 일사불란하게 출입구에 정렬한다.

그 사이 비서는 회전문을 밀고 밖으로 나가 부가티 남자에게 다가간다.

로비에 있던 두 명의 서양 남자가 긴장한 얼굴로 호텔 바깥을 내다본다.

고등은 세마의 허리를 쿡 찌르며 남자들을 가리킨다.

세마가 고등에게 고개를 끄덕한다.

두 사람은 깁스한 다리로 종종걸음을 걸으며 각각 떨어져 있는 서양 남자에게 다가간다.

남자들은 다가오는 고등과 세마를 보며 경계하더니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는다.


_주머니에 뭐가 들었니?!


고등은 서양 남자의 손이 들어간 주머니를 주시하며 로비에 있는 호텔 경호원을 툭 치고 세마를 가리킨다.


_Qu'est-ce qui se passe? (무슨 일이죠?)

_베드. 베드. 나쁜 놈.


고등이 칼로 사람 목을 긋는 시늉을 하자 경비원은 뭔 소린가 싶어 눈살을 찌푸린다.

그사이 세마는 뒤뚱거리며 수상한 서양 남자에게 달려든다.

남자는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세마에게 휘두른다.

세마는 목으로 날아오는 칼을 겨우 피하고 복부로 돌진하는 칼날을 피해 뒤로 폴짝 뛴다.

호텔 경비원이 고등의 말을 그제야 알아듣고 세마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칼을 휘두르는 서양 남자에게 가스총을 쏘고 손목을 쳐서 칼을 떨어뜨린다.

로비의 호텔 숙박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뿔뿔이 흩어진다.


한편 고등이 상대하는 서양 남자는 휘두르던 칼이 고등의 팔 깁스에 박히자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_fuck you.


칼을 빼려고 잡아당기지만 꿈쩍도 하지 않자 고등에게 주먹을 휘두르다 깁스에 맞은 주먹이 퉁하고 튕겨 나간다.


_fuck you.


손이 박살 나는 고통에 눈을 질끈 감은 서양 남자에게 호텔 경비원이 가스총을 쏜다.


_피쓩.


서양 남자가 자리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른다.


부가티 남자는 고필의 비서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이 호텔 로비가 소란스러워지자 일단 비서를 경계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난다.


_What's up? (무슨 일입니까?)

_안녕하세요. 저희 이사장님을 찾아오신 것 같아서요.

_I don't know Korean. (나는 한국어 몰라요.)

_한국어를 잘 알아들으시네.


비서가 부가티 남자에게 주먹을 날리는 동시에 남자는 칼을 휘둘러 비서의 얼굴을 가로로 긁어버린다.

그와 동시에 무전을 통해 유혁은 호텔 뒤의 흑인을, 한빈은 부가티 뒤의 백인을, 홍석은 부가티 앞의 동양인을 공격하려는 지령이 떨어진다.

테니스 선수들과 고필의 경호팀이 동시에 호텔 입구로 쏟아져 나와 각자 맡은 위치의 적을 향해 달려간다.


유혁은 호텔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있던 흑인이 갑자기 등장해 쇠 파이프를 휘두르자 놀란 마음에 다시 방향을 바꿔 로비를 향해 달리다가 테이저건을 기억해내고 뒤돌아서서 흑인을 향해 테이저건을 쏜다.


_Oh my God.


테이저건을 맞은 흑인은 몸이 뻣뻣해졌지만, 끝까지 쇠 파이프를 휘둘렀다.

끝내 유혁의 손에 들린 테이저건을 쇠 파이프로 쳐서 박살 냈지만, 그대로 몸이 경직되어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한빈은 부가티 뒤편에 서서 담배를 피우던 백인에게 달려가 미리 준비한 테니스 라켓으로 그의 머리를 내려친다.

망이 뚫리고 백인 남자의 머리가 라켓에 끼자 한빈은 라켓 손잡이를 이리저리 돌려 그를 벽에 쿵쿵 부딪히게 만든다.


_fuck you. What are you doing? You're going to hurt your neck. (뭐 하는 거야? 목에 상처 난다고!!)


화가 난 백인 남자는 바지에 숨겨두었던 해머를 꺼내 한빈에게 휘두른다.

한빈은 라켓의 손잡이를 놓지 않은 채 이리저리 해머를 피한다.


_Let go of the racket!! (라켓을 놓으라고!!)


한빈이 해머를 피해 자리에 앉았다가 일어서는데 동시에 해머가 그의 머리를 향해 곤두박질친다.


_퍼어어억.


마치 두더지 게임의 두더지처럼 정신없이 해머를 피하던 한빈이 해머를 향해 머리를 내민 꼴이다.

한빈이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비틀거린다.


로비에서 서양 남자들을 소탕하고 밖으로 나온 고등이 한빈에게 뒤뚱뒤뚱 달려가 비틀거리는 그를 감싸 안는다.

백인 남자의 해머가 고등의 등을 강하게 치며 깁스가 박살 난다.


_퍼어어억.

_허어어억.


그 틈을 타 백인 남자의 목에 걸린 라켓을 한빈이 잡아당긴다.

백인 남자 바닥에 쓰러지자 한빈이 테이저건을 쏜다.


_지지지징.


백인 남자가 나무토막처럼 쓰러지더니 그 옆에 있던 고등도 덩달아 쓰러진다.

한빈이 쓰러지는 고등을 보며 흠칫한다.

남자의 해머가 고등의 등에 닿아 있었던 것이다.


_와우. 형. 미안.


한편 고필의 비서는 부가티 남자의 칼부림으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팽팽한 싸움을 이어 나가고 있다.

부가티 남자의 칼을 요리조리 피하며 그의 목과 가슴의 급소를 정확하게 찔러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든다.


_으으으윽.


그 사이를 파고든 세마는 깁스한 몸으로 밀어붙여 부가티 남자의 칼을 떨어뜨리게 만들고 테이저건을 겨눈다.

부가티 남자는 세마에게 총을 쏘지 말라는 듯 오른팔을 들어 테이저건 앞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재빨리 다른 손으로 주머니의 칼을 천천히 꺼내 세마의 옆구리를 찌른다.


_퍼어어억.

_카아아악.


그 사이 고필의 비서가 부가티 남자에게 테이저건을 쏜다.

세마가 자리에 쓰러진다.


고등은 숙소 소파에서 정신을 차린다.

테이저건을 맞고 쓰러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몸을 일으키는데 부서진 깁스가 조각난 시멘트처럼 몸에서 후두둑 떨어진다.


_아아아악.


세탁기 안에서 탈수 모드로 이리저리 비틀리다 나온 것처럼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_얘들아. 다들 괜찮아?


식탁 앞에 앉아있는 한빈은 얼굴에 붕대를 감았고 홍석은 얼굴에 온통 피멍이 들었다.

유혁은 얼굴에 세로로 쇠 파이프 자국이 벌겋게 남았다.

고등은 절뚝절뚝 식탁에 다가오며 흠칫한다.


_다들 안 괜찮구나. 세마는?

_터진 데 또 터져서 다시 기워서 데려온다고 했어.

_헐. 부가티 일당은?

_이사장님 경호팀에서 싹 쓸어서 갔어.

_부가티 그놈도 잡혔어?

_그런 것 같아.


고등이 펜트하우스로 가려고 발길을 옮기는데 조각난 깁스가 후두둑 바닥에 쏟아져 내린다.


_그러고 올라가면 청소하시는 분이 형 죽이려고 할 것 같아.


고등이 홍석을 흘깃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가슴 부위에 남아있는 깁스를 툭 치자 조각난 깁스가 투둑투둑 떨어지더니 바닥에 수북하게 쌓인다.

고등이 밖으로 나가자 한빈이 홍석을 노려본다.


_여긴 누가 치우는데?

_그러게.


승강기 문이 열린다.

승강기 안에 세마와 고필의 비서가 나란히 서 있다.

고등이 세마를 반기며 승강기에 올라탄다.


_잘 기웠어?

_응. 하도 기워서 너덜너덜하대.

_하아.... 앞으로는 안 터지게 조심하자.

_응.

_부가티 놈은 어딨어요?


고등이 비서에게 묻는다.


_전부 묶어서 가뒀습니다.

_뭐래요? 저희 예상이 맞나요?

_입을 열진 않지만, 이사장님을 노린 건 맞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_저희가 좀 만나봐도 될까요?

_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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