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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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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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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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v. 36 남산 타워 (2)

DUMMY

Lv. 36 남산 타워 (2)


높이 236.7m.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 세계 타워연맹(WGT)에 가입되어 있는 이 송신탑의 정식 이름은 남산서울타워이다.

그리고 지금 정한의 눈앞에 있는 미니어처 버전의 남산 타워는 레벨 74의 필드 보스였다.


[Lv. 74 미니 타워]

[생명력-67K / 속성-땅 / 공격력-401/ 특징-서버 ‘지구’, 채널 ‘대한민국’의 서울특별시 용산구 남산에 있는 남산 타워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몬스터이다. 강철로 된 몸을 갖고 있다.]


“이젠 하다 하다 별게 다······.”


전망대에 달린 커다란 눈알이 데록데록 굴러 정한을 발견했다. 양옆으로 길게 찢어진 입이 기괴하게 뒤틀리며 벌어졌다.

당장이라고 고함을 내지를 것 같던 입에서 기묘한 전자음이 울려 퍼지자, 정한이 급하게 귀를 틀어막았다.


-삐이-. 삑. 삐빅. 삐-.


‘뭐지? 음파나 파동을 사용해 공격하는 부류인가?’


바짝 긴장한 채 귀를 틀어막고 ‘미니 타워’의 공격 양상을 가늠해 보던 정한은 갑자기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 소리에 귀를 막고 있던 손을 조심스럽게 내렸다.


-치직. 칙. 치지직. 아······. 아······, 미······. 미. 니. 타. 워. 에. 오. 신. 걸. 환. 영. 합. 니. 다.


송출되는 라디오를 짜깁기 한 것처럼 뚝뚝 끊어지는 음절마다 섞여 있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 냈다.

익숙한 언어 속에 담긴 이질감.


-미니. 타워. 에. 오. 신. 걸. 환영. 합니다. 미니. 타워······.


눈앞의 고철 덩어리는 괴상한 노래라도 부르는 듯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는 음악 소리에 맞춰 인사말을 반복해서 흥얼거렸다.


“짜잔! 어떤가요. 플레이어님? 이 정도면 상대할 맛이 나겠죠? 이 녀석 끌고 오느라 제가 힘 좀 썼답니다. 플레이어님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사도는 세상 어디를 뒤져봐도 저 말고는 없을 거예요.”


신이 난 열세 번째 사도가 정한의 주변을 빠르게 날아다니며 눈을 반짝였다.


그사이 다리라고 부를 수도 없을 만큼 짧은 발을 바삐 움직여 정한의 앞에 도착한 ‘미니 타워’가 기다란 몸체를 좌우로 흔들며 그를 스캔하듯 이리저리 살펴봤다.


-경고. 대. 상. 은. 입장. 이. 제한. 되. 었. 습. 니. 다. 규정. 크기를. 벗. 어. 납. 니. 다.


배경음처럼 흘러나오던 경쾌한 음악이 멈추고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자리에 우뚝 멈춰선 ‘미니 타워’의 꼭대기에 달린 송출 안테나가 정한을 향해 직각으로 꺾였다.


-대상. 의. 크기. 를. 새롭게. 규정. 합니다.


피할 새도 없이 송출 안테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레이저를 정면으로 맞은 정한의 몸이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이런, 이런. 플레이어님께서 저를 볼 때 이런 느낌이셨겠군요?”


정한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저를 내려다보는 열세 번째 사도를 올려다봤다.

뒷목이 뻐근할 정도로 고개를 들어올려야 겨우 열세 번째 사도의 얼굴이 보였다.


열세 번째 사도의 뒤에서 줄어든 정한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찢어 올린 ‘미니 타워’의 하단부에 원형의 거대한 입구가 나타났다.


심연처럼 새카만 입구 쪽으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잔잔하던 바람이 점차 거세지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게 된 정한이 눈앞에 있는 열세 번째 사도의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하하하. 이거 참 재미있네요. 몬스터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사도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플레이어라니! 그건 안될 말입니다. 자고로 플레이어란 몬스터를 없애기 위해 존재하니까요. 자. 그럼, 이제 어서 들어가 보실까요?”


열세 번째 사도는 활짝 웃으며 제 옷자락을 붙잡고 있던 정한의 손을 떼어냈다.


“너, 지금 무슨 짓을······!”


정한은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별처럼 ‘미니 타워’의 문 안으로 사라졌다.


-미니. 타워. 에. 오. 신. 걸. 환영. 합니다. 입장. 은. 무. 료. 입. 니. 다. 그럼. 즐거운. 시간. 보. 내. 세. 요.


정한을 집어삼킨 ‘미니 타워’는 허공을 향해 ‘꺽’하는 트림 소리를 한번 내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원래 있던 제자리로 가기 위해 짧은 다리를 바삐 움직였다.


*


규태와 희주에게 이끌려 산에서 내려가던 현주가 희주에게 잡혀있던 손을 뿌리치고 멈춰 섰다.


“갑자기 무슨 일인데? 설명을 해 줘야 할 거 아니야?”

“일단, 일단 내려가자. 내려가서 설명해 줄게.”

“윤 과장은? 저 사람은 왜 내버려 두고 우리끼리 가는 건데? 왜? 저 사람이 우리 있으면 방해된다고 형부한테 우리 데리고 가래?”

“현주야. 정한이 그런 애 아니야.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일단 빨리 따라오기나 해.”


희주가 규태의 눈치를 보다가 현주의 손을 다시 잡아끌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차에 시동부터 건 규태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정한을 두고 온 산 중턱을 바라봤다.

아직 별다른 일 없이 조용한 걸 보면 괜찮겠지, 싶다가도 괜히 불길한 상상이 피어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형부. 이제 설명해 봐.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인데?”


현주가 규태에게 따지듯이 물었고, 희주도 아직 이유를 듣지 못한 터라 궁금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여보. 우리 강원도에서 필드 보스 잡은 거 기억나?”

“응. 기억나지. 나 아직도 그때 로브 입고 있잖아.”


아직 전투태세를 유지하고 있던 희주가 제 로브를 들어 보였다.


“그런 녀석이 또 있다고 하면 어떨 거 같아? 그것도 정한이랑 비슷한 레벨로?”

“우리 거의 스킬 한 방에 죽지 않을까? 그때 우리 다 그 정령이랑 레벨 비슷했는데 한 번에 반피됐잖아.”

“무슨 소리야? 그렇게 센 괴물이 어디 있어? 난 한 번도 못 봤는데?”


현주가 대화하는 부부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 넌 모르겠구나. 원래 보통 보스 몹들은 그래. 그래서 보스 몹 잡을 땐, 파티해서 힐러 데리고 가야 하는 거고. 그때도 원래 우리랑 같이 게임 하던 동생이 힐러여서 겨우 잡은 거야.”

“근데 형부는 갑자기 그렇게 센 괴물 얘기는 왜 하는데? 그거랑 지금 저 사람이 내리 내쫓은 거랑 무슨 상관이야?”


현주가 쏘아붙이자, 규태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엔 여기에도 그때 그 녀석과 비슷한 보스급 몹이 있는 거 같아. 그리고 왜인지 그 보스가 우리한테 어그로가 튄 거 같고. 그래서 도망가라고 한 거 같아.”

“그럼, 정한 씨는? 정한 씨만 두고 오면 어떡해?”


눈을 동그랗게 뜬 희주가 규태의 시선이 머물러있는 산 중턱을 바라보다가 제 남편의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


“걔도 뭔가 생각해 놓은 방법이 있으니까, 우리 먼저 내려가 있으라고 했겠지.”


규태도 정한이 걱정이 되는 건 마찬가지였었다.

하지만, 지금 가봤자 도움은커녕 걸림돌이 될 거란 것도 그는 알고 있었다.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정한이 돌아왔을 때 언제든지 차를 출발시킬 수 있도록 준비해 놓는 것 뿐이었다.


등산로의 입구 쪽으로 규태가 차를 이동시키고 있을 때 갑자기 불어온 강한 바람에 차체가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꺄악! 갑자기 왜 이래?”


희주와 현주가 비명을 지그며 차 손잡이를 부여잡았다.

핸들을 움켜쥔 규태가 룸미러와 사이드 미러를 통해 산을 확인하자, 산 중턱에 있던 나무들이 일제히 한 방향으로 휘어져 있었다.


‘진짜, 괜찮은 거지. 윤정한······?’


*


아무것도 없는 새카만 공간을 부유하던 정한의 등 뒤로 딱딱한 무언가가 닿았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어린아이의 발이 보였다.


-탁탁탁탁. 콰당.


어딘가로 뛰어가던 아이가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혼자 넘어졌다.


“으아아아아앙.”


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순식간에 넓어진 시야.

바닥에 누워있던 정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제 몸이 멀쩡하다는 것을 확인한 정한은 낯선 공간을 천천히 둘러봤다.


그리 넓지 않은 상가 건물 같은 공간에는 규모에 비해 제법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그중에는 정한이 제일 처음 이곳에서 본 꼬맹이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작은 배낭을 멘 아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유치원에서 단체로 소풍이라도 나온 건지 사진을 찍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었다.


“여긴 또 어디야?”


정한의 혼잣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그의 머리 위로 알림창이 떠올랐다.


[미니 타워 1층.]


“야. 열세 번째 사도. 너 거기 있는 거 아니까 나와.”


정한이 허공을 향해 소리치자, 아무것도 없던 허공이 물결처럼 잠시 일렁이나 싶더니 그 안에서 새하얀 열세 번째 사도가 나타났다.


“헤헤. 눈치채셨나요? 이야, 보통 이런 공간에서는 제 존재를 읽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플레이어님!”

“그런 아부 같은 거 해 봤자 안 통하니까 쓸데없는 짓거리 하지 말고, 지금 이게 다 무슨 상황인지 설명이나 해봐.”

“어, 잠시만요. 정보 권한 좀 확인하고요. 그러니까······, 이게······.”


열세 번째 사도가 두꺼운 책자를 꺼내 요란하게 페이지를 넘기며 중얼거렸다.

규태 일행이 지금 이 이상한 장소에 없는 것을 확인한 정한은 그들이 다행히 이번 일에 휘말리지 않고 무사히 도망쳤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상황이 이상하게 꼬이긴 했지만, 어차피 오늘 중으로 보스를 한번 보러 갈 예정이었으니까······.’


이미 지난 일에 크게 미련을 두지 않는 정한은 당장 눈앞의 보스를 처리하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에 집중하기로 했다.


“확인했습니다. 지금 플레이어님께서는 필드 보스[미니 타워]에게 잡아먹히신 상황이고요, 나가는 방법은 ‘미니 타워’ 내부를 클리어하시면 됩니다.”

“내부를 어떻게 클리어하는지까지 말해야지.”

“어······, 그건 나와 있지 않네요. 아무래도 이런 특이점이 있는 녀석들은 방법이 다 달라서 대충 돌아다니다 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요?”


정한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열세 번째 사도를 손으로 휘휘 내쫓으며 저 멀리 보이는 층별 안내문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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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타워 층별 안내]

1F – 별커피 미니 타워점, 공짜, 엄딸, 편의점, 타워 입구

2F – 돈까스, 식기매장, 타워 휴게소

3F – 관계자 시설(타워 관계자만 출입 가능합니다.)

4F – 갤러리, 게임 플라자, 타워 통제실

5F – 전망대 가는 길, 안내 데스크, 화장실

미니 타워 7 -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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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 무조건 때려잡는 것만이 보스 몬스터를 토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 창의력을 발휘해 보시는 것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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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Lv. 47 파티플레이 (2) 24.07.03 234 8 11쪽
47 Lv. 46 파티플레이 (1) 24.07.02 252 8 11쪽
46 Lv. 45 가출 (3) 24.07.01 241 10 11쪽
45 Lv. 44 가출 (2) 24.06.30 252 9 12쪽
44 Lv. 43 가출 (1) 24.06.29 257 7 12쪽
43 Lv. 42 남산 타워 (8) 24.06.28 262 9 11쪽
42 Lv. 41 남산 타워 (7) 24.06.27 260 8 11쪽
41 Lv. 40 남산 타워 (6) 24.06.26 271 9 11쪽
40 Lv. 39 남산 타워 (5) 24.06.25 278 8 11쪽
39 Lv. 38 남산 타워 (4) +2 24.06.24 302 9 11쪽
38 Lv. 37 남산 타워 (3) 24.06.23 318 8 11쪽
» Lv. 36 남산 타워 (2) +1 24.06.22 328 7 11쪽
36 Lv. 35 남산 타워 (1) 24.06.21 340 10 11쪽
35 Lv. 34 일상으로의 복귀(4) 24.06.20 351 11 11쪽
34 Lv. 33 일상으로의 복귀(3) 24.06.19 349 10 11쪽
33 Lv. 32 일상으로의 복귀(2) 24.06.18 361 12 11쪽
32 Lv. 31 일상으로의 복귀(1) 24.06.17 393 13 11쪽
31 Lv. 30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6) 24.06.16 385 14 11쪽
30 Lv. 29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5) 24.06.16 395 13 11쪽
29 Lv. 28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4) 24.06.15 398 14 11쪽
28 Lv. 27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3) 24.06.15 414 15 11쪽
27 Lv. 26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2) 24.06.14 428 13 11쪽
26 Lv. 25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1) 24.06.14 444 14 11쪽
25 Lv. 24 서울 나들이 (3) +1 24.06.13 456 14 11쪽
24 Lv. 23 서울 나들이 (2) +1 24.06.13 470 14 11쪽
23 Lv. 22 서울 나들이 (1) +2 24.06.12 479 13 11쪽
22 Lv. 21 던전 (4) 24.06.12 490 14 12쪽
21 Lv. 20 던전 (3) 24.06.11 498 13 11쪽
20 Lv. 19 던전 (2) 24.06.11 50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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