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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너드
작품등록일 :
2024.05.09 09:3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연재수 :
9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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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80,732

작성
24.06.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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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꼴등

DUMMY

고등과 세마는 발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다가가 의자를 세게 밀어 훔쳐보던 사람을 바닥에 쓰러뜨린다.


_어어어어억.


바닥에 넘어진 훔쳐보던 사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망가려 하자 고등이 다리를 쭉 뻗어 그를 다시 넘어뜨린다.


_허어어억.

_어디 도망가려고.


고등이 훔쳐보던 사람의 오른팔을 붙잡으면 세마가 달려들어 그의 왼팔을 붙잡고 무릎으로 등을 내리누른다.


_아아아아아.


그는 상체를 못 쓰게 되자 허리를 거의 180도 꺾으며 상, 하체를 반대 방향으로 분리한다.


_뭐야. 사람 몸이 이렇게 꺾인다고?? 진기명기야 뭐야?!


고등이 당황하는 사이 훔쳐보던 사람은 꺾인 허리를 들어 올려 세마와 고등의 엉덩이를 발로 있는 힘껏 뻥뻥 찬다.

고등과 세마는 항문을 정확하게 가격당하고 대장까지 전해지는 고통과 전율을 처절하게 느낀다.


_아아아아아악.


두 손으로 항문을 틀어막고 바닥을 구르는 고등과 세마.

훔쳐보던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_뭐야?? 박고등? 강세마?

_아야. 아야. 아파.


고등과 세마가 데굴데굴 구르다가 고개를 들고 어둠 속의 이석을 쳐다본다.


**


_엉엉엉어어어엉.


고등은 체육관 벤치에 머리는 처박고 궁둥이는 쳐든 채 엉엉 울고 있다.

세마는 여전히 욱신거리는 항문을 테니스공으로 살살 누르고 있고 이석은 구급상자를 들고 고등 옆에 서서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_타박상이려나? 맨소레담 같은 걸 발라줄까? 아니면 파스?

_하아.... 선생님, 거기 파스 발랐다간 죽을 것 같은데요....?


세마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_그런가? 그럼 빨간약?


이석은 미안한 마음에 뭐든 해주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_검색해 보니까, 다들 치질 얘기만 하고 거기를 맞았을 땐 어떻게 하는지 얘길 안 하네.....

_거기가 다칠 일은 잘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_미안해.


이석은 울고 있는 고등의 등을 조심스레 토닥이며 말한다.


_근데 세마보다 고등이가 더 아픈가 봐.

_형은 이미 개한테 거기를 물렸거든요. 여기 오기 전에.


이석이 놀라며 입을 손으로 틀어막는다.


_거길....? 개가...?

_거기 얘긴 그만해. 그만하라고. 수치스럽다고!!!


고등은 훌쩍이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무릎을 살짝 굽히고 궁둥이를 쭉 빼고 선다.


_괜찮아? 고등아?


이석이 고등에게 다가가려 하자 고등이 강하게 두 손을 내젓는다.


_아니야. 거기 있어. 이석아. 우린 좀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나 하나도 괜찮지 않거든?!

_그래? 미안....


이석이 주춤하며 제자리에 선다.


_그래도 내가 상처 좀 봐줄까?

_아니. 아니. 아니. 제발 거기 있어. 오지 마.


이석의 제안에 고등이 펄쩍 뛰며 손사래 친다.


_그나저나 너 거기서 뭐 했어? 이석아?

_뭐하긴, 실내체육관 쓰려고 학교를 다 뒤져도 열쇠가 없어서 가봤더니 3중 잠금에 CCTV까지 달렸더라고. 학생들 쓰라고 만든 공간인데 정작 학생들은 쓰지도 못하니까, 화가 나서.... 왜 못쓰는지 이유는 알아야겠다, 싶어서.... 누구라도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지.

_하아.... 언제 누가 올 줄 알고 기다렸냐? 지금이 몇 신데?!

_어쨌든 못쓰게 한다는 건 다른 용도로 쓴다는 거니까, 누구라고 올 거라고, 생각했어. 며칠 밤새더라도 기다리려고 했지.

_하아.... 이석아....? 넌 너무 위험한 짐승같아.... 코치가 얼마나 벼르는 줄 알아? 제발 무모하게 그러지 마.


고등이 짜증 섞인 음성으로 버럭, 하자 이석이 당황한다.


_위험한 짐승......? 왜 화를 내. 박고등.

_화를 낸 게 아니라...

_화를 내고 있어. 형이. 지금.


고등은 굳은 얼굴로 입을 다문다.

평소 화내는 고등의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두 사람은 당황한다.


_형. 왜 그래?

_이석아. 영춘 코치 위험한 사람이야. 네가 그 사람 때문에 답답한 거 이해하는데, 밤에 이렇게 무모한 일은 안하면 좋겠어. 위험해.

_어...? 그래...? 그래.... 갑자기 고등이 엄진근하니까, 이상하네....


침묵이 흐른다.


_근데 너희는?


이석이 눈치를 살피다 다시 입을 연다.


_영춘 코치님 뒤를 밟았는데 차 몰고 여기저기 빙글빙글 돌더니 학교 근처에 주차하고 실내체육관으로 들어가시더라고요.

_왜 빙글빙글 돌아?

_실내체육관에서 생활하는 거. 숨기는 것 같아. 세마도 지금까지 코치님 어디 사는지 몰랐대.

_하아. 숨기고 싶은 게 많구만. 그 새끼. 아!! 낮에 실내체육관 갔다가 남자들이 거기 들어가려고 하는 거 봤어. 강제로 문 열고 들어가려고 했어.

_남자, 누구?

_몰라. 네 명인데 전부 양복 입고 깔끔한 차림이던데?

_영춘 코치 허락 없이 거길 들어가려고 했다고?? 거기 뭐가 있길래, 양복 입은 사람들이....


고등은 말을 하다가 체육 시간에 이석을 피해 달아나다가 마주쳤던 이사장실 앞의 양복 입은 남자들을 떠올린다.


_아!!! 태고그룹 사람들인가?

_왜?

_태고그룹 첫째 아들 고필 이사장이 별관에 있잖아. 전에 체육 시간에 이석, 너 보고 내가 놀라서 도망가다가 거기 갔었거든. 그 앞에도 양복 입은 남자들이 한둘이 아니던데...?

_아.. 뭔가 이사장과 관련된 걸 확인하려고 한 게 아닐까?

_뭘 확인하려는 거지?

_실내체육관에 들어가 보면 알겠네. 내가 다 찍어놨지. 너희는 내가 없으면 일이 안 된다. 진짜!!


이석은 자신만만한 태도로 고등과 세마가 볼 수 있게 휴대 전화를 들고 동영상을 재생시킨다.

카메라는 흔들리는 데다가 컴컴해서 보이는 건 없고....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만 겨우 들린다.

고등과 세마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이석을 본다.


_이상하네. 찍을 때는 분명히 보였는데.... 분명히 보였다니까.... 아, 놔. 전화가 구려서 그런가...?


이석은 구시렁거리며, 고등과 세마의 눈길을 피한다.


**


고등은 1교시 수업이 20분가량 진행되었을 즈음, 미리 열어둔 창문으로 교실을 빠져나가기 위해 포복 자세로 바닥을 꿈틀꿈틀 기고 있다.

뒷줄에 앉은 남학생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등을 내려다본다.

매일 교실을 탈출하는 고등을 못마땅하게 여긴 남학생들이 담임에게 사실을 고하려고 몇 번 시도하였지만, 그때마다 고등을 흠모하는 여학생들이 귀신같이 몰려와 으름장을 놓는 통에 고등의 일탈을 세상에 알리는 시도는 모두 실패하였던 터다.

오늘은 기어코 모든 걸 불어버리겠다고 다짐하며 남학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옆자리의 여학생이 남학생을 재빠르게 끌어 앉히고 목을 그어버리겠다는 포즈를 취하며 협박한다.

남학생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군다.

선생이 칠판을 향하며 잠깐 등을 보인 사이 고등은 재빨리 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다리 하나를 창밖으로 뺀다.

나머지 다리도 창밖으로 빼려는데, 교실 문이 벌컥 열린다.


_허억.


영춘이 교실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오며 오도 가도, 못 하고 창에 몸이 걸려있는 고등을 본다.

당황한 교사는 노크도 하지 않은 영춘의 도발에 화가 나지만 애써 미소 지으며 그에게 다가간다.


_코치님. 무슨 일로...?

_쟤는 뭐합니까?


영춘의 눈길을 따라 교실 안의 모든 눈이 창틀에 걸려있는 고등에게 향한다.


_어? 글쎄요. 박고등. 뭐 해?

_하하하. 학업을 방해하는 졸음을 경계하기 위해 바람을 쐬는 중입니다.

_하아. 네 성적이면 그냥 자도 아무 문제가 없다. 박고등. 1차 지필 전교 꼴등하지 않았니?


남학생들은 푸흡, 웃음을 참고 여학생들은 아, 탄식하며 애잔한 얼굴로 고등을 바라본다.


_아, 미친 전교 꼴지래... 크크크.

_얼굴이 다하는데 꼴지면 어때...? 괜찮아. 고등왕자.


고등은 창밖으로 뻗었던 다리를 거두어들여 제자리로 성큼성큼 돌아간다.


_하하하. 이제 졸음이 달아나서 자리로 돌아가겠습니다. 선생님.

_박고등. 강세마. 가방 챙겨.


영춘의 말에 교사가 당황한다.


_네? 왜요?

_투어하러 갑니다.

_출결은 어떻게....?

_꼴등한테 그딴 게 뭐, 중요합니까?

_아니, 그래도... 지금은.... 제 수업....


영춘은 교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교실 밖으로 나가버린다.

고등과 세마는 가방을 싸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자리에 어정쩡하게 서서 교사를 바라본다.

교사는 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참으며 고개를 까딱한다.


영춘의 뒤를 쫓아 교실을 빠져나온 고등과 세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영춘의 시선을 피해 서로를 흘깃거린다.


_박고등. 어디 가는 길이었냐.


고등은 흠칫한다.

영춘이 자리를 비운 사이 실내체육관을 염탐하러 가려던 길이었기 때문이다.


_하하하. 재미없고 답답해서 체육관에서 테니스 연습하려고 했습니다!!!

_수업 끝나기 전에 연습하러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갑자기?


헐...

어떻게 아는 거야?

정작 영춘 코치도 낮시간에 체육관을 방문하지 않는다.

영춘은 체육관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선수들의 출입을 체크하고 있었던 것인가?!

고등은 등골이 오싹하다.


_하하하. 오늘부터 하려고 했습니다!!!

_우리가 쓰는 야외 체육관 말하는 거니, 실내체육관을 말하는 거니?


고등과 세마는 눈을 둥그렇게 뜨며 서로를 바라본다.


_시시시시실내체육관은 가가가가가 본 적도 없습니다.....

_그래? 나는 어젯밤에 너희를 실내체육관에서 본 것 같은데?


고등과 세마는 숨도 못 쉬고 침을 꿀꺽 삼킨다.


_여여여여여옆을 지나긴 했지만... 시시시시시시실내체육관에 가진 않았습니다...


고등은 사시나무 떨듯 떨며 말한다.



_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나?

_네?

_체육 선생을 돕고 싶냐고, 묻는 거다.

_아무래도 동창이다 보니.... 무슨 일이 생긴다면....

_내 눈 밖에 난 인물을 옹호하는 행동은 하지 마라. 너희가 그래봤자, 그런 인간의 마지막을 바꿀 순 없다.

_마지막이라뇨?


당황한 고등이 영춘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한다.

평소와 달리 진지한 얼굴이다.

차가운 얼굴로 고등을 노려보던 영춘은 입술을 가늘게 찢으며 웃는다.


_재밌네. 그 표정.


영춘은 고등의 어깨를 툭 치고 체육관으로 향하고 고등은 멈칫하다 발길을 돌려 교무실로 달려간다.

영춘 코치가 교무실로 달려가는 고등을 흘깃 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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