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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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새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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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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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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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한참 말을 고르던 지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스카웃 되어서 온 형인데..얼굴도 잘생기고 실력도 좋아서 오자마자 다들 관심을 가졌어요..저도 그중에 하나 였구요. 집도 잘산다고 했는데..그래서 인지 연습생들한테 이것저것 먹을 것도 사주면서 돈도 잘 썼어요. 거기다 친절하고 다정한 성격이라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곧 그 형을 좋아하게 됐어요.”


말하면서 점점 흥분하는 지원의 모습에 환이 얼른 물을 가져다 주었다.


“그래. 천천히 말해도 괜찮으니까..여기 물 좀 마셔.”


“고맙습니다.”


물을 마신 지원이 다시 말을 이었다.


“댄스 수업이랑 보컬 수업에서도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연습생 사이에서 저 형은 데뷔조에 꼭 들어가겠다는 얘기가 돌았구요. 그때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어요. 근데..어느 순간부터 연습생들이 저를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어요. 뭔가 이상하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더라 구요...”


“애들이 뭐라고 했는데?”


“다들 말을 안 해줘서 답답해 하고 있었는데..저랑 친하게 지내는 형이랑 친구들이 나중에 와서 말해주더라 구요. 저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돈다고 요.”


“소문?”


“네. 처음에는 다들 안 믿었는데..자꾸 이야기가 도니까 나중에는 그 말이 사실인 거 아니냐며 저를 손가락질 했대 요.”


“무슨 소문인데?”


“제가 데뷔 하려고 사람들한테 착하고 친한 척 굴지만 사실은 뒤에서 욕하고 다닌다는 소문이요.”


“뭐? 네가?”


그 말에 다들 어이없어 하며 물었다.


“네. 저한테 말을 전달해준 사람들은 그 말을 안 믿었지만...이미 많은 연습생들이 그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가 아니라고 했지만..해명하면 해명할수록 점점 더 사람들이 안 믿었어요.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이 한 것처럼 퍼져 있었어요.”


그 말에 환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답답해 했다.


“아니! 네가 했다는 증거라도 있대? 왜 네 말 듣지도 않고 소문을 믿어?”


그 말에 지원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있어요. 증거가..”


“뭐?”


당황한 환이 놀라 되물었다.


“사람들이 제가 뒤에서 다른들 사람 욕하는 녹음 파일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저..진짜..억울해요!! 저 욕한 적 없어요..흐윽..어릴 때부터 알던 사람들이고 다들 친한 사람들인데..흑..제가 왜 욕을 하고 다녀요..”


지원이 결국 설움이 북받쳐 울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에 옆에 앉은 하진이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잠시 후 진정이 된 지원이 눈물을 닦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는 사람들이 그 녹취 파일을 저한테 줘서 저도 들어봤어요..근데..진짜 제 목소리였어요..저 진짜 그런 말 한 적 한번도 없는데! 정말 온갖 말들이 제 목소리로 녹음 되어 있었어요..”


다시 흥분하는 지원을 달래며 하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그 녹취 파일은 누가 녹음한 거야? 녹음한 사람이 있으니까 그게 사람들한테 전달되었을 거 아냐?”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어요. 다들 한꺼번에 받은 게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 전달을 받은 거라서..근데 알고 보니 3개월 전에 들어온 그 연습생 형이 처음 유포한 것 같더라 구요.”


“그 연습생 강승환 맞니?”


재원의 물음에 지원이 놀라 얼른 고개를 들었다.


“네네..맞아요. 강승환 형..아세요?”


“어. 저번에 회사 갔을 때 잠깐 봤었어. 그때 철환 형이 3개월 전에 2팀장님이 스카웃 해 온 연습생이라고 하더라고. 3개월 전에 여러 명 들어온 게 아니라면 그 애 일 것 같아서 물어본 거야.”


그 대답에 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강승환이랑 얘기는 해봤어?”


“네. 녹취 파일을 듣고 너무 놀라서 한동안 정신이 나갔었는데..친한 형이 사람들한테 물어물어 처음 녹취 파일을 전달한 게 강승환 형이란 걸 알고 알려줬거든요. 그래서 바로 달려갔었어요.”


“그래서?”


“제가 가서 따져 물으니..옆에 있던 사람들이 잘못한 건 넌데 왜 승환이한테 그러냐고 저한테 뭐라고 했어요. 그 형이 사람들을 진정 시키더니 조용한 곳에 가서 얘기 하자며 저를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갔어요. 거기서 그 형한테 저는 진짜 누구 욕한 적 없다며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을 했어요. 그러자 그 형이 난감한 듯 저를 쳐다 보더라 구요.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그 형이...저를 비웃고 있었어요. 전 처음에 제가 잘못 본 줄 알았어요. 그 형이 그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봤거든요. 근데 그 형이 저를 비웃으며 그러더라 구요.”


“뭐라고?”


“알아.”


“뭐?”


“알아라 구요. 제가 그런 말 한 적 없는 거 안다 구요.”


그 말에 다들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제가 그럼 그 녹취 파일은 뭐냐고 화내니까..어린 게 나대는 게 짜증 나서 그랬다며..어차피 너 아무도 안 믿으니 그만 회사에서 꺼지라고 했어요.”


“허어...”


그 말에 다들 탄식을 내뱉었다.


“그럼 그 녹취 파일은 뭐야?”


로이가 의아해 하며 물었다.


“모르겠어요. 목소리는 제 목소리가 맞거든요.”


지원이 답답한 듯 말하자, 재원이 대신 답을 해주었다.


“그거 아마 AI 로 만든 걸 거야. 요즘 대상자 목소리만 있으면 AI 로 가능하거든.”


“아..들어본 것 같다.”


“그래. 저번에 누구도 노래 부르지도 않았는데 AI 로 그 가수가 부른 것처럼 만들어서 한동안 시끄러웠잖아.”


다들 그 얘기를 들으니 뉴스에서 본 내용들이 떠올랐다.


“와..진짜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상상 이상의 일들이 벌어지니까..나 좀 무서울려고 그런다.”


환이 몸을 떨며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였다.


“지원아. 혹시 그 녹음 파일 가지고 있니?”


주민의 물음에 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어요.”


“그거 나한테 좀 보내 줄래?”


주민의 말에 환이 궁금한 듯 물었다.


“그건 왜? 들어 볼려고?”


“어. 그리고 AI 로 만든 가짜 음성 파일인지 아닌지 확인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는 걸로 알아. 그걸로 확인해보면 될 것 같아서.”


“아! 그럼 되겠네!”


지원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주민의 말대로 라면 자신의 억울함이 풀릴 방법이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동안 자신에 대해 오해하는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랐다.


연습생 생활을 하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의 오해라도 풀리면 마음의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방법이 생긴듯한 상황에 다들 안색이 밝아진 가운데, 하진이 지원에게 물었다.


“근데 지원아. 그 녹취 건만 있었던 거야? 그런 것 치고는 네 상태가 너무 안 좋은 것 같은데..”


“맞아요. 그때 옥상에서 제가 화를 내며 그러지 말아 달라고 사정을 했거든요. 그랬더니 한참을 듣던 승환 형이 그럼 앞으로 자기 말을 잘 들으면 제 오해를 풀어주겠다고 하더라 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도 거짓말 이였는데, 당시에는 전 그 말에 알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 뒤 그 형이 하라는 대로 했어요. 그랬더니 어떻게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다른 연습생들이 저를 전처럼 대하기 시작하더라 구요. 그래서 안심했어요. 시간이 지나면 예전처럼 지낼 수 있겠다 싶어서요. 그리고 승환 형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저한테 정말 잘해주기 시작했어요. 저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먹을 것도 사주고, 선물도 사주고..그 형이 하라는 대로 하면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저도 모르게 그 형을 의지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 제 일상을 그 형이 모두 통제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제가 형한테 매달리기 시작하자 그 뒤 서서히 본색이 드러났어요. 하기 힘든 일을 시키고 제가 그걸 못하면 저를 폭행하기 시작했거든요.”


지원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멤버들과 세진은 깜짝 놀랐다.


“폭행이라니? 지금 그 말이 사실이야?”


“그 자식이 널 때렸다고?”


“폭행 당한 거 다른 사람들한테 말 안 했어? 회사에서 알았다면 가만 안 있었을 텐데?!”


흥분한 멤버들의 말에 지원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저도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그 형이 저한테 실망하는 게 더 무서웠어요. 항상 형이 자기도 때리고 싶은 않은데 네가 잘못해서 그런 거라고. 네가 잘하면 내가 널 얼마나 예뻐하는지 알지 않냐고 그랬거든요.”


그 말을 들은 재원이 한숨을 쉬었다.


“하아..가스라이팅이네..”


“네. 그랬나 봐요. 그 뒤 점점 폭행의 강도가 심해졌어요. 항상 보이지 않은 곳만 때려 다른 사람들은 몰랐는데..어느 날 좀 심하게 폭행을 당했어요. 그날 집에 들어갔는데 부모님이 제가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자 이야기 좀 하자고 기다리고 계셨어요. 제가 할 얘기 없다고 방에 들어가는데 부모님이 저를 붙잡다가 제가 비명을 질러서..그날 제가 폭행 당하고 있다는 거를 알게 되셨어요.”


“하아..부모님이 정말 놀라셨겠네.”


“네. 부모님이 제 몸을 보시고 놀라서 우셨어요. 누구한테 폭행을 당했는지 계속 물으셨는데..도저히..말 할 수가 없었어요.”


“아니! 왜?! 부모님께 말해서 회사에도 알리고 해야지!”


답답한 듯 로이가 외쳤다.


그 말에 지원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바보란 거 알아요. 근데 말하면 그 형이 저희 부모님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었어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 자식이 네 부모님을 가지고 협박했다고?”


“네. 저도 폭행이 계속 되자 어느 순간 잘못 되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래서 몇 번 반항을 하며 어른들에게 말하겠다고 했는데..그 형이 한번 해보라고..사람들한테 알려지는 순간 저희 부모님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리겠다고 했어요. 그냥 하는 말이라 생각했는데..그 형이 자기가 지금껏 죽인 사람이 몇 명인지 아냐며..믿기 힘들면 한번 말해보라고..그러면 자기가 어떤 놈인지 제대로 알려주겠다며..흐읍..”


말하다 설움이 북받친 지원이 다시 울음을 터트리자, 옆자리의 하진이 껴안아 주며 달랬다.


“괜찮아. 네 맘 충분히 알겠으니까. 말하기 힘들면 그만 말해도 괜찮아.”


하진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세진도 꾸물거리며 삼촌의 무릎을 넘어가서 지원을 껴안아 주었다.


‘몸집은 컸지만..이제 중학교 3학년인데 얼마나 무서웠을까? 승환이라면 저번에 내가 뱀을 본 그 놈인 것 같은데..역시 엄청 나쁜 놈 이였구만.’


세진과 하진의 포옹에 어느 정도 진정된 지원이 부끄러운 듯 빨개진 얼굴로 품에서 벗어났다.


“죄송해요. 말하다 보니 자꾸 눈물이 나서..”


“아니야. 힘들면 올라가서 좀 쉴래?”


“아뇨. 다 말 할래요.”


“괜찮겠어?”


“네. 괜찮아요. 말하다 보니 답답했던 가슴이 좀 풀리는 것도 같아요.”


“그래. 말하다가 힘들면 좀 쉬었다가 해도 되니까. 너 편한 대로 해.”


“네. 감사합니다.”


잠시 할 말을 고르던 지원이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말을 하던 그 형의 눈빛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너무 살벌해서 진짜 누군가 죽였다고 하는 말이 거짓말 같지 않았거든요. 부모님은 폭행범을 찾겠다고 학교랑 회사에 찾아오겠다고 난리셨는데 진짜 부모님을 죽일까 봐 겁이 났어요. 그래서 제가 그렇게 하면 죽어..버리겠다고....그때 부모님이 충격을 많이 받으셨어요. 그 뒤 집안이 저 때문에 엉망이 됐어요. 부모님은 매일 우셨구요. 그 모습에 저도 정신이 좀 든 것 같아요. 이대로 라면 저 때문에 집안이 풍비박산 날 것 같아 겁이 났거든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 그 형한테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회사를 그만두는 것 밖에 없겠다 싶어서 팀장님께 그만두겠다고 한 거예요.”


그 말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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