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검향醫仙劒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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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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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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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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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혼원일기混元一氣 2

DUMMY

끼이익.

나무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석고창이 열리며 사람이 들어왔다.

“후-우.”

무쌍은 외부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숨을 서서히 갈무리하며 눈을 떴다.

“삼숙?”

눈앞에 언관현이 서 있어 의혹이 들었다. 석고창이 감옥은 아니었지만 가주의 허락 없이는 쉽게 개방하지 못했다.

“어쩐 일이세요?”

그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아이가 쪽창으로 들이던 음식이 이틀째 그대로라 내게 와 고해서 왔다.”

언관현이 소소를 향해 돌아섰다.

“이틀이라고요?”

놀라 반문한 그는 삼숙과 소소를 번갈아 봤다.

시간관념마저 잊을 정도로 통증의 시간이 길었다.

지난 3년을 같이한 그와 소소 사이의 정이 소소로 하여금 그를 살피도록 만들었다.

그는 두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네가 식음을 전폐한다는 말에 찾아와, 내 네 모습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단다.”

언관현의 시선이 무쌍의 얼굴에 꽂혔다.

“.....,”

무쌍은 이 말에 대꾸할 말이 없어, 입 주변을 쓸어내렸다.

이틀 전 주화입마에 든 것 같은 고통을 이겨내려고 혀를 깨물었다. 그때 흘러내린 피가 딱지가 져 말랐다.

“하지만 내가 운기조식을 하고 있다니 무척이나 놀랐구나. 게다가 호흡까지 평안하니 기쁘기까지 하구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삼숙의 의문은 당연하다.

무쌍은 천형으로 지난 3년간 무공과 담을 쳤다. 내공이 쌓이면 그만큼 양기가 커졌다. 몸이 내공을 감당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무쌍이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으니, 삼숙은 일말의 기대를 가졌다.

“석고창에 들기 전 할아버지께서 제게 혼원일기공의 심공 편을 내주셨습니다. 줄곧 석고창에서 운기를 했으나 쉽지가 않네요.”

“그럼 운기에 성공했다는 말이냐?”

삼숙은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

“이틀 전 큰 고비가 있었습니다. 아직 내공을 수습하지 못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무쌍이 천천히 고개부터 돌리며 말했다. 이틀이나 가부좌를 하고 있어 온몸이 굳은 상태다.

“내 마음만 앞섰구나. 한 시진 후에 올 테니 그때 이야기를 하자.”

삼숙이 그에게 말하고는 소소를 끌고 석고창을 나섰다.

턱. 턱. 턱.

무쌍은 양팔에 힘을 빼고 크게 벌렸다가 교차해 손바닥으로 목과 등을 두드렸다. 27형 연근제형술延筋齊型術로 몸을 풀며 호흡도 살폈다.

잠시 후 다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혼원일기공에 맞춰 호흡했다. 지식止息이 깊고 날숨과 들숨이 평안해졌다.

심장 쪽에 양기는 여전히 몰려 있지만 탁기가 의외로 많이 잦아졌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처음으로 태양광성지체의 천형을 버텨냈다. 그 과정에서 소득이 아예 없지 않았다.

불과 삼 일 전만 해도 내규를 돌아 독맥으로 향하던 진기는 뒷목 풍부혈風府血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심장으로 쏟아진 양기가 휘몰아치니 그는 어떻게든 내기를 본류로 이끌려 했다. 그러다 보니 풍부혈이 자연스럽게 뚫렸다.

이로 인해 2성에 이른 혼원일기공의 위력은 반으로 줄었지만, 기경팔맥 중 독맥이 꿈틀댔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혼원일기공은 2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공의 운용에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문제는 앞으로 전진이 부담스러웠다.

우선 내기가 삼청을 비틀까봐 두려웠다. 혹여 태청이 잘못 자극되어 양기가 폭발할까 걱정이다.

그리고 미약해진 단전 안의 진기도 문제다. 양기를 극복하면서 진기가 반 토막이 나버렸다. 현재로는 혼원일기공이 3성에 이르기까지 어렵고도 먼 길로 변했다.

그에게 다른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제 석고창 밖으로 나가면 차근차근 접근해 나갈 생각이다.

한 시진이 지나자 삼숙이 소소를 대동하고 다시 왔다.

“각혈까지 해 걱정을 했었다. 그나마 기식이 잔잔해 네 아버지에게는 연통을 넣지는 않았다만.”

삼숙이 우려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천형이 도져 혼몽에 들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라 무쌍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네가 내공을 운기 하던데 천형을 극복했더냐?”

“천형을 어찌 극복하겠습니까. 다만 임시변통으로 운기조식을 하였는데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네가 운기조식을 시작했다는 것이, 아니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좋구나. 이것은 내가 무가의 자식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삼숙은 무쌍의 어깨까지 두드리며 좋아했다.

“숙부께서 이리 저를 걱정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무쌍이 일어나 허리를 숙여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아니다. 그보다 이만 여기서 나가자.”

“네? 석고창을 나가자고요?”

무쌍은 의혹이 들어 물었다. 비록 각혈했지만, 내상은 얕았다. 게다가 내일이나 모레면 끝날 억지 참회다. 당장 석고창을 나갈 일은 아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네?”

“하하하. 계속 네라니. 도대체 얼마나 내공에 빠져 있었으면 때를 모른단 말이냐?”

삼숙이 웃으며 무쌍에게 말했다.

무쌍은 삼숙의 말에 입을 벌리고 기함했다. 진짜 혼원일기공에 빠져 날 가는 줄 몰랐다.

꼬로록.

그래도 뱃속에 배꼽시계만큼은 정확했다. 이후 그는 석고창을 소월각으로 돌아갔다.

소월각으로 돌아온 그는 희미한 미소가 절로 머금어졌다.

침상의 보료, 탁자 위의 벼루와 붓 등이 석고창에 갈 때와 똑같다. 쌓였을 먼지가 한 톨 없다. 소소가 부단히 청소해 놓은 것이다.

“나보다 네가 고생했다.”

그가 웃으며 뒤돌아 소소를 향했다.

“제 할 일인데요.”

소소가 엷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런 그녀를 그는 물끄러미 보았다. 참으로 참한 얼굴이다.

반듯한 이마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코 그리고 윗입술에 비해 약간 두툼한 아랫입술, 게다가 이마, 코, 턱까지 세 곳의 길이가 똑같은 비율이다.

그냥 시원시원하게 생겼다.

그리고 검은 눈동자와 흰 눈자위는 뽀얀 살결과 어우러져 성숙미를 풍겼다. 여기에 약간 쳐진 눈썹에서 순박한 성정이 풍겼다.

여염집 아이라면 사랑을 듬뿍 받았을 얼굴과 인상이다.

그는 소소에게 다가가 조용히 껴안았다. 그의 옆을 지켜주는 안식처가 된 여인이다.

“공자님. 가주님을 찾아뵙고 석고창을 나왔음을 아뢰어야 하잖아요?” 소소는 애정표현이 싫지 않지만, 걱정이 앞선 지 그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넌 언제나 나에게 착하구나.”

무쌍은 소소를 품에서 떨어트리고 일어났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다녀오마.”

그길로 그는 부친을 찾았다.


현령전

“깨우친 바가 있었더냐?”

언관운이 무쌍의 인사를 받고 한 첫 마디다.

“세상의 일 중에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 천형이 모기나 날타리처럼 원래 있고, 없앤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래서?”

“순응하고 살아가겠습니다.”

무쌍은 할아버지의 말처럼 천형을 수긍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은 의지와 신체의 능력으로, 아니 가문의 힘까지 보태도 천형을 이겨낼 수 없는 일이다.

이는 마음의 결심이었다. 천형을 초월해 가문의 일원으로 살겠다는 뜻이다.

이것을 부친에게 말하고 싶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언관운은 미간에 골을 접었다. 표정에서 이놈이 기가 꺾인 모양이다는 감정이 느껴진다.

“알았다. 그만 가 보거라.”

다시 서류로 시선을 둔 그는 손을 내저었다.

그 시선의 끝에는 무쌍을 더 붙잡아두고, 하고 싶은 말들이 가득해 보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짜증이 가득한 감정이 느껴진다. 무엇인가로 골치가 아파 보였다.

“고맙습니다.”

무쌍이 허리를 숙였다.

혼원수단기에 대한 감사 표시와 부친의 숨은 마음 씀씀이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다.

“새삼스럽기는.”

언관운은 무쌍의 인사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탁.

무쌍이 나가고 문이 닫혔다.

그리고 언관운은 실망감 섞인 말소리로 중얼거렸다.

“쯔쯧. 순응이라...., 사내라면 모름지기 역경을 딛고 일어나야 하거늘.”

마음 깊숙이 있던 무쌍에 대한 기대감이 꺾였다.

그렇게 부자지간의 골은 묘하게 평행선을 달렸다.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났다.

무쌍은 여전히 혈단을 먹었고 그도 안 되면 소소를 끌어안았다. 소월각에서 간간이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왔다.

물론 혼원일기공은 열심이다.

옥청의 음한 내공이 커진 만큼 태청의 양기의 양도 덩달아 늘었다. 그래도 석고창에서 각혈하기 전의 혼원일기공 2성의 성취로 이룬 내공은 되찾았다.

언젠가 혼원일기공을 12성 대성을 하면 삼청의 음과 양 그리고 태극의 진기가 혼원으로 변할 것으로 믿었다.

비록 극악한 속도로 단전에 내공이 쌓이지만 버텨나갔다.

그리고 석고창을 나와 가문의 서고 일원각一元閣을 자주 찾았다.

세상을 책으로나마 알고자 했다.

비록 변방은 북로남왜로 북은 몽골의 잔당 달단, 남은 왜구가 극성이나 중원을 중심으로 은본銀本의 화폐를 사용할 정도로 사업이 크게 발달해 있다.

그는 가문의 사업장을 기웃거렸다. 더 큰 세상을 보고 싶었다.

이러던 차에 폐관 수련을 마치고 둘째 형이 찾아왔다.

“여어~. 내 동생 때깔 좋네.”

말투나 속뜻에 빈정거림이 가득하다. 이럴 때는 형님이 아니라 형놈으로 찾아왔다.

“고생했어. 경황이 없었어.”

“호오. 그러셔. 난 그래도 동생님이 형놈들 폐관 끝에 맞춰 석고대죄할 줄 알았다?”

탁.

언무한이 말하며 무쌍의 뒤통수를 툭 건들었다.

“아 씨. 머리를. 어쨌건 미안해.”

“야. 야. 됐다. 이 형님이 이해해야지 어쩌겠냐. 그보다 말이야~.”

언무한의 자조하더니 목소리가 은근해졌다.

“뭐. 뭣?”

무쌍의 어투가 뾰족하다. 둘째 형놈이 이상한 질문을 하려는 것이 분명하다.

“장령령이랑 진도는 나갔냐? 큰형보다 혼례를 빨리 치른다던?”

“미쳤네. 아버지에게 다리가 아니라 목 부러지려다 살아났어. 왜 장령령 걔랑 날 비벼 넣는데?”

“잉. 폐관 들어가기 직전만 해도 장두식 객원장로는 령령이랑 너를 곧 혼례 시키려고 그랬는데?”

언무한이 말하다가 혼자 갸웃거렸다.

“아하. 그것이군.”

그는 잠깐 생각하다가 스스로 답을 냈다.

“뭔데?”

오히려 답할 무쌍이 궁금해 되물었다.

“명색이 가족인데 큰형이랑 작은 형인 내가 있어야 혼례를 올리지. 그래야 장령령이 네에. 오라버... 아니 아주버니 이러겠지. 크크크.”

약 올리려고 작정한 둘째 형놈이다.

“죽는다.”

무쌍이 주먹을 올렸지만 같잖은 반항임을 모르지 않았다.

“풋. 녀석. 요즘 조신하게 있다더니 여전히 까칠하네.”

언무한은 실소를 하며 탁자에 앉았다. 제법 진지해진 그는 따뜻한 눈으로 동생을 봤다.

농은 여기까지였다.

“나 사과, 그런 것 못하는 것 알잖아.”

무쌍도 탁자에 앉으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본심이 나왔다.

“그래서?”

“저번 일은 나로 인해 폐관에 들어갔으니까....,”

“좋아. 그 사과 받지.”

“고마워. 하지만 형도 알다시피 그건 고의가 아니었어. 근본적으로 장령령 책임도 있다고.”

“허어. 이거 최근에 듣는 가장 훌륭한 사과네.”

언무한이 내 말을 사정없이 비꼬았다.

“입장 차이가 있다고.”

“뭐 핑계 없는 무덤 있겠냐? 그래도 머리 굵어졌으면 앞뒤 구분은 하고 살아라.”

언무한이 묘한 말을 했다. 그와 무쌍과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작가의말

난나다이지님 교정 말씀 감사합니다. ^^


날씨가 덥네요. 맛점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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