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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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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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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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5,020

작성
24.06.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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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v. 24 서울 나들이 (3)

DUMMY

Lv. 24 서울 나들이 (3)


정한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겨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시간을 보니 아침 9시.

결국 어제 술에 만취한 진호와 규태를 택시 태워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 3시였다.

쓰린 속을 부여잡고 화장실로 향한 정한은 찬물에 몸을 씻으며 남은 잠과 술기운을 털어냈다.


정한은 장롱 깊숙이 들어있던 검은색 정장을 꺼내 입었다.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온 제 몰골을 거울에 비춰보던 정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지 말라고 저를 붙잡고 늘어지는 두 진상들 때문에 너무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냥 버리고 일찍 집에 올걸 그랬나······.”


이미 지난 일을 가지고 후회해 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 정한은 더 늦기 전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뜨겁다 못해 따갑게 느껴지는 여름 햇빛을 그대로 흡수하는 검은 정장이 뜨끈하게 달궈졌다.

자켓을 벗어 팔에 걸친 정한이 도착한 곳은, 서울에 있는 한 봉안당이었다.

한두 번 와본 곳이 아닌 듯 정한의 발걸음은 익숙하게 제가 가야 할 곳을 찾아 움직였다.


“저 왔어요.”


처음에는 이렇게 서서 혼잣말하는 것도 어색했는데 십 년이 넘게 지나고 나니 이것도 제법 익숙해졌다.

정한은 부모님과 동생 정민이 웃고 있는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는 딱히 슬프거나 하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가족들을 만나고 오면 기분이 가라앉았다.


‘광화문 광장이나 가볼까?’


보통 이런 날은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게임을 했겠지만, 정한은 문득 어제 규태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여기 한국 맞아?”


광화문 광장에 도착한 정한이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게임 속에서나 봤을 법한 중세 유럽풍의 아담한 이층집이 광화문 광장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저 사람 여기 처음 왔나 봐.”

“와, 근데 잘생겼다. 안내해 줄 테니까 같이 다니자고 해 볼까?”

“에이. 게임 같은 거 안 하게 생겼는데? 레벨 너무 낮으면 난 별로야.”


길 한복판에 멀뚱히 서서 입을 떡 벌리고 서 있는 정한을 보며 주변에 있던 여자들이 수군거렸다. 그녀들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정한은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상점 앞에는 규태의 말대로 이 종족들이 길거리로 나와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정한은 제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는 키에 다부진 몸, 덥수룩한 수염을 머리카락처럼 땋아 내린 드워프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우와. 진짜 드워프네.”

“뭐, 왜? 드워프 처음 보나? 이 허우대만 기다란 양반아!”


호전적이고 종족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드워프답게 정한을 향해 바로 언성을 높이는 그에게 정한이 순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네. 실제로는 처음 봐요.”

“그, 그래? 크흠. 뭐 어디 시골에서라도 살다 온 모양이지? 그래, 시골 모험가 양반. 우리는 최고급 무기와 방어구를 제작하는 대장장이 공방일세! 마음껏 구경해 보게나!”


이곳에서 파는 무기와 방어구는 전부 별이 한 개짜리인 일반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이미 착용하는 장비들이 최소 별이 2개짜리이다 보니, 이곳의 아이템들이 성에 찰 리 없는 정한은 사실 무기나 방어구보다 드워프에 더 관심이 많았다.


“NPC인가 보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똑같은 말을 기계처럼 내뱉는 그를 한동안 관찰하다가 내린 결론이었다.

정한은 드워프가 운영하는 공방을 나와 이번엔 고블린이 운영하는 주점에 들어갔다.


“어서 오시게! 못 보던 모험가군. 우리 가게의 자랑인 버터맥주 한잔해 보겠나?”


정한은 버터맥주를 손에 든 채 이상한 고깔모자를 쓴 인간형 NPC가 운영하는 마법 용품 상점부터 엘프가 운영하는 포션과 비약을 판매하는 물약 상점까지, 거리에 있는 모든 상점에 일일이 직접 들어가 보면서 상점 거리를 천천히 구경했다.

그러는 사이 정한의 손에는 각종 군것질거리와 잡다한 아이템들이 가득해졌다.

처음 방문한 이들에게 제 가게를 홍보한답시고 NPC들이 내어준 것들이었다.


정한은 희주의 동생 현주가 먹다 뱉었던 오크 고기 꼬치를 맛있게 베어먹으며 근처 벤치에 앉아 상점가를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시민 역할을 하는 이 종족 NPC들부터 정장을 빼입은 직장인 무리와 자신처럼 구경하러 나온 건지 평범한 사복 차림의 사람들, 그리고 정말 모험가처럼 칼과 방패를 찬 사람들까지.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일상처럼 녹아들고 있었다.


긴 시간을 상점가에서 방황하던 정한은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주부터는 다시 서울로 돌아올 생각이었기에, 정한은 가볍게 입을 옷가지와 간편식들을 챙겨 인벤토리에 넣었다.

준비를 끝낸 정한은 강원도로 향하는 이동 주문서를 길게 찢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강릉역의 화장실이었다.


‘강릉 역이면······, 인제랑 너무 멀지 않나?’


이동 주문서의 단점이었다.

목적지를 설정할 수 없는 탓에, 그는 인제에서 차로 한 시간이나 넘게 떨어진 강릉에 도착해 버린 것이다.


허탈함에 웃음 짓던 것도 잠시 그는 핸드폰으로 빠르게 인제까지 가는 방법을 검색했다.


‘대중교통으로만 세 시간이 넘게 걸리네······. 이러면 서울에서 버스 타고 가는 게 빨랐을 것 같은데?’


결국 그는 서울역까지 가는 이동 주문서를 한 장 더 써서 인제까지 가는 고속버스에 올랐다.

어느새 제 집처럼 편안해진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열두 시에 가까웠다.

침대에 쓰러지듯 누운 정한은 산골에 처박혀 몬스터를 사냥할 때보다 더한 피로감이 몰려와 그대로 잠들었다.


꿈도 한번 꾸지 않고 깊게 잠든 덕에 이른 아침에 눈을 뜬 정한은 대충 양치질만 하고 운디네가 있던 폭포로 향했다.

폭포에는 역시나 던전의 입구인 커다란 문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그는 인벤토리에서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의 열쇠를 꺼내 들었다.

정한이 굳이 얼마 안 되는 이동 주문서를 써 가면서까지 제가 있던 그 산속 펜션으로 돌아온 이유였다.


열쇠를 구멍에 맞게 꽂아 넣자 커다란 문이 텅 소리를 내며 활짝 열렸다.


[‘깊은 심연의 동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익숙한 던전의 내부와 익숙한 활자가 적힌 알림창을 본 정한은 여전히 제 손에 들린 ‘김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의 열쇠를 내려다봤다.


분명 열쇠의 설명창에는 지하 2층이라고 쓰여있었지만, 그가 있는 곳은 동굴이었다.


‘나와.’


분신을 소환해 낸 정한은 일단 눈앞에 보이는 경험치들을 차근차근 처리해 나가며 생각에 잠겼다.


‘지난번엔 이층 열쇠를 사용하겠냐고 물어봤던 것 같은데······. 일단 큐베로스 방까지 가보자.’


거의 10레벨이나 차이가 나는 나가들이라 이제는 눈 감고도 잡을 수 있을 정도였지만,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처럼, 정예는 정예인지라 경험치가 제법 쏠쏠하게 들어왔다.


‘플랑크톤’들도 정한이 들어온 걸 눈치챘는지 우르르 몰려와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최대한 빨리 잡는다고 해도 워낙 넓은 곳이다 보니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물론 처음 왔을 때 거의 열다섯 시간가량 걸렸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긴 했지만.


큐베로스의 방에 도착한 정한은 방주인이 사라지고 없는 빈방에 주인을 대신해 거대하게 자리를 잡은 문에 다가갔다.

지난번처럼 문에 손을 올리자, 정한이 기다리던 알림창이 떠올랐다.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열쇠’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역시! 확인.”


던전을 나갈 때와는 달리, ‘끼이익’하는 오래된 쇠가 긁히는 것 같은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거대한 문이 힘겹게 열렸다.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가 문을 넘어서자 바로 알림창이 떠올랐다.


해변의 바다색과 비슷한 푸르른 색감의 바위들로 이루어진 곳이 동굴이었다면, 지하 2층은 좀 더 깊은 심해의 바다처럼 짙은 색의 바위들로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구조는 동굴과 비슷하지만 길이 3갈래로 나뉘어져 있었고, 초롱아귀같이 생긴 것들이 벽에 박혀 조명등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정한은 가장 먼저 오른쪽으로 나 있는 첫 번째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첫 번째 몬스터와 마주했다.


[Lv. 52 푸른 나가 전사(정예)]

[생명력-2.7K / 속성-물 / 공격력-275 / 특징-깊은 심해에 서식하는 전설 속 생물이다. 일반 나가와는 다르게 강한 체력과 전투력이 특징이다. 인어와는 다른 종으로 서로 적대관계이다.]


삼지창을 들고, 거의 헐벗은 자태로 다니던 ‘푸른 심연의 나가’들과는 달리 나가 전사들은 상반신뿐이지만 어깨 보호구와 투구 같은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었고, 검과 방패를 들고 있었다.

정한은 곧바로 전투 자세를 취했다.

레벨 차이가 난다고는 해도, 본격적인 전투 성향을 보이는 몬스터들은 절대 얕봐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었다.


그가 은신으로 몸을 숨기자, 분신도 어둠 속으로 스며들 듯이 모습을 감췄다.


조심스럽게 나가 전사의 등 뒤로 다가간 정한의 새하얀 칼날이 초롱아귀의 빛을 받아 번뜩였다.

쉬익-.

공기를 찢으며 들려오는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나가 전사의 뒷덜미에 ‘큐베로스의 송곳니’가 박혀 들어갔다. 그리고 동시에 이어지는 분신의 일격.

푹. 푸욱! 푹. 푸북. 푹. 푹!

연속적으로 쏟아지는 공격에도 비명 한번 지르지 않던 나가 전사가 거칠게 몸을 뒤틀었다.

“쿠아악!”

하늘을 향해 짧게 소리를 내지르더니 제 몸에 강화 마법을 두르고는 무서운 속도로 정한을 향해 다가왔다.

캉! 카캉. 캉! 캉. 캉.

빠른 속도로 몰아치는 정한의 공격을 방패와 검을 사용해 막아내던 나가 전사는 어느새 제 뒤에서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정한의 분신을 방패로 밀어내듯 공격했다.

투웅-.

분신의 몸이 일순 뒤로 살짝 튕겨 나가고 알림창이 떠올랐다.


[분신이 상태 이상 ‘기절’에 빠집니다. 3초 동안 모든 행동이 불가능합니다.]


‘여태 상대해 왔던 녀석들과는 다르다!’


일반 몬스터와 정예 나가들을 상대하면서 상태 이상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녀석은 없었다.

하지만 나가 전사는 정한의 분신을 일부러 기절시켰다. 동화율이 감소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한 번에 상태 이상에 걸린 것으로 봐서는 관련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녀석이 지금 신경을 써야 할 상대는 정한의 분신이 아니었다.

나가 전사는 분명 전투 관련 능력치가 높은 몬스터였고, 전투에 능한 것도 맞았지만, 분신을 떨쳐내겠다고 정한에게 등을 보인 건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나가 전사의 무방비한 등짝을 본 정한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공격!

‘난도!’

이제는 눈으로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진 11단계의 ‘난도’가 사정없이 나가 전사의 등을 내려찍기 시작했다.


[도움말 : 필드, 혹은 던전의 문지기들이 지니고 있는 열쇠는 해당 문지지가 지키고 있는 문만 열 수 있습니다. 괜히 문지기라는 직업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작가의말

등짝! 등짝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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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Lv. 47 파티플레이 (2) 24.07.03 234 8 11쪽
47 Lv. 46 파티플레이 (1) 24.07.02 252 8 11쪽
46 Lv. 45 가출 (3) 24.07.01 241 10 11쪽
45 Lv. 44 가출 (2) 24.06.30 252 9 12쪽
44 Lv. 43 가출 (1) 24.06.29 257 7 12쪽
43 Lv. 42 남산 타워 (8) 24.06.28 262 9 11쪽
42 Lv. 41 남산 타워 (7) 24.06.27 260 8 11쪽
41 Lv. 40 남산 타워 (6) 24.06.26 271 9 11쪽
40 Lv. 39 남산 타워 (5) 24.06.25 278 8 11쪽
39 Lv. 38 남산 타워 (4) +2 24.06.24 302 9 11쪽
38 Lv. 37 남산 타워 (3) 24.06.23 318 8 11쪽
37 Lv. 36 남산 타워 (2) +1 24.06.22 327 7 11쪽
36 Lv. 35 남산 타워 (1) 24.06.21 340 10 11쪽
35 Lv. 34 일상으로의 복귀(4) 24.06.20 351 11 11쪽
34 Lv. 33 일상으로의 복귀(3) 24.06.19 349 10 11쪽
33 Lv. 32 일상으로의 복귀(2) 24.06.18 361 12 11쪽
32 Lv. 31 일상으로의 복귀(1) 24.06.17 393 13 11쪽
31 Lv. 30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6) 24.06.16 385 14 11쪽
30 Lv. 29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5) 24.06.16 395 13 11쪽
29 Lv. 28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4) 24.06.15 398 14 11쪽
28 Lv. 27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3) 24.06.15 414 15 11쪽
27 Lv. 26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2) 24.06.14 428 13 11쪽
26 Lv. 25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1) 24.06.14 444 14 11쪽
» Lv. 24 서울 나들이 (3) +1 24.06.13 456 14 11쪽
24 Lv. 23 서울 나들이 (2) +1 24.06.13 470 14 11쪽
23 Lv. 22 서울 나들이 (1) +2 24.06.12 479 13 11쪽
22 Lv. 21 던전 (4) 24.06.12 490 14 12쪽
21 Lv. 20 던전 (3) 24.06.11 498 13 11쪽
20 Lv. 19 던전 (2) 24.06.11 50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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