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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ule(書)
작품등록일 :
2024.05.2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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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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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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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임무 2 - 방호대

DUMMY

그렇게 무언가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루이겔은 「메모리얼」 내부를 두리번 거리며 살펴봤지만, 벽에 위령비가 설치되어 있는 것 외에는 특이사항이 없었다.



... 물론 위령비의 개수가 대략 20개 정도 되었고 이름들의 수를 세어보니 아무리 못해도 2000명은 족히 넘길 듯 했다.


"...사망한 이들에 대한 정보가 굉장히 구체적으로 담겨있군요."

루이겔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슬픔에 잠겨있던 베투라도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며 루이겔에게 대답했다.


"보통 전투나 전쟁을 통해서 부상자나 사망자가 생긴다면, 그저 '몇 명 사망' 정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죠."


베투라는 말을 하면서도 위령비에 적힌 수많은 이들 중 한 명의 이름에 손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데티스는 대략 15년 동안이나 철저하게 적들의 방어를 막아왔고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하고 있죠. 여기 적힌 '레저'.... 이 친구는 전투가 끝나면 짝사랑하고 있던 여자에게 청혼하겠다고 했던 녀석입니다. 적힌대로 26살의 남자였고요. 그 아래에 적힌 '루가'는 제빵을 취미로 하던 25살의 여자였습니다. 틈만 나면 저희 방호대에서 쿠키를 만들어서 나눠줬었죠."


"...."


"만약 이름만 단순히 적혀있다면 이들의 의지와 희생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겁니다. 저도, 저와 함께 생사를 나눴던 동료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충격이 미화되고, 그들을 망각해가겠죠. 그래서 사망뿐 아니라 그들의 성격이나 단순한 외모의 특징까지 적는 것이죠."


그 말을 들은 루이겔은 흠칫 놀라는 듯, 몸을 살짝 떨었다.


그도 그럴 것이, 루이겔도 6년 전 습격에서 가족들을 잃었을 때 그 증오와 복수심만 남겨두고,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의 기억이 옅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절대... 안 잊을게."


중얼거리는 루이겔을 보자, 베투라는 마치 위로라도 해주려는 듯, 어깨를 토닥거려줬다.


"저희 방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이들이 저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확실한 건 <데티스 방호대>는 15년간 적들의 침략을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막아냈다는 것이죠."


그 말을 들은 루이겔은 억누르고 있었던 감정이 솟아오르는지, 분노의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만약에...만약에.... 우리 가족이 여기에 있었더라면..... 내가 방호대 정도로 강했었다면.... 우리 가족을 살릴 수, 구할 수 있었을까?"


"...설령 있었다고 하더라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루이겔이 고개를 휙 들며 '어째서?' 라는 눈빛으로 베투라를 쳐다봤다.


"아무리 승리를 하고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생각하시는 것처럼 고귀한 승리는 아니였습니다.

.... 물론 10년 전 <그 분>이 있을 때는 달랐지만..."


베투라는 마치 회상에 잠긴 듯 중얼거렸고, 그러면서도 현재 감정상태가 불안정한 루이겔을 위로해주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베투라는 진정된 루이겔을 「메모리얼」 밖으로 데리고 나갔고, 이번에는 방호대가 잠시 훈련을 멈추고 쉬고 있는 듯 보였다.



- 끼익....


야외 훈련장에 잠겨있었던 문을 베투라가 열면서 들어가자, 일부 병사들이 베투라를 보면서 즉각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자세를 취하며 외쳤다.


"대장님을 뵙습니다!"


그런 병사들의 모습에 베투라는 그럴 필요 없다는 듯이 손짓했고, 그렇게 그들은 경례자세를 풀었다.


"대장님 돌아오셨슴까?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누구임까? 신입임까?"


"아니, 이번에 새로 오신 「요원」님이다. 앞으로 이 분께 예를 갖추면서 생활하도록."


"아, 아니에요! 그렇게까진..."


"아 그렇슴까?"


루이겔이 예를 갖추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면서 그럴 필요 없다고 손사레 치자 그 병사는 루이겔에게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했다.


그렇게 얼떨떨하게 루이겔이 악수를 받아주자, 그 병사는 반가운듯 굉장히 힘껏 루이겔의 손을 흔들었다.


그러는 사이, 다른 병사가 베투라에게 질문을 했다.


"그때 사망하셨던.... 그 「요원」들을 대체해서 오신건가요?"


베투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맞을 거야. 이번에는 그런 참혹한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군."



그렇게 훈련중이었던 이들과 인사를 마치고 베투라는 다시 훈련장에 대한 설명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에 그들은 베트리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데티스의 재정담당관 : 레타를 보게 되었다.


"아니 베트리님... 이런 식으로 재정을 너무 사용하시는 아닌가요? 아무리 데티스가 방어가 중요하다고는 해도 바리케이트 수리비용에 *12sg나 사용하시다니... 이건 명백한 낭비입니다."

*sg : 재정단위이다. 재정단위는 sg , ss , sb 3가지이고 1sg = 10000ss , 1ss = 10000sb이다.

1sb는 100원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도시 단위의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sg를, 작은 단체 규모의 일에는 ss를, 개인적인 일에는 sb를 사용한다.


"레타님은 지금 바리케이트가 무너져도, 당장 밀란트 녀석들이 그것을 비집고 들어와도 괜찮다는 겁니까?"


"아니.... 그것의 의미는 꼭 아니옵니다만... 현재 「태양의 의식」도 다가오고 있는 만큼 재정을 아껴야 됩니다."


"국방에 재정을 소홀하게 쓴다면 「태양의 의식」전에 이 도시가 함락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태양의 의식」 비용을 조금 줄이더라도 제가 요청드린 비용은 절대 이보다는 줄일 수 없습니다."


"하.... 알겠습니다. 다른 곳에서 어떻게든 빈틈을 만들어보죠."


레타는 베트리와 이야기를 마친 후에 머리가 아픈듯 머리를 움켜쥐면서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베투라를 보자 몸은 살짝 숙이면서 베투라에게 인사를 했지만, 눈으로는 욕을 하는 듯 했다.



"오, 이분이 새로 오신 「요원」님인가?"

루이겔과 베투라를 눈치챈 베트리가 루이겔을 반기며 말했다.


"맞아. 이번에 새로 임명되신 분이라고 들었는데, 잘 해드려야지."


"반갑습니다. 저는 데티스 방호대의 부대장을 맡고 있는 베트리라고 합니다."

베트리가 손을 심장에 가져다대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아.. 반갑습니다. 저는 할익 요원 루이겔이라고 합니다."


"그러시군요. 그런데 루이겔님, 「요원」이시라면 저희를 하대하시는 것이 옳습니다. 명백히 법률과 정책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아... 그런데 아직 익숙치가 않아서..;;"


"뭐, 차차 익숙해지시면 되겠죠."


"또 레타가 압박을 넣는 건가?"

베투라가 베트리를 보며 물었다.


그 말을 듣더니 베트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 맞아. 최근 재정이 힘들다고 듣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우리의 예산을 뺄 순 없잖아? 우리는 최전방에서 데티스 사람들 뿐 아니라 오르니아를 지키는 방패니까..."


"맞는 말이긴 해. 파이카... 님이라고 했던가? 그 분과는 이야기를 해봤어?"


"그 분도 우리 예산을 줄이는 것을 크게 반대하진 않으셨어. 그 분은 차라리 자신의 봉급을 줄이겠다고 하셨지."


"허허... 파이카님이 빠져나가는 돈은 없다고 하셨어?"


"아직까지는 그렇다고 들었어."



베투라와 베트리가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하자, 루이겔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혹시 파이카님이라 하면...?"


"아, 루이겔님은 아직 연락을 못 받으셨겠군요."


"...오라버니, 지금까지 그럼 저 분 데리고 뭐한 거야?"


"우리 도시 이곳저곳을 소개해드렸지.... 그나저나 파이카님은 이 도시에 파견된 「요원」이자, 이곳을 관할하는 할익 팀의 대표이십니다."


"그렇다는 것은...."


'..팀의 대표라는 소리겠군.'


"예. 제 베트리가 지금 말해줘서 알았네요. 그럼 루이겔님의 팀을 만나러 가보도록 하죠."



그렇게 루이겔은 베트리와 인사를 나눈 뒤에 크레스트 팀이 앞으로 생활할 곳, 서류와 행정 업무를 볼 곳인 <시청(City Hall)>로 향했다.


데티스는 이동수단이 크게 발전하지 않았기에 도보로 이동해야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1시간 정도만 걷고 나니 금방 작은 궁전처럼 생긴 으리으리한 건물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렇게 궁전으로 보이는 곳의 내부는 역시 외형처럼 으리으리했고 굉장히 넓었기에 루이겔은 마치 길을 잃을 것 같았다.


"상당히.... 넓네...."


"좀만 지내보시면 금방 적응하실 겁니다."


그렇게 베투라의 부가적인 설명과 함께 루이겔은 베투라를 따라다녔고, 4층에 있는 문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아마 별 일이 없다면 이곳에 계실 겁니다."


"후...."


'별것도 아닌데 뭔가 굉장히 떨리네. 내 팀이라니... 어떤 자들일까?'



-끼이이이익....


베투라가 문을 열자, 업무를 보고 있는 사람들 3명이 보였다.




....



그런데 이상한 사람이, 아니, 무언가 익숙하지만 있어서는 안될 것 같은 사람이 있었다.


"...너가...너가 왜 여깄어?!?!"

루이겔은 당황했는지, 큰 소리를 치며 물었다.




ㅡㅡㅡㅡㅡ


데티스 방호대



이름만 듣는다면 오합지졸에 아무 능력도 없는 사람들의 집합일 것 같지만, 중앙의회나 귀족들이 거느리고 있는 기사단급, 혹은 그 이상의 전력을 가진다.


한 명 한 명 자체는 기사단이나 「요원」에 비해 약하지만, 이들은 지형적 유리함과 그들만의 「연계」작전과, 전투에서의 노련함으로 줄중하게 부대의 역할을 한다.


현재 이들을 총지휘하는 것은 베투라이며, 그것을 부지휘하는 것은 베투라의 여동생 베트리이다.



데티스에 있는 여러 부서 중 하나이며, 예산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서기도 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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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데티스 청문식 9 - 재판 24.09.11 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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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데티스 청문식 7 - 「악마」 24.08.27 6 0 10쪽
24 데티스 청문식 6 - 독사의 탈피 24.08.25 5 0 10쪽
23 데티스 청문식 5 - 보이지 않는 독사 24.08.21 6 0 10쪽
22 데티스 청문식 4 - 불길한 색 24.08.19 7 0 10쪽
21 데티스 청문식 3 - 은발의 미녀, 베일런 24.08.17 10 0 10쪽
20 데티스 청문식 2 - 정체불명의 습격 24.08.15 9 0 11쪽
19 데티스 청문식 1 - 바리케이트 24.08.13 13 0 12쪽
18 데티스 전투 4 - 풍전등화 24.08.11 9 0 11쪽
17 데티스 전투 3 - 「천사」 24.08.09 8 0 10쪽
16 데티스 전투 2 - 악몽의 재림 24.08.07 8 0 10쪽
15 데티스 전투 1 - 수상한 쇠기둥 24.08.05 9 0 10쪽
14 첫 임무 4 - 재정난 24.07.29 11 0 11쪽
13 첫 임무 3 - 만남 24.07.27 11 0 11쪽
» 첫 임무 2 - 방호대 24.07.25 13 0 10쪽
11 첫 임무 1 - 데티스 24.07.23 14 0 10쪽
10 할익 학교 4 - 졸업 24.07.22 11 0 10쪽
9 할익 학교 3 - 세계의 이치 24.07.21 12 0 11쪽
8 할익 학교 2 - 고통의 연속 24.07.17 12 0 9쪽
7 할익 학교 1 - 입학 24.07.15 10 0 10쪽
6 뤼트 대침공 5 - 루이겔의 결심 24.06.03 18 0 10쪽
5 뤼트 대침공 4 - 라이틸의 절규 24.06.02 19 0 10쪽
4 뤼트 대침공 3 - 참사 24.06.01 15 0 11쪽
3 뤼트 대침공 2 - 태양 수정 파괴 사건 24.05.31 18 0 10쪽
2 뤼트 대침공 1 - 루이겔 24.05.30 3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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