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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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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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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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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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회사에 입사할 때, 연봉만큼 중요한 건 그 회사에 어떤 사람이 있느냐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난 엿 됐다.


사장은 나를 끌고 직원 한명 한명을 소개시켜주었다,

“쟤는 알바야. 나이가 어려서 정식으로는 일을 못하거든. 그래서 알바.”

“······몇 살인데요?”

“몰라. 그게 중요해? 여튼 알바의 주 업무는 코디야. 화장과 변장을 잘하거든. 그리고 그 외에 이런 저런 잡일도 좀 하고.”

“이런 저런 일은 또 뭡니까?”

“뭐, 그런거 있잖아. 나 같은 어른이 하면 안되지만 어린애는 해도 되는 일.”

위험한 소리를 대충 얼버무리는 사장을 노려 보고 있는데, 노인이 헛기침을 크게 한번 하고서 말했다.

“시설.”

“예?”

“젊은 사람이 귀가 멀었어? 그냥 시설이라고 부르라고.”

노인은 쯧, 하고 혀를 찼다.

사장은 내게 뭐든지 만들고 고쳐주는 능력이 있다며 노인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노인은 그 칭찬의 보답으로 손에 쥐고 있던 렌치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여기 있는 다른 멍청한 놈들처럼 쓸데없는 걸로 부르면 가만 안 둘거야. 알아들었어?”

“아, 예······.”

곧이어 근육질에 탱크탑을 입고 있는 아가씨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나는 악수하자는 건가 싶어서 얼떨결에 마주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그 여성은 내 손목을 힘주어 잡더니, 내 손바닥을 살폈다.

나는 손목이 빠질 것 같은 악력에 비명을 질렀다.

“아아, 아아야 아파요! 아파!”

“뭐야, 굳은 살 하나 없네.”

여성은 팍, 하고 내 손을 놓아버렸다. 여성은 얼얼한 손목을 문지르고 나를 보며 말했다.

“난 파견이라고 불러. 총 쏴본적 있어?”

“······아뇨. 없는데요?”

"싸움은, 좀 해?"

"전혀요?"

“그럼 한동안 자주 보겠네.”

파견은 그렇게 말하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건 분명 미소임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섬뜩하게 느껴졌다.

파견은 그 이후에 자신의 옆에 서있는 거구의 사내를 가리켰다.

“이쪽은 경비라고 해. 나랑 같이 실력행사 담당이야. 내가 테크닉계면, 이쪽은 파워계지.”

경비라고 불린 남성은 파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덧붙였다.

“나도 자주 보게 될거야. 특히 그때처럼 형편없게 반응하면 더욱더. 이사 양반.”

그 다음은 더벅머리를 한 청년 차례였다.

“저, 저는 전산이라고 하는데, 그, 컴퓨터를 좀 할 줄 압니다. 예. 호. 혹시 게임 좋아하세요?”

“거기, 개인적인 취미는 나중에 물어봐.”

사장은 내게 치근덕거리는 청년을 밀어낸 후, 비서에게 향했다. 비서는 어깨를 으쓱하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소개하자니 좀 쑥스럽네요. 비서라고 불러요. 여기서는 상식인 포지션을 맡고 있죠.”

나는 미소지으며 조심스럽게 비서와 악수했다.

사장은 뚱한 표정으로 그걸 바라보다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난 사장, 여기 라그나로크의 대표지. 회사 관련해서 궁금한거 있으면 저기 비서한테 다 물어봐. 나 귀찮게 하지말고. 혹시 궁금한거 있어?”

나는 여태까지의 내 감상을 담아, 사장에게 물었다.

“그래서 여기는 대체 정확히 뭐하는 회삽니까?”

내 말에 공터에 침묵이 감돌았다. 비서는 사장을 곁눈질하며 속삭였다.

“혹시 이야기 아직 안 해줬어요?”

“해줬지. 널 반병신으로 만든 놈한테 복수할 수 있는 곳이라고.”

비서는 그 말을 듣더니 사장과 나를 마치 기괴한 것을 보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니, 그쪽은 그런 말만 듣고 입사하겠다고 했어요?”

비서의 말에, 나는 할말이 없어서 턱을 긁적였다.

그 때 전산이라고 불러달라는 청년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여, 여긴 그러니까. 그, PK하는 길드 같은거죠.”

“PK?”

“예에. 그 플레이어 킬링(Player Killing), 줄여서 PK. 호, 혹시 들어본 적 있어요? 온라인게임하면 다 아는데······.”

“아, 그 제가 게임은 휴대폰으로 그냥 퍼즐게임 같은것만 해서요.”

전산은 내 말에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숙였다. 나는 재빨리 말을 돌렸다.

“그래서 그 PK라는게 뭡니까?”

이번에 답한 건 사장이었다. 사장은 나와 직원들을 두고 주변을 천천히 빙글빙글 돌며 말했다.

“말 그대로 플레이어를 죽이는 거야.”

“플레이어가 그, 뭐 암호나 별명 같은 겁니까?”

“아닌데?”

“그럼 뭡니까? 이 세상이 게임도 아니고 플레이어가 있을 리가 없잖아요?”

“맞아.”

내 말에 사장은 걸음을 멈추고 웃으며 말했다.


“이 세상은 게임이야.”


***


사장은 나를 포함한 모두를 데리고, 공터 한쪽에 놓인 책상에 향했다. 거기에는 노트북 세대가 놓여있었고, 수많은 모니터가 연결되어 있었다. 마치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해커가 일할 법한 환경이었다.

전산은 노트북을 켜서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건 내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한 남자의 사진이었다.

나를 죽기 전까지 두들겨 팬 망할 놈.

그리고 곧 여러 사건 사고의 뉴스 기사 이미지가 연결되어 화면에 나타났다.

“이, 이 남자와 연관된, 사, 사건들이에요.”

나는 은행강도를 저지르고 도망친 CCTV영상과 기사, 그리고 스포츠카를 끌고 다니며 수십명을 치었다는 뉴스 보도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와, 완전 미친 놈이네. 대체 정부는 이 흉악범을 안 잡아가고 뭐하는 겁니까?”

“못 잡는 거에요.”

“왜요?”

“제 친구가 경찰청 높은데 있어서 알아보니 이상하게 위쪽에서 허가가 안 내려 온다는 군요.”

비서의 말에 나는 기가 차서 되물었다.

“그게 말이 되요? 이렇게나 큰 사건을 일으켰는데.”

“말이 안되는 건 그것만 있는게 아니야.”

이번에는 파견이라는 이름의 아가씨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전산에게 뭐라고 말했고, 그러자 전산이 다른 화면을 모니터에 띄웠다.

그건 골목에서 벌어진 격투극이 담긴 CCTV 영상이었다.

“이게 뭐죠?”

“뉴스에 보, 보도 되진 않은 사건인데 아, 악명 높은 조, 조직의 사무실 근처에서 이, 있었던 일이에요.”

화질이 좋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그 남자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머리채를 잡아 사람을 통째로 집어던지거나, 발차기로 사람을 공처럼 날려버릴수 있는 괴물이 세상에 둘이나 되진 않을 테니까.

화면을 보던 파견은 눈을 가늘게 뜨다가 전산에게 멈추라고 했다.

상황이 정리되고, 남자가 골목에 잠시 앉아있는 화면이었다. 파견은 손으로 남자가 목 근처를 감싸고 있는 것을 가리켰다.

“이 남자, 목 근처 경동맥을 다쳤어. 그것도 싸우기 한참 전에. 화면 좀 되돌려봐.”

전산이 노트북을 조작하자 화면이 한창 싸우는 중으로 되감겨서, 남자가 칼에 찔리는 장면에서 멈췄다.

경비가 파견의 말을 거들었다.

“이건 인간의 신체상 불가능한 일이지. 나도 불가능해.”

“더 놀라운 건 그 이후야.”

다시 화면이 한참 뒤로 넘어갔다. 그렇게 고개를 푹 숙이고, 구석에 피를 흘리며 앉아있던 청년이 잠시 뒤에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벌떡 일어나 골목을 빠져나갔다.

“영상을 보면 아무런 치료도 하지 않았어.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을 뿐이야. 그런데 채 5분도 지나지 않아서 그대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치명상을 회복한거지.”

파견의 말에, CCTV화면에 경찰이 현장을 급습하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한참동안 침묵이 감돌았다.

의사가 아니라도, 영상의 내용이 말도 안된다는 건 누구든 알 수 있으리라.

사장이 말했다.

“이거 외에도 저 남자가 평범한 인간이 아닌, 특별한 존재라는 근거는 많아.”

“그게 저 남자가 플레이어라고 생각하는 이유인가요?”

“이유 중 하나지.”

사장의 말에,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설명해주신 건 알겠는데 솔직히 아직도 믿기 힘들어요. 저 사람이 말이 안되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사람이 플레이어고, 이 세상이 게임이라니요. 이건 비약이 심하잖습니까? 그럼 우리는 뭔데요?”

“N, NPC에요.”

나는 전산을 바라보았다. 전산은 내 시선에 움찔하면서도, 더듬더듬 설명을 이어나갔다.

“N, Non Playable Character. 주. 줄여서 NPC. 그저 게임을 위해 창조된 존재. 게임이 없어지면 같이 사라지는, 도, 도구 같은 거죠.”

내가 전산의 허황된 말에 반박하지 못한 것은, 내게 내뱉었던 사내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NPC새끼 주제에 사람을 쳐?’


젠장.

나는 머리가 복잡해져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사장이 말했다.

“복잡할 게 생각할거 없어. 나는 이 세상이 게임이건 뭐건 간에, 플레이어란 녀석들이 세상을 망치고 다니는게 꼴보기 싫어서 잡고 싶을 뿐이야. 정 믿기 힘들면 안 믿어도 돼. 꼭 그걸 백퍼센트 믿어야 같이 일하는 게 아니잖아? 목적이 일치하면 같이 일하는 거지. 안 그래?”

사장이 그렇게 말하며 직원들을 둘러보았다. 알바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솔직히 전 잘 모르겠어요. 전 그냥 재밌고 돈도 많이 줘서 여기서 일하는거 뿐이거든요.”

“나 같은 늙은이도 도통 뭔소리 하는지 몰라. 그냥 이 늙은이가 필요하다고 해서 여기 있는거 뿐이지.”

시설이 알바의 말에 덧붙였다. 이어서 파견이 말했다.

“난 그냥 피랑 화약냄새가 그리워서 여기 있는 거야. 여기서는 마음껏 날뛸 수 있을 거 같거든.”

“동감이다.”

파견과 경비, 이 두 사람이 그 남자만큼 위험하지 않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내뱉을 정도로 용기는 없었기에 그대로 목 뒤로 넘겼다.

의자에 앉아 노트북으로 뭔가를 막 두드리던 전산이, 우리들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전 그, 그래도 세, 세상이 게임이라는거, 미, 믿는, 아니 믿고 싶은 쪽입니다. 그, 그게 더 재, 재밌잖아요. 히히.”

마지막으로 비서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전 그냥 사장님 뒤치다꺼리해야 해서 이 일을 하는거죠.”

그리고. 사장은 날 보았다.

“그럼 우리 이사는 어때? 그 자식한테 복수 하고 싶지 않아?”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자 나를 두들겨 팼던, 역겨운 자식의 상판데기가 선명하게 눈앞에 떠올랐다. 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열기를 이를 악물어 참았다.

“그쵸. 해야죠. 복수. 어차피 이미 사회적으로 죽은 마당에, 어쩔수 없잖아요? 뭔들 못하겠습니까?”

사장은 그제야 웃으며, 내게 악수를 내밀었다.

“그럼 잘 부탁해. 연 이사.”

나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그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그 손을 거칠게 흔들며 말했다.

“그런데 사장님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습니까?”

“뭐가?”

“어떻게 이 세상이 게임이고, 저 사람이 플레이어라는 생각을 했냐고요.”

내 말에 사장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냥 감?”

사장은 한마디로 나를 얼빠지게 한 다음, 내 손을 놓고 짝짝 박수를 두 번 쳤다.

“그럼 신입이 입사했으니 그걸 해야지?”

사장의 말에 갑자기 파견과 경비가 음흉하게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치며 물었다.

"잠깐만요. 그게 뭔데요?”

“뭐긴 뭐야? 회사에 입사하면 하는 거 있잖아.”

“입사기념 회식?”

“난 미안하지만 난 술을 못하거든.”

사장이 내 말을 부정함과 동시에, 파견과 경비가 내 지척까지 다가왔다.

나는 침을 꿀꺽, 하고 삼킨 뒤에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혹시 위험한 건 아니죠?”

“글세, 위험하진 않을 거야. 다만······.”

“고통스럽긴 하지.”

파견은 사장의 말을 딱 잘라 말한 뒤에,


“그럼 신입. OJT를 시작하자.”


마치 저승사자처럼 웃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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