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검향醫仙劒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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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민
작품등록일 :
2024.07.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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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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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8. 귀백무심鬼魄無心 1

DUMMY

“후-우. 알고 봤더니 다 한통속이었군.”

진실을 접하고 난 무쌍은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그러다 슬슬 화가 치밀었다. 여태까지 부처님 손바닥에서 놀아난 화과산 원숭이 격이 아닌가. 이대로 장령령과 혼례까지 올리면 그는 아버지가 깐 꼭두각시놀음에 주인공이 된 격이다. 자존심이 몹시 상했다.

이래저래 생각이 깊어진 그는 일단 거처 소월각으로 돌아왔다.

탁자에 앉아 주변을 돌아봤다.

아버지는 무림맹이 씌우려는 멍에를 피해 가문의 가주로써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것이 소가주의 폐관수련이고, 무쌍과 장령령과 사이에 일어난 일이 빌미였다.

여기에 언씨세가와 객원장로 장두식과 관계개선을 위한 가교역할이 그인 것이다.

‘아버지에게 찾아가 따져봐야 욕이나 실컷 얻어먹겠고.'

앞뒤를 따지자 욕지기가 치밀었다.

그날 이후로 무쌍을 피하고 다니는 장령령이다. 소가 닭 보듯 하면 화라도 덜 나겠는데 지나가다 마주치면 뱀 눈깔로 째려본다.

그리고 뒷말은 또 얼마나 많이 하고 다니는지.

장두식 객원장로도 문제다. 손서가 따로 없었다. 지나가다 만나면 무쌍의 어깨를 툭툭 치며, 딴에 보내는 자애로운 눈빛은 느끼하기만 했다.

또 매달 보내온 용채도 부담스러웠다.

몰랐으면 그러려니 했다. 알고 나니 짜증이 꽉 찼다.

석고창에서 그의 손에 쥐어진 혼원일기공이 온전히 부정父情에서 왔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리 몽둥이를 운운하는 부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식의 체질을 경계해 자식이 엇나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당연하다.

소위 명문정파란 이름을 내걸은 진주 언씨니까 말이다.

그런데 따져보니 이것은 거래였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 너도 이만큼은 해야 한다.’

아비가 아들에게 주는 일방적이고 묵시적인 상거래나 마찬가지다. 그는 심사가 복잡해졌다.

“항아리에 떨어진 귀뚜라미 신세가 아니고.”

무쌍은 현재 자신의 신세를 그렇게 표현했다. 출구는 환히 열려 있다고 하나, 뛰어오를 수 있는 곳은 절벽보다 더 경사가 져 있다.

출구가 요원하기만 했다.

“이렇게 살 수만은 없는데.”

탁. 탁. 탁.

탁자에 왼팔을 괘고 턱받침을 만들고는 오른손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는 무쌍이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머릿속에 세운 가정을 실행할 수 있다면 세상 구경을 할 방법이 떠올랐다.

그는 서고 일원각으로 향했다.


며칠이 지났다.

무쌍에게 뜻밖에 손님이 찾아왔다.

“숙조부님을 뵙습니다. 이의원님? 언제 오셨습니까?”

그는 급작스럽게 세가의 약의전藥醫殿에 불려갔다. 그곳에 운수행의 이연태가 있을 줄은 몰랐다.

“왔느냐?”

무쌍에게는 재종으로 작은할아버지이자 약의전의 책임자인 언태주가 고개만 까닥였다.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허허허. 이놈. 헌헌장부가 다 되었구나.”

그 언태주 옆에 계피학발에 신선 같은 노인이 앉아있었다. 이 노인이 무쌍의 체질을 진단하고 치료한 이연태다. 그는 격 없는 웃음으로 무쌍을 반겼다.

의원으로서 이연태에게 무쌍은 특별히 관심이 가는 환자였다. 체질이 괴이하여 마음을 두었다. 근 일 년이나 무쌍을 살폈으니, 그와 무쌍 사이에 미운 정 고운 정이 제법 들었다.

“어인 일이세요?”

무쌍이 거듭해 물었다.

“산서성 대동 쪽에 일이 있어 지나던 길이다. 마침 너도 만나 병증도 확인할 겸 해서 들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이라 걱정입니다.”

언태주가 못마땅한 얼굴로 끼어들었다.

그는 평소 무쌍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은 사람 중 한 명이다. 그가 무쌍을 싫어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무쌍의 체질을 억제하는 혈단 때문이다.

혈단의 주재료는 뇌명실腦明實인데, 그 가치가 세가의 영단 청명단 반절에 해당했다. 가문의 입장에서는 그가 후기지수 세 명을 더 키울 돈을 쓰는 셈이다.

그것이 약의전의 예산이었다.

“처방해 준 단약은 잘 복용하고 있으렸다?”

이연태는 언태주의 말을 흘리며 무쌍을 봤다. 그러더니 팔을 들어 무쌍의 머리 쪽에 손을 가져다가 댔다.

“이제 열다섯? 여섯?”

그는 어림짐작으로 무쌍의 키를 가늠했다.

“열여섯입니다.”

“허허허. 그 나이에 범인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구나. 골격도 다부져 일견해도 팔목 두께만 한 뼘 반이고, 게다가 있는 집 자식이라 훤칠하기가 군계일학이라 이제 장가를 가도 되겠다.”

“군계일학이라니요? 강호 후기지수들이 웃습니다.”

이번에도 언태주가 끼어들었다.

“본시 세가의 자제들 대부분이 그러하외다. 대대로 모계 쪽에서 미녀를 취하니 못생긴 자식이 이상할 정도고 말입니다.”

“그래서 더 우려스럽소. 저 잘난 인물에 계집이 얼마나 낄까 걱정이 앞섭니다.”

언태주가 농담처럼 하는 말에 뼈가 심어졌다.

“크흠. 애를 앞에 두고 할 말은 아닌 것 같소. 쌍아. 병증은 어떠하냐?”

이의원이 같은 가문 사람보다 무쌍을 챙겼다.

“혈단 없이 사나흘 버티고 있으니 나쁜 편은 아닙니다.”

무쌍은 이의원에게 빠른 답을 했다. 숙조부와 말을 섞기 싫어서다.

“그럼 됐다. 육음이나 구음절맥 혹은 괴창지체怪瘡之體에 비하면 너는 양호한 편이구나. 물론 안타깝게도 여자가 옆에 있어야지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연태가 옆에 앉는 무쌍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그래도 요즘 양기가 부쩍 심해 고통이 말도 못 합니다.”

무쌍은 근래 들어 강해진 양기에 대해 토로했다.

“왜 날 찾아오지 않았더냐?”

숙조부가 심히 불쾌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세가 내에서 해결책이 있습니까?”

무쌍이 반문했다.

그러자 이연태가 나서서 우려를 표했다.

“그렇지 않아도 너를 보니 걱정이 앞서는구나.”

“제 체질의 문제가 망진望診만으로도 보일 정도로 심각합니까?”

“네 외형이 보통사람보다 발육이 빨라서 하는 말이다. 이는 대사代謝가 빠르기 때문이다. 뭐 진맥을 해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대사라고요?”

무쌍이 의문을 갖고 중얼거리다가 이의원에게 불쑥 팔을 내밀었다.

“녀석.”

이의원이 쓰게 웃었다. 무쌍이 대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니 팔부터 내밀었다. 그래서 한 마디를 덧붙인다.

“성격이 이리 직관적이면 주변과 많이 부딪칠 일이야.”

이의원이 가벼운 충고를 하고는 무쌍의 오른 팔목 위에 검지와 중지를 놓았다. 그러다 왼팔목을 번갈아 짚어 맥을 잡았다.

“흐음. 내공을 수련했구나.”

“문제가 되옵니까?”

“일장일단이 있다. 우선 단점부터 말하마. 네 체질은 무가에서만 나올 수 있다. 평범한 가정이라면 내공을 쌓을 수 없으니까. 어쨌건 일단 내공이 쌓이고 심장으로 양기가 치밀면 방정하거나 음한지기로 중화를 해야 한다.”

“몇 년 전 의원님께 태양광성지체를 진단받으며 충분히 새겨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지.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기항지부다.”

“기항지부라 하심은?”

“운기조식이 혈도를 뚫는 충규에 이르러 소주천을 시작하면 기경팔맥을 서서히 열어간다. 이때 기항지부, 즉 뇌腦, 수髓, 골骨, 맥脈 등이 여실히 좋아진다.”

”요즘 들어 눈과 귀가 좋아지고 모든 것이 왕성해진 것이 이런 이유입니까?“

“맞다. 다만 너한테는 이것이 짐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예? 이것이 단점이라고요?”

“그래. 기항지부가 발달로 골骨과 수髓도 더불어 성해진다. 한데 이놈들이 말이다. 인체에서 피를 만들고 순환을 빠르게 하지.”

“안 좋군요.”

무쌍의 얼굴이 굳어졌다. 혈류가 빨라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만큼 심장에 양기가 커진다. 요즘 들어 부쩍 왕성해진 분신이 다 이유가 있었다.

“장점은요?”

그러다가 이어서 물었다.

“물론 장점도 있다. 이것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마. 네 나이 때는 그냥 먹고 잠만 자도 성장을 하지. 이때 몸에 피가 돌고 뼈가 굵어지며 오장육부가 활동하는데 의원들은 이를 대사라 한다.”

“방금 말씀 전에 그 대사 말이군요.”

“그래. 네 신체는 대사가 빨라져 체격이 커졌다. 내공을 익힌 만큼 양기도 활성 됐지만, 육체에 힘이 생겼다. 그리고 익힌 내공이 도가계열 같은데....., 내공이 일천하나 호흡이 끊이지 않고 깊을 뿐 아니라 현음의 묘리가 포함된 듯싶구나.

즉 단전의 근간이 좋아졌으니 양기로 인한 체질이 조금이나 나아져 보인다. 또 같은 문제로 커진 내공에 비례해 통증이 심해지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음기는 필수고.”

“그래서 악순환이라는 말씀인가요?”

“진맥한 결과로만 보면 그렇다. 앞으로 삼, 사 년은 더 클 텐데 기항지부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열려 있으니 말이다.”

“제가 성인이 되면 기항지부가 막힌다는 말씀이군요. 그때까지 내공을 익히지 말아야 하나?”

무쌍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말을 이어갔다.

“보통 성인이 되면 기항지부가 완전히 막히나요?”

“그렇기야 하겠느냐? 인체가 곧 소우주이거늘. 다만 성장기와 확연한 차이가 있지. 이건 여담이다만 나이가 차 내공을 수련을 시작하면 이류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이 다 이 기항지부 때문이다. 단전의 근간이 굳어 있는데 성장이 쉽지 않겠지.”

“어휴-.”

이의원의 말에 무쌍은 절로 탄식이 나왔다.

“몸이 강호에 매여 있다고 꼭 무공이 능사는 아니다.”

옆에서 쭉 말을 듣고 있던 숙조부 언태주가 무쌍에게 한마디 했다. 무쌍이 알기로 숙조부는 무공에 자질이 떨어져 약의전에서 세가의 일에 관여해 전주가 됐다.

나름 무쌍에게 이리 말할 자격은 있다.

“틀린 말씀이 아닌 것 알고 있습니다. 그냥 제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서요.”

무쌍이 몸을 돌려 숙조부를 봤다.

“무엇이 선택의 문제란 말이냐? 그냥 순응하면 될 뿐.”

“.......,”

무쌍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이 와중에 그는 속으로 앞뒤를 따졌다. 운수행의의 말에 따르면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첫째는 성인이 되기까지 내공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 둘째는 천형으로 인한 통증을 감내하고 내공을 쌓는 선택이다.

“난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잘 헤쳐나갈 것이라 믿는다.”

이의원이 흰수염을 쓸어내리며 무쌍에게 자애로운 눈빛을 보냈다.

“고통이야 뭐.”

이 순간 문득 조부 언태세의 말이 떠올랐다.

‘세상의 어떤 일은 모기나 날파리와 같다고. 없앤다고 없어질 것이 아니라고.’

살면서 극복해 나가라는 몇 달 전 말씀이 방금 들은 듯하다.

결심이 서 그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당사자가 아닌 바에야 네가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는 모른다. 나 역시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잘 견디고 있으니 대견하구나.”

이의원이 무쌍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헤. 그래도 절 이해해주는 분은 이의원님 뿐이십니다.”

“겉 넘는구나. 이의원이 오냐 오냐 해주니...., 그리고 어른 앞에서 아프면 얼마나 아프다고 그런 말을 하느냐?”

숙조부가 무쌍의 말에 곧장 꾸지람을 내렸다.

무쌍은 계속된 숙조부의 핀잔에 짜증이 났다. 그래서 한마디 하려는데 이의원이 먼저 나섰다.

“허어.”

이의원이 헛숨을 내쉬었다.

“내가 틀렸소이까?”

숙조부가 이연태를 봤다.

“언전주. 당연히 틀렸소. 내 의원으로서 전주와 동류의식이 있었소이다. 그래서 가주의 손님이 아닌 의원으로써 전주를 먼저 찾은 것이오. 하지만  전주는 이 아이에게 의원이 아니라 가족이구려.”

“무슨 말이오?”

숙조부가 무척이나 언짢은 목소리로 물었다.

“의원이라면 환자의 통증도 이해해줘야 하오. 이 아이가 처음 체질의 증상을 보였을 때 어떻더이까?”

“주화입마에 걸린 자와 다름이 없었소.”

“하면 그 고통을 알고 계시오?”

“당사자가 아닌 이상 어찌.”

“내 그런 자들을 보면 꼭 묻소이다. 통증이 어찌 되는지를. 그럼 그들이 한결같이 말하오. 폐가 찌그러지고 심장은 찢기고 발겨지는 통증을 느낀다고. 이 아이는 그런 고통을 사나흘에 한 번씩 겪고 있소. 그때마다 여인을 찾거나 약을 먹어야 하는데, 뭐 병구완 삼 년에 효자 없다고, 환자를 옆에서 보는 가족은 환자가 원수나 따로 없어 보이겠지만.”

“.....,”

숙조부가 입을 다물었다. 어김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언전주는 의원이 아니라 가족인 셈이오. 쌍아.”

이연태는 매몰차게 말하고, 무쌍에게 시선을 뒀다.

“네.”

“혹시나 몰라 약간이라도 체질을 완화할 처방전을 내봤다. 이것은 한심칠엽초을 주약재로 한 한심환, 이것은 혈단에 적지독란을 배합한 혈지단의 처방전이다.”

이연태는 품에서 첩지를 꺼내 무쌍에게 줬다.

“고맙습니다.”

무쌍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에 반해 언태주는 심각한 표정으로 좌우로 머리를 흔들었다.

“이의원. 혈단에 내성이 있소?”

“그럴 리가 있겠소.”

이의원은 숙조부의 물음에 단호하게 답했다.

“한심칠엽초나 적지독란은 못 구할 바가 아니나, 이것으로 쌍아의 체질이 전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소?”

“이 두 선, 독초로 체질이 개선되면 얼마나 좋겠소이까. 그냥 강한 양기가 발작을 제어할 비방일 뿐이오.”

“그럼 굳이 그것을 써야 할는지?”

“이 아이가 무가의 자식이라 내공 수련을 염두 했소. 조금 전에 말했듯 기항지부가 열리고 단전이 커지면 양기도 더욱 커져 탈이 날 수도 있소. 그래서 내린 처방이외다.”

이연태가 안타까운 눈으로 무쌍을 봤다.

무쌍은 이의원이 말하는 두 풀떼기가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한심칠엽초와 적지독란이 어떤 것이옵니까?”

무쌍이 이의원에게 물었다.

“선, 독초라 하지 않더냐?”

대답은 숙조부에게서 나왔다.

“천년 삼에 비견할 만하다.”

뒤이어 이의원도 말했다.

“알았습니다.”

무쌍이 대답하자 두 노인들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숙조부는 무쌍이 포기했다고 알아들었고, 이의원은 어떻게든 무쌍이 이것들을 찾아 처방전에 따라 단약을 만들려고 한다는 의지로 받아들였다.

‘먼 핏줄이 남만 못하다더니.’

무쌍의 말뜻을 이의원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수긍하는 ‘알겠습니다.’와 달리 ‘알았습니다.’는 결코 포기하는 않는 사람이 쓰는 말이다.

“한 가지 더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의원님.”

“그리 하여라.”

“혹 체질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고 냉한 기운의 약초을 장복하면 어떻습니까?”

“당치 않은 말. 그렇지 않아도 혈단에 지각地殼, 황금黃芩, 치자梔子 등이 들어간다. 범인이 장복하면 한기로 내장이 녹아내릴 약초이거늘 여기서 뭘 더 먹는다고? 과유불급이야. 과유불급.“

“말씀 고맙습니다.”

무쌍은 사의를 표했지만, 심사가 개운치 않았다. 정말 갈 길 먼 체질이다.

“쌍아. 잘 견뎌왔고 앞으로도 이대로만 유지하면 좋겠구나. 나는 이만 일어나야겠다.”

이의원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벌써요?”

무쌍이 따라 일어났다.

“마음 같아서는 네 옆에서 보름은 지켜보고 싶다만, 대동현을 거쳐 장가구에 일이 있단다. 갈 길이 멀구나.”

“장가구면 하북성이 아닙니까? 여러 날 가야 할 길이고, 마침 점심도 지났으니 하룻밤이라도 계시다가 가십시오.”

“내 마음이 바빠서 그런다. 언전주. 방금 내가 한 말은 마음에 담지 마시오.”

이의원이 숙조부 언태주에게 공수를 했다. 의원이 아닌 가족이라 질타하다시피 한 말이 미안했던 모양이다.

숙조부는 웃으며 ‘그러마’라고 답했다.

무쌍이 알기로 강호낭중이기는 하나 이의원은 숙조부보다 두 살 위고, 언가 가솔에게 적지 않은 의료를 베풀었다. 못할 까닭이 없었다.

무쌍은 내키지 않지만, 숙조부를 모셨다.

같이 정문까지 나서서 의원 이연태를 배웅했다. 그러고 거처 소월각으로 가려는데 숙조부가 붙잡았다.

“혹여 딴마음 먹지 말거라. 한심칠엽초와 적지독란이 괜히 선, 독초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만금을 줘야 할 일이야.”

“네.”

무쌍은 짧게 답하고, 숙조부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래도 소월각으로 향하는 내내 가슴에 품은 처방전 생각뿐이었다.


작가의말

당분간은 하루 2편이 올라갑니다. 글을 확인하시고 순서 바뀌지 않게 읽으세요.

그리고 즐겁게 읽으셨으면 댓글 추천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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