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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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너드
작품등록일 :
2024.05.09 09:3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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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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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732

작성
24.06.1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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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맨 잡혔는데요?!

DUMMY

중국집 사장은 노안에 시달리는지 눈을 가늘게 뜨며 사진을 확인한다.


_잘 모르겠는데. 근데 나는 주방에 종일 있으니까, 홀 손님을 볼 일은 없을 것 같고. 이따가 우리 마누라 오면 물어보면 좋은데... 이 동네 마당발이거든. 이 사람 사진을 찍어 놓을게. 마누라 보여주고 내가 전화해 주면 되잖아요.

_아... 그건 좀... 저희도 수사 중인 사항이라 잘못된 소문이 돌 수도 있고 해서요. 감사합니다.


고등은 중국집을 나와 옆에 붙어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편의점 직원은 일을 시작한 지 이틀이라 아무것도 모른다고 대답하며 차라리 그 전에 일하던 직원을 찾아가 보란다.

고등이 연락처를 안다면 전화를 연결해 달라고 부탁하자 직원은 흔쾌히 편의점 장부에 남아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준다.


_안녕하세요. 별별편의점 알바생이요. 네네. 어떤 형사님이 찾아 오셨는데... 빌라에 불났었잖아요. 그것 때문에 오셨나 봐요.


직원이 고등에게 통화 중인 전화를 건넨다.


_안녕하세요.

_저기요. 형사님. 아니. 방화라는 소문이 있던데... 형사님이 아무도 안 찾아오셔서 너무 이상했어요. 제가 기다렸거든요. 방화 맞죠?


고등의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흥분한 여성의 음성이 쏟아진다.


_하하하. 아직 수사 중이라서요~

_그러니까, 방화라는 말씀이잖아요.

_제가 그런 취지로 한말은 아니고요. 하하하.

_아무튼. 제가 좀 마음에 걸리는 게 있거든요. 그날 낮에 편의점에서 토치 사 간 사람이 있어요.

_캠핑 가면 많이 쓰는 물건이잖아요. 식당에서도 쓰고요. 그리고...


전화 너머 여자는 고등의 말을 잘라먹으며 다급하게 말을 잇는다.


_그렇죠. 근데 이상하게 찜찜해요. 지금도 찜찜해서 미칠 것 같아요.

_아니... 왜요?

_제가 눈치 하나는 만렙이거든요. 그 손님이 자꾸 CCTV에 얼굴이 안 찍히려고 하더라고요. 계속 구부정하게 등을 숙이고 있었어요. 척추가 틀어졌나, 생각도 했지만 아무리 봐도 이상해서 그 손님 나갈 때 뒤따라 나갔거든요. 근데 밖에서는 등을 활짝 펴드라고~ 일부러 숙이고 있었던 거지.

_그래요? 혹시 지금 어디 계세요? 제가 더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_프랑스요. 유학왔어요.

_아.....지금 프랑스에 계신다고요?


고등의 말을 들은 카운터 앞의 직원이 당황하는 얼굴이다.


_프, 프랑스라고요? 전화 끊어요. 국제전화잖아.... 요금.. 요금...


고등이 흠칫 놀라며 마주 선 직원과 눈을 마주친다.

직원이 전화 끊으라고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난리다.


_지금 프랑스에서....


고등이 뭔가 더 얘기를 꺼내려 하자 직원이 덥석 전화를 빼앗아 끊어버린다.


_프랑스라는데 계속 통화하시면 어떡해요?!!!! 아, 짜증나.

_아니. 그게.. 죄송.... 합니다.


고등은 지갑에서 만 원짜리 지폐를 하나 꺼내려 한다.

직원은 고등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고등은 만 원짜리 지폐 하나를 더 꺼낸다.

직원이 한숨을 내쉬더니 손가락 하나를 세워 고등의 코앞에 내민다.

고등은 지폐 세 장을 꺼내 직원에게 건넨다.

직원이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고등의 지갑은 텅텅 빈다.


_여기 CCTV 영상은 며칠 보관해요?

_아마 3일 정도요? 사장님이 그렇게 말했던 것 같아요.

_영상 저장장치 확인해봐도 될까요?

_네.


고등은 창고에 설치된 컴퓨터로 편의점 CCTV 영상 보관함을 확인한다.

3일 이전의 영상은 자동 삭제되고 남아있지 않다.


**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하고 있는 남자 아이돌의 콘서트에 3만 명이 몰렸다.

객석을 꽉 채우고 있는 팬들은 아이돌이 무대에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_지노. 여진. 동해. 마로. 하나. 아신. 은호.


객석 입장이 모두 끝날쯤, 관객들 머리 위로 드론이 날기 시작한다.

관객들은 어떤 퍼포먼스로 공연 시작할까, 기대하며 윙윙 날아다니는 드론을 눈으로 쫒는다.


_드론 엄청, 떴어.

_역시. 스케일이 다르네.

_멋있어. 엘로퍼프!! 엘로퍼프!!

_엘로퍼프!! 엘로퍼프!!


드론 수 십 대가 무대 중앙에 모이더니 고래가 바다를 튀어 오르며 수영하는 모습을 빛으로 표현한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올 것 같고, 고래가 객석으로 점프할 것만 같다.


_아아아악!!! 멋있어. 오빠!!! 사랑해.

_같이 바다에 가자.

_사랑해. 멋있어.


3만 명은 동시에 탄성을 쏟아내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같은 시각 무대 뒤에서는 좀처럼 상황 파악을 할 수 없는 제작진과 가수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드론 퍼포먼스는 기획한 적도, 준비한 적도 없다.

가수가 이미 무대에 올라가야 할 시각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도통 아무도 알지 못한다.


_드론, 아는 사람 없어?

_진짜? 레알? 아무도 모르는데 드론이 저러고 있다고? 말이 돼?

_업체랑 얘기 잘 못 된 거 아냐?

_체육관에 다른 일정이랑 꼬인 거 아니고?


총괄 피디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따져볼 시간이 없으니 스텝들에게 일단 잠시 대기하라고 지시하고 무대 상황을 살핀다.

엘로퍼프는 무대 옆 계단에 서서 드론의 공연을 올려다보며 누가 디자인했는지 모르지만 잘했다며 키득거린다.


_죽인다.

_좋은데?!

_저거 만든 사람 보너스 줘야 하는 거 아님? 피디는 왜 난리야??


아름다운 빛을 발산하며 무대 위를 날던 드론은 다시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관객의 머리 위를 날기 시작한다.


_아름다운 엘로퍼프~

오늘의 너를 위해 내가 왔어.


관객들은 아이돌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드론을 향해 손을 흔든다.

피디는 관객들 반응이 나쁘지 않으니 음악을 깔자고 제안한다.


_발라드로 깔아.


엘로퍼프의 잔잔한 무드의 음악이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관객들은 리듬에 맞춰 팔을 흔들며 더욱 목소리를 높여 노래를 따라 부른다.


_오늘은 너를 위한 밤이야.

_퍼퍼퍼퍼펑. 펑펑. 퍼퍼퍼퍼퍼.

_으아아아아악. 악. 악. 으악. 으으아아아악.


어디선가 폭발음과 동시에 비명이 아득하게 들려온다.

관객들은 스피커의 음악 소리와 자신들의 목소리에 묻혀 희미하게 들려오는 기괴한 소리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핀다.

멀리 떨어진 객석에서 불꽃이 튀고 연기가 피어오른다.

놀란 관객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며 허둥댄다.


_뭐야. 저기. 뭔데?

_저것도 퍼포먼슨가?

_그렇겠지?

_이번 공연에 이벤트가 많네.


날고 있던 몇 개의 드론들이 빠르게 하강하더니 펑펑, 터진다.

이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모든 드론이 객석과 무대 뒤를 덮치며 폭발음과 불꽃이 콘서트장을 점령한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콘서트장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_아아아아아아악. 아악. 아아아악

_어디로 가야 해?

_여기? 아아아아악.

_저기?


출구를 찾아 도망치려는 사람들이 시커먼 연기에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뒤엉켜 움직인다.


_여기 어디야?

_어디? 아아아아악.


하지만 겨우 찾아낸 출구는 모두 잠겨있다.


_여긴 잠겼어.

_잠겼어.


제작진과 엘로퍼프도 주차장으로 빠져나가려고 무대 뒤 출입구로 우르르 달려가지만 가로막힌 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_누가 문 잠궜어?

_열어. 씨발.

_열쇠!!

_부숴!!


의자며 스피커며 닥치는 대로 던져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철문.


_아아아악. 아아악.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몰라 서로 뒤엉켜 넘어지고 밟히고 밟는다.

콘서트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_아아아아악. 씨발. 비켜.

_개새끼들아. 비키라고!!1


어디선가 새로운 드론이 허공에 나타나더니 곧장 뒤엉킨 사람들을 향해 질주한다.


_펑펑.

_아아아아악.

_아아아악.


콘서트장 전체가 불길에 휩싸여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비명을 집어삼키고 덩치가 점점 커지는 불길은 천장을 뚫고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른다.


**


콘서트장은 기둥 몇 개만 남기고 전소되었다.

운 좋게 잠긴 출구를 망가뜨리고 도망친 사람이 몇몇 있었지만, 사상자는 이만 오 천명에 달했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남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전원 사망했다.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고 언론들은 연일 콘서트장 테러 이야기를 하며 관할 경찰서인 완곡서에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다.

완곡서는 범행 과정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집단 멘붕에 빠진 상황이다.

누군가는 마스크맨이 잡히고 나니 또 다른 테러 집단이 나왔다며 대한민국은 성별 갈등과 세대 갈등이 폭발해 테러가 일상이 되었고 곧 망할 것이라 하고 누군가는 한국 아이돌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만큼 해외에서 안티 아이돌 테러 집단이 들어왔을 거라며, 문화콘텐츠를 해외에 파는 일을 관둬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기도 한다.

불안이 주장을 단단하게 만들어 다시 갈등으로 귀결되는 서클 속에서 혼란에 빠지는 형국이다.


고등은 체육 시간에 물을 마시고 오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물론 이석은 학교 담을 넘는 고등의 뒷모습을 빤히 보고 있었지만,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른 학생들의 몸풀기 자세를 교정해줬다.


완곡서에 도착한 고등은 이제 경찰 신분이 아니니 교복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나쁘지 않다고 여기며 강력계로 향한다.

꼬투리라도 잡아 뭐든 보도하려고 매의 눈으로 강력계를 주시하는 기자들에 둘러싸여 우왕좌왕하고 있는 강력반장은 고등을 보자 말까지 더듬는다.


_와와와와왔니...?

_구안와사라도 왔어요? 왜 말을 더듬으세요?

_그냥. 사는 게 무서워서. 다들 날 노려봐.


고등은 앵그리 버드처럼 눈꼬리를 치켜올리고 반장을 주시하는 기자들의 눈을 보고 흠칫한다.


_괜찮으세요? 반장님?

_아니. 잘 때도 눈이 안 감겨.

_아....


고등은 안쓰러운 마음에 두 팔을 벌려 반장을 끌어안으려고 한다.

반장은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였다가 몸을 세운다.


_이제 당당하게 교복 출입이네. 왜 왔냐? 바쁜데.

_제가 콘서트장 가봤거든요.

_너 이제 경찰 아니세요. 거길 왜 가셨어요??

_반장님. 저 돌아올 거라고요.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_됐고. 그래서?

_아무래도 마스크맨 짓인 것 같아요.


반장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다.


_마스크맨 잡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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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출전 24.06.20 6 0 11쪽
45 꼴등 24.06.19 6 0 11쪽
44 후계 24.06.19 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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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테니스 24.06.12 5 0 14쪽
33 진가 24.06.11 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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