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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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새싹
작품등록일 :
2024.06.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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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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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하진의 옆에서 복돌이를 껴안고 있던 세진은 삼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지원이라면 자신도 아는 사람 이였다.


연습생 중에서 유독 활발하고 낯가림이 없는 아이라 자신에게도 친근하게 굴어 자주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었다.


좀 전에 현관에서 본 모습은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이라 더 놀라웠다.


너무 심각한 분위기에 그걸 깨기 위해 일부러 삼촌들을 놀린 거였는데, 다행히 지원이 조금은 괜찮아진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쌈쫀~”


“응?”


세진의 부름에 멤버들이 다들 쳐다보았다.


“나 쪼기 올라가도 대??”


세진이 2층을 가르키며 말하자 하진이 의아한 듯 되물었다.


“2층? 거긴 왜?”


“으응. 아까 형아..마니 쓸퍼 뽀여서..내 곰돌이 삘려주게.”


그 말에 다들 미소를 지었다.


“형한테 곰돌이 빌려준다고? 우리 세진이 착하네?”


“그러게. 그 곰돌이 세진이가 엄청 아끼는 거잖아?”


“나 가도 대?”


하진이 세진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했다.


“으음..형이 지금 좀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세진이는 나중에 올라가는 게 어떨까?”


“곰돌이만 쭈고 올 꺼야. 형아 잠 잘 때 안꼬 자라고..”


“그럼 올라가기 전에 삼촌이랑 약속하는 거야? 형아 방해 안 하고 곰돌이만 주고 오는 거로?”


“웅! 꺽쩡마!”


세진의 다짐에 하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주민이 같이 일어나며 말했다.


“하진아. 올라가면서 지원이 간단하게 먹을 것 좀 가져다줘. 손님방 냉장고에 물이랑 음료수는 있는데 배 채울만한 게 없을 거야.”


“그래? 그럼 챙겨줘. 가지고 올라가게.”


“그래. 잠깐만 있어.”


주민이 주방으로 들어가 이모님에게 먹을 것을 부탁했다.


조금 후 이모님이 챙겨준 간식거리와 따뜻한 우유 한잔을 쟁반에 담아 주민이 거실로 나왔다.


그걸 받아 든 하진이 세진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세진아. 삼촌 지금 손에 쟁반 들어서 곰돌이 못 들어주는데, 가지고 올라갈 수 있겠어?”


“웅!”


세진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곰돌이를 품 안에 안고 세진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섰다.


“세진이가 먼저 올라가. 삼촌이 뒤따라 갈 테니.”


“아라써!”


힘차게 대답한 세진이 곧 양손에 곰돌이를 안고 계단을 오르려 했으나 시야도 가리고 몸집이 작아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할 수 없이 곰돌이 팔을 한쪽 손에 잡고 한계단씩 엉금엉금 올라가기 시작했다.


뒤뚱거리며 올라가는 세진의 엉덩이가 너무 귀여워서 뒤따르던 하진이 웃음을 꾹 참았다.


그렇게 한참을 힘겹게 올라 2층에 도달한 세진이 한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어른일 때는 몰랐는데 아이의 몸이 되니 모든 것들이 너무 크고 높았다.


힘들이지 않고 올라왔을 계단도 아이의 몸으로는 등산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세진이 숨을 고르며 잠시 쉬고 있자 뒤따라 올라온 하진이 물었다.


“세진이 힘들어?”


“우웅..갠차나.”


“그럼 형아 한테 갈까?”


세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진을 따라 손님 방으로 향하였다.


손님 방 앞에 선 하진이 문을 두드리며 노크를 하였다.


“똑똑”


“네.”


지원의 대답에 문을 연 하진이 조심히 물었다.


“지원아. 먹을 것 좀 가지고 왔는데 잠깐 들어가도 될까?”


“네. 들어오세요.”


하진과 세진이 방안으로 들어서자 씻고 나왔는지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던 지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대 옆 탁자에 쟁반을 놓으며 하진이 말했다.


“점심도 안 먹었을 것 같아서 우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 좀 가져왔어. 배 좀 채우고 한숨 자. 저녁 먹을 때 깨울 테니까.”


그 따뜻한 말에 지원은 목이 메었다.


“네..감..사..합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올려다 보던 세진이 곧 자신의 곰돌이를 앞으로 쭉 내밀었다.


“형아~~자~~”


세진이 자신에게 곰 인형을 내밀자 지원이 당황했다.


“응? 이거 뭐야?”


“이거 내가 아끼는 껀데..형아 삘려줄게.”


“어? 형은 인형 없어도 괜찮아.”


“아냐! 형아 찌금 마음이 아프니까..이고 피료해! 잘 때 안꼬 자면 마음이 말랑말랑 해져!”


이 작은 아이가 보기에도 자신이 그렇게 힘들어 보였나 싶어 지원은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머뭇거리다 곰 인형을 건네받았다.


“고..마워. 형이 잘 쓰고 돌려줄게.”


“웅!”


세진이 만족스러운 듯 함박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에 지원이 자신도 모르게 세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 그럼 우리 이만 나갈게. 집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쉬어. 필요한 거 있음 부담 갖지 말고 말하고.”


“네.”


“형아~잘 자~!”


세진이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하진과 방을 나왔다.


다시 계단 앞에 서서 힘겹게 한계단씩 내려가려 하자, 하진이 얼른 조카의 몸을 들어 올렸다.


“세진이 아직 계단 다니기 힘드니까. 삼촌이 안고 내려갈게. 아까 올라오면서 힘들었잖아.”


“웅. 꼬마워. 쌈쫀.”


거실로 내려가자 멤버들이 두 사람을 반겼다.


“지원이는 씻고 나왔어?”


“응. 머리 말리고 있더라. 한숨 자라고 했어. 저녁 먹을 때 깨운다고.”


“그래. 잘했네.”


안 그래도 강승환 때문에 걱정 이였는데, 지원의 문제까지 겹치자 다들 머리가 아파왔다.


걱정스런 멤버들의 안색을 살핀 재원이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 봤자 답을 알 수 없으니..너희도 우선 좀 쉬고 있어. 이따 저녁 먹고 지원이 좀 안정되면 그때 무슨 일이지 물어보자. 강승환 건은 우선 지원이 문제부터 해결하고 다시 고민하는 걸로 하고..”


그 말에 멤버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다들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고 세진도 복돌이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갔다.


복돌이랑 놀면서도 위층에 있는 지원이 걱정되었지만, 삼촌 말처럼 지금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2층 손님 방에서 머리를 다 말린 지원은 침대에 앉아 하진이 가져다 준 음식을 쳐다보았다.


그동안 부모님이 걱정하는 걸 알았지만 도저히 음식이 입에 안 들어갔었다.


그런데 지금 오랜만에 허기가 느껴졌다.


접시에 놓인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문 순간, 지원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맛..있다.”


그동안 음식을 먹으면, 모래를 씹는 것 같았는데..지금은 온전하게 맛이 느껴졌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지원이 접시에 놓인 음식들을 모두 먹어 치웠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포만감과 지친 몸에 지원이 침대에 몸을 뉘였다.


푹신한 침대에 눕자 달콤한 섬유유연제 냄새에 잠이 오는 게 느껴져서, 손을 뻗어 이불을 끌어 당길려고 하는데 옆에 놓인 곰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한참 쳐다보던 지원이 인형을 자신의 품에 안았다.


거의 아이 만한 크기의 인형이 품 안에 들어오자 뭔가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렇게 곰 인형에 얼굴을 파묻고 몸을 웅크리고 있던 지원의 숨소리가 잠시 후 고르게 변했다.



2시간 후 이모님이 저녁 준비가 끝났다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주방으로 들어선 로이와 환이 식탁을 보고 감탄을 했다.


“와~~이모! 음식 엄청 많이 했네요?”


“누가 보면 생일 상 인줄 알겠어요.”


“호호호~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했지. 아까 그 학생 너무 말랐길래..”


하진이 주방에 들어서며 웃었다.


“역시 우리 이모! 누가 밥 굶고 다니는 거 절대 못 보신 다니까.”


“아이고~하진이 너도 좀 팍팍 먹어!”


“네~알겠어요.”


하진이 세진을 자신의 옆자리에 앉히고 의자에 앉았다.


잠시 후 재원이 지원을 데리고 주방으로 들어섰다.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때보다 풀린 얼굴에 다들 속으로 안도하였다.


“지원이 잘 잤어?”


“네. 오랜만에 푹 잤어요.”


“더 자게 하고 싶었는데..그래도 밥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깨웠어. 거기다 너 준다고 이모님이 음식을 엄청 하셨거든.”


주민의 말에 지원이 얼른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저..감사합니다. 저 때문에 힘들게 음식 하셔서 죄송해요.”


그 모습에 이모님이 다가와 등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나 음식 하는 거 좋아하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 정 미안하면 내가 만든 음식 맛있게! 아주 많이! 먹으면 돼. 알았지? 자~자리에 앉아.”


“네. 감사합니다.”


지원이 주민이 꺼내준 의자에 앉았다.


곧 앞에 밥과 국이 놓이고 다들 식사를 시작하였다.


조심스럽게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 지원의 모습에 옆에 앉은 주민과 재원이 앞 접시에 이것 저것 반찬을 올려주며 챙겼다.


그 모습에 또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얼른 밥을 퍼서 입안에 넣고 있으니, 눈앞에 작은 포크에 찍힌 소세지가 보였다.


고개를 드니 의자에서 일어선 세진이 팔을 쭉 뻗어 포크를 내밀고 있었다.


“형아~이거 마시쪄~빱만 먹찌 말고 이것또 머거!”


“하하하~세진이가 너 엄청 맘에 든가 보다. 먹을 것도 주고~”


“그러게. 우리 세진이 쉽지 않은 남자인데..”


“세진이가 먹을 거 주는 거 엄청 대단한 거야~ 얼른 받아 먹어~”


멤버들의 성화에 지원이 얼떨떨해 하며 입을 벌려 소세지를 받아 먹었다.


입안에서 새콤달콤한 양념과 똑 터지는 소세지의 식감이 느껴졌다.


“마시찌?”


세진이 씩 웃으며 묻자 지원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 맛있어. 고마워. 세진아.”


“히히~~”


의자에 다시 앉은 세진이 하진이 발라준 생선 살을 포크로 콕 찍어 입안에 넣었다.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볼을 씰룩이는 세진의 모습에 지원도 젓가락을 들어 앞 접시에 놓인 반찬들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던 멤버들도 곧 식사를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에 다들 밥을 더 달라하자 이모님이 만족해 하며 밥을 퍼 주었다.


한참 후 식사가 끝나고 그릇들을 치우려고 하자 이모님이 얼른 손사레를 쳤다.


“됐어! 너희 다 나가. 내가 하나씩 정리하면서 치워야 하는데 덩치 큰 놈들 여럿 이서 왔다 갔다 하면 내가 더 복잡해.”


그 말에 멤버들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이모. 이것만 도울게요. 음식 많이 하셔서 힘드실 텐데.”


“그래요. 설거지 할 것도 많겠구만.”


“아이고~ 설거지는 식기 세척기가 알아서 하니까 신경 꺼!”


결국 이모의 성화에 다들 거실로 쫓겨 나왔다.


쇼파에 둘러앉아 잠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 재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원아. 이제 좀 괜찮아졌어?”


“네. 이제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그래. 다행이네. 혹시..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될까? 네가 말하기 싫으면 어쩔 수 없지만..지난 몇 년 간 알고 지냈는데..갑자기 네가 연습생 그만둔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되어서 말야.”


“그래. 거기다 몸은 왜 이렇게 망가진 거야. 몇 개월 전에 봤을 때만 해도 이러지 않았잖아? 우리가 들어보고 도와줄 수 있는 거는 도와줄 테니까. 힘들더라도 이야기해 보는 게 어떨까?”


주민도 옆에서 다정하게 말을 덧붙였다.


그 말에 입을 꼭 닫고 있던 지원이 한참 후 한숨을 쉬었다.


“하아..사실 저도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힘들게 입을 여는 모습에 다들 조용히 기다렸다.


“어디서 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그냥 갑자기 제 일상이 망가졌어요. 손쓸 틈 없이..”


“괜찮아. 그냥 생각나는 데로 말해 봐.”


한참을 말을 고르던 지원이 곧 입을 열었다.


“3개월 전에 회사로 새로운 연습생..형..한 명이 들어왔어요.”


그 말에 다들 놀라 서로를 쳐다보았다.


3개월 전에 들어온 연습생이라면 강승환이 분명했다.


‘하..이게 이렇게 연결되네..’


재원이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지원의 이어지는 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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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회 24.08.11 54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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