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검향醫仙劒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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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민
작품등록일 :
2024.07.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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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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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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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장.

DUMMY

계집은 앙증맞아 깨물고 싶다. 경국지색은 아니어도 넓은 이마와 둥근 눈은 귀염이 묻어났다.

계집의 이름은 장령령이고 언씨세가의 객원장로 장두식의 손녀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귀엽기 그지없었다. 그에 반해 발육은 남달라 풍만을 넘어 농염하기까지 했다.

14살짜리 이 어린 계집은 자신의 위치를 잘 이용했다. 세가 내에서 신분으로 이득을 취할 정도로 끼가 다분하다.

이러니 장령령을 두고 요부가 났다며 뒷말도 심심치 않았다.

그런 그녀도 작은 소망이 있다. 언씨세가의 막내 공자 언무쌍과 혼례를 올려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비록 세가 안팎에서 무쌍을 반풍아라 불렸지만, 만만한 것이 이 사내다.

사실 그녀는 무쌍과 여러 차례 속정을 통하기 직전까지 갔었다.

그녀의 속내는 빤했다.

무쌍의 소문이 어떻든 그의 정실이 돼서 그를 쥐락펴락하려 한다. 그래야 언씨세가에서 방귀 깨나 뀌고 살 것이라 여겼다.

세상을 보지 못한 이 어린 계집의 눈에는 세가가 전부였다.

어쨌든 그녀가 무쌍을 부처님 손안에 손오공으로 만들 계획은 단순했다. 언제가 몸을 허락하고 마지못해 그에게 가는 시집이다.

그래서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가듯 무쌍의 거처인 소원각素月閣을 찾았다.

그런데.

“공자님. 간지럽습니다. 호호호.”

담장 너머로 소소의 웃음소리가 새나갔다.

“소소야. 가만히 있어 봐.”

무쌍은 애가 닳은 목소리로 소소를 재촉했다.

“이익. 이 발정난 개가.”

장령령은 소월각素月閣 입구에서 장승처럼 뚝 멈춰 서서 무쌍을 욕했다.

그녀의 두 눈은 질투로 불이 들어왔다.

그녀는 가슴이 밋밋하던 몇 년 전까지 언무쌍과 벗고 놀던 사이였다. 남녀가 유별할 나이가 돼서도 그다지 격은 없었다. 이러니 그녀는 평소 무쌍을 무덤에 자란 잡초 정도로 여겼다. 언제든 솎아낼 수 있는 존재다.

“정을 통하기 직전까지만 가 애간장을 그리 태웠건만.”

눈에 붉어진 장령령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쾅-.

반쯤 열린 문짝을 발로 냅다 걷어찬 그녀는 침대 위에서 뒹구는 무쌍과 소소에게 곧장 다가갔다.

쫙-.

소소의 귓방망이가 왼쪽으로 돌아갔다.

“흑. 서방님.”

소소의 오른뺨에 손도장이 찍혔고 두 눈이 퉁방울이 됐다. 그리고 소소가 급해져 무쌍과 잠자리 호칭으로 무쌍을 불렀다.

“령매!”

무쌍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장령령과 이성적 교감을 나눴었지만 이런 무례는 다른 일이다.

“나가. 나가라고.”

장령령이 소소의 헐벗은 몸을 보며 악다구니를 썼다.

“네? 네!”

소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고 허둥지둥 방을 나섰다.

“허-참.”

무쌍은 이 모습에 어이없었다. 장령령의 태도가 종년과 간통 현장을 발견한 본처 모습이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지?’

그는 난감했다.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장령령이 무쌍에게 다가가 뺨이라도 한 대 안길 표정이다.

‘내가 뭣을 어쨌다고?’

무쌍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얼굴로 침상에서 일어났다.

“난 너에게 순정을 다 줬는데. 흑. 흑.”

갑자기 장령령이 제자리에 쪼그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이것은 또 무슨?’

무쌍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장령령 옆으로 가 앉았다.

“으아아앙.”

장령령 곁눈질로 무쌍을 보고는 대성통곡을 했다.

“왜 그래?”

무쌍이 장령령의 어깨를 툭 쳤다.

“뭘 왜 그랫!”

장령령이 도끼눈을 치켜뜨고 무쌍을 흘겼다.

“내가 왜 그랬냐고 이렇게 물어볼 줄 알았냐? 내가 널 본 게 얼만데 어디서 수작질이야? 그냥 가라. 오빠가 힘들다.”

무쌍은 맥이 빠졌다. 일어나 침상으로 갔다. 베개맡에 둔 함을 들었다.

고질병이 도지기 일보직전이다. 양기를 풀지 못해 심장이 욱죄었다. 더불어 아랫도리는 불룩하게 솟아올랐다.

“개가 물어가지도 않을 체질.”

무쌍은 몹쓸 몸을 욕하며 함을 열어 혈단을 집으려는데, 장령령이 그의 손을 잡았다.

“뭐야?”

“난 어때?”

울던 장령령은 온데간데없고 요부로 변신해 무쌍의 물음에 되물었다.

“취미 없다. 너 잡아먹고 나 뒤지는 꼴 보고 싶냐?”

무쌍이 소매를 털었다.

“흥. 정실은 나고, 소소 년은 쫓아내. 그럼......,”

장령령이 뒷말을 아꼈다. 그리고는 겹이 두 개인 얇은 치마 나군의 끝단을 허벅지까지 올렸다.

“휴-우. 장두식 객원장로님께서는 손녀가 이러는지 알려나?”

무쌍은 고개를 흔들며 함을 열었다. 그곳에서 체질을 가라앉힐 혈단을 집었다.

“이익.”

어금니를 깨문 장령령이 품에서 주머니를 꺼냈다.

“이걸로 오늘 끝장을 봐야겠어.”

주름이 잡힌 귀주머니는 사향낭이다.

사향은 통상 사향노루나 사향고양이의 생식기 옆에 달걀모양의 피질을 말린 것을 일컬었다. 이 중 남만의 검치사향묘를 최고로 쳐줬는데 장령령의 것이 그랬다.

같은 무게를 황금 열 배로도 살 수 없었다. 게다가 향낭의 효과를 넘어 최음 효과까지 있어 황실에서도 보기 힘든 귀물이다.

“오라버니.”

장령령이 무쌍을 뒤에서 껴안았다.

“이. 이게 미쳤나?”

무쌍이 질겁했지만 이미 한줄기 사향이 콧속으로 파고든 후였다. 장령령의 손을 뿌리치던 무쌍의 손이 무뎌졌다.

무쌍이 장령령을 향해 돌아섰다.

그의 눈에 온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호흡은 가빠지고 아랫도리는 바지를 뚫을 기세다.

“오. 오라버니.”

장령령이 떨리는 목소리로 덜컥 주저앉았다. 그녀의 눈망울에 투영된 무쌍은 그녀가 알던 무쌍이 아니었다.

찰나였다.

일그러진 무쌍의 얼굴에 욕정만 가득 남았다. 소년은 악귀로 변해가고 있다.

쫘-악.

무쌍은 양손으로 장령령의 나군羅裙을 찢어버렸다.

“까약. 이 미친놈아.”

퍽. 퍽. 퍽.

비명을 지르며 장령령이 무쌍의 가슴을 양손으로 때렸다. 평소 그녀의 공력이면 한 뼘 굵기의 나무도 꺾였다. 무쌍이 고통에 멈출 만도 하건만 그러지 못했다.

당황했던 터라 고만한 나이의 계집의 주먹질에 불과했다.

상황이 묘하게 바뀌었다.

소녀는 소년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고, 난발이 된 소년은 소녀의 꽁꽁 싸맨 옷을 풀려고 허둥지둥한다.

“까악. 꺄-악.”

장령령의 새된 까마귀 울음소리가 소월각을 타고 넘었다.

그녀는 미치도록 뛰는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표정을 지었다. 겁을 잔뜩 집어 먹었다.

하지만 외진 곳인 데다가 의례 흔히 있는 일이라 호위무사들은 고개를 흔들며 지나쳤다.

그러나 언관천은 달랐다.

언씨세가 제2총관이자 무쌍의 이숙二叔인 그는 무쌍에게 천적이었다. 올곧은 성품과 빈틈없는 세사의 처리는 항상 공명정대했다.

이렇게 명문정파의 표본인 그는 무쌍을 가문의 수치로 여겼다.

게다가 왼쪽 뺨이 붉어져 숙소로 뛰어가는 소소를 보며 무쌍의 거처로 오던 중이었다.

쾅-.

무쌍은 혼몽 중에도 이숙이 닫힌 소월각의 문을 발로 걷어차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이런 무도한 녀석을 봤나?”

언관천은 두 눈이 커져서 무쌍을 봤다.

객원장로 장두식 손녀 장령령은 반나체로 조카의 배아래에 깔려 버둥거렸다.

조카는 바지를 반쯤 내리고 흰 엉덩이를 위아래로 움직인다. 이 민망한 자세로 장령령의 속곳을 어찌하지 못하고 보채는 중이다.

“후-우.”

언관천이 깊은 한숨을 토했다. 욕정에 눈이 멀었기로서니 문짝이 쪼개져도 장령령 위에서 헤매는 조카다.

조카가 아니라 왕팔단王八蛋으로 비쳤다.

“왕팔단!”

‘왕팔단’은 실로 지독한 욕이다.

인간이 지켜야 할 여덟 가지 덕을 잃은 자를 망팔忘八이라하는데, 망忘이 중국에서 제일 흔한 성인 왕王과 발음이 같았다. 이래서 망팔忘八에서 왕팔王八을 빌리고, 잡것 같은 자라 알 단蛋을 붙였으니, 즉 왕팔단은 도리를 모르는 자라 새끼란 말이다.

이래서 어미랑 붙어먹은 놈이란 뜻이 포함된 욕이다.

욕을 모르는 언관천이 왕팔단이라 소리칠 정도라 그 분노를 짐작할 대목이다.

턱.

언관천이 무쌍의 목덜미를 잡았다.

“으으윽.”

곡원曲元과 대추혈大椎泬을 잡힌 무쌍은 뒷목에 번개가 훑고 지나간 느낌이다. 잠시 정신이 들었다.

“이 무슨 개만도 못한 짓거리냐?”

퍽. 퍽. 퍽.

언관천은 무쌍이 정신을 못 차리자 몇 차례 주먹을 날렸다.

“으윽.”

무쌍은 눈에 번개가 튀고 입술이 찢겼다. 그는 억울한 표정으로 이숙을 올려다봤다.

폐가 불살라져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심장에는 끈적이는 용암이 똬리를 틀고 온몸으로 흘려보냈다.

그는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 와중에도 그는 오른손으로 함을 지목하며 왼손은 침상 한구석을 더듬었다.

그리고는 왼손에 장령령의 사향 주머니를 꼭 움켜쥐었다.

“이런!”

분노한 연관천이지만 조카가 지병이 도진 것을 눈치챘다. 급히 함에서 검지 손톱만 한 단약을 꺼내 조카에게 먹였다.

그 사이 장령령은 수치심 가득한 얼굴로 침상 구석으로 가 몸을 말고 쭈그려 앉았다.

얼굴빛은 새카맣게 죽어 있어 보는 사람을 안쓰럽게 했다.


작가의말

20편까지는 하루 두 편 올라갑니다.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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