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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너드
작품등록일 :
2024.05.09 09:3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연재수 :
9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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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7.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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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멘붕에 빠진 타리크는 랠리를 이어갈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하려고 혼탁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_I need a thought. (생각해야 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랠리를 이어가야 한다.

박고등은 보지 않고 공을 쳐도 속도와 거리를 컨트롤 할 수 있다.

그와 랠리를 이어가려면....

공이 떨어지는 위치를 조작해야 하는데 변화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강하게 치는 공으로는 변화구를 만들기 쉽지만 약하게 치는 공으로 변화구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상대의 눈에 변화구의 속셈이 모두 읽히기 때문이다.


_Let's focus. (집중하자.)


타리크는 공을 허공에 던진다.

라켓을 쥔 오른손에 힘을 주고 공을 향해 라켓을 휘두르다 멈칫한다.

섬세함이 필요하다.

공을 스트링 위에서 굴린 다음 가드에 닿기 직전 밀어내야 한다.

그것도 박고등의 눈에 들키지 않고.

힘을 강하게 주지도 않으면서.


타리크는 스트링에 닿은 공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가드에 공이 닿기 직전, 팔을 앞으로 쭉 뻗는다.

빠르지만 힘은 약하게....

말이 되지 않는다.

빠르게 치려면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걸 어떻게.....

하지만 박고등은 안되는 걸 하고 있지 않나...

휠체어를 순식간에 익혀 제 몸처럼 움직였고 공을 보지 않고 정확한 위치에 드롭샷을 날렸다.

말이 안 되는 놈이다.

하지만.... 나도 안되는 걸 할 거야.

제발.....


공이 네트를 넘어 베이스라인을 향해 날아간다.

고등은 공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빠르게 회전하고 있다.

슬라이스다.

변화구!!

하아, 떨어질 위치가...

축이 오른쪽으로 쏠린 회전과 180km/h의 속도라면....

하아, 공의 속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

고등은 공의 속도가 어림짐작 150km/h 정도라고 판단되었을 때 네트와 베이스라인 중간 정도의 위치에 대각선으로 몸을 날려 누워버린다.

그리고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는 공을 본다.

공이 급하게 방향을 틀어 하강하는 순간, 고등은 상체만 세워 라켓을 등 뒤로 꺾으며 휘두른다.

스트링에 정확하게 통통, 두 번 맞은 공은 네트를 넘어 타리크 코트 안으로 빠른 속도로 진입한다.


_타리크! 나도 변화구다. 이걸로 경기 끝이다!!


타리크가 달려와 공을 치려는 순간 공은 방향을 바꿔 급하게 땅으로 내려꽂힌다.

환호와 함성이 가득 찬 경기장에 경기 종료를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고등의 승리다.


경기 후 SNS는 뜨거워졌다.

고등의 휠체어 경기 명장면과 펭귄 경기 명장면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영상이 돌고 돌았다.

사람들은 박고등의 부상까지 극복하는, 한계를 모르는 성장을 목격하며 감동의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게다가 감동을 준 인물이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얼굴과 몸뚱이를 갖고 있다니 고등의 경기를 볼 수 있는 우리 세대는 신의 축복을 받은 것이라며 열광했다.


_The last shot of the climbing breaking ball was overwhelming. (등지고 쳤던 변화구는 압권이었어.)

_In Korea, such a face is called a "man who tore apart cartoons." (한국에서는 박고등 같은 얼굴을 ‘만찢남’이라고 한대.

_Just looking at his face makes me happy. (박고등 얼굴만 보고 있어도 행복해.)


경기가 끝나자마자 프렌치오픈 관계자는 영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춘이 와일드카드를 조건으로 내건 금액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대중의 관심을 받는 테니스 선수는 역사 이래 처음이니 다른 국가의 그랜드슬램에 빼앗기기 전에 자신들의 경기에 출전시켜야 한다며 조직위가 박고등을 와일드카드로 결정했다는 소식이었다.

영춘은 거만한 웃음을 흘리며 수락의 의사를 밝히고 전화를 끊었다.

하아.... 이제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 되구나.

태고를 모두 잡아먹는 순간을 그리며 영춘은 혼탁하게 갈라지는 웃음을 쏟아냈다.


_히히히히. 크크크크. 키키키키.


**


고등을 비롯한 우주고 테니스 선수들이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펜트하우스 야외 수영장에 파티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준비해 온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선수들은 펜트하우스로 올라와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뷔페식으로 준비한 요리가 커다란 테이블을 채웠고 악사들이 경쾌한 무드의 음악을 연주했으며 와인이며 맥주며 위스키까지 다양한 술이 냉장고에 가득했다.

수영을 하며 더위를 식힌 선수들은 배가 고팠는지 접시에 먹을 것을 가득 담아 테이블에 앉는다.

영춘은 위스키를 마시며 베드에 누웠고 고필은 술에 취해 수영장 수면 아래에서 잠수 중이다.

비트가 빠른 음악이 연주되자, 선수들의 텐션도 따라서 상승하는 중이다.

고등과 세마는 전신에 퍼런 멍이 든데다가 뷔페 접시를 들고 뒤뚱뒤뚱 걷고 있어 그 모습이 처연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승리의 기쁨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


고등이 두 번째 접시를 가득 채워 자리에 앉는다.

홍석이 지저분한 고등의 테이블을 치워준다.


_갑자기 서비스가 좋은데?

_당분간은 목숨 붙어있는 거지. 우리? 살려줘서 고맙다고.

_그치. 너희 살리려고 발악했어.

_알아. 미친 경기였다. 근데 테니스를 잘하는 비결이 뭐야?


한빈이 스테이크를 입에 가득 밀어 넣고 소리친다.


_내가 잘하는 거야?

_당연하지. 오늘도 이겼잖아. 형. 지금 형은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 있어. 형 SNS 안 해?

_안 하는데.

_들어가 보자. 난리 났을걸.


한빈이 고등의 휴대전화로 SNS에 접속한다.

몇 년 전 찍었던 계절이 담긴 풍경 사진 몇 장이 전부인 고등의 SNS에 100만 명이 몰려들어 한마디씩을 남겨놓았다.


_뭐야? 팔로워 수가 왜 이래?


고등의 경기를 보고 테니스를 사랑하게 되었다느니, 결코,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는 고등의 모습에 감동받아 항암치료를 열심히 받고 있다고도 한다.

성형을 했는지, 태어날 때부터 잘생겼는지, 애인은 있는지, 외모에 대한 사심을 담은 댓글도 수도 없이 달렸다.

고등은 끝도 없는 댓글들을 읽으며 어안이 벙벙하다.


_형. 표정이 왜 그래?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인데?


홍석은 입술을 동그랗게 말고 휴대전화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고등을 흥미롭다는 얼굴로 바라본다.


_현실이야. 형. 형은 지금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 이런 거라니까. 알고 봤더니 테니스 천재. 뭐 이런 거야. 웹소설에나 나올만한 상황이라고.

_왜?


고등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다.

유혁은 그런 고등이 재수 없다는 듯 힐끗 보고는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세마는 현재의 상황이 감격스런 얼굴이다.


_왜긴? 형이 끝까지 포기 안 했으니까. 잘했으니까.


세마가 맥주잔을 들며 건배를 청한다.


_건배하자. 아무리 생각해도 박고등. 멋지다.

_인정.

_개인정.


한빈, 고등, 홍석만 잔을 높이 들어 부딪힌다.

고등이 유혁의 눈치를 살피다 그에게 잔을 내밀자 유혁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잔을 슬쩍 부딪히고 단숨에 술을 마신다.

영춘이 선수들에게 다가와 자리에 앉는다.

술에 잔뜩 취한 얼굴이다.


_너희들은 박고등 덕에 살았다. 히히히히.


기쁜 마음에 들떠있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영춘의 목소리다.

선수들은 술잔은 내려두고 고개를 숙인다.

다음에 이어질 모진 말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다.

고등은 선수들의 주눅 든 모습을 보며 울컥하는 마음에 영춘을 흘깃 노려본다.


_자, 그럼. 너희들은 박고등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해보자.


고등과 선수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_왜? 어떻게 표현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시범을 보여줄게. 고필. 쌍놈의 새끼야. 기어와!!!


영춘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수영장에서 비틀거리고 있던 고필이 물 밖으로 기어 나와 엉금엉금 네발로 걸어와 영춘 앞에 무릎을 꿇는다.

고등과 선수들이 충격을 받은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본다.


_고마운 마음은 표현해야 알지!!! 그렇지? 해 봐. 박고등이 너희 살리려고 난리 친 거, 너희도 봤잖아. 얘 죽을 수도 있었어.


술과 약에 취해 비틀거리는 고필은 영춘의 발을 손으로 들어 올리더니 혀로 핥기 시작한다.

혼자만의 세계에서 조금씩 흥분하더니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영춘의 온몸을 핥는다.

경악한 선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뒷걸음친다.

영춘이 소리를 높여 자지러지게 웃는다.


_히히히히. 키키키키.


그러다 문득, 영춘은 고필을 발로 뻥 차버린다.

거칠게 뒤로 밀린 고필은 수영장에 풍덩 빠져버린다.

고필은 물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영춘은 그 꼴이 우습다며 배를 잡고 껄껄거리며 웃는다.


_크크크크. 히히히히.


선수들은 충격에 입을 벌리고 멍한 얼굴로 허우적거리는 고필을 쳐다본다.

순간 화들짝 정신을 차린 고등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고필을 건져 올린다.


_컥커커컥.


고필이 쿨럭이며 물을 뱉는다.


_박고등. 이리 와. 빨리. 여기 누워.


영춘은 마뜩잖은 얼굴의 고등을 베드에 눕힌다.


_감사한 마음을 열렬하게 표현하라고!!!! 진심이 보이지 않는 놈은 아웃이야.

_코치님. 저는....

_입 다물어. 씨발.


고등이 말리려는 듯 입을 열자 영춘이 흥분하며 순식간에 분노에 휩싸인다.


_빨리해. 뒤지기 싫으면 빨리하라고. 씨발. 다 총으로 갈려버리기 전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라고!!!!


영춘은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선수들을 향해 겨눈다.


_철컹.


당황한 고등은 침을 꼴깍 삼키고 선수들은 무릎을 꿇고 고등 앞에 앉는다.

선수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망설이는 사이 빵. 총성이 울린다.

사색이 된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엎드려 고등의 발을 핥기 시작한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유혁의 손끝의 파고가 고등에게 전해진다.

고등은 총을 들고 하늘을 보며 웃고 있는 영춘을 부들부들 떨며 바라본다.


**


펜트하우스에서 나와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승강기에 탄 선수들은 입을 꾹 닫고 있다.

서로의 눈도 피하는 눈치다.

치욕스러운 행위를 한 사람이나 그걸 보고 있던 사람이나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수영복만 걸치고 있는 고등의 피부에는 아직 선수들의 타액이 묻어 있어 여기저기 번들거린다.


_고필 이사장의 상태가 어떤 것 같아?


침묵을 깨고 고등이 입을 연다.


_무슨?


세마가 고등을 보지 않고 말한다.


_저게 정상은 아니잖아.

_그치.

_왜 저런 것 같냐고?

_모르지. 우리야. 미친놈이겠지.

_영춘 코치한테 가스라이팅 당해서 그렇지 않을까? 사람이 저럴 수 없잖아.


침묵이 흐른다.


_테니스부에 계속 남아있으면 우리 전부 저렇게 될 거야. 자기가 뭐 하는지, 어떤 상태인지 알지도 못하는 상태가 될 거라고.


고등의 말에 세마가 고개를 끄덕인다.


_얘들아. 나는 할 일 다 하면 너희들 꼭 데리고 테니스부 나갈 거야. 전에도 말했지만.... 너희는 아직 그럴 마음이 없는 것 같은데..... 내가 같이 나가자고 할 때 같이 나가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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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출전 24.06.20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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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첫 시합 24.06.12 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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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진가 24.06.11 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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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행방 24.06.08 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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