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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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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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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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v. 31 일상으로의 복귀(1)

DUMMY

Lv. 31 일상으로의 복귀(1)


아난타의 수식어가 ‘훈련 교관’일 때부터 알아봐야 했다.


‘능력치는 나쁘지 않은데······, 심지어 허리띠는 처음 나온 거고······.’


정한은 [아난타의 탄띠]를 꺼내 들었다. 탈부착이 가능한 범용 파우치가 양쪽에 각각 하나씩 달린 탄띠는 다행히 검은색이라 얼핏 보면 그냥 단순한 벨트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키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는 탄띠에 부착된 범용 파우치를 살펴봤다.


[범용 파우치(통합) – 이동식 창고 (0/8)]


“오······. 좋은데?”


지금까지 인벤토리가 부족하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아이템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었다.

정한은 조금 전까지 내키지 않았던 탄띠를 바로 착용하고 ‘아난타의 철모’는 바로 이동식 창고인 범용 파우치에 넣어버렸다.


[범용 파우치(통합) – 이동식 창고 (1/8)]


‘여기에 핸드폰이랑, 지갑 같은 걸 넣어놔도 되겠군.’


정한은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작은 배낭을 꺼내 범용 파우치에 옮겨두고,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인어의 망토를 착용했다.

아난타를 잡고 얻은 다른 장비에 비해 아주 성능이 좋은 아이템은 아니었지만, 그가 차고 있던 ‘물빛 망토’는 물의 정령들을 잡으면서 얻은 거라 애초에 비교 대상이 되질 못 했다.


대충 인벤토리 정리를 끝낸 정한이 아난타가 서 있던 거대한 원형 발판 위로 생겨난 문을 향해 다가갔다.

문 위로 손을 올리자, 이번엔 아무런 알림창도 떠오르지 않고 스르륵 문이 열렸다.


던전 밖은 어느새 하루가 지나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정한은 던전과 현세를 이어주는 경계의 한가운데에 서서 기지개를 켰다.


“으아. 하루나 지났네. 슬슬 서울로 출발해 볼까?”


그는 개운한 표정으로 계곡을 벗어났다.


*


“저기요. 플레이어님? 서울로 가신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가고 있잖아. 왜?”

“저······. 제가 여기에 오기 전에 그래도 이곳 문명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아두면 좋지 않을까, 해서 공부를 하고 왔는데 말이죠.”

“그런데?”

“그. 이곳은 굉장히 다양한 교통수단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그리고 이동 주문서도 있지 않으십니까?”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 빙빙 돌리지 말고 본론만 말해.”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요. 왜 그런 편리하고 빠른 교통수단과 이동 주문서는 놔두고 산을 타고 계시냐 이 말입니다!”


아무도 없는 깊은 산속을 헤메던 정한을 보며 열세 번째 사도, 주드가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절규나 가까운 그의 목소리가 사방에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좀 조용히 좀 해봐. 지금 헷갈리니까. 그러니까 지금 이쪽이 맞는 건가? 여기가 동쪽이고, 이쪽이······.”


정한은 핸드폰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제 위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깊은 산속이라 그런지 핸드폰에 있는 GPS가 잘 잡히지 않았다.


“왜 이러시는 건지나 알려주시라고요!”


정한은 ‘플랑크톤’의 반대편 어깨에 자리 잡고 앉아 훌쩍거리는 열세 번째 사도를 곁눈질로 힐끗 쳐다봤다.


“정상에 올라가서 주변을 확인해 봐야 지도가 넓어지니까.”

“고작 그런 이유 때문이었습니까?”

“넌 날아다니니까 쉽겠지만 난 아니거든.”


정한은 다시 묵묵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산 대부분이 강원도 쪽에 몰려있는 만큼 그의 지도는 금방금방 넓어졌다.


하루 종일 산을 타고 걸은 덕에 저녁쯤이 되자 정한은 어느새 가평에 도착해 있었다. 그는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한 주택에 들어가 모닥불을 피웠다.


“오늘은 여기서 대충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겠다.”


챙겨온 버너를 꺼내 물을 끓이면서 모닥불 근처에는 나가를 잡으면서 가득 쌓여있던 생선을 몇 마리 꺼내 구웠다.

이를 지켜보던 열세 번째 사도의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졌다.

정한은 ‘플랑크톤’에게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생선 한 마리를 건네주고 열세 번째 사도에게도 한 마리 건넸다.


“자 너도 먹어라.”

“저, 정말 저 주시는 겁니까?”

“먹기 싫으면 말고.”

“아니에요!”


열세 번째 사도는 혹여라도 정한이 마을을 바꿔 제 생선구이를 빼앗아 갈까 봐 허겁지겁 살점을 베어 물었다.

행복한 표정으로 생선구이를 먹어 치우는 ‘플랑크톤’과 ‘열세 번째 사도’를 지켜보던 정한도 뜨거운 물에 데워낸 즉석밥에 생선구이를 한 점 크게 올려 입에 넣었다.


[음식을 먹어 배가 부릅니다. 포만감의 효과로 생명력 및 마나 회복 속도가 10% 증가합니다.]

[포만감 효과는 30분 동안 유지됩니다.]

[고등어구이의 효과로 10분 동안 생명력이 10 증가합니다.]

[삼치구이의 효과로 10분 동안 공격력이 5 증가합니다.]


식사가 끝나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지금 당장은 아무런 쓸모도 없는 효과를 무시한 정한은 모닥불 근처에 텐트를 설치했다.

상점에서 10골드를 주고 산 캠핑 세트에 포함된 텐트라 그리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너덧 명은 들어가서 잘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텐트 내부를 보며 정한은 감탄했다.


“별게 다 들어있네.”


정한은 코펠 세트부터 캠핑용 의자, 램프에 테이블까지 들어있는 다양한 구성의 캠핑 세트 중에서 침낭과 베개를 꺼내 텐트 안에 펼쳤다.

제법 아늑한 모양새의 잠자리에 만족한 정한이 제 베개 옆에 자리를 잡고 누운 ‘플랑크톤’과 열세 번째 사도에게 냅킨을 덮어주었다.


부쩍 높아진 능력치 덕분인지 정한은 이미 하루를 꼬박 던전에서 보내고 낮에 내내 산을 탔는데도 견딜만했다.

정한의 곁에 있던 그의 분신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정한과 텐트를 계속 번갈아 가며 힐끔거렸다.

동화율뿐만 아니라 재사용 대기시간도 짧아진 녀석은 이제 곧잘 자신에게 의사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동화율. 그래, 저 열세 번째 사도인지 뭔지 하는 녀석이 분명 ‘엘리시온’과 내가 동화율이 높다고 했지······. 근데 나는 ‘엘리시온’이 아니라 ‘아스포델’의 플레이어고······. 하아. 뭐가 뭔지 모르겠네.”


정한은 거칠게 제 머리를 헤집더니 텐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 생기거나 몹들 오면 알아서 처리해. 나 잔다.”


정한은 캠핑 의자에 앉아 모닥불을 쬐며 자신을 쳐다보는 분신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자리에 누웠다.

견딜만하다고 생각했던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눕자마자 곯아떨어진 정한은 거의 열 시가 다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가평에서부턴 대중교통을 타고 서울로 들어갈 생각이었던 정한은 여유롭게 아침 식사까지 끝내고 간밤의 흔적들을 정리하고 가평 시내로 향했다.

가평 외곽이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사람이 살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과는 반대로 가평 시내는 거의 피해가 없었다.

건물들도 멀쩡했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도 제법 많이 있었다.


‘하긴, 서울도 그 참사를 겪고도 멀쩡한데······.’


정한은 가평 시내를 조금 더 둘러보다가 버스를 잡아타고 서울로 향했다.


“여기가 서버 ‘지구’ 채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군요! 어중간한 단계까지 발달한 문명이라······. 뭐, 좋습니다. 이 정도로 발달한 문명이 오히려 인구수도 많고 회수할 수 있는 영혼도 많은 법이거든요! 고도로 발달 된 문명은 오히려 생명체가 극도로 줄어들어서 효율이 떨어진달까요? 그렇다고 너무 미개한 문명은 애초에 시스템을 이해조차 하지 못하니 아예 쓸모조차 없고······. 서버 ‘지구’는 그에 비해 정말 딱 알맞은 문명 발달 정도를 가졌네요. 어떻게 이런 행성을 알아냈는지, 정말 ‘엘리시온’ 녀석들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어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구경하던 열세 번째 사도는 정한의 곁에 와서 끊임없이 제가 느낀 바를 떠들어대더니 갑자기 허공에 멈춰서서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이쿠, 이런. 제가 흥분해서 너무 많이 떠들었나 봅니다. 이 정도로 경고가 내려올 줄 몰랐는데 말이죠.”


열세 번째 사도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정한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정한의 셔츠 앞주머니에 들어가 있던 ‘플랑크톤’이 제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열세 번째 사도를 향해 두 팔을 들어 올리며 화를 냈다.


“너는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나 보지?”

“저는 ‘아스포델의 들판’의 일부이기 때문에 ‘엘리시온’의 모험가들은 저를 인식조차 할 수 없답니다. 물론 ‘엘리시온’의 일부인 요 하찮은 잔재는 저를 알아차렸지만, 아마 요 녀석도 정확히 제가 뭔지는 모를 겁니다.”

“그러니까 너의 존재는 결국, 일종의 버그 같은 거군? 그래서 네가 나타나니까 긴급 서버 점검이 이뤄졌던 거고, 넌 그걸 피하려고 내 펫이 된 거야. 그렇지?”

“호오. 플레이어님께서는 보기보단 굉장히 머리가 좋으시군요? 하지만 대답을 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정보 접근 제한 레벨이 걸려있는 정보거든요.”

“지금 그 대답으로 충분해.”


정한은 계속해서 튀어나오려고 하는 ‘플랑크톤’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지하철 역사 안으로 들어갔다.

정한의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출퇴근 시간에 비하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마침 비어있는 자리에 앉은 정한은 제 맞은편에 앉은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Lv. 8 이지훈]

제 나이와 비슷한 레벨을 가지고 있는 소년은 정한의 앞주머니에서 열심히 버둥거리는 ‘플랑크톤’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정한은 조심스럽게 ‘플랑크톤’을 꺼내 제 손 위에 올려놓고 ‘플랑크톤’의 팔 한쪽을 들어 소년에게 흔들어 주었다.

소년의 얼굴이 순식간에 확 밝아지더니 정한을 향해 해맑게 웃었다.


“이번 역은 종합운동장, 종합운동장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이 역은······.”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자, 제 엄마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선 소년이 정한과 ‘플랑크톤’을 향해 작게 손을 흔들었다.

지하철을 내려서까지도 ‘플랑크톤’에게 눈을 못 떼던 소년은 결국 엄마의 품에 안겼다.

문이 닫히고 열차가 천천히 출발했다.

동시에,

출구를 향해 계단을 올랐던 사람들의 비명과 절규가 역사 안에 울려 퍼졌다.

여기저기 찢기고, 피범벅이 된 사람들이 도로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겁에 질린 사람들이 절망에 가득 찬 눈으로 스크린 도어를 내리쳤다.


곧이어 그들의 뒤를 따라 새까만 야생동물의 떼가 승강장 안을 검은 해일처럼 뒤덮었다.

열차 안에 타고 있던 사람도, 열차 밖에 있던 사람도 모두 비명을 내질렀다.

어느새 창문에 매달리다시피 붙어있던 정한이 시선이 점점 멀어지는 소년을 향했다.


소년의 어머니는 아이를 머리 위로 높게 들어 올리고 제게 달려드는 생명체들에게 발길질했지만, 혼자서 그 많은 무리의 몬스터들을 떼어내기란 불가능했다.

소년과 그의 어머니는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곧바로 들려오는 아이의 비명을 들으며 정한은 눈을 질끈 감았다.


[도움말 : 아주 귀엽고 사랑스럽게 생긴 몬스터들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녀석들이 몬스터라는 것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언제 잡아먹힐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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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Lv. 48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1) 24.07.04 234 6 11쪽
48 Lv. 47 파티플레이 (2) 24.07.03 234 8 11쪽
47 Lv. 46 파티플레이 (1) 24.07.02 252 8 11쪽
46 Lv. 45 가출 (3) 24.07.01 241 10 11쪽
45 Lv. 44 가출 (2) 24.06.30 252 9 12쪽
44 Lv. 43 가출 (1) 24.06.29 257 7 12쪽
43 Lv. 42 남산 타워 (8) 24.06.28 262 9 11쪽
42 Lv. 41 남산 타워 (7) 24.06.27 260 8 11쪽
41 Lv. 40 남산 타워 (6) 24.06.26 271 9 11쪽
40 Lv. 39 남산 타워 (5) 24.06.25 278 8 11쪽
39 Lv. 38 남산 타워 (4) +2 24.06.24 302 9 11쪽
38 Lv. 37 남산 타워 (3) 24.06.23 318 8 11쪽
37 Lv. 36 남산 타워 (2) +1 24.06.22 328 7 11쪽
36 Lv. 35 남산 타워 (1) 24.06.21 340 10 11쪽
35 Lv. 34 일상으로의 복귀(4) 24.06.20 351 11 11쪽
34 Lv. 33 일상으로의 복귀(3) 24.06.19 350 10 11쪽
33 Lv. 32 일상으로의 복귀(2) 24.06.18 361 12 11쪽
» Lv. 31 일상으로의 복귀(1) 24.06.17 394 13 11쪽
31 Lv. 30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6) 24.06.16 386 14 11쪽
30 Lv. 29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5) 24.06.16 395 13 11쪽
29 Lv. 28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4) 24.06.15 398 14 11쪽
28 Lv. 27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3) 24.06.15 415 15 11쪽
27 Lv. 26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2) 24.06.14 428 13 11쪽
26 Lv. 25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1) 24.06.14 444 14 11쪽
25 Lv. 24 서울 나들이 (3) +1 24.06.13 456 14 11쪽
24 Lv. 23 서울 나들이 (2) +1 24.06.13 470 14 11쪽
23 Lv. 22 서울 나들이 (1) +2 24.06.12 479 13 11쪽
22 Lv. 21 던전 (4) 24.06.12 491 14 12쪽
21 Lv. 20 던전 (3) 24.06.11 498 13 11쪽
20 Lv. 19 던전 (2) 24.06.11 50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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