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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너드
작품등록일 :
2024.05.09 09:3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연재수 :
9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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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80,732

작성
24.06.3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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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A cup of coffee, please

DUMMY

_불을 환하게 밝히라고!!! 컴컴해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고!!!


출입구 앞에 서 있던 비서가 고필에게 달려온다.


_오늘 하늘이 흐려서 그런 것 같습니다. 수영장으로 모실까요?


엥?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이렇게 밝은 실내에서 도대체 뭔 소리들이람?

비서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보면 고필의 억지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닌 것 같고 대응 매뉴얼도 나름대로 갖춰진 상태 같다고 고등은 생각한다.


고필이 자리에서 일어나 수영장으로 향하면 비서가 고등과 세마에게 그를 따라가라며 눈짓한다.

고필과 세마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고필의 뒤를 따라간다.


고필은 1인용 베드에 누워 맥칼린 아다미를 홀짝이다 베드 하나에 나란히 앉아있는 고등과 세마를 흘깃 보며 말한다.


_무슨 일이야? 선수들? 스타가 될 선수들. 우리의 희망. 키키키키.


우리의 희망? 저건 또 무슨 말이야?

고등은 고필이 정신없이 내뱉는 말 하나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_이사장님. 저희가 경기를 앞뒀는데....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를 내서 죄송하다는 말씀드리려고 퇴원하자마자 왔습니다.

_흑흑흑흑. 몸이 다 작살나든 오장육부가 다 찢어지든 나랑 상관없어. 경기 나가서 이기면 돼. 못 걸어도 경기는 나가야지. 큭큭큭큭.


고필의 괴상한 웃음소리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고등은 내색하지 않고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양복 입은 남자들이 고필의 심술을 모두 받아주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심지어 고등은 경기 중에 고필의 공을 받아쳤다가 얻어터진 적도 있지 않나.

상식이 통하는 사람은 분명 아니다.

뇌가 아픈가??


_그렇죠. 죽어도 경기 나가야죠. 그런데 제가 경기에 다 이기고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면 이사장님은 뭐가 좋으세요? 제가 어떻게 하면 이사장님의 희망이 될까요?


고등의 질문에 고필은 머금고 있던 술을 캭, 뱉으며 한바탕 파안대소한다.


_까까까까. 히히히히히. 크크크크크

_하하하


고등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분위기를 맞추려고 애쓴다.

도대체 왜 저렇게 웃는 거야? 미친놈이 따로 없네.


_뭐가 좋긴. 큭큭큭큭.


고필이 뭔가를 말하려는데 비서가 전화를 들고 다가와 고필에게 전화를 건넨다.


_코치님이십니다.

_네. 네. 날이 너무 컴컴해서 기분도 거지 같고. 술을 마시니까, 하늘이 밝아지고 있어요. 선수들이 와서 다쳐서 미안하대요. 큭큭큭큭. 바꾸래.


고필은 비서에게 전화를 다시 건넨다.


_네. 코치님. 네. 경계 잘하고 있습니다. 호텔 측에 얘기해서 보안 인력도 추가 배치했습니다. 네.


보안 인력? 왜?

고등은 비서의 통화내용에 귀를 기울인다.


_수시로 체크하고 있습니다. 네. 네. 보고드리겠습니다.


코치는 고필이 현재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는 건가? 왜? 그의 알콜 중독? 약물?

그건 전부 개인적인 거잖아.

보안 인력 얘길 하는 걸 보니..... 외부적인 요인인가??

단순히 외국이어서 안전상 경계하는 건가?

테러가 자주 일어나는 곳도 아니고 프랑스에서??

뭐지......?

비서와 경호팀이 항시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필이 위험하다고 여긴다는 것은 자신들의 보안 능력을 뛰어넘는 힘을 가진 존재가 위협을 한다는 건데...

국제 마약 조직이나 폭력조직 정도 된다면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조직과 엮인 게 있나?

뭘 두려워하는 것인가....?


비서가 자리를 이동하자 고등은 고필 대신 들고 있던 술잔을 다시 그에게 돌려준다.


_하시던 말씀 계속 하시죠.

_뭐?

_제가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면 이사장님께 무엇이 좋은지 말씀하시려고 하셨습니다.

_아!! 그 얘기하고 있었지.....? 키키키키키키. 뭐냐면....?


말해. 빨리 말해.

우릴 여기까지 데려온 이유를 말하라고.

고등이 긴장한 얼굴로 고필을 쳐다본다.


_우승하면 알려줄게. 흑흑흑흑.


고등과 세마의 긴장한 얼굴이 금세 허탈한 표정으로 바뀐다.


_이제 나가.

_네?

_사과 끝났으면 나가라고.

_아....


고등은 목표한 건 아무것도 못 하고 허무하게 쫓겨나는 상황이 아쉽다.

그렇다고 펜트하우스에 더 머무를 여지도 없지 않은가....


고등은 펜트하우스에서 나오며 고필의 비서에게 슬쩍 말을 건넨다.


_보안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은데, 프랑스까지 오셔서 한시도 못 쉬시겠어요. 하하하.

_네. 뭐, 저희 일이 그렇죠.

_프랑스가 잘사는 나란데, 코치님은 뭘 여기까지 와서 그렇게 걱정하시는지 모르겠어요. 하하하.

_외국에서 사고를 위장하기 더 쉬우니까요.

_하하하. 사고라뇨?

_글쎄요.


비서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기고 펜트하우스의 문을 닫았다.

고등은 승강기에 올라타 숙소가 있는 5층 버튼을 누르려는 세마의 손을 비켜 1층 버튼을 먼저 누른다.


_어디 가려고?

_밖에서 커피 마시자.

_누우면 좋겠는데? 걸을 때마다 온몸이 욱신욱신 쑤셔. 카페 못가.


고등은 깁스에 갇힌 주먹을 얼굴 양옆에 붙이고 눈꼬리를 동그랗게 내린 채 ‘냐옹, 냐옹’ 하며 미소 짓는다.

세마는 상처가 생겨도 예쁜 고등의 얼굴을 보며 잘생긴 건 죄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_깁스해서 눈만 보이는데 왜 예쁜 거야?! 예쁜 것들은 왜, 뭘 해도 용서가 되지?? 아, 놔.


고등과 세마는 호텔 옆의 카페,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깁스 사이로 비집고 나온 짧은 손가락으로 작은 에스프레소 잔을 쥐는 게 어려워 잔은 테이블에 그대로 두고 허리를 숙여 호로록 마시는 중이다.


_여기는 커피를 달라면 에스프레소를 주더라. 무섭게. 아, 써. 설탕을 넣어도 쓰냐. 청국장에 설탕 타 먹는 것 같아.

_한국의 아아가 그립다.... 근데 우리 여기서 뭐 해?

_보안 강황.

_어?

_아까 비서가 보안 강화했다고 했잖아. 코치한테. 보안 강화를 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_형. 경찰은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생각 못해도 되는 거 맞아?

_어?

_보안 강화는 은밀하게 하는 거 아냐? 우리 지금 너무 튀는데? 사람들이 우리만 쳐다봐.


온몸을 깁스로 휘감은 두 사람을 행인들마저도 한 번씩 쳐다보고 지나친다.

카페 옆을 지나던 사람과 눈이 마주치자 고등이 손을 흔들며 어색하게 웃는다.

행인이 움찔하며 걷는 속도를 높인다.


_우리보고 도망갈 정도는 아니잖아.

_도망갈 정도야. 눈 빼고 코 빼고 전부 깁슨데. 이 정도면 공포영화야.

_그래? 내가 쳐다보면 다들 눈을 피해.

_응. 나도 피하고 싶을 것 같아.

_근데 나 아까부터 저 길 건너편에 서 있는 차가 눈에 거슬리거든.

_왜? 부가티. 보기 좋네. 와, 차가 잘 생겼다.

_차에 앉아있는 놈. 우리가 아는 놈인가?

_아니. 생전 처음 보는 놈인데. 한국 사람도 아닌 것 같은데?

_아, 왜 기분이 쌔하지.


고등은 카페 맞은 편에 주차되어있는 오픈카 운전석에 앉아있는 남자의 옆얼굴을 유심히 살핀다.

볼륨감이 큰 생김새나 태닝을 해서 밝은 갈색으로 변한 피부 빛깔까지 보면 영락없는 서양인인데.....

본적도 없는 얼굴인데, 왜 그의 분위기가 낯설지 않을까.


부가티 남자는 고등과 세마가 커피를 마시러 오기 전부터 이미 그 자리에 있었는데, 차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 사이드미러나 백미러를 살피는 모습이다.


_뭐 하는 것 같아? 저 남자?

_누구 기다리나?

_그런가? 누굴 기다리는데, 사이드미러, 백미러를 저렇게 규칙적으로 본다고? 우리가 본 것 만30분째야. 딴짓하면서 기다리면 될 텐데, 온 신경이 곤두서 있어.

_그러게?? 백미러나 사이드미러로 봐봤자, 시야가 넓은 것도 아닌데 차라리 뒤돌아보면 되잖아. 절대 뒤돌아보지 않네.

_그치. 뭔가 비밀스러워. 미러를 통해서 저 남자 시야에 있는 누군가의 신호를 기다리는 거라면?

_우와. 형. 그럴듯한 가설이야. 오늘은 좀 경찰 같다.


고등은 부가티의 미러에 노출될 것 같은 인물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특별히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숨어있다가 나타나서 신호를 주나?

아닌가? 괜히 의심하는 건가?


_우리가 저 사람한테 가볼까?

_좋다. 저 사람의 계획을 흐트러뜨리자.


고등과 세마가 끙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뒤뚱거리며 횡단보도를 향해 걷는다.


_우리 우주복 입은 것 같지 않냐? 좀 멋있어 보일 수도 있어.

_우주복을 입었으면 날아다녀야지. 여긴 지구야. 우주복 입고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_아, 설득력 있어. 강세마. 똑똑한데?!

_형이 바보겠지.

_쳇.


부가티 남자가 차에서 내린다.

고등과 세마가 당황하며 걸음을 멈춘다.


_뭐야. 내리는데?

_어디 가는 거야?


남자는 길을 건너 고등과 세마가 앉아있던 카페를 향해 다가온다.


_아, 놔. 돌아가자.

_우리가 이 속도로 저 사람 따라잡을 수 있을까?

_일단 가자. 멀리 안 가면 좋겠네.


남자는 고등과 세마를 스쳐 지나가더니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뒤뚱거리며 되돌아온 고등과 세마는 앉아있던 테라스 테이블에 다시 앉는다.


_아휴, 다행이다. 멀리 안 갔어.


남자가 바에 가서 커피를 주문하는 소리가 들린다.


_ A cup of coffee, please.


고등과 세마가 당황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본다.

남자는 특유의 한국어 악센트로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일명 콩글리쉬. 한국 사람인 것이다.


_대박. 외국인이 아니야. 얼굴이 왜 저래?

_글쎄.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으니까. 근데 저럴 수가 있나?? 외국계 한국인인가?

_그래. 다문화 시대니까. 근데 나 저 사람 걷는 모습을 어디서 본 것 같아.

_그래?? 나는 저 사람 목소리, 어디서 들은 적이 있어.


고등과 세마는 긴장한 얼굴로 커피를 기다리며 바에 앉은 남자를 바라본다.


_어디서 봤는데?

_그게 생각이 안 나. 어디서 목소리 들었는데?

_나도 그게 생각이 안 나. 근데 저 남자 목소리 듣는 순간, 소름이 쫙 끼쳤어.

_아, 놔. 우리가 저런 한국 말하는 외국인을 어디서 본 거야?!

_혹시..... 성형했나?

_헐. 그래서 우리가 지금 뇌에서 혼란이 생기는 거야. 분명 아는 사람인데 얼굴이 바뀌어서 머리가 뒤죽박죽인 거라고.

_누구냐 너는??

_그럼 저 사람도 우리를 알까?

_알면 아는 척, 했겠지. 우리 옆으로 그냥 지나갔잖아.

_근데 우리 지금 얼굴에 붕대 감았잖아.

_헐. 저 사람 우리 못 알아보는 거? 내가 저놈 목소리 듣자마자 소름이... 꼭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죽을 뻔 했던 그 교회에서 처럼.....아!!!!! 생각났어. 소나타다.


고등과 세마는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며 서로의 깁스한 손을 붙잡는다.


_저 새끼 왜 여기 있지? 저 새끼 때문에, 보안 강화 한 거야? 노리는 게 고필 이사장이다?

_고필 이사장 감시하려고 학교 앞에 죽치고 있었나 보다!!!

_맞아. 이사장실 있는 별관이 보이는 위치에 늘 서 있었어.

_그래. 그러니까, 저 새끼는 태고랑 관련이 있잖아. 안인호를 납치했으니까.... 근데 태고에서 왜 고필 이사장을 노리지?

_생각해 보면 이상해. 멀쩡한 재벌이 학교에서 살잖아. 말이 돼? 가출했나? 가출한 아들, 사람 시켜서 잡으러 온 건가?

_데려가려고 온 건지, 죽이려는 온 건지.

_뭐? 자기 아들을 왜 죽여?

_나도 모르지. 이쪽이나 저쪽이나 살벌하잖아. 태고 쪽에서는 성형까지 해서 사람 죽이는 놈을 보냈으니까.

_그건 그러네.... 성형까지 해서 올 정도면 그냥 데려가겠다는 건 아닌 것 같은데??

_이게 뭔 좇 같은 상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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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깁스 24.07.01 8 0 11쪽
» A cup of coffee, please 24.06.30 10 0 12쪽
53 마카롱 24.06.28 8 0 13쪽
52 날아오르다 24.06.27 9 0 11쪽
51 서브 24.06.26 8 0 12쪽
50 악동 24.06.25 8 0 14쪽
49 테니스 스타 24.06.25 7 0 12쪽
48 랠리 24.06.21 8 0 13쪽
47 매치 24.06.20 7 0 11쪽
46 출전 24.06.20 6 0 11쪽
45 꼴등 24.06.19 6 0 11쪽
44 후계 24.06.19 6 0 12쪽
43 스포츠맨? 24.06.18 6 0 12쪽
42 인기인 24.06.18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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