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26,948
추천수 :
766
글자수 :
395,020

작성
24.06.30 06:20
조회
251
추천
9
글자
12쪽

Lv. 44 가출 (2)

DUMMY

Lv. 44 가출 (2)


제 방에 도착한 진호는 캐리어란 캐리어는 모조리 꺼내 옷이며 짐을 쓸어 담듯 챙겼다.

대충 아끼는 것만 챙긴다고 챙겼는데도 커다란 캐리어 네 개가 꽉 찼다.


‘이걸 어떻게 들고 나가지? 택시를 불러야 되나?’


택시를 부르려고 앱을 켰지만, 목적지를 입력하지 못하고 한참이나 쳐다보던 진호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손을 내렸다.


‘아······. 갈 데가 없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에게 떠밀리듯 유학길에 오른 탓에 진호는 한국에 이렇다 할 친구가 없었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아버지의 눈을 피해 강원도 시골에 처박혀 게임만 했으니 친한 사람들이라고 해봐야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전부였다.


엉망이 되어버린 방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캐리어 네 개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진호는 하나의 묘안을 떠올렸다.

인벤토리를 불러낸 진호는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얻어낸 잡동사니 중 가장 크기가 작은 물건 네 개를 꺼냈다. 각각의 캐리어에 잡동사니를 하나씩 넣은 진호는 캐리어를 인벤토리에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어? 이게 되네. 좋았어!’


진호는 인벤토리에 나머지 캐리어를 모두 집어넣은 뒤 집을 나섰다.


이 나이 먹고 가출한 자신을 받아줄 친구는 없을지 몰라도, 십 분만 걸어 나가면 길바닥에 널린 게 호텔 아니면 모텔이었다.

어딜 가든 제 한 몸 뉠 곳이 없겠냐며 기세 좋게 뛰쳐나오긴 했지만, 막상 집 밖으로 나오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핸드폰으로 근처 호텔을 검색해 보던 진호는 가격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가 본 호텔이 고급 호텔이기도 했거니와 주말을 맞은 호텔은 하루 숙박비만 오십만 원이 넘어갔다.


‘아니, 뭐가 이렇게 비싸?’


진호는 지갑을 꺼내 제가 가지고 있던 돈을 세어봤다.

백만 원짜리 수표가 세 개, 오만 원권 열 장과 만 원권 세 장이 들어있었다.

평범한 직장인의 한 달 월급이었지만 부잣집 도련님에게는 일주일 용돈도 되지 않는 돈이었다.


자신이 가진 돈을 다 합친다고 해도 일주일 방값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하던 진호의 눈에 현금 인출기가 들어왔다.

현금 인출기로 달려간 진호는 제 명의의 통장에 있는 돈을 출금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카드는 있으나 마나야.’


제가 집을 나온 걸 아버지가 알게 되면 계좌고 카드고, 모두 막아버릴 테니 그 전에 최대한 현금을 보유해 놓기로 한 것이다.


‘이런 점은 아버지를 닮은 건가.’


인출기가 뱉어낸 현금을 챙기는 진호의 입이 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호의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그가 네 번째 현금 인출기에 카드를 집어넣은 순간 거래가 정지된 카드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화면에 출력된 것이다.


진호는 천만 원이 조금 넘게 든 가방을 둘러매고 제가 검색했던 호텔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침대에 누워 오랜만에 핸드폰으로 익명 게시판을 살펴보던 정한은 갑자기 걸려 온 전화에 화면 위로 떠오른 이름 세글자를 보며 고개를 모로 꺾었다.


‘얘가 이 시간에 갑자기 웬 전화지?’


“여보세...”

-형님. 접니다. 진호.

“너 술 마셨냐?”

-제가 술을 왜 마십니까. 그게 아니고······. 제가 집을 나왔는데요. 형님.


*


가까운 공원으로 나간 정한은 벤치에 처량하게 앉아있는 진호를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진호야.”

“형니임.”


울먹이며 달려드는 진호를 가볍게 막아낸 정한은 진호를 데리고 가까운 치킨집으로 들어갔다.


치킨 한 마리와 생맥주를 시킨 정한은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술부터 들이켜는 진호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별다른 대화 없이 맥주만 마시던 둘 앞에 갓 튀겨져 나온 뜨끈한 치킨이 서빙되었다.


진호는 며칠 굶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치킨을 뜯어 먹었다.

저녁도 못 먹고 아버지에게 불려 가 욕이나 실컷 얻어먹다가 가출한 진호였으니 배가 고픈 게 당연했다.


“나이가 몇인데 가출을 해?”


강냉이를 집어먹던 정한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시무룩해진 진호는 들고 있던 치킨을 제 앞접시에 내려놓았다.

입술까지 내밀며 삐쭉거리는 진호를 본 정한은 진호의 잔에 맥주를 따라주고는 치킨이 든 바구니를 진호 앞으로 쓱 밀었다.


“일단 먹고 얘기하자. 많이 먹어라.”

“네, 형님!”


말없이 맥주를 홀짝이던 정한은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켜는 것을 끝으로 식사를 끝낸 진호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서 갑자기 가출은 왜 한 건데?”

“형님도 저 혼내시려고 물어보시는 거죠?”

“내가 뭐라고 너를 혼내냐. 그냥 무슨 일인가 물어보는 거지. 아버지 회사 길드 들어갔대서 잘하고 있는 줄 알았더니.”


정한의 대답에 우물쭈물하던 진호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아버지랑 싸우고 짐 싸서 나온 거야? 애냐?”


진호의 이야기를 다 들은 정한이 맥주를 하나 더 주문하며 그에게 핀잔을 주자 진호가 억울한 듯이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씨. 안 혼내신다면서요. 형님! 그리고 먼저 시비 걸고 때린 건 그 자식들인데 제가 왜 사과해야 합니까!”

“그래그래. 알았다. 그래서 앞으로 어쩌려고.”

“그래서 말인데요. 형님. 저 좀 며칠만 재워 주십시오.”


주말이라 사람도 많은 치킨집에서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매달리는 진호를 보다 못한 정한은 결국 진호를 집으로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다.


“엄청 넓은데요?”


4인 가족이 살던 집이니 넓은 게 당연했다.

정한은 자신도 모르게 굳어지는 얼굴을 애써 갈무리하며 괜히 옷장을 뒤적였다.


“옷은 그거밖에 없냐? 편하게 입을 거 줘?”

“아닙니다! 옷 챙겨왔습니다.”


인벤토리에서 커다란 캐리어를 한 개도 아니고 네 개씩이나 꺼내는 진호를 보며 정한은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너 아주 작정하고 나왔구나?”


다음 날. 아침부터 사냥하러 가자며 정한이 살고 있는 아파트 주차장으로 찾아온 규태는 정한과 함께 나오는 진호를 보며 입을 떡하니 벌렸다.


“야, 최진호. 네가 왜 정한이랑 같이 나와?”

“저 앞으로 형님이랑 같이 살기로 했습니다.”

“진짜냐? 정한아?”

“뭐. 당분간은 그렇게 하기로 했어.”


넉살 좋게 희주에게 웃으며 인사한 진호는 뒷자리에 있는 현주에게도 살갑게 말을 붙이며 차에 올랐다.

담배를 입에 물고 정한은 주차장 한쪽으로 끌고 간 규태가 정한에게 속삭였다.


“야. 무슨 일이야? 쟤 뭔 일 있었대?”

“직접 물어봐.”

“하이씨. 야. 야!”


정한은 진호에게 제 펫을 자랑하는 희주와 현주에게 인사를 건네며 차에 올랐다.


“형님! 저는요?”

“뭐를?”

“저는 펫 안 주십니까?”

“너는 어제 없었잖아.”

“호호호. 아셨죠. 진호 씨? 배신자에게 베풀 미덕은 원래 없는 거랍니다.”

“하루만 일찍 나올걸!”


진호의 절규가 차 안에 메아리쳤다.


*


규태의 자동차가 남산 타워 공영 주차장에 멈췄다.


“여긴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우리에겐 정한이가 있잖냐. 넌 얌전히 버스 탈 준비나 해.”


정한의 레벨을 알 리 없는 진호가 인벤토리에서 커다란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곧이어 그들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윤정한 님이 파티에 초대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오랜만에 정한의 파티에 초대된 진호는 정한의 레벨을 보자마자 돌처럼 굳어버렸다.


“야. 쟤 봐라.”

“아. 진호한테는 얘기를 안 했구나.”

“치······, 칠십이이이이이이이?!”


진호의 외마디 비명이 남산에 울려 퍼졌다.


“아니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뭐가?”

“뭐가요?”


진호는 간간이 정한의 생명력을 채워주며 투덜거렸다.


“저한테는 말도 안 해 주시고. 다들 진짜 너무하십니다.”

“쓰읍. 배신자 주제에 왜 이렇게 말이 많아요?”

“아, 형수님. 그 배신자 소리 좀 그만하십쇼!”

“그래 희주야. 듣는 배신자 무안하게 왜 자꾸 배신자라고 하냐.”

“형님!”


현주는 갑자기 나타난 진호의 텐션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시종일관 생글거리며 자신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거는 것도 모자라 다른 사람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모습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저런 사람이 진짜 존재하는구나. 도대체 형부랑 언니는 무슨 게임을 했던 거야?’


정한에 이어 진호까지 범상치 않은 사람들만 끌고 다니는 규태와 희주를 보며 현주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야, 이제 말해봐.”

“뭐를요.”

“왜 정한이랑 같이 살기로 했는지 말해보라고.”

“저 가출했어요.”

“뭐? 초딩이냐?”


진호는 규태를 한번 노려보고는 말을 이었다.


“형님 최태식 아시죠?”

“엉. 알지. 진격의 검.”

“그 자식이랑 한바탕 하고 쫓겨났어요.”

“네가 걔랑 싸울 일이 뭐가 있어?”

“그 미친 새끼가 정한이 형님 뒷담화를 하지 뭡니까! 형님 발톱의 때만도 못한 새끼가!”

“그 자식 아직도 그러고 다니든? 근데 걔가 그런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뭐 그런 걸 가지고 싸워?”

“······ 했단 말입니다.”


진호가 하도 작게 웅얼거리는 통에 제대로 듣지 못한 규태가 그에게 고개를 가까이 댔다.


“뭐?”

“저희 길드 전체를 욕하고 다녔다고요! 정한이 형님뿐만이 아니라 형님이랑 형수, 저, 호랑이랑 지밥이, 크롱이까지······. 그런데 제가 거기서 어떻게 참습니까?”


규태는 씩씩거리는 진호를 보며 황당하다는 듯이 웃었다.

진호가 길드원들을 유독 좋아한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분해할 줄은 그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야. 그렇다고 현피뜨는 애들도 아니고 진짜로 싸우면 어떡하냐. 이거 진짜 꼴통이네.”

“그 새끼가 먼저 때렸다고요! 저는 어디까지나 정당방위였습니다.”

“그래서, 이겼냐?”

“당연하죠. 그 새끼는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진호가 턱을 치켜들고 당당하게 말하자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린 규태가 물었다.


“걔 전사라며. 근데 사제한테 맞고 병원에 입원했다고?”

“그 멍청한 새끼가 또 능력치 포인트를 지능에다 꼬라박았더라고요.”

“와. 그 새끼도 진짜 노답이네. 아직도 그 짓거리 하고 있다고? 이거 능력치 초기화 안 되지 않아?”

“안되지. 능력치 배분할 때 알림창에 뜨잖아. 능력치 포인트 취소 못 한다고. 그건 그렇고, 너 그런 이유 때문에 아버지랑 싸운 거야?”


어쩐지 가출한 이유를 정확하게 말 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싶었더니 결국 자신이 관련된 일이었다.

진호가 자신을 우상시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지만, 설마 그것 때문에 제 가족과 싸우고 집을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헉. 혀. 형님.”


갑자기 나타난 정한에 공기를 한 움큼 집어 먹은 진호가 입을 다물었다.


“진호야, 고작 게임 길드가 뭐라고 그런 것 때문에 가족이랑 싸우냐.”

“그렇게 말하면 내가 좀 서운한데······?”

“형은 좀 조용히 하고 있어.”


정한의 눈치를 살피던 희주가 규태의 입을 틀어막고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형님은 모릅니다. 저한테 그 게임이 어떤 의미였는지.”

“그래도 게임은 게임이야. 그리고 지금은 그것도 안 하잖아. 너 오늘 집에 가서 아버지한테 잘못했다고 하고 와.”

“지금은 싫습니다.”


완강하게 고집을 부리는 진호를 보며 정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착실히 사냥하는 분신 덕분에 정한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착실하게 레벨이 오르고 있었다.


“정한아.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둬. 진호가 애냐? 얘도 생각이 있겠지.”


[도움말 : 한번 사용한 던전 열쇠는 특별한 옵션이 부여되어 있지 않은 이상 사용하면 사라집니다. 그러니 사용할 때 신중하게 사용해 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9 Lv. 48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1) 24.07.04 234 6 11쪽
48 Lv. 47 파티플레이 (2) 24.07.03 234 8 11쪽
47 Lv. 46 파티플레이 (1) 24.07.02 251 8 11쪽
46 Lv. 45 가출 (3) 24.07.01 241 10 11쪽
» Lv. 44 가출 (2) 24.06.30 252 9 12쪽
44 Lv. 43 가출 (1) 24.06.29 257 7 12쪽
43 Lv. 42 남산 타워 (8) 24.06.28 262 9 11쪽
42 Lv. 41 남산 타워 (7) 24.06.27 259 8 11쪽
41 Lv. 40 남산 타워 (6) 24.06.26 271 9 11쪽
40 Lv. 39 남산 타워 (5) 24.06.25 278 8 11쪽
39 Lv. 38 남산 타워 (4) +2 24.06.24 302 9 11쪽
38 Lv. 37 남산 타워 (3) 24.06.23 318 8 11쪽
37 Lv. 36 남산 타워 (2) +1 24.06.22 327 7 11쪽
36 Lv. 35 남산 타워 (1) 24.06.21 339 10 11쪽
35 Lv. 34 일상으로의 복귀(4) 24.06.20 351 11 11쪽
34 Lv. 33 일상으로의 복귀(3) 24.06.19 349 10 11쪽
33 Lv. 32 일상으로의 복귀(2) 24.06.18 361 12 11쪽
32 Lv. 31 일상으로의 복귀(1) 24.06.17 393 13 11쪽
31 Lv. 30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6) 24.06.16 385 14 11쪽
30 Lv. 29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5) 24.06.16 394 13 11쪽
29 Lv. 28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4) 24.06.15 398 14 11쪽
28 Lv. 27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3) 24.06.15 414 15 11쪽
27 Lv. 26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2) 24.06.14 428 13 11쪽
26 Lv. 25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1) 24.06.14 444 14 11쪽
25 Lv. 24 서울 나들이 (3) +1 24.06.13 455 14 11쪽
24 Lv. 23 서울 나들이 (2) +1 24.06.13 470 14 11쪽
23 Lv. 22 서울 나들이 (1) +2 24.06.12 479 13 11쪽
22 Lv. 21 던전 (4) 24.06.12 490 14 12쪽
21 Lv. 20 던전 (3) 24.06.11 498 13 11쪽
20 Lv. 19 던전 (2) 24.06.11 508 1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