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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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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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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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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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43 가출 (1)

DUMMY

Lv. 43 가출 (1)


주드가 서버끼리의 차이점을 넌지시 언급한 순간 정한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지만, 다들 자신들의 펫이나 음식에 정신이 팔린 덕에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정한은 지금이 기회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현재 정한이 알고 있는 것들이라고 해 봤자, ‘엘리시온’의 모험가니 ‘아스포텔’의 플레이어니 하는, 수박 겉핥기식의 정보가 다였다.

갑자기 출몰한 몬스터들과 지구가 변한 이유를 알기 위해선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주드였다.

비록 지금은 양손으로 소고기 한 조각을 끌어안듯이 부여잡고 뜯어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굉장히 하찮아 보이긴 했지만, 지금의 정한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정한은 최대한 대수롭지 않은 척 주드에게 물었다.


“그럼, 다른 서버에서는 애완동물을 무슨 목적을 가지고 키워?”

“다른 서버에서는 보통 사냥용이라든지, 호신용이라든지 이런 용도로 키우는 동물들을 펫이라고 하거든요. 로봇 펫 같은 경우는 정보를 저장한다거나 적의 정보를 분석한다거나 하는 녀석들도 제법 있는 편이고요. 서버마다 특징이 다르니 어쩔 수 없죠.”


주드는 여전히 소고기에 정신이 팔려있었고, 그의 상태로 봐선 이 정도 정보는 제한에 걸리지 않는다고 파악한 정한이 서서히 질문의 강도를 높였다.


“다른 서버는 몇 개나 되는데?”

“흠, 세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스무 개는 넘을 거예요. 제가 플레이어님들을 맡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

“나 말고 다른 플레이어를 맡은 적이 있어?”

“당연하죠! 저처럼 능력 있는 사도가 플레이어님 한 사람만 맡았을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지. 그럼 내가 몇 번째인데?”


주드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손가락을 차례차례 접었다.


“네다섯 번째는 되는 거 같은데요? 어? 설마, 첫 번째가 아니라서 서운하신 건가요?”


음흉하게 미소 짓는 주드의 표정이 얄미웠지만,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선 녀석을 좀 더 띄워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정한이 열심히 주드의 비위를 맞췄다.


“뭐, 약간? 나한테는 네가 첫 번째 사도니까.”

“서운해하셔도 어쩔 수 없답니다. 요즘 현장직 사도 구하기가 쉬운 게 아니라서요. 왜 지구에도 그런 모험가들 많잖아요. 현장직보다 사무직을 더 선호하는 모험가들 말이에요. 저희 사도들도 비슷하답니다. 현장직은 힘들고 위험해서 다들 꺼리다 보니······, 신입 사도들은 대부분 사무직으로 빠져서 현장직에는 더 이상 신입이 없다고 보시면 돼요.”

“아니, 사도도 현장직이랑 사무직이 나뉘어 있어?”


정한은 제가 음식을 입에 넣고 있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백 퍼센트 음식물을 뿜었을 테니까.

사도에 사무직과 현장직이라니. 이 얼마나 삭막하고 현실적이란 말인가.


“당연하죠! 저처럼 플레이어님과 직접 활동하는 사도들을 현장직, 정보 권한 부여나 ‘엘리시온’의 시스템 제어를 도와주는 사도들을 사무직이라고 한답니다.”

“사도가 엄청 많은가 보네.”

“사무직은 많은데, 현장직은 별로 없어요. 원래는 한 플레이어에게 보통 두세 명은 붙어야 말이 되는 거거든요? 근데 사도가 부족하다 보니 사도 하나가 두 명의 플레이어를 맡는 일도 있답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한 명의 플레이어에게 여러 명의 사도가 붙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제가 알기로도 두 번밖에 없는데, 그것도 동시에 붙은 건 아니라서요.”

“사도라는 것도 쉬운 게 아니구나.”


정한은 같은 비애를 느끼는 직장인으로서 주드를 동질감과 측은함이 섞인 눈으로 바라봤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좋아진 편이라서 할 만해요. 예전에는 진짜 목숨걸고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거든요.”

“사도도 죽어?”

“엥? 그게 무슨 멍청한 질문인가요? 저희도 당연히 죽죠. 다만 모험가들처럼 자연사라는 개념이 없을 뿐이에요.”


정한은 지금 제가 들은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건지 갑자기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자, 잠시만. 자연사의 개념이 없는데 죽는다는 건 또 무슨 말이야?”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저희는 죽음이라는 개념이 통하지 않는 존재예요. 저희가 말하는 죽음이란 소멸이랍니다. 존재 자체가 아예 지워져 버리는 거예요. 저희 사도들이 소멸하는 이유는 딱 두 가지. ‘엘리시온’에게 소멸당하거나 ‘아스포델의 들판’에서 처분당하는 경우랍니다.”


존재의 소멸을 말하는 주드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경쾌해 오히려 괴리감이 들었다.


“지금이야 플레이어님의 펫으로 등록되는 편법을 쓰고 있지만, 예전에는 그냥 ‘엘리시온’에 침투하는 방식이라서 ‘엘리시온’이 시스템 오류, 즉 버그라고 판단하고 소멸시켜 버렸거든요. 사도 하나가 오래 상주하다 보면 ‘엘리시온’에 걸리는 건 시간문제거든요. 그래서 소멸한 사도가 엄청 많았답니다.”

“그럼 ‘엘리시온’이랑 ‘아스포델’은 서로 대립하는 세력인 건가?”

“그건 아니에요. 굳이 따지면 공존하는 관계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그래서 가끔 형식상으로 ‘엘리시온’에게 보여주기식으로 사도들을 처분하기도 했고요.”


정한은 주드의 사고방식이 이해되지 않았다. 애초에 그들은 인간이 아니니 인간이 정한이 이해하기란 사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럼, 네가 맡았던 다른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됐어?”

“어······. 글쎄요? 다들 어떻게 됐더라······?”


주드는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듯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바람에 대화는 끝이났다.

정한은 주드와의 대화에서 제가 얻어낸 정보를 다시 되새기며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 서버라는 게 생긴 행성이 지구가 처음은 아니고, ‘엘리시온’과 ‘아스포델’은 공생하는 관계. 사도는 불멸에 가까운 존재라는 것 정도인가······.역시 80레벨이 되기 전까지 얻을 수 있는 정보라서 그런지 한정적이네······. 빨리 레벨을 올리는 수밖에 없겠어.’


정한은 ‘미니 타워’를 사냥하며 얻은 열쇠를 떠올리며 당장 던전에 갈 수 있는 날짜를 생각해 봤지만, 역시 회사에 다니며 레벨을 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정한은 다음 주말을 기약하며 규태 일행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


책상 등만 켜진 어두컴컴한 집무실.


“너 이따위로 할 거면 나가!”


벽력처럼 뻗어 나온 노성과 함께 수십 장의 종이가 진호에게 날아들었다.

뺨 언저리가 뜨끈해지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날아온 종이 모서리에 얼굴을 베였나 보다.


“니가 대체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뭐야? 졸업장만 따 오라고 보내놨더니 학교는 말도 없이 그만두질 않나, 그나마 세상이 바뀌어서 뭐 하나라도 좀 제대로 해 보라고 길드장 자리 앉혀놨더니, 공대장 할 놈이랑 쌈박질이나 해? 니가 그러고도 생각이 있는 놈이야!”

“죄송합니다.”


진호는 원목으로 된 고급스러운 책상의 모서리를 쳐다보며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내뱉었다.

자신을 늘 모자란 자식 취급하는 아버지도, 아버지의 호통 소리도, 이 방향에서 보는 커다란 원목 책상의 모서리도.

이미 진호에겐 익숙한 일이었다.


‘이쪽에서 보면 모서리에 흠이 나 있다는 걸 아버지는 알까?’


아마 아버지라도 이건 모를 것이다. 이 자리에 수십 번 서 있었던 진호도 방금 발견한 것이니, 이쪽에는 아예 서 본 적도 없는 아버지가 알고 있을 리가 없다.


익숙해진다는 건 참 희한한 일이었다. 예전에는 그렇게 무서웠던 이 공간도, 화를 내는 아버지도 이제는 그에게 어떤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아니면 레벨이 올라서 그런 건가?’


처음 본가로 돌아왔을 때만 해도 분명 자신은 아버지를 두려워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화내는 아버지를 앞에 두고 딴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낯선 감각이었다.


“내일 가서 직접 사과해라.”


서재에 들어온 이후 계속 고개를 숙이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던 진호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어 제 아버지인 최민철을 마주했다.


“네?”

“내일 공대장인지 뭔지한테 가서 직접 사과하고 오란 말이다.”


최민철이 관자놀이에 손을 올리고 눈을 지긋이 감은 채 진호에게 명령했다.


“그건 싫습니다.”

“뭐?”


감겨있던 최민철이 눈꺼풀이 소리 없이 올라갔다.

육십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이었지만, 그뿐이었다.

진호는 태어나 처음으로 제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제가 왜 사과해야 합니까? 사과는 그 자식, 아니 최태식 씨가 해야죠.”

“아니, 그래도 이 자식이!”


-쾅!


제 화를 못 이긴 최민철이 주먹으로 책상을 거세게 내리쳤다.


“제게 모욕적인 언사를 한 것도, 먼저 폭력을 행사한 것도 최태식 씨입니다. 그러니 사과는 제가 받아야 될 것 같은데요. 아버지.”

“이 녀석이 뭘 잘했다고 애비한테 눈을 똑바로 뜨고 대들어?!”

“그럼, 그 상황에서 저는 맞고만 있어야 했습니까? 그게 아버지가 생각하는 잘하는 짓입니까?”

“필요하다면.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할 수 있다면 그렇게 했어야지! 어린애처럼 감정 하나 제대로 조절 못해서 일을 그르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아마 아버지는 제 입에서 사과하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자신을 놓아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것이 뻔했다. 늘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진호도 양보할 수 없었다.


진호가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자 또다시 뒤에서 소리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하는 짓이야? 아직 얘기 안 끝났다!”

“저는 끝났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던, 설령 제게 손찌검을 하신다고 해도 제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지금 나가면 다시는 이 집에 발 들일 생각 하지 말거라.”


그 말에 진호는 몸을 반쯤 돌렸다.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진호는 다시 한번 허리를 깊게 숙이고 어두운 방을 나섰다.


빠른 발걸음으로 제 방으로 향하는 진호의 뒤로 어머니와 가정부가 따라붙었다.


“진호야, 아버지한테 가서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 이 밤에 혼자 나가서 뭘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래요, 도련님. 회장님도 지금은 저렇게 화내고 계시지만 금방 용서해 주실 거예요.”


진호는 맥이 탁 풀렸다.

이들의 눈에는 그리고 아버지의 눈에는 도대체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 걸까?

자신은 여섯 살짜리 꼬맹이가 아니었다.

아무리 몬스터가 판치는 세상으로 변해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위험한 세상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치면 오히려 자신이 이들을 지켜주어야 할 레벨이었다.


진호는 입을 열었다가 한숨과 함께 도로 입을 다물었다.

뻐끔거리는 꼴이 꼭 물 밖으로 숨을 쉬러 나온 물고기 같았다.

어항 속에 갇힌 자신이 아무리 별의별 지랄을 하고 발악을 해도 이들에겐 그냥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알았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어항을 깨부수지 못한다면 탈출하는 수밖에.


[도움말 : 밤이 되면 몬스터들은 더 강해지고 획득하는 경험치와 아이템도 많아집니다. 어른들이 괜히 밤에 돌아다니면 위험하다고 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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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Lv. 46 파티플레이 (1) 24.07.02 251 8 11쪽
46 Lv. 45 가출 (3) 24.07.01 241 10 11쪽
45 Lv. 44 가출 (2) 24.06.30 251 9 12쪽
» Lv. 43 가출 (1) 24.06.29 257 7 12쪽
43 Lv. 42 남산 타워 (8) 24.06.28 262 9 11쪽
42 Lv. 41 남산 타워 (7) 24.06.27 259 8 11쪽
41 Lv. 40 남산 타워 (6) 24.06.26 271 9 11쪽
40 Lv. 39 남산 타워 (5) 24.06.25 278 8 11쪽
39 Lv. 38 남산 타워 (4) +2 24.06.24 302 9 11쪽
38 Lv. 37 남산 타워 (3) 24.06.23 318 8 11쪽
37 Lv. 36 남산 타워 (2) +1 24.06.22 327 7 11쪽
36 Lv. 35 남산 타워 (1) 24.06.21 339 10 11쪽
35 Lv. 34 일상으로의 복귀(4) 24.06.20 350 11 11쪽
34 Lv. 33 일상으로의 복귀(3) 24.06.19 349 10 11쪽
33 Lv. 32 일상으로의 복귀(2) 24.06.18 361 12 11쪽
32 Lv. 31 일상으로의 복귀(1) 24.06.17 393 13 11쪽
31 Lv. 30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6) 24.06.16 385 14 11쪽
30 Lv. 29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5) 24.06.16 394 13 11쪽
29 Lv. 28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4) 24.06.15 398 14 11쪽
28 Lv. 27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3) 24.06.15 414 15 11쪽
27 Lv. 26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2) 24.06.14 428 13 11쪽
26 Lv. 25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1) 24.06.14 444 14 11쪽
25 Lv. 24 서울 나들이 (3) +1 24.06.13 455 14 11쪽
24 Lv. 23 서울 나들이 (2) +1 24.06.13 470 14 11쪽
23 Lv. 22 서울 나들이 (1) +2 24.06.12 479 13 11쪽
22 Lv. 21 던전 (4) 24.06.12 490 14 12쪽
21 Lv. 20 던전 (3) 24.06.11 498 13 11쪽
20 Lv. 19 던전 (2) 24.06.11 50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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