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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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26,952
추천수 :
766
글자수 :
395,020

작성
24.06.2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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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
추천
10
글자
11쪽

Lv. 35 남산 타워 (1)

DUMMY

Lv. 35 남산 타워 (1)


박 부장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피해 맞은편에 앉아있는 이들을 쳐다본 정한은 제가 뭔가 말실수를 한 게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민규와, 그 옆에서 황당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현주, 그리고 놀란 얼굴의 희주까지.


‘뭐지? 크게 문제 될 만한 단어는 없는 것 같은데······. 혹시, 민규 씨 절 다니나?’


정한은 종교적인 문제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스님이 ‘제 직업은 사제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면 사이비 같아 보이지 않겠는가.

그제야 사람들의 반응이 이해된 정한이 민규에게 해명하기 위해 급하게 입을 열었다.


“민규 씨, 그러니까. 내 말은······.”

“야, 정한아. 너, 뭐 하루 종일 민규 씨만 쳐다보고 있었냐? 어떻게 두세 달 같이 일한 우리보다 네가 더 민규 씨를 잘 아냐? 역시. 30인 레이드 공대장,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라니까?”


정한이 해명을 시작하기도 전에 규태가 그의 등짝을 퍽퍽 내려치며 정한의 말을 잘라먹었다.


“아니, 형은 좀 조용히 해봐. 그러니까, 민규 씨 내 말은······.”

“저 사제 선택했어요! 감사합니다. 과장님! 제가 사냥 혼자 하는 거 부담스러워하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어?”

“안 그래도 우리 길드에 사제가 없었는데, 잘됐다.”


민규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정한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이고, 희주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얘가 또 이런 건 귀신같이 알아맞힌다니까?”


정한은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반응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직원들이 그들의 테이블로 몰려들었다.


“과장님, 저희 테이블에도 좀 놀러 오세요.”

“맞아요. 회식인데 왜 여기만 계세요!”


결국 정한은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모든 테이블을 순회해야 했다.


*


바뀐 회사에 적응하느라 한동안 사냥을 하러 다니지 못했던 정한은 주말이 되자마자 남산으로 향했다.


‘미니맵.’


마음속으로 지도를 불러내자, 화면이 눈앞에 떠올랐다.

처음 지도를 확장하기 위해 63빌딩에 올랐을 때만 해도 빨간색이던 점들은 어느새 파란색으로 바뀌어 있었지만 산 꼭대기에 있는 별은 여전히 붉은색이었다.

정한은 오랜만에 제 분신을 소환했다.


“나와.”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제 몸에서 스르륵 걸어 나온 분신은 한껏 기지개를 켰다.

그동안 스킬 포인트를 분신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한 끝에 그와 분신의 동화율은 85%에 육박했고, 몇 가지 추가적인 스킬들도 생겨났다.


‘좋아. 가볼까?’


정한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지도에 보이는 파란색 점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평균 레벨 70인 남산의 몬스터들을 학살하며 산을 오르던 정한은 갑자기 걸려 온 규태의 전화를 받았다.


“어, 형.”

-어디냐.

“나? 남산. 사냥하는 중인데. 왜?”

-야, 너는 사냥할 거면 형을 데리고 가야지. 혼자 갔단 말이야? 매정한 놈.

“그럼, 지금 오던가. 아직 초입이야.”

-희주랑 처제도 데리고 가도 되냐?

“알아서 해. 근데 나랑 하면 경험치 많이 못 먹을 텐데 괜찮아?”

-어차피 우리도 사냥하러 나갈 참이었으니까 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우리끼리 하면 되지.

“알았어. 여기 형보다 레벨 높으니까 도착하면 전화해. 데리러 갈게.”

-오냐.


이미 산 중턱까지 올라온 뒤였지만, 반대 방향에서 오는 규태를 데리러 가려면 어차피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가야 했기에 딱히 정한이 손해 보는 일은 아니었다.


정말 나갈 준비를 다 하고 전화했던 건지. 규태는 30분도 안 돼서 도착했다.


“정한 씨! 여기, 여기!”


주차장으로 그들을 마중 나간 정한을 가장 먼저 반긴 건 희주였다.

몬스터들이 점령한 이후로 아무도 찾지 않게 된 남산 주차장에 다른 차가 있을 리 만무하건만, 희주는 정한을 향해 손을 높이 들고 흔들었다.


“형수. 회사에서 있을 때랑 너무 다른 거 아니에요?”

“에이, 뭐 어때요? 어차피 사석인데. 그러는 정한 씨야말로 호칭이 바로 바뀌는데?”

“부사장님은 너무 기니까? 그나저나 형수 지금 목걸이 뭐 차고 있어요?”

“아직 목걸이 못 먹었어요.”

“그럼, 이거 차요. 생긴 게 좀 그렇지만, 당분간은 꽤 쓸 만 할거에요.”


정한은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큐베로스의 눈]을 건넸다.

지능과 정신력을 올려주는 장신구라 그에겐 필요 없는 목걸이였다.

경매에도 올려봤었지만, 사람들이 하도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입찰하기에 당분간은 팔지 않으려고 한쪽에 고이 모셔두고 있었던 것을 희주에게 내어준 것이다.


“허. 눈알 귀여워······. 오빠, 이것 봐! 눈알 굴러다녀!”


희주는 제 손바닥만 한 샛노란 눈알이 데굴거리며 굴러다니는 목걸이를 받고는, 제 볼에 대고 문지르다가 규태에게 자랑했다.


“완전 여보 취향이네. 야, 내건 없냐?”

“형? 형은 나랑 겹치잖아. 그리고 활은 한 번도 못 먹어봤는데, 이상한 도끼는 먹었어도. 이거라도 쓸래?”


정한은 제가 오랫동안 착용하던 [물빛 망토]를 규태에게 건넸다.


“우와. 이거 엄청 좋다. 안 그래도 망토 잘 안 나와서, [낡고 오래된 망토] 이딴 거나 차고 있었는데.”

“그리고, 사실 내가 그동안 말 안 한 게 있는데······.”


사실 정한은 이 말을 하기 위해 이들에게 아이템을 미리 뿌린 것이다. 일종의 뇌물이라고나 할까?


“나 사실, 67레벨이야.”


파티를 하게 되면 파티원들 끼리는 레벨을 볼 수가 있었다. 이 말은, 정한이 더 이상 제 레벨을 대충 얼버무리며 속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정한은 미리 사실대로 털어놓는 방법을 선택했다.


“······ 뭐?”

“내 레벨, 67이라고. 좀 있으면 68되고.”


규태는 들고 있던 [물빛 망토]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희주는 턱이 빠진 사람처럼 입을 벌렸다.

못마땅한 얼굴로 따로 떨어져 있던 현주마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한을 쳐다봤다.


“일단 파티부터 받아.”


규태와 희주, 현주에게 동시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윤정한 님이 파티에 초대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곧이어 시야의 왼쪽에 파티를 수락한 이들의 레벨과 이름 게이지 바가 생겨났다.

정한의 레벨을 실제로 눈으로 확인한 이들 사이에서 약간의 소란이 일었지만 의외로 규태와 희주는 금방 사실을 받아들였다.


“하긴, 네가 혼자 일주일 동안 하루 종일 사냥만 했는데 40대 후반일 리가 없지. 어디 박 부장이 그렇게 칭찬하는 ‘윤 전사’가 운전하는 버스를 좀 타볼까?”


규태는 농담까지 건네며 정한을 앞세웠다.


“여기 몹들 레벨 높으니까 최대한 멀리서 공격해. 혹시 모르니까. 그리고 이현주 차장님은 앞으로 나오지 말고 그냥 가만히 계세요. 원거리 공격할 수 있으면 하시고요.”

“······ 네.”


현주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67레벨인 정한의 말을 무시할 만큼 제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활을 꺼냈다.


정한은 희주와 현주가 놀랄까 봐 잠시 해제해 두었던 제 분신을 다시 소환했다.

그 때문에 또 한 번 소란이 일었지만, 다행히도 미리 분신의 존재를 알고 있던 규태가 상황을 빠르게 진정시켰다.


“정한아. 여기 경험치 엄청 많이 주는데?”

“그래?”

“어. 원래 우리끼리 사냥할 때보다 거의 두세 배는 많이 받는 것 같아.”


규태의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듯 셋의 레벨은 빠르게 올랐고, 정한도 금방 68이 되었다.


“크, 역시 버스가 좋긴 좋네. 아니, 기사가 좋은 건가? 박 부장이 왜 ‘윤 전사’, ‘윤 전사’ 노래를 부르는지 알겠다.”


제 공격이 몬스터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규태는 뒷짐을 지고 한가하게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다.


“민규 씨는 레벨 많이 올렸어?”

“어. 아까 보니까 15 됐더라. 오, 벌써 16이네.”


규태가 잠시 허공을 쳐다보더니 대답했다.


“사제가 적성에 잘 맞나봐. 근데 너 걔가 혼자 사냥하는 거 어려워한다는 거 어떻게 알았냐?”

“나 처음 출근하자마자 나한테 주말에 같이 사냥하자고 하던데? 형이 레벨 올리라고 숙제 내줬다고. 그래서 그냥 대충 찍은 거야. 근데 형은 직원들한테 주말에 뭐 그런 숙제를 내? 좀 쉬게 내버려 두지.”

“야, 이게 나 좋자고 하는 거냐? 다 지들 좋으라고 하는 거지. 너는 강원도 가 있어서 몰랐겠지만, 서울은 몹 때문에 은근히 사람 많이 죽었어.”


몬스터들에게 스킬을 퍼붓던 정한의 손이 잠깐 멈칫했다.

그도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 끔찍한 현장을 직접 목격했으니까.

정한은 아직도 제 인벤토리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붉은 병아리 이름표를 떠올렸다.


‘나도 알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이 깊은 한숨을 타고 흩어졌다.


“플레이어님. 우리 산 정상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요? 여긴 너무 심심한데요?”


정한은 지루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제 주변을 날아다니는 열세 번째 사도를 한번 쳐다보고는 제 뒤를 따라오고 있는 이들을 돌아봤다.


“안돼. 너무 위험해.”

“하아. 모처럼 플레이어님이 사냥하러 나오길래 기대했더니만, 이거야 원. 쓸데없는 혹들이 붙어서 제 흥을 다 깨버렸군요. 그럼 전 잠시 마실 좀 나갔다 오겠습니다.”


허공에 투명한 문을 만들어 낸 열세 번째 사도는 보란 듯이 축 처진 모습으로 터덜터덜 문을 열고 사라졌다.

덕분에 모처럼 조용하고 평화롭게 몬스터들을 학살하던 정한은 갑자기 느껴지는 오싹한 감각에 재빨리 주변을 둘러봤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

긴급 퀘스트 : 남산의 필드 보스[미니 타워]를 토벌하라!

<내용>

열세 번째 사도는 지루한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당신을 위해 열세 번째 사도가 특별히 산 정상에 있는 필드 보스[미니 타워]를 불러왔습니다.

[미니 타워]를 토벌하여 열세 번째 사도를 즐겁게 해주세요.

<클리어 조건>

필드 보스[미니 타워] 토벌.

<성공 시 보상>

[강철 보호대를 덧댄 가죽 다리 보호구]

50골드

경험치

<실패 시 보상>

사망.

====================================

[해당 퀘스트는 긴급 퀘스트입니다. 자동으로 수락됩니다.]


‘열세 번째 사도 이 미친 새끼가!’


퀘스트가 떠오름과 동시에 바닥이 쿵쿵하고 요란하게 진동했다.

새들이 푸드덕 날아오르고 저 멀리 나무들 사이로 뾰족한 첨탑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정한은 서둘러 규태를 향해 뛰어갔다.


“형. 지금부터 절대로 뒤 돌아보지 말고 차 있는 데까지 뛰어. 아직 몹 리스폰 안됐을 거야. 알았지? 뛰어. 빨리!”


규태는 갑작스러운 정한의 말에 당황했지만, 그의 얼굴이 너무 긴박해서 아무 말 없이 그가 시키는 대로 희주와 현주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산 타워를 작게 축소 시킨 [미니 타워]가 나무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도움말 : 필드 보스는 가끔 해당 장소의 명물로 의태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유독 사람이 많은 장소를 좋아하니 주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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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Lv. 48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1) 24.07.04 234 6 11쪽
48 Lv. 47 파티플레이 (2) 24.07.03 234 8 11쪽
47 Lv. 46 파티플레이 (1) 24.07.02 252 8 11쪽
46 Lv. 45 가출 (3) 24.07.01 241 10 11쪽
45 Lv. 44 가출 (2) 24.06.30 252 9 12쪽
44 Lv. 43 가출 (1) 24.06.29 257 7 12쪽
43 Lv. 42 남산 타워 (8) 24.06.28 262 9 11쪽
42 Lv. 41 남산 타워 (7) 24.06.27 260 8 11쪽
41 Lv. 40 남산 타워 (6) 24.06.26 271 9 11쪽
40 Lv. 39 남산 타워 (5) 24.06.25 278 8 11쪽
39 Lv. 38 남산 타워 (4) +2 24.06.24 302 9 11쪽
38 Lv. 37 남산 타워 (3) 24.06.23 318 8 11쪽
37 Lv. 36 남산 타워 (2) +1 24.06.22 327 7 11쪽
» Lv. 35 남산 타워 (1) 24.06.21 340 10 11쪽
35 Lv. 34 일상으로의 복귀(4) 24.06.20 351 11 11쪽
34 Lv. 33 일상으로의 복귀(3) 24.06.19 349 10 11쪽
33 Lv. 32 일상으로의 복귀(2) 24.06.18 361 12 11쪽
32 Lv. 31 일상으로의 복귀(1) 24.06.17 393 13 11쪽
31 Lv. 30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6) 24.06.16 385 14 11쪽
30 Lv. 29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5) 24.06.16 395 13 11쪽
29 Lv. 28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4) 24.06.15 398 14 11쪽
28 Lv. 27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3) 24.06.15 414 15 11쪽
27 Lv. 26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2) 24.06.14 428 13 11쪽
26 Lv. 25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1) 24.06.14 444 14 11쪽
25 Lv. 24 서울 나들이 (3) +1 24.06.13 455 14 11쪽
24 Lv. 23 서울 나들이 (2) +1 24.06.13 470 14 11쪽
23 Lv. 22 서울 나들이 (1) +2 24.06.12 479 13 11쪽
22 Lv. 21 던전 (4) 24.06.12 490 14 12쪽
21 Lv. 20 던전 (3) 24.06.11 498 13 11쪽
20 Lv. 19 던전 (2) 24.06.11 50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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