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검향醫仙劒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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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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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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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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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혼원일기混元一氣 3

DUMMY

무쌍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못한 것이 뭔데?”

“많지. 핑계로 뭘 못하겠냐. 체질 뒤에 숨어서 아프다는 핑계로 징징대지 말고.”

“나도 이렇게 태어나고 싶었겠냐고.”

무쌍과 둘째 형의 목소리가 잠시 커졌다. 그리고 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 잘난 머리는 왜 그냥 썩히는데?”

“......,”

무쌍이 입에 자물쇠를 채웠다.

“새끼. 삐졌네.”

“......,”

“삐졌구만.”

“......,”

“꼬추 떼라.”

“안 삐졌다고. 아버지도 일을 시키지 않는데 둘째 형 네가 뭘 하라, 마라냐?”

“형에 대한 공경은 똥꼬에 묻은 똥 닦는 휴지로 취급하는 동생 놈아. 언제까지 응석받이 해줄까? 늙어 죽을 때까지. 아버지가 평생 가주로 있을 것 같으냐?”

“큰형은 있지.”

“소갈딱지가 종잇장만큼이나 얇은 인사가 퍽이나 잘 보살피겠다.”

“내 입이 갑자기 요사를 떨려고 하네. 큰형에게 가서 소갈딱지 종잇장이라고 그대로 전해줘?”

“같이 죽자.”

언무한이 일어나 무쌍의 멱살을 잡았다.

“어허 왜 이러시나? 나도 지주목도 없는 희나리에 기댈 생각 없음.”

무쌍은 의자를 물리며 피했다.

“그래서 일찍 독립이라도 하겠다?”

언무한이 다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미쳤냐? 기댈 언덕이 있는데 마르고 닳도록 비벼야지.”

“아버지는 그렇다고 해도 큰형은 글쎄다?”

‘나 모르는 모종의 의혹이 있는데, 이것?’

무쌍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둘째 형을 봤다. 둘째 형이 말을 돌려 말할 인간은 아니었다. 그런데 자꾸 속내를 돌린다.

“아무튼 세가에서 마누라 셋에 첩 다섯 끼고 만수무강하려면 큰형 찾아가서 엉덩이 좀 흔들어야 할걸. 좀생이가 많이 삐졌다.”

“진짜로. 뭔데 말해봐.”

“인생이 쉽냐? 씹고 뜯고 맛을 보려면 넌 멀었어. 난 간다.”

착한 둘째 형으로 변한 언무한은 일어나 동생 어깨를 툭 치더니 방을 나갔다. 물음표만 잔뜩 남겨놓고서.

“후우.”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나간 기분이다. 무쌍은 짜증이 올라왔지만 둘째 형 말이 옳았다.

‘조언이라면 자상하게 해주면 덧이 나냐?’

그는 혼자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장 큰형에게 갔다. 물음표를 해소하려면 큰형 엉덩이를 긁어줘야 했다.



창룡전蒼龍展.

무쌍은 가주 집무실 현령전 옆 건물을 봤다. 언씨세가의 소가주라면 거쳐 가는 전각이 이 창룡전이다.

큰형 언무극은 16살 나이에 소가주로 내정된 이후로 줄곧 창룡전을 차지했다.

그의 방문에 큰형 언무한은 탁자에 앉아 맞이했다.

“네가 여기를 다 오다니 별일이구나?”

큰형이 고개만 올렸다가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다.

“괜히 나 때문에 폐관 수련도 들어갔고.....,”

“네가 예전보다 사람이 됐다는 말은 들었다. 계집질도 달포에 한 번이면 그냥저냥 한량 짓이니 못 참을 일도 아니구나.”

무쌍의 말을 끊은 언무극은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뭐 그렇죠.”

무쌍이 쓴웃음을 지었다. 큰형은 그가 계집종을 넘어뜨린 이후부터 그의 일이라면 남 말하듯 말했다.

그런데 장령령 일이 겹치자 이제는 퉁명스럽기까지 하다.

‘뭐 아버지에 비하면 양호하지만.’

그는 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다리 몽둥이란 말을 들었다. 부러트린다, 작살낸다는 물론 양념으로 추가됐다.

“그런데 왜 왔지?”

큰형은 말을 툭 내던졌다.

“미안.....,”

무쌍이 고개를 숙이고 말하려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둘째 형의 말처럼 바지 내리고 엉덩이를 흔드는 것이 더 쉬웠다.

“뭐라고?”

고개 숙인 무쌍을 보며 언무극이 다시 묻는다. 그의 입에 미소가 보일 듯 말 듯 지나갔다.

“미안하다고요.”

“지난 일이다. 됐다.”

무쌍이 머리를 들자 언무극이 냉랭한 표정으로 말한다.

“사과를 받아주면 안 돼요?”

“사과하는 놈이 뭐 이리 뻔뻔해.”

“암튼 미안해요. 장령령이 수작질을 부려서.”

“그만. 남자가 책임질 일을 했으면 책임져야지.”

방금과 달리 언무극은 말에서 기름기를 거뒀다.

“아니. 큰형도 전후 사정을 알면서......,”

“너 쓰레기냐?”

“내가 왜 쓰레기예요?”

“이유가 어쨌든 서로 교감이 없었으면 그런 일이 일어났겠느냐?”

“.....,”

큰형의 말에 무쌍은 입을 열지 못했다. 끝장을 못 봤을 뿐이지 갈 때까지 간 관계는 틀림없다.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못 지겠다면 쓰레기가 맞지.”

‘하아. 이상한 논리네.’

무쌍은 억울해 속으로 투덜거리더니 큰형을 보며 말을 했다.

“뭐 교감 그런 것은 있었어요. 그런데 그 겁간하려는 일은 결단코 없었습니다. 책임질 일을 했어야 책임을 질 것 아녀요.”

“네 말대로라면 같이 놀아났단 말이 아니냐? 그러니 데리고 살아야지.”

“그래요. 그래. 저 쓰레기 맞네요. 그래도 제 혼례는 제가 결정합니다.”

무쌍은 대화 주제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휴~. 너는 어째 가문이 안중에 없는 것이냐?”

“내 혼사와 가문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요?”

“장두식 객원장로는 세가에서 상당한 공헌을 하고 있다. 너도 알다시피 삭주朔州의 은하장을 포기하고, 세가의 영입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10년 전이다. 그에 힘입어 우리 언가는 산서성을 차지했다. 그런 그가 가문과 혈연을 맺길 원해.”

“그건 아니죠. 외몽고를 장악한 달단이 20년째 장성을 넘어왔어요. 그래서 은하장이 어쩔 수 없이 세가에 의탁한 것이잖아요.”

무쌍이 볼멘소리로 항의했다.

“무식한 놈. 혼례 이유가 그뿐인 줄 아느냐?”

“다른 이유도 있다고요?”

“지금 가문은 여러 곳에서 견제를 받는 상황이야.”

“견제라니요?”

“1년 전부터 무림맹에서 아버지를 부맹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구파일방과 무림세가의 주인들이 돌아가며 맡는 자리라 고사하기도 난처했다.”

“무림맹의 부맹주면 좋은 자리가 아닌가요?”

“당치 않다. 우리 가문의 힘이 커지자, 아버지를 무림맹으로 불러들이려는 수작인데..., 일은 많고 실리가 없다.”

“그런 일이?”

“팽가를 주축으로 오대세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려 했다. 마침 그 말이 나오기 직전, 아버지께서 손을 썼다. 가문의 대소사를 맡길 소가주 자리를 비움으로써 무림맹에 갈 명분을 치웠다.”

“그럼 폐관수련을 들어간 이유가 저 때문이 아니라?”

“아이 같은 말 말아라. 이유가 그래도 아버지가 그럴 분이냐?”

“네.”

“미친놈. 개인적으로 난 혼원일기공이, 무한이는 귀백무심검鬼魄無心劍이 한계에 부딪쳤다. 세가의 영약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아니다. 부딪쳐 넘거나 뚫어야 할 벽이 있다. 그 한계가 벽이라 폐관수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더불어 은가장 계열의 가솔들을 달래야 했다. 삼 년 전부터 삭주를 두고 항산파와 잦은 마찰은 너도 알 것이다. 삭주와 대동의 이권으로 빚은 시비로 장두식 객원장로 쪽 사람이 열 명이 넘게 죽기도 했고.“

“원래 삭주는 은가장의 근거지라 장장로님 사람들로 채워져 피해가 컸던 것 아닙니까?”

“사람 마음이 다 똑같더냐? 본가 계열 사람은 피해가 전혀 없었으니 저쪽에서 제법 말이 나왔었다.”

“그럼 누가 더 다치거나 죽었어야 했다는 건가?”

무쌍이 혼잣말로 구시렁거렸다.

“장장로 사람들은 일 년 전 세가가 항산파와 마찰을 이겨내고 삭주와 대동의 상권까지 차지하며 산서성을 발아래 두었지만, 서운한 것이다.”

“은가장 쪽 사람들이 대동을 다 관장하고 있는데도요?”

“그들은 가문이 은가장 계열과 붙임이 없어 인명 피해가 났다고 생각한다.”

언무극은 동생의 말을 무시하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혼인을 통해 완전한 결합을 원했고, 마침 너와 령령이 관계가 나쁘지 않아 혼례를 치르려 했던 참이다.”

“관계라니요?”

“네가 령령이와 놀아나는 것을 모른 척했을 뿐, 어른들은 다 알고 있다.”

“아니 다 알고 계시면서 그랬다고요? 저에 대한 오만 소문이 강호 곳곳에 뿌려져 나는 언가의 개가 됐는데.”

“왜 몰랐겠느냐? 첫째 장령령 무공이 너보다 높고, 들째 겁간을 하려 했으면 옷이 찢어지거나 몸에 멍이 났겠지.“

“이건 말이 안 돼.”

“나도 알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모르겠느냐? 장두식 객원장로는 또 그걸 모르겠느냐? 그리고 결정적으로 네가 내민 향낭도 있는데.”

“그럼 아버지는 장두식 객원장로로부터 실리를, 객원장로는 체면을 챙겼을 뿐이네.”

무쌍은 화가 나서 어릴 적 버릇인 반말이 튀어 나왔다.

“령령이가 요망하기는 하나 세가에서 그만한 아이도 없다. 곰하고는 못 살아도 여우하고는 살 만하단다.”

“요물에게 장가 못 갑니다.”

“그 아이가 요망을 떨어도 뒤가 물러 행실이 눈에 보이지. 네가 령령이 머리 꼭대기 위에만 있으면 이 혼례도 나쁘지 않아.”

“장령령을 이겨 먹었을 때 이야기죠.”

“그리고 네 체질을 알고 있으니 첩을 들여도 별 말을 못할 것이다.”

“어련히 그럴까요?”

언무극과 무쌍은 각자 할 말만 뱉었다.

그러다가 언무극이 먼저 입을 닫았다. 예나 지금이나 말로써 어찌할 수 있는 막내가 아니다.

“휴우. 너도 직계니 알 것은 좀 알고 넘어가야겠다. 내 너에게 하북 팽가를 중심으로 무림맹에서 압박이 있다고 이야기했지.”

“그런데요?”

“이런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 원래 항산파와 하북 팽가는 붙임이 크다. 팽가의 시조가 항산파의 불목하니였다는 풍문도 있고. 이런 가운데 우리 세가는 이름이 갈수록 높아져 세를 넓혀가고 있다.”

“그래도 같은 정파끼리 칼질까지야 가겠어요?”

“항산파는 정파가 아니더냐? 먹고 사는 문제는 다른 문제이기도 하고. 어쨌건 현 오대세가는 우리 때문에 불안한 것이야. 턱 밑까지 치고 올라온다고 생각하고 있다.”

“설마 오대세가라는 이름 때문인가요?”

“그 설마가 맞다.”

“남궁, 팽가, 제갈, 황보, 당가였던 오대세가는 현재 황보세가가 빠지고 사마씨로 채워졌다. 비록 부맹주이자 군사인 사마염의 입김이 크다고 해도 의외의 결과였지.”

“강호에서 오대세가는 세력의 크기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졌잖아요.”

“이름이란 것이, 명예란 것은 마치 어린아이 양손에 쥔 떡과 같다. 본능에 충실한 아이가 손에 쥔 것을 쉬이 놓더냐?”

“이제 제대로 알았네. 팽가와 무림맹에 가문이 휘말리지 않으려고 내가 희생양이 됐네.”

“희생양은 제물로 양을 죽여 받쳐지는 것이다. 너같이 귀여운 새색시를 얻을 때 써먹는 말이 아니야.”

“어쨌건 아버지랑 객원장로가 짜고 친 마작이잖아.”

“너는 언씨의 직계다. 내 알아들을 만큼 말했고, 너는 충분히 말귀를 알 나이가 됐다고 본다. 그러니 징징거리지 마라. 이제 그만 나가봐.”

언무극은 말을 맺고는 무쌍에게 나가라고 손을 내저었다.

“아니....,”

무쌍이 말을 꺼내며 큰형을 봤다. 서류에 눈을 둔 채 미동조차 않았다.

“너무하네.”

무쌍이 얼굴만 붉어졌다. 그대로 창룡전을 나와 버렸다.


언무극은 막내동생이 나가자 표정이 미묘했다. 녀석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그가 동생을 왜 모르겠는가?

어려서 총명하기가 세 형제 중 으뜸이었다. 천형의 체질로 자괴하다가 나름 자구책을 구하려고 했다. 제 깐에는 노력을 많이 하지만 안타까운 모습만 보였다.

성격이 날로 괴팍해졌지만, 심성은 바뀌지 않았다.

천형이 발작해 종년을 건드리는 실수를 한 그 후로 기녀를 돈으로 샀으면 샀지 여자를 겁간하는 우는 범하지 않았다.

막내 녀석은 그만큼 이성을 잘 통제했다. 엉뚱하게 도가사상에 빠졌지만 몇 해만 지나면 제 밥그릇은 챙길 녀석이다.

지금은 안타까운 마음도 없지 않지만, 무가의 자식은 모이를 받아먹는 관상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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