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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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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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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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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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v. 23 서울 나들이 (2)

DUMMY

Lv. 23 서울 나들이 (2)


원래라면 놀러 나온 사람들과 운동하는 사람들로 가득했을 한강공원이 지금은 사람들 대신 몬스터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하긴 50레벨이 넘는 이 괴물들을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직 많지 않겠지.’


정한은 몬스터들의 차지가 되어버린 한강공원을 씁쓸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두 자로의 검을 불러냈다. 큐베로스를 토벌하고 얻은 새하얀 ‘큐베로스의 송곳니’와 검은색의 ‘노움의 정’이 각각 제 존재를 뽐내며 정한의 손에 쥐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정한의 곁에는 단 한 명뿐인 그의 분신이 서 있었다.


수많은 고민 끝에 정한이 선택한 건 결국, [지속 분신]이었다.

소환된 정한의 분신이 그를 향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역시 넌 날 선택할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하면 그의 착각일까?


‘짜식. 웃기는.’


거울을 보고 있는 것처럼 똑같이 생긴 제 분신에게 옮기라도 한 건지 정한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가장 가까이 있는 몬스터를 향해 용수철처럼 튀어 나갔다.


‘큐베로스의 송곳니’가 새하얀 잔상을 길게 그리면 그 뒤를 ‘노움의 정’에서 나오는 검은빛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공격력이 많이 줄긴 했지만, 이제 유지되는 시간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정한의 분신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정한과 그의 분신 덕에 한강공원엔 때아닌 진풍경이 펼쳐졌다.

갑자기 생겨난 몬스터들 때문에 한강 주변은 얼씬도 못 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보도블록에 몰려들어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있었다.

몰려든 사람들은 난데없이 나타나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있는 두 인영에 대해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수군거렸다. 개 중에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영상과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누구야?”

“몰라.”

“저 사람 언제부터 있었어?”

“아까 나 외근 나갈 때도 있던데? 못해도 세 시간은 넘은 거 같아.”

“레벨이 도대체 얼마나 높길래 저 괴물 같은 놈들을 저렇게 쉽게 잡는대?”


잠깐 숨을 돌릴 겸 고개를 돌렸던 정한은 어느새 새까맣게 몰려든 인파를 보고 당황했다.

‘플랑크톤’들의 시선에 익숙해지는 바람에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도 모르고 신나게 몬스터들을 사냥하던 저 자신을 생각하니 괜히 머쓱해졌다.


규태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정한은 사람들도 몰린 김에 사냥을 조금 일찍 마무리하기로 했다.


‘집까지 뛰어가면 대충 십분. 씻고 준비하고 나오면 얼추 시간이 맞겠군.’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정한이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척하며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을 만한 구석으로 몸을 피했다.

정한을 따라 우르르 이동하던 인간 바리케이드들은 그가 보이지 않게 되자 차마 몬스터들이 득실득실한 공원 안으로는 발을 들이지 못하고 미어캣처럼 목을 길게 빼고 그의 흔적을 찾기 바빴다.

그리고 그런 구경꾼들 사이를 은신으로 몸을 숨긴 정한이 유유히 빠져나갔다.

잠시 후.

멀끔해진 모습으로 규태의 사무실 근처에 도착한 정한은 가까운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창밖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사실 정한은 서울역에 도착한 뒤로 그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지나치게 멀쩡한 서울의 모습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아마 정식 서비스가 오픈되던 날 티브이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정한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갑자기 튀어나온 괴물들이 날뛰며 사람들을 썰고 다니지, 이순신 장군 동상은 살아나서 대사관을 때려 부수지.

지구에 망조가 든 게 아니고서야 이런 일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은 금방 일상을 회복했다. 아니, 회복이고 뭐고를 떠나서 애초에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다.

직장인들은 당연하게 회사로 출근하고 학생들 또한 학교로 등교했다.


지나다니는 행인들의 머리 위에 떠다니는 레벨과 이름, 생명력 게이지 바가 없었으면 지난 며칠간의 일이 꿈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사람들은 금방 이 사회에 적응해 버렸다.

오픈 월드 형식의 롤 플레잉 게임처럼 주거지역과 몬스터 출몰 지역이 명확하게 구분 지어 놓고 주거지역에서만 생활하는 NPC 같은 모습으로.


정한은 제 앞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빨대를 괜히 휘저었다.


‘내가 이상한 건가······?’


사실 가장 먼저 시스템에 적응해 가장 높은 레벨은 가진 이가 할 만한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한이 살면서 겪어본 바로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결국 집단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집단에 속하지 못한 개체는 결국 도태된다. 공동생활을 하는 무리에서 도태란 곧 죽음을 의미했다.


‘나도, 회사 출근해야겠지······?’


강원도만 통제되던 시기와는 달리 지금은 전국적으로 몬스터들이 출몰한 상황이었다.

조금 전까지 사냥하던 한강공원에만 해도 몬스터들이 들끓고 있으니, 사실상 강원도 통제로 회사를 나가지 않는 건 이제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였다.


‘근데 왜 이 인간은 연락이 없어?’


정한은 괜히 저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던 직장 상사를 생각하며 오랜만에 동기들 단톡방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정한이 궁금해하던 내용이 논쟁거리가 되고 있었는지 관련 대화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강원도 사람들 언제까지 쉬는 거야?

-사실상 지금 전국 통제 아님? 인제 그만 출근해도 될 것 같은데.

-우리 부장도 강원도에 있었다던데 어제부터는 출근하더라.

-내 옆자리 선배는 아직도 쉬는 중. 근데 우리 부장은 별말 안 함.

-내 사수 새끼도 쉬는데 개 부럽다. 인별 보니까 살판났던데? 어제는 바닷가 사진 올렸음.


다행히 지금까지는 회사에서도 별말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다음 주부터는 출근해야겠다. 하늘에서 누가 돈을 던져주는 것도 아니고······. 던전이나 몬스터들은 서울에도 있으니까. 일단 내일 돌아가서······.’


정한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강원도에서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이 일을 끝마친 규태가 정한이 있는 카페로 들어왔다.


“······아. 야! 윤정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길래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냐?”


규태가 기어이 정한의 어깨를 툭툭 치고 나서야 정한은 눈앞의 규태를 알아차렸다.


“어. 형 왔어?”

“아까 왔다. 임마. 일어나 가게.”

“진호는?”

“진호 늦을 것 같다고 해서 우리가 그쪽 동네로 간다고 했다. 가자. 일어나.”

“어디가? 주차장 반대편 아니야?”


정한은 앞장서서 제가 알고 있는 방향과 다른 쪽으로 걷는 규태를 향해 물었다.


“이 시간에 차 끌고 강남 가면 두 시간이야 두 시간. 대중교통 타고 몇 분 힘든 게 낫지.”


정한은 퇴근 시간을 맞아 인파로 가득한 지하철 안에서 ‘차라리 지금이라도 내려서 그냥 뛰어갈까?’라는 고민을 백번이나 넘게 한 것 같았다.

겨우겨우 도착한 로데오 거리의 고깃집에 자리를 잡고 앉은 둘은 매장 내부를 가득 채운 사람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야. 이것만 보면 세상 변한 거 하나도 없지 않냐?”

“그러게. 나 사실 아까 서울역 멀쩡한 거 보고도 놀랐어.”

“너 아직 광화문 광장은 안 가봤지?”

“거길 굳이 왜 가?”

“안 가봤으면 말도 마라. 거기 완전 상점가로 싹 바뀌었거든. 근데 상점 주인들이 다 이 종족이야. 거기 가보잖아? 거기는 인간들보다 이 종족들이 판을 친다, 판을 쳐. 너 드워프 실제로 본 적 있냐?”

“드워프가 있어?”

“고블린도 있어. 그때 우리가 사냥하던 놈들 말고. 우리나라 말도 하고 안경도 썼더라.”

“허어. 내일 가봐야겠는데?”


규태는 눈앞의 반찬들을 집어 먹으며 일주일 사이에 서울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정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마치 지방에서 갓 서울로 올라온 조카에게 삼촌이 서울에 관해 설명해 주고 있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던 둘은 어느 정도 배가 차자 자리를 옮겼다.


“근데 얘는 왜 이렇게 안 와? 벌써 여덟 시가 다 되어가는구만.”


근처 가까운 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긴 정한이 시간을 확인하곤 얼굴을 찌푸렸다.


“때 되면 오겠지. 아부지한테 엄청나게 시달리는 거 같던데······.”

“걔가 애도 아니고. 군대까지 다녀온 스무 살 넘은 애를 뭐 한다고 그런대?”

“내가 몰랐는데, 걔가 어마어마한 부잣집 아들이더만?”

“형 몰랐어? 난 형이 매일 금수저, 금수저 이래서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정도일 줄은 몰랐지. 그때 데려다 줄 때 봤는데, 집이 으리으리하더라. 궁궐인 줄 알았잖아. 서울에서 그런 집에 살려면 돈을 얼마나 벌어야 되냐.”

“강남에 집 있는 사람한테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이네.”

“야. 따지고 보면 너네 집도 강남이지!”

“내가 사는 데는 보통 한강 이남 지역이라고 해. 형이 사는 곳은 서울시 강남구고. 무슨 차이인지 알겠냐?”


사는 지역이 강남이니 강의 이남이니 하며 투덕거리던 둘은 진호가 도착하고 나서야 유치한 말싸움을 멈추었다.


“형님들 늦어서 죄송함다!”


매장 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외친 진호가 정한과 규태를 행해 허리를 거의 180도에 가깝게 접었다.


“너 오늘은 표정이 좋다?”

“오늘은 정한이 형님도 오셨으니까요! 형님, 제가 진짜 형님 보고 싶었던 거 아시죠?”

“알았으니까, 조용히 좀 하고 앉아. 사람들이 다 쳐다보잖아. 너 때문에!”


그제야 헤실헤실 웃으며 굳이 정한의 옆자리에 가서 앉는 진호를 규태는 못마땅한 듯이 쳐다보고는 점원을 불렀다.

앞에 놓인 잔이 맥주잔에서 소주잔으로 바뀌고, 은은한 주황색 조명이 비치던 원목 테이블이 은색 양철판이 달린, 오래된 포차 느낌의 술집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세상에 몬스터가 판을 치는데 말이야. 사람들이, 어? 나라와 가족을 위해 몬스터 때려잡을 생각은 안 하고. 어? 결재 서류 밀렸으니까 그만 놀고 와서 결제해 달라는 게 말이 되냐고.”

“이 양반 취했네.”

“내가 노냐? 어? 나도 목숨 걸고 몹 잡는 거야! 야, 최진호! 너도 말해봐.”

“형. 제가 죄송해요. 저도 진짜 형 길드 가고 싶었는데······. 아시잖아요? 저 진짜 형들 좋아하는 거······.”

“하아. 얘는 또 왜 이래?”

“형. 진짜 제가 존경합니다. 진짜로, 제가 형님보다 게임 경험도 짧고 인생 경험도 짧지만! 그래도 형만큼 같이 사냥하기 편한 사람이 없다는 건 압니다. 지금 같이하는 자식들은, 아오. 진짜. 몹이고 뭐고 제가 먼저 그 자식들 뚝배기 깨고 싶은 정도라고요. 아시겠습니까?”


정한은 저를 붙잡고 하소연하는 둘을 보며 눈을 질끈 감고 입에 소주를 털어 넣었다.

아무래도 오늘 하루가 길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도움말 : 인구 밀집도에 따라 몬스터들의 레벨과 개체 수가 책정됩니다. 원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엔 다른 것들도 많이 꼬이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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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Lv. 46 파티플레이 (1) 24.07.02 252 8 11쪽
46 Lv. 45 가출 (3) 24.07.01 241 10 11쪽
45 Lv. 44 가출 (2) 24.06.30 252 9 12쪽
44 Lv. 43 가출 (1) 24.06.29 257 7 12쪽
43 Lv. 42 남산 타워 (8) 24.06.28 262 9 11쪽
42 Lv. 41 남산 타워 (7) 24.06.27 260 8 11쪽
41 Lv. 40 남산 타워 (6) 24.06.26 271 9 11쪽
40 Lv. 39 남산 타워 (5) 24.06.25 278 8 11쪽
39 Lv. 38 남산 타워 (4) +2 24.06.24 302 9 11쪽
38 Lv. 37 남산 타워 (3) 24.06.23 318 8 11쪽
37 Lv. 36 남산 타워 (2) +1 24.06.22 328 7 11쪽
36 Lv. 35 남산 타워 (1) 24.06.21 340 10 11쪽
35 Lv. 34 일상으로의 복귀(4) 24.06.20 351 11 11쪽
34 Lv. 33 일상으로의 복귀(3) 24.06.19 350 10 11쪽
33 Lv. 32 일상으로의 복귀(2) 24.06.18 361 12 11쪽
32 Lv. 31 일상으로의 복귀(1) 24.06.17 394 13 11쪽
31 Lv. 30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6) 24.06.16 386 14 11쪽
30 Lv. 29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5) 24.06.16 395 13 11쪽
29 Lv. 28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4) 24.06.15 398 14 11쪽
28 Lv. 27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3) 24.06.15 415 15 11쪽
27 Lv. 26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2) 24.06.14 428 13 11쪽
26 Lv. 25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1) 24.06.14 444 14 11쪽
25 Lv. 24 서울 나들이 (3) +1 24.06.13 456 14 11쪽
» Lv. 23 서울 나들이 (2) +1 24.06.13 471 14 11쪽
23 Lv. 22 서울 나들이 (1) +2 24.06.12 479 13 11쪽
22 Lv. 21 던전 (4) 24.06.12 491 14 12쪽
21 Lv. 20 던전 (3) 24.06.11 499 13 11쪽
20 Lv. 19 던전 (2) 24.06.11 50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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