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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ule(書)
작품등록일 :
2024.05.2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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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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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티스 청문식 6 - 독사의 탈피

DUMMY

그러나 검은 안개는 왜인지는 몰라도 공격을 해오지 않았다. 오히려 파이카를 보고는 갑자기 바닥에 다리에 힘이라도 풀렸는지 털썩 주저앉았다.


그 모습에 파이카와 사르는 당황해했고, 녀석이 검은 안개를 서서히 거두는 것을 보고는 더욱 당황해했다.


"어...어째서지?"


"그..글쎄요?"


그리고 그 자는 앉은 자세에서 파이카를 향해 양손을 뻗으며 말했다.

"ㅅ...ㄹ..... 내.... 내 잘못이야...... 나를....용서해줘...."


녀석의 목소리는 굉장히 눈물에 잠긴 사람의 목소리였다. 녀석이 곧 순순히 검은 안개를 온전히 거두자, 녀석의 형태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회색머리에다가 끝부분이 보라색인 굉장히 독특하게 생긴 긴 머리, 오랫동안 먹지 못한 듯 마른 체형을 띄며 현재 울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남자였다.


그의 머리는 마치 몇 년 가까이 자르지 않은 듯 엄청나게 길었고 옷은 다 찢어진 누더기를 입고 있었다.


또, 왼손에는 주먹 부분에 송곳처럼 생긴 칼날이 달려있는 너클을, 오른손에는 지금은 바닥에 내려놓았지만 길이가 1sc정도밖에 안되어 보이는 외날검을 들고 있었었다.



그러나 파이카는 정신을 부여잡고는 저 자의 손목을 향해 성검을 휘둘렀다.



-깡!!!



하지만 <적을 벨 수 없는 성검>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게 녀석이 별다른 저항이나 갑옷을 끼고 있지 않더라도 파이카의 성검은 마치 벽이라도 부딪힌 듯, 저 자를 베지 못했다.


"...젠장."


위기를 감지한 파이카가 곧바로 경계태세로 돌변했지만, 그 자는 저항 한 번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하.... 넌 누구지?"


파이카의 말을 들은 그 자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흔들리는 눈동자로 파이카를 쳐다보았다.


"ㅈ..ㅈ..저를.... ㄱ...기억 못하....."

말을 채 다 하기도 전에 녀석은 갑자기 쓰러져버렸고 그렇게 파이카는 응급처리를 하고 사르는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도시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물론! 파이카는 사르에게 아까 본 모습은 철저히 비밀로 숨기라는 부탁...(협박이라 보는게 맞을수도 있겠다.)을 한 상태였다.


그렇게 지원병력이 와서 그 기절해 있던 그 남자를 포박한 뒤에 압송해갔고, 베트리와 테노다, 루이겔도 데려갔다. 그리고 일부 병력은 회색 원 내부의 위험 요소도 사라졌으니 조금더 조사를 진행하여 보기로 했다.




그렇게 밤이 되었고, 하나 둘 씩 병력들이 돌아올 때의 시청 아래의 지하감옥.


그 남자는 손에는 수갑이, 발에는 족쇄가 채워져 있었고, 게다가 수갑은 벽 쪽에 또다른 사슬과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다가 차갑고 균열이 간 바닥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 터벅,터벅,터벅,...



그리고 그런 남자를 누군가 찾아왔다. 남자는 처음에는 관심도 주지 않았지만, 이내 시선을 돌렸다.


남자를 찾아온 자는 다름 아닌 파이카. 많은 병사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파이카는 꾸역꾸역 혼자서 지하 감옥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셀렌....."


분명 아무 의미도 없는 이름이지만, 파이카는 왜인지 모르게 저 말을 들으면 계속해서 마음 속 한 구석이 움찔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파이카가 단독으로 죄수와 대화해보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었으니까. (물론 병사들에게는 추궁해보겠다고 말했다)



"너, 대체 정체가 뭐지?"


"... 정말로 모르는 겁니까."


"모르니까 너에게 이러고 있는 거겠지!"

파이카가 쇠창살을 주먹으로 쾅하고 내려치며 말했다.


일반적인 죄수들이었다면 화들짝 놀랐겠지만 이 남자는 얼굴에 미세한 변화 하나 없이 침착했다.


"너의 무분별한 짓 때문에 병사 수십명이 죽었고, 백명을 넘기는 인원은 사경을 헤매고 있어! 그런데, 너가 평범한 사람으로 내가 보일거 같나?"


"...확실히, 평범한 사람은 아니죠."


남자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고 얼굴에 생기도 하나 없었지만 무언가 의미없이 말한 거 같지는 않았다.


"그..그럼 네놈의 정체는 뭐냐? 밀란트인이냐?"


'밀란트인'이냐는 질문을 듣자마자 녀석은 검은 안개를 만들어내며 쇠창살로 달려들었다.



- 챙!!!



순간적으로 돌진하는 녀석을 보며 파이카는 화들짝 놀라 쇠창살 뒤로 엉덩방아를 찍었다.


'마...만약 쇠창살이나, 족쇄 저거 1개라도 없었으면 난....'


그러나 파이카가 당황해하자, 녀석은 그 즉시 파이카의 심리 변화를 눈치채고 검은 안개를 거두더니 다시 쇠창살을 붙잡고 제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죄송합니다. 밀란트인들에게 좋은 기억이... 없어서 말이죠."


파이카는 다시 먼지를 툴툴 털어버리고 녀석에게 질문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어떤 안 좋은 기억이 있길래 그러는 거지?"


"...말하면 믿어주실 겁니까."


"믿을수는 없어도 참작은 할 수 있겠지. 그러니 말해봐라."


"...."


녀석이 갑자기 침묵을 지키자, 파이카는 한숨을 푹 내쉬며 다른 말을 하려고 했으나, 그 순간, 녀석이 입을 열었다.


"「신」을 믿으십니까."


'갑자기?'

갑작스러운 질문에 파이카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 해주었다.


"「신」이 있었다면, 이런 비참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겠지. 설령 과거에 「신」이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난 그저 과거의 일이라 생각하고 있어."


저 발언은 「태양교」신자 혹은 사제가 들었다면 매우 큰일이 날 법한 발언이었다. 실제로 저 발언은 「태양교」와 「천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셈이니까.


그러나 저 자는 「태양교」 신자는 아닌 듯 굉장히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얼굴 일켠에는 살짝의 씁쓸함이 담겨져 있는 듯 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권능」에 대해서도 믿지 않으시겠군요."


"「권능」...?"


"「신」들만이 가지고 있던 고유마법입니다. 이름은 거창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별거 없죠. 「신」들 중에서도 「권능」을 못 쓰는 「신」들은 많기도 했고요."


"... 너가 그걸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것이지?"


"그야 저는 그 「신」에게 「권능」을 통해 「저주」를 받았기 때문이죠."


"「저주」? 아까 봤던 그 검은 안개를 말하는 건가?"


"아니요."

그 자는 다시 이내 고개를 푹 떨구며 말했다.


"모든 생명체들은 유한하죠. 심지어 「혼돈」의 흐름, 「원소」의 변화 마저 말이죠."


"...그게 무슨 소리지?"


"...그러나, 저는 무한하답니다."


갑자기 녀석이 눈을 희번뜩하게 뜨자, 파이카는 녀석의 눈에서 알 수 없는 살기가 느껴졌다. 확실히 자신을 향한 것은 아니었지만, 끝없는 증오, 그리고 복수심, 그리고 후회감이 느껴졌다.


"...너가 무한하다는 것이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 저는 「저주」때문에 죽을 수 없답니다."


".....어?!"


말도 안되는 소리였기에 파이카는 어이가 없다는 듯 녀석을 쳐다보았다.


"역시 안 믿으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다행이군요."


"왜 그렇지?"


"조식 녀석들... 그들은 절 생체실험 대상으로 사용했고, 저에게 「저주」를 풀어주겠다고 해두고서는 저에게 온갖 모진 짓을 하여 <불사>의 몸을 얻으려고 했습니다. 물론 실패했지만요."


"...."


비록 죄인일 뿐이었지만, 파이카는 왜인지 모르게 녀석의 말에 공감을 해주기 시작했다.


"제가 그곳에 그렇게 모두를 경계하며 있었던 이유도, 검은 안개를 뿜어내며 제 정체를 숨긴 것도 그것 때문입니다."


"너의 말을 어떻게 믿지? 넌 이미 수십을 죽인 살인자일 뿐이다. 너의 그 짓으로 인해 어찌보면 수백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거다!"


"..."


파이카의 말이 끝나자, 녀석은 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말을 이어갔다.


"부상당한 이들에게 현재 어떤 치료 방식을 쓰고 있습니까."


"그걸 알아서 무엇 하려는 것이지?"


"이미 죽은 자들은 돌이킬 수 없다지만, 죽을 위기에 처한 이들은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용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남들과 다를 터, 남들과 동일하게 접근한다면 치료할 수 없을 겁니다."


"지금 나와 협상을 하자는 건가? 너의 목숨을 가지고?"


"협상도, 목숨 구걸도 아닙니다.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는 이 몸, 죽여주실 수만 있다면."

녀석이 눈을 희번뜩 거리면서 파이카를 매섭게 노려보자, 파이카는 한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최소 이 녀석이 거짓을 말하는 거 같지는 않다는 것을.


파이카가 고민을 하고 있는 도중, 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전 누구를 죽이는 취미는 없습니다. 다만 <죽음>을 위해서라면 달라지죠. 누구는 「축복」이라 부르겠지만, 저에게는 최소 이 능력은 「저주」입니다."


"하아....."

고심 끝에 파이카가 마음 속에서 결단을 내린 듯 했다.



"좋다. 그렇다면, 우리 병사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지?"




ㅡㅡㅡㅡㅡ



「신」



사람들이 굉장한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존재. 그러나 밀란트이든, 오르니아이든, 연림이든 「신」들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가 없다.


「천사」와 「악마」가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 인간들 사이에 직접 등장한 것은 [태양]뿐이라고 전해진다.


목격담에 따르면 [태양]은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날개를 마법으로 감추거나 보이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신」과 「천사」, 그리고 「악마」의 이름은 전해져 내려오지 않고 있으며 태양신도 그저 [태양]이라고 불릴 뿐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아는 「신」은 마법을 하사한 [마법]과 오르니아에 구원을 내려준 [태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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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첫 임무 3 - 만남 24.07.27 11 0 11쪽
12 첫 임무 2 - 방호대 24.07.25 12 0 10쪽
11 첫 임무 1 - 데티스 24.07.23 14 0 10쪽
10 할익 학교 4 - 졸업 24.07.22 11 0 10쪽
9 할익 학교 3 - 세계의 이치 24.07.21 12 0 11쪽
8 할익 학교 2 - 고통의 연속 24.07.17 12 0 9쪽
7 할익 학교 1 - 입학 24.07.15 10 0 10쪽
6 뤼트 대침공 5 - 루이겔의 결심 24.06.03 1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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