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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너드
작품등록일 :
2024.05.09 09:3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연재수 :
9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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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80,732

작성
24.06.2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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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날아오르다

DUMMY

닉의 공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고등의 몸을 겨냥할 수 있는 지점에서 닉은 라켓을 강하게 휘두른다.

고등의 왼쪽 허벅지를 향해 번개 치듯 빠른 속도로 공이 날아온다.

고등은 순간이동이라도 하듯 순식간에 뒤로 쑥 이동하더니 흐트러짐 없이 자신의 허벅지로 날아오는 공을 강하게 올려 친다.

공은 뻥, 하고 튀어 오르더니 닉의 얼굴을 향해 초고속 미사일처럼 직진한다.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공은 닉을 강타한다.

닉의 몸이 허공에 떠오르더니 뒤로 날아가다가 광고 판넬에 부딪히고 바닥에 쿵, 떨어진다.

놀란 고등이 네트 근처로 달려가 닉에게 미안하다며, 괜찮냐고 외친다.

닉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_Hah, hah, hah

_He got his revenge right. (제대로 복수했어.)

_I feel refreshed. (속이 시원하다.)


관중석에서 환호와 통쾌한 웃음이 쏟아져나온다.

닉은 자리에 누워 자신을 비웃는 소리를 듣는다.

하아....쪽 팔린다. 진짜.... 경험도 없는 동양 새끼한테.....

경기 계속해 봤자.... 질 것 같아.... 빨리 도망치고 싶다....

자리에서 일어난 닉은 이마에 동그란 멍 자국이 남았을 뿐인데 심판에게 부상을 이유로 경기 중단을 요청한다.


_Stop the game?! (게임 중단?!)

_Park won the game? (박고등이 거의 이긴 경기인데??)

_It's just a bruise. You can play. (멍이 들었을 뿐이잖아. 너 경기 할 수 있잖아.)

_No, I can't play. I feel dizzy. (아니야. 경기할 수 없어. 머리가 어지러워.)


닉이 심판을 향해 강하게 머리를 흔든다.


_You can't force a sick person to play. (아픈 사람한테 경기를 강요할 순 없어.)

_All right. Give up. (좋아. 기권해.)

_What? (뭐?)

_You're trying to play again. (너 재경기하려고 수작 부리는 거잖아?!)


닉은 심판에게 억울한 표정을 지어보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곧 깨닫는다.


_If you don't withdraw, the game will continue. (네가 기권하지 않으면 경기는 계속 진행될거야.)


닉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기권 의사를 밝힌다.


경기가 끝나고 SNS는 다시 뜨거워졌다.


_그랜드슬램 우승자 닉키로의 꼼수를 박고등이 모두 쩜쪄먹었다

_박고등은 그랜드슬램에서 놀아야 해. ITF에 있을 놈이 아니야.

_그랜드슬램은 와일드카드 박고등에게 써라.

_그랜드슬램에서 박고등을 보고 싶다.

_박고등 개쩐다. 한 손으로 그랜드슬램 우승자를 이겼다. 그랜드슬램에서 제발 보자.

_닉키로의 빠른 공을 순간 이동해서 피하는 거 예술이었다. 초능력자다.

_탑백들은 박고등 보고 다 떨고 있다. 빨리 그랜드슬램에서 붙어라.


경기가 끝나고 병원 치료를 받은 고등은 유혁과 함께 택시를 탄다.

유혁과 닫힌 공간에 둘만 있다니...

다친 팔보다 더 불편하다....

아, 택시 기사님이 있구나...

쫄지 말자...

말이 없는 유혁의 눈치를 살피던 고등이 조심스레 입을 연다.


_괜찮아?

_뭐가? 찐따새끼 택시 잡아주고 리어커에 실어서 옮기는 거 괜찮냐고?


유혁의 말이 예전처럼 날 서 있지 않다고 느낀 고등은 한쪽 가슴을 쓸어내린다.


_뭐.... 그런거...?

_하아. 착각하지 마. 나는 너한테 충성하는 거 아니야. 코치님이 시키는 거니까, 마지못해 하고있는 거지.

_그치. 네가 나한테 그럴 이유가 없지.... 근데 계속 테니스부에 있을 거야? 그때 내가 삼겹살집에서 했던 얘기... 여기서 나가자고... 그리고 앞으로 테니스 안 시켜 준다고 하는데...

_씨발. 야. 너 요즘 영춘 코치 눈에 좀 들었다고 깝치냐? 나는 테니스하고 싶어서 여기 붙어있는 게 아니라고!!!! 네 의견에 동의한 적도 없고!!! 네가 설치니까, 얘기 듣고 생각은 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여기 말곤 답이 없어. 답이 없다고!!!!


영춘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고등이 흠칫한다.


_그치... 그치....


고등은 영춘에게서 선수들을 하루빨리 떨어뜨려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준비시키고 싶은데 정작 당사자가 이렇게 완강하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하아....

당장 영춘이 이정구의 사건과 연관된 사실이 밝혀지면 테니스부는 해체될 테고 유혁은 학교 밖으로 내몰릴 텐데 그 상황을 유혁이 받아드릴 수 있을까??

유혁의 마음속에 자라고 있는 두려움이 만든 벽을 어떻게 허물 수 있을까.

고등은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유혁의 옆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어.

뭐지?

유혁의 왼쪽 귀 뒤에 콩알처럼 생긴 상처가 있다.

불에 댄 자국 같기도 하고 뭔가에 찍힌 것 같기도 하고...

고등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유혁의 귓불을 앞으로 젖힌다.

유혁이 흠칫하며 고등의 손을 매섭게 내려친다.


_뭐하냐. 씨발.

_미안. 귀 뒤에 뭐가 있어서. 다쳤어?

_귀 뒤에? 어디서 다쳤겠지. 뭔 상관이야!!!


고등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유혁에게 보여준다.


_아, 뭔지 모른다고!!!

_기억 안 나? 당시에는 아팠을 텐데...?

_몰라. 새끼야.


고등은 왠지 상처가 낯설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상처를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생긴 게.... 콩처럼 생긴.....

아.....

고등은 이정구의 부검 기록에서 두피에 콩알처럼 생긴 상처가 있다고 한 대목이 떠오른다.

부검의는 상처가 콩알처럼 생겼고 불에 댄 자국처럼 표면이 맨들맨들 하다고 표현했었다.

콩알..... 맨들맨들....

이정구의 상처와 똑같다.


_유혁아. 진짜 언제 생긴 상처인지 몰라?

_모르다고. 새끼야. 왜 자꾸 그래??


고등은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세마를 찾는다.

세마가 샤워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앞뒤 안 가리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는 고등.

고등이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세마의 비명이 들려오자 홍석과 한빈이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_뭐지?

_몰라. 야한 건 아니겠지?

_설마...


세마는 달려드는 고등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중요 부위를 손으로 가린다.

고등은 아랑곳하지 않고 세마에게 달려들어 그의 머리카락을 뒤적인다.


_뭐? 왜? 미쳤어?


고등은 세마의 뒤통수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콩 만 한 자국을 발견한다.


_뒤에 있는 상처 언제 생긴 거야?

_어디? 뭐가?

_여기. 머리 뒤에. 콩처럼 생긴 상처.

_몰라.

_모른다고??


고등은 거실로 뛰쳐나와 소파에 앉아있는 홍석의 머리를 여기저기 살핀다.


_뭐해??

_가만 있어 봐.


홍석의 머리 가운데 콩 만 한 자국이 있다.


_홍석아, 여기 이거, 이 상처.... 언제 다쳤어?

_거기 뭐가 있어? 모르는데?

_있다니까?! 진짜 몰라?! 다쳤으면 아팠을 거 아냐?!

_모른다고. 어릴 때 그랬겠지.


고등은 한빈의 방으로 달려가서 침대에 누워있는 그의 머리를 살핀다.


_뭐해??

_잠깐만.

_뭐하냐고!!!


한빈의 머리에도 똑같은 자국이 남아있다.


_너도 몰라? 여기 이 상처?

_뭐?? 찍어 봐.


고등이 사진을 찍어 한빈에게 보여준다.


_내 머리에 이런 게 있어? 몰랐어. 신기하게 생겼네. 콩처럼 생긴 젤리 같다. 나 그거 진짜 좋아하거든.

_모른다는 거지?

_몰라. 젤리 사러 가자.


고등은 세마가 씻고 있는 화장실 안으로 다시 뛰어 들어간다.

몸에 비누칠을 하던 세마가 화들짝 놀라며 비누를 떨어뜨린다.


_또? 샤워하는데 자꾸 들어오냐??

_세마야. 잘 들어.

_샤워 끝나고 옷 입고, 들으면 안 될까?

_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_그럼 뭐가 중요한데?!


세마가 샤워를 멈추고 욕조에 걸터앉으며 중요 부위에 수건을 올려둔다.


_이정구 부검했던 의사 방에서 다른 버전의 정구 부검소견서를 봤어.

_뭐?


고등이 휴대전화로 찍어놓은 부검소견서를 보여준다.


_뭐야?! 없던 내용이 있네.

_어. 근데 여기 보면 콩처럼 생긴 상처가 정구 머리에 있었다고 되어있어.

_응. 화상 자국 같기도 한....


고등이 유혁과 한빈의 머리에서 찍은 사진을 세마에게 보여준다.

세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입을 틀어막는다.


_유혁이랑 한빈이 머리에서 찍은 거야. 홍석이 머리에도, 네 머리에도 똑같은 게 있어.


세마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고등을 쳐다본다.


_찾아 줘.

_어? 뭐라고??

_내 머리에도 있을 것 같아.


세마는 숨을 크게 몰아쉬며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떨리는 손으로 고등의 머리를 살핀다.

정수리에 똑같은 자국이 남아있다.

세마의 손이 덜덜 떨린다.


_있어?

_으응..... 있어..... 정구가 이것 때문에 죽었을까?

_우린 살아있으니까.... 모르겠어.


**


고등과 세마는 그 길로 병원을 찾아간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예약하지 않으면 병원 진료가 제한된다며 예약하고 오라는 소리만 듣다가 쫓겨난다.

닉 키로와 경기에서 부상당한 팔을 치료하려고 방문했던 ITF 지정 병원에서도 경기 중 부상이 아니라면 진료를 해줄 수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당장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응급실을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단다.


_방법이 없네. 예약할까?

_예약해도 1주일 뒤라잖아. 어떻게 기다려?!

_어떡해. 그럼?

_응급실 가야지.


고등은 프랑스 정부에서 대여하는 자전거 두 대를 빌려 세마에게 타라고 한다.


_타고 어디가?

_너는 여기 서 있어. 내가 저기까지 갈게.

_뭐 하려고?

_저기서부터 최고 속력으로 달려 올 테니까, 너도 나를 보면서 미친 듯이 달려와.

_어? 뭐라고?


세마가 흠칫한다.


_왜 마주 보고 달려? 이 좁은 길에서?

_응급실 가려고.


세마는 꿀꺽, 침을 삼키며 광기 어린 고등의 눈을 바라본다.


_무서워. 형.

_나도.


고등은 점만큼 작아질 때까지 자전거를 몰고 가더니 세마를 향해 돌아선다.

그리고 미친놈처럼 소리를 지르며 페달을 밟는다.


_완전 또라이네.


세마는 심호흡을 하며 덜덜 떨리는 다리로 페달을 굴린다.


_에라이. 모르겠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속력을 서서히 올린다.


_쾅!!


고등과 세마가 자전거와 함께 하늘 높이 연처럼 날아오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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