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검향醫仙劒香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새글

덕민
작품등록일 :
2024.07.16 13:14
최근연재일 :
2024.09.19 13:20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309,814
추천수 :
6,618
글자수 :
440,667
유료 전환 : 3일 남음

작성
24.07.20 12:00
조회
5,119
추천
98
글자
14쪽

12. 풍광유희 風光遊戲 2

DUMMY

산서성에서 진중현은 풍요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육안으로는 끝을 볼 수 없는 평야로, 곳곳에 부의 정점인 대원大園이 산재했다.

이 진중현에서 서북쪽으로 70여 리를 가면 기암절벽의 산이 있다. 산서 사람들은 이 산을 면산綿山이라 불렀다.

면산은 풍경이 유려해 도교의 성지로 일컸는 대라궁大羅宮을 품었다.

무쌍은 사흘 전부터 이 대라궁을 오고 갔다. 도교의 설법을 듣기 위해서였다.

대라궁주 만상진인은 황정경에 통달했다. 그는 때때로 제자들과 향배객에게 황정이 추구하는 상청의 호흡법을 설파하고는 했다.

이에 무쌍이 큰형을 졸라 대라궁주의 설법을 들을 기회를 얻었다.

설법이 하루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 그는 세가와 대라궁이 있는 면산까지 70여 리 길을 이틀에 한 번씩 갔다.

무쌍이 나흘을 착실히 오가자 그에게 붙은 호위가 떨어졌다.


“이럇.”

먼지가 잔뜩 뒤집어쓴 무쌍은 거침없이 박차를 찼다.

그가 탄 말은 용마龍馬다.

산서성 대동산産 준마를 세간에서는 그리 칭했다. 용의 뿔처럼 귀 뒤에 두 개의 혹이 나 있고. 체고는 무쌍의 눈높이에 이르러 우람하다. 윤기 나는 검은 털과 발목 아래가 흰 전형적인 흑운백각黑雲白脚이다.

용마의 나이도 이제 일곱이라 혈기왕성하다.

무쌍은 오늘 아침 면산에 간다고 이놈을 끌고 나왔다. 물론 그의 말은 아니다. 둘째 형이 애지중지하는 놈이다.

그런데 그는 북서쪽 면산과 반대로 말을 달렸다. 목적지는 태행산이다.

그는 삼 일만에 산서성 장치현 로주潞州에 도착해 하루를 쉬었다.

다시 말을 몰아 나흘 후에는 태행산맥 초입 평순현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표국에 들려 편지 한 통과 용마를 표물로 맡겼다.

수령자는 그의 첩이자 시녀인 풍소소다.

그리고 잡화점에 들러 식량 등 야생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했다. 그의 이상처럼 깊은 산에서 도道를 구하고 허허로움을 느끼고 싶었다. 우선은 오악의 정기를 만끽하려 항산행을 택했다.

그리고 그날 태행산맥 산골짜기 나무 밑에서 하룻밤을 노숙한 무쌍은 추위에 진저리를 쳤다.

평소 양기 때문에 겨울에도 옷을 가볍게 입었던 터다. 자신을 믿고 노숙에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방안과 사방이 트인 계곡은 차원이 달랐다. 정말 개 떨듯이 떨었고 반쯤 고드름이 되어 아침을 맞았다.

무쌍은 추위란 벽 앞에 귀가와 자유를 두고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해가 뜨고 날이 풀리자 곧바로 자유로 가닥이 돌아섰다.

어쨌거나 날랜 걸음으로 팔천협을 통과했다. 평순현을 출발해 삼 일 만이었다.

일원각에서 십여 번을 읽은 서하유기가 큰 도움이 됐다. 태행산맥의 특정 바위나 산의 모양의 지리 표시를 항산으로 가는 길에 이정표로 삼았다. 노숙하는 방법도 다양해 추위를 조금이나마 덜 탔다.

그리고 북천문을 지나 천곤산에 올랐다.

여기서 그는 항산행을 포기했다. 천곤산 정상에 이르자 겨울도 아닌 늦가을 바람만으로도 코끝이 시렸다.

항산은 북쪽으로 보름을 더 올라가야 하고 천곤산보다 더 높다. 날을 잘못 잡았다.

무쌍은 남쪽 길을 택했다.

통천협과 대협곡에서는 물길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 그러다가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천호폭포와 곽산을 넘으면 하남성이다.

하지만 인생은 달달한 꿀물이 아니었다.

그가 천호폭포를 목표로 출발해 열흘이 되도록 산속만 오지게 헤맸다. 안 되겠다 싶어 물길을 찾아 하류로 또 하류로 내려갔다.

그러다가 물이 폭포를 만나면 내려갈 길을 찾아 또 헤맸다.

그렇게 열흘이 지날 때쯤 무쌍은 이름 모를 고원 분지에 서 있었다.


꽈아악.

끄아아.

무쌍은 분지의 중앙에 있는 잣송이가 주렁주렁 달리 백자목柏子木으로 다가갔다. 그가 이 나무에 가까이 갈수록 검은 원숭이黑猿들의 울음소리가 커졌다.

“뭐야? 나무 열매 때문에 그런 거야?”

놈들은 백자목의 열매인 잣송이가 가장 많이 열린 가지를 점령하고는 울어댔다. 그를 먹이를 뺏으러 온 침입자로 경계했다.

그에 비해 그는 원숭이나 잣송이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냥 쉴 장소가 필요해 백자목에 접근했을 뿐이다. 그냥 무시했다.

그는 백자목 그늘 아래로 가 바랑을 벗어던졌다.

털썩.

깊게 쌓인 낙엽에 엉덩이로 주저앉았다.

“에고.”

무쌍은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백자목은 침엽수라 잎이 가시와 같았다.

끼이히히.

끽끽.

흑원들이 이 모습을 보며 이빨을 드러내며 나뭇가지를 흔들며 웃었다.

“허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그가 위를 올려다보다가 바랑을 펴 방석을 만들었다. 그 안에 있던 내용물은 앉은자리 옆에 놓았다.

어제 마지막 쌀로 지어 만든 주먹밥 두 개와 옷 몇 벌, 혈단과 백곡단 그리고 산을 헤매다가 채집한 약초 몇 뿌리가 전부였다.

그것 중 주먹밥을 집어 들었다.

“자유를 만끽한다고 집 나와서 이런 꼬라지라니.”

이제는 완전히 혼자가 된 무쌍이다. 그런데 턱까지 차오른 감정은 홀가분함이 아니라 현실에 직면한 길치의 참담한 심경이다.

툭.

손에 쥔 주먹밥을 발치 아래로 던졌다. 입맛이 떨어진 탓이다. 그리고는 멍하니 앞을 봤다.

키키키.

그때 어린 흑원이 나무에서 슬그머니 내려오더니 옆걸음으로 슬금슬금 다가와서는 잽싸게 주먹밥을 낚아챘다.

두 걸음을 물러난 놈은 무쌍의 눈치를 보더니 주먹밥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쩝.

한입을 베어 먹고 입을 쩝쩝거리던 놈이 우뚝 멈춰 섰다. 이내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주먹밥을 와구와구 씹었다.

이것을 지켜보던 큰 흑원이 나무를 탁탁 타고 내려와 어린놈의 손을 잡아챘다.

하지만 어린놈의 손은 이미 빈 상태였다.

크아아악.

화가 잔뜩 난 큰 놈이 어린놈을 집어 들었다.

“어어?”

무쌍은 그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큰 흑원 놈이 그 소리에 그를 봤다. 그는 옆에 놓인 남은 주먹밥을 집었다.

“이걸 주리.”

툭.

주먹밥을 큰 흑원 앞에 툭 던져졌다.

그러자 큰 흑원 놈이 어린 것을 내려놓았다. 이놈도 어린 것과 별반 다름없이 냄새를 맡더니 한입 베어 물었다.

캬하하햐.

송곳니를 드러내 크게 웃더니 휑하니 다른 나무에 올라탔다.

이에 한 무리의 검은 흑원들이 큰놈을 쫓아갔다. 다만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어린놈이 남아 날 봤다.

“더 달라고? 없어 임마.”

무쌍은 손을 털며 양손을 들었다. 그래도 어린놈은 똘망똘망한 눈빛을 바꾸지 않았다.

“없다고 이놈아.”

큰 소리에 이 어린놈은 수긍하고는 실망해 고개를 숙였다가 갑자기 그의 품에 안겼다.

마치 다음을 기약하는 듯하다.

따뜻한 감촉에 그는 절로 웃음을 지었다.

그것도 잠시 어린 것이 나무에 올랐다. 흑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무쌍을 보며 꽥꽥거렸기 때문이다.

그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어쩌라고? 너희가 나한테 해준 것이 뭐 있다고.”

말이 통할 리 없건만 그는 짐승을 보며 투덜거렸다.

그러는 사이 놈들 중 한 마리가 뒤로 돌아와 짐을 집어 들었다. 짐이 흩어지며 옷가지와 약초가 쏟아졌다.

흑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그것들을 들고 날뛰었다.

무쌍은 화가 치밀었다. 

“이것들이.”

허리가 튕겨 앞으로 쏟아지는 요란주拗鸞肘의 경신과 사방을 점하는 현각허이懸脚虛餌 운신으로 네 걸음을 뛰며 양 손바닥이 빠르게 움직였다.

탁. 탁.

그는 양손으로 그의 물건을 들고 있던 흑원들 뒤통수를 때렸다.

끼악. 꺅.

비명과 함께 허리춤 크기밖에 되지 않는 놈들이 여기저기로 뒹굴었다.

나머지 놈들이 겁먹은 표정으로 잠시 멍하더니 캭캭 소리를 내며 백자목 위로 뛰어올랐다.

“하하하.”

무쌍이 통쾌하게 웃었다.

군주가 된 기분이다. 신하에게 주먹밥이란 절세 보물을 하사했더니 나누지 않고 반란을 일으켰다. 이를 친히 무력으로 제압하니 통쾌함이 올곧이 섰다.

퍽.

이 기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른 나무 위로 올라간 흑원들이 붉은 열매를 따 그에게 던졌다.

신하들이 뒤통수를 제대로 쳤다. 아픔보다는 끈적거림이 먼저였고 두 번째는 코를 찌르는 시큼한 냄새가 몸에 뱄다.

“이것들이 감히 역모를.”

그는 여전히 기분에 취해 혼잣말로 지껄이며 나무를 타려고 했다.

“퍽-.”

이번에는 물컹한 나무 열매가 그의 눈을 정통으로 맞췄다.

캬캬캬.

흑원들이 비웃음을 날렸고 그는 주춤해져 위를 봤다.

붉은 열매를 흑원들이 다 들고 있었다. 심지어 주먹밥을 얻어먹은 큰 놈도 마찬가지였다.

이놈이 무리에서 가장 늙어 보였다. 유독 이놈만 머리 중앙이 흰색이다.

“에휴~.”

그는 묘한 배신감에 한숨이 나왔다.

곧장 몸을 돌려 짐을 챙겨 바랑에 넣었다. 미물과 싸워봤자 번잡스럽기만 하다.

이번 일로 그는 한 가지를 배웠다. 이유 없는 친절은 대상에 따라 독으로 돌아올 수 있음이다.

“소심하기는.”

무쌍은 자신이 한심해졌다.

미물과 다툼도 의미가 없어 열매가 없는 큰 가문비나무 아래로 이동했다. 그리고 곧장 주변을 정리했다.

가출 전에 한 달 동안 손에 달고 살았던 책이 망명객이 지은 서하유기徐霞遊記였다. 여기에는 산에서 노숙하는 요령만 다섯 가지나 됐다. 이 중 하나를 택했다.

석 자 길이 나뭇가지를 끊어와 두 겹으로 촘촘히 꽂았다. 그 사이에 가문비나무의 낙엽을 차곡차곡 쌓았다. 그러자 허리까지 닿는 벽이 만들어졌다.

위로는 가문비나무가 지붕이 되어 이슬을, 낙엽 벽은 바람을 막았다. 허술하지만 하룻밤 노숙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으차.”

무쌍은 허리를 펴고 주변을 둘러봤다.

앞으로 높은 산봉우리가 보였다. 좌우로는 큰 산이 서 있는 분지 위쪽이라 더 아늑하게 느껴졌다.

그는 양손을 내려다봤다. 시커멓게 흙먼지투성이다. 원숭이가 던진 끈적이는 열매와 가문비나무 잎에서 나온 송진 탓이다. 거기에다 노숙할 자리를 작업하다가 보니 흙과 가문비 낙엽 잔해까지 진득하게 묻었다.

“일단 씻어야겠다.”

무쌍은 분지로 내려오며 봐뒀던 폐가로 갔다.

예전에 도교 서원 터였던 곳처럼 보였다. 벽돌과 기와가 흉물처럼 널려있었다. 그래도 양지라 아늑하다.

처음에는 여기를 터로 잡을까도 싶었지만 희미하게 길이 살아있었다. 사냥꾼이나 약초꾼이 간간이 내왕한 흔적이다.

일단 사람은 피하고 봐야 한다. 가문에서 사람을 풀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샛길을 따라 오르는데 안개가 심했다. 그렇게 한식경만에 폐가에 가까워지자 무쌍은 걸음을 멈춰 섰다.

뜻밖에 절경이 그를 맞이했다.

폐가를 뒤로 두고 층계참 모양으로 이룬 공간의 앞쪽은 세상을 다 보여줄 듯 환하게 트였다.

이곳을 지날 때는 안개가 잔뜩 껴 보지 못했던 광경이다.

이 층계참 아래는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졌고, 바로 그 발아래로부터 장관을 이뤘다.

운무가 세상을 바다로 만들었다. 굳이 억지로 네 글자로 표현하면 망망운해茫茫雲海다.

이리 보니 태행산맥의 큰 봉우리들은 섬이고 바람을 탄 구름은 파도였다.

운봉화랑雲峯畫廊

구름 사이로 솟은 산들이 한 점 한 점의 그림들을 모아놓은 풍경이다.

“공공지극空空之極은 불호명명세呼冥明世로 불거기기도不擧基起道니라. [공허함은 어둡고 밝음을 탓하지 않고, 서고 일어나는 이치는 얽매지 않는다.]”

무쌍은 그도 모르게 헌원일기공의 한 구절이 떠올라 중얼거렸다.

눈앞에 펼친 운해가 마음속의 공허함과 같았다. 또 지금 그가 처한 상황처럼 회색 구름은 성난 파도처럼 규칙 없이 일어났다가 사그라졌다.

그의 눈에 운해가 무한한 자유로움으로만 남았다.

쉽게 잊을 수 없는 풍광이다.

무쌍이 태행산맥에 들어와 많은 자연을 접했지만, 이 장엄함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래서 잠시 아무 생각도 않고 운해를 바라봤다.

천형도 삶에 대한 자유도 모두 떨쳐 평안함만 든다. 마치 그가 추구하는 도道의 한 자락을 엿보는 기분이다.

무쌍은 하남행을 미뤘다.

아래 분지에서 며칠 머물기로 계획을 바꿨다. 열흘 넘게 산속을 이동하며 쌓인 피로도 풀 겸해서다.

그렇게 반 시진을 구름과 바람 그리고 안개를 느꼈다.

그는 이곳을 지켜보다가 마음속에 운봉화랑이라는 이름을 새겼다. 그리고 폐가의 물둠벙에서 ㄹ씻고 분지로 내려가려는데 이곳을 지나쳐 올 당시처럼 안개가 심해졌다.

안개가 바위산을 끼고 폐가만 보여준다.


작가의말

오늘도 두편 올립니다. 

제 글을 읽는 분들에게 행운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의선검향醫仙劒香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16. 수하석산 樹下石山 3 +7 24.07.22 4,786 96 15쪽
15 15. 수하석산 樹下石山 2 +8 24.07.21 4,793 91 13쪽
14 14. 수하석산 樹下石山 1 +5 24.07.21 5,009 90 14쪽
13 13. 풍광유희 風光遊戲 3 +5 24.07.20 4,910 98 14쪽
» 12. 풍광유희 風光遊戲 2 +4 24.07.20 5,120 98 14쪽
11 11 풍광유희 風光遊戲 1 +5 24.07.19 5,525 98 16쪽
10 10. 귀백무심鬼魄無心 3 +4 24.07.19 5,603 101 16쪽
9 9. 귀백무심鬼魄無心 2 +6 24.07.18 5,945 105 16쪽
8 8. 귀백무심鬼魄無心 1 +7 24.07.18 6,475 107 17쪽
7 7. 혼원일기混元一氣 3 +8 24.07.17 6,703 122 13쪽
6 6. 혼원일기混元一氣 2 +7 24.07.17 6,768 114 13쪽
5 5. 혼원일기混元一氣 1 +6 24.07.16 7,266 115 13쪽
4 4. 석고창席藁倉 3 +7 24.07.16 7,613 119 14쪽
3 3 석고창席藁倉 2 +9 24.07.16 8,599 136 15쪽
2 2. 석고창席藁倉 1 +9 24.07.16 9,661 148 14쪽
1 1. 서장. +9 24.07.16 13,958 139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