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 프롤로그
0화 프롤로그
대학교 근처의 작은 원룸 안.
나는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예능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아~ 겁나 웃기네···.”
한참을 웃어댄 탓에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쳐내는데,
문득 모니터 구석의 시계가 눈에 들어온다.
[오후 11:12]
“하, 오늘도 조졌네···.”
뒤늦게 찾아오는 현자 타임.
잠깐 머리만 식히겠다며 켠 너튜브였다.
처음엔 숏폼 영상이었다.
10초, 30초, 1분짜리 짧은 영상.
손가락으로 툭툭 밀어보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뭔가 좀 아쉽단 말이지, 1시간짜리 풀 영상은 부담스럽고··· 오케이! 짧고 굵게 끝내자고!
그렇게 하이라이트만 모아놓은 10분짜리 영상으로 넘어갔다.
근데 왜 이렇게 재밌냐?
알고리즘의 추천을 받아 자동 재생되는 영상을 하나 둘 보다 보니 어느새 나의 귀중한 2시간이 사라져있었다.
“이럴 때가 아니야.”
나는 급히 모니터를 끄고는 옆으로 치워두었던 책을 펼쳤다.
마지막 학기 중간고사 기간,
오늘 시험도 망쳤다.
내일 시험까지 망치면 진짜 답도 없다.
촤르륵 -
몇 장이나 넘겼을까? 10분은 지났나?
벌써 몸이 근질거린다.
“그래, 물 한잔 마시고 다시 집중하자.”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때,
-Rrrr
책상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액정엔 ‘엄마’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이 시간에 엄마가?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 급히 전화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상우야 별일 없지?
“그럼요. 이 시간에 어쩐 일이에요? 무슨 일 있어?”
-그게··· 너 재국이 기억나지?
재국이?
익숙한 이름인데 누구더라?
-왜, 너 어릴 때 옆집에 살았던 형. 너랑 자주 놀아주고 그랬는데.
아, 기억났다!
오락실에 가면 경쟁자가 끊이질 않았던, 게임에 미쳐있던 형.
“아~ 기억났다! 잘 지내죠? 왜? 결혼이라도 한데?”
-조금 전에 영제 엄마 전화 왔는데···.
늦은 밤, 엄마가 전한 옆집형의 소식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어릴 적 옆집에 살았던 재국이 형은 몇 년 전 꽤나 높은 등급의 각성자가 되었다고 한다.
재국이 형의 부모님은 잘난 아들 덕에 순식간에 신분 상승에 성공했다.
좋은 집으로 이사도 가고, 차도 바꾸고.
팔불출, 재국이 형의 어머니는 만나는 사람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아들 자랑을 늘어놓았단다.
그런데 얼마 전 그렇게 잘난 아들이 돌연 세상을 떠났단다.
탑을 오르다 만난 오크에 의해.
-이게 무슨 일이야··· 아들! 너는 절대 그런 거 할 생각하지 마!
“내가 무슨··· 나 같은 놈한테 각성 기회라도 있겠어요?”
-하긴···.
“엄마!”
-어쨌든! 엄마는 돈, 명예 그런 거 다 필요 없다. 너도 괜한 욕심부리지 말고! 각성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괜히 어울리지 않는 옷 입을 생각 말고 분수에 맞게 살아!
“···네.”
분수에 맞게 살라니.
뭔가 섭섭한데?
“나 공부해야 돼요 얼른 주무세요.”
-그래, 밥 잘 챙겨 먹고.
“네, 전화드릴게요.”
연락이 끊긴지도, 얼굴도 기억이 나질 않는 옆집 형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
묘한 기분이 든다.
‘각성’이라는 능력에 대한 부러움일까?
사망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일까?
“하긴··· 내가 무슨 각성이야.”
객관적으로 보나 주관적으로 보나 나는 각성과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신체능력이 뛰어난 것도, 그렇다고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니까.
뭐하나 내세울 게 없는데, 다사다난한 탑에서 뭘 해낼 수 있을까?
띠링 -
띠링?
뭐지, 난생처음 듣는 이질감 가득한 소리는?
고개를 들어 소리가 들려온 곳, 천장을 바라봤다.
누런 벽지가 흐물흐물 움직이는 것 같다.
“저게 뭐···.”
Rrrr -
그때 다시 한번 핸드폰이 거칠게 울리기 시작했다.
-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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