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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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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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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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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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DUMMY

“그나저나 너무 분위기가 딱딱하구만.”

자신을 블루문의 두목, 문수한이라고 밝힌 남자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좌우에 앉아 있는 부하를 나무랐다.

“너희들도 임마, 그렇게 노려보고 있으면 어떻게 하냐. 너네 들 신입이야?”

““죄송합니다.”“

“이건 그냥 비즈니스야. 우린 사업가라고. 뭣하면 쑤셔버리던 무식한 놈들이 아니라.”

두목은 우리들이 보는 앞에서 김 철을 가리켜 손가락질 했다.

“특히, 철이 아무리 그런 일 있다고 해도 머리 그렇게 밀고 다니지 마라. 뭐 조폭인 거 티 내냐?”

“죄송합니다.”

두목은 그렇게 부하를 연거푸 질책하다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쪽도 긴장 좀 풀어요. 꼭 서로 한 따가리하러 온 자리 같네. 서로 이런 분위기에서 뭐 이야기 할만 나겠습니까?”

나는 속으로 작게 심호흡을 한 뒤, 연습한 대로 말했다.

“신경 쓰지 마시오. 우린 원래 이러니까. 설교 끝났으면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아이고, 뭐가 그렇게 급하시나.”

두목은 웃으며, 정장 안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그리고 거기서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자, 옆에 있던 철이 두 손으로 불을 붙여 주었다.

그리고 다른 부하가 어디서 가져왔는지 재떨이를 꺼내 놓았다. 두목 어깨 너머로 보이는 실내 금연이라는 경고 문이 보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히 담배를 피우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 뭣 때문에 오셨나?”

“미팅 내용은 사전에 그쪽에 전달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러자 김 철이 우리와의 거래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두목은 총기와 탄약의 수와, 거래 대금 등의 내용에 대해 들으며 말없이 담배를 태웠다.

반쯤 타 들어간 꽁초를 재떨이에 눌러 끄며, 두목이 말했다.

“철아. 최근에 강동 지역 총기상들이 당한 거 알고 있냐?”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데 듣도 보도 못한 놈들이 나와서 우리에게 총을 팔겠다는 거래를 받아들여?”

회의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각되었다. 두목은 평소에는 웃는 인상이지만, 인상을 쓰면 무섭게 일그러지는 타입이었다.

두목이 말했다.

“이놈들이 그 총기상 새끼들을 털어먹은, 위험한 놈들이면 어쩌려고 받아들였냐? 그리고 만약 우리를 습격할 생각이 아니라고 해도, 그런 거 거래해주면 안돼. 이 바닥에서 오래 굴러본 놈이 장물은 먹으면 탈 나는 것도 몰라?”

“······죄송합니다.”

“의리라는 게 있어. 지켜야 할 선이 있단 말이다. 그건 지키면서 해야지.”

두목은 혀를 차며 두 번째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우리를 보고 웃었다.

“아이고, 눈 앞에 계신데 아랫사람이 못나서 자꾸 추태를 보이는 군 요. 그런 고로 오늘 미팅은 없던 걸로 해야겠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를 대놓고 물 먹인 거지?


그리고 아니다 다를까, 나랑 같은 기분인지 양 옆에서 투지와 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둘 다 한 성격 하는 사람들이니까, 내버려 두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겠군.

그래서 내가 중재를 위해 입을 열었다.

“그 정도는 굳이 두목이 와서 직접 말 안 해도 될 거 같은데.”

“에이, 아무리 그래도 예의가 있지 전화나 메일로 거절할 순 없지요. 그리고······.”

두목은 담배 연기를 너머로,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최근에 날뛰고 다닌다는 사람이 누군지, 꼭 한번 이 눈으로 봐두고 싶었고.”

“그래서 소감이 어떠신지?”

“생각 보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두목은 낄낄 대며, 담배를 재떨이에 짓눌렀다. 좌우에 앉아있는 김 철을 포함한 두 명도 우리를 향해 비웃는 시선을 보였다.

이거 완전 우릴 얕보고 있군.

나는 지난 일주일 동안, 사장에게 배웠던 내용을 떠올렸다.


‘이런 미팅을 할 때는 기선 제압이 중요해.’

‘기선 제압이요?’

‘그래, 기선 제압. 미팅은 하나의 전쟁이야. 기세에 밀리는 순간 상대에게 질질 끌려 다니다 끝나버린다고. 그러니 기세로 상대를 제압하는 게 중요해.’

‘······지금 미팅 이야기 하시는 거 맞죠?’’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게 뭘까? 그건 바로,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고, 집요하게 공격하는 거야.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악랄하고 지독하게. 그리고 상대가 틈을 보였을 때, 우리의 요구를 관철 시키는 거지.’

‘일단 사장님이 비즈니스 미팅 경험이 없다는 건 아주 잘 알겠습니다.’


정작 그때는 그렇게 말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사장의 말을 실감했다. 이런 미팅이 비즈니스 미팅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미팅에 대해서는 사장의 말이 맞다고.

좋아. 일단, 현재 상황을 정리해보자.

먼저 우리가 블루문에 제안했던 무기 거래는 이제 써먹을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약점이자 상대가 트집을 잡아 거래를 거부할 빌미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래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우리의 진짜 목적은 플레이어에 대한 정보를 흘려서 그들이 우리 대신 플레이어를 습격하게 하는 것이다. 아직 승부를 걸 여지는 남아있다. 플레이어의 정보는 그에게 빚이 있는 그들로서는 구미가 당길만한 정보겠지.

그런데 만약 우리가 정보를 준다고 해도, 그들이 우리 뜻대로 움직여줄까?

그들 입장에서는 필요하지 않는 척, 튕기면서 간을 볼 수도 있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을이고, 자신들은 갑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세가 중요했다. 사장 말대로 그들의 약점을 잡아, 그것을 공략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정보가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있는 정보라고는 우리가 현장에서 얻은 정보가 다였다.

현장에서 얻은 정보라······.

나는 자신이 지금까지 봐왔던 정보를 머릿속으로 점검했다. 기억력에는 자신이 있어 그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일반 비즈니스 빌딩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의 보안.

회의실 밖에서 보인, 대표를 따라온 엄청난 수의 조직원.

그리고 머그샷과 헤어스타일과 달라진 김 철.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 보니 왜 단 한 명한테 사무실이 털렸는지 알겠군. 그렇게 속 편하게 있으면 지나가는 개한테도 물리는 법이지.”


내 말에 두목 양 쪽에 앉아있던 두 사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물론, 때 맞춰 경비와 파견 역시 따라 일어섰다.

그러자 회의실 문이 열리고, 밖에 서있던 무장한 조직원들 열 댓명이 우르르 올려와 회장 뒤에 늘어서서 우리를 노려보았다.

나는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서웠지만, 연습한 대로 최대한 태연하게 말했다.

“‘사업가’ 치고는 경호원이 지나치게 많은 거 같은데. 그 개가 다시 물까 겁나서 그런가?”

“이 개새끼가 주둥아리를 찢어버릴라!”

“그만.”

두목은 한 마디로 부하들을 입 다물게 한 뒤 세 번째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뒤에서 붙을 붙여주자 입에 물고 한동안 말없이 담배를 피웠다.

일 분이 수십 분처럼 느껴지는 일촉측발의 상황.

두목이 말했다.

“나가.”

“그치만······!”

두목은 앞에 놓인 재떨이를 뒤로 있는 힘껏 던졌다. 그러자 뒤에 있던 부하 중 한 명이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두목은 뒤로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나가라고.”

부하들은 쓰러진 부하를 데리고 순식간에 회의실에서 자취를 감췄다. 두목은 담배 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이제야 이해하겠군.”

“뭘 말인가?”

“내가 긴장 풀라고 했을 때 그쪽이 원래 그렇다고 한 말. 이제야 이해하겠다고.”

두목은 담배로 나와 경비, 파견을 차례로 가리켰다.

“처음 만났을 때나, 방금 전 당장 싸우기 직전 상황이나 그대들은 똑같군. 정말 ‘원래 그런 거’ 였어.”

재밌군, 재밌어, 하고 중얼거리며, 두목은 담배를 뒤로 튕겨버렸다.

“너희도 앉아. 그리고 그쪽도 앉고.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진짜 비즈니스 이야기를 해보자고.”

그렇게 모두 앉은 다음, 두목이 말했다.

“그쪽은 우리 사무실이 털린 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걸려 들었군.

나는 속으로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그쪽이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잘 알고 있진 않아. 다만, ‘누가’ 그랬는지 알지.”

우리의 말에 가장 격하게 반응한 것은 김 철이었다. 당장이라도 우리에게 달려들 것처럼 흥분해 있었다.

두목이 앉은 채로 그의 다리를 걷어차기 전에는.

두목은 다리를 잡고 주저앉아 있는 김 철에게 시선 하나 주지 않은 채, 우리에게 말했다.

“그래서?”

“우리 무기를 사면, 덤으로 그 자식에 대한 정보도 주지.”

두목은 웃으면서 말했다.

“진짜 목적이 그거였군. 우리에게 그 자식에 대한 정보를 흘리는 거.”

나는 속으로 움찔 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왜 자신없나?”

“자신이 없는 게 아니라 할 이유가 없지.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 개새끼가 여기저기 물어 대면, 이유가 점점 늘어날 텐 데. 그리고 그때 되면 우리는 이 ‘정보’에 대한 계산을 다시 할 거고.”

두목은 내 말에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우리는 사업장 하나가 털렸다지만, 그쪽은 뭣 때문에 그 자식을 노리는 거지?”

나는 연습한 대로 자신의 눈을 길게 덮은 흉터를 가리켰다. 알바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어준 살벌한 흉터였다.

“이 상처가 그놈에게 당한 거니까.”

나는 그 자식에게 처 맞았던 때를 떠올리며, 분노를 속으로 삼켰다.

두목은 그런 나를 바라보다, 껄껄 웃으며 박수를 쳤다. 박수가 끝난 뒤에, 두목이 말했다.

“좋아, 그쪽과 거래하지. 단 무기는 필요 없어.”

“그렇다면?”

“너희가 원하는 대로 우리가 그 놈을 처리해주겠어. 너희는 대신 우리 일을 하나 처리해줘야겠어.”


잠깐, 이건 예상 외의 전개인데?


당황하는 내 속사정도 모르고, 아니 안다고 해도 신경 안 쓰겠지만, 두목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두고 내 쪽으로 밀었다.

나는 손을 뻗어 그것이 뭔지 확인했다. 그건 사진이었다.

눈처럼 새하얀 머리에, 삼백안이 인상적인 미인의 사진.

적어도 내 기억에는 없는 인물이다. 나는 그것을 확인한 뒤 두목에게 물었다.

“이게 뭐지?”

“우리 쪽 일하는 여자인데, 그 망할 놈이 데려갔어. 이 여자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 어차피 너희에게는 그 놈에 대한 정보가 있으니 찾는 건 식은 죽 먹기겠지. 안 그래?”

“죽었으면?”

“시체 위치를 알려주던가, 귀나, 손이라도 잘라서 가져와. 우리가 조사해서 확인하지.”

“살아있으면?”

“어디 있는지만 알려주기만 하면 돼. 그럼 우리 부하들이 알아서 처리할 거야.”

더 이상 빼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자신을 품에 넣으며 말했다.

“좋아. 단, 여자에 대한 정보는 추가로 알려줘. 우린 너희가 관리하는 망할 창녀 사업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서 정보가 없거든.”

두목은 내 말에 낄낄 대며 웃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김 철에게 명령했다.

“준비한 다음 사무실로 한번 불러.”

“알겠습니다.”

“나중에 이 녀석이 너희 쪽으로 연락을 줄 거다. 정보는 그때 받아가. 이걸로 됐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두목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좋아! 그럼 무사히 미팅이 끝났군.”

두목은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뒤를 따라, 나를 비롯한 모두가 일어섰다. 그리고는 마치 서부극에서 서로 대치하듯 천천히 서로를 마주 보며 출구를 향해 움직였다.

결국, 출구에서 우리는 서로 마주했다.


나는 회장과,

파견은 김 철과,

경비는 자신과 덩치가 비슷한 조직원과.


“같이 식사라도 하고 싶지만, 딸 아이와의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겠네.”

두목이 이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악수를 무시했다.

그러자 두목은 내민 손으로 나를 가리키며 삿대질하며 웃었다.

“재밌는 친구야.”

그리고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곧 그 뒤를 따라 김 철이 나가며 내게 명함을 건넸다.

“회장님 말대로 나중에 연락하지.”

그렇게 그들은 바람처럼 회의실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내 새 직장에서 첫 업무는 그렇게 무사히 끝이 났다.


······정말 무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


돌아와 차를 타자마자, 오랫동안 참았던 안도의 한숨이 몰려왔다.

비서가 수고했다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앉아있던 사장이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첫 임무를 끝낸 소감이 어때? 할만하지?”

“전혀요. 몇 번만 더하면 제명에 못살 거 같은데요.”

“그런 것 치고는 잘하더군.”

“맞아, 생각보다 괜찮아서 놀랐어.”

······웬일로 두 사람이 나를 칭찬하지?

나는 경비와 파견에게도 수고했다고 한 뒤, 피로가 몰려와 차 시트에 몸을 싣고 눈을 감았다.

옆에서 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미팅은 어떻게 됐어? 무기는 거래하기로 한 거야?”

잠깐 눈을 붙일 여유도 안주네, 정말.

나는 품에서 두목에게서 받은 사진을 꺼내 사장에게 건넸다.

“무기는 됐고, 대신 이 여자를 찾아 달래요.”

“이 여자는 왜?”

“그 플레이어가 데려갔다는 데요.”

내 말에 사장은 그 사진을 보자마자,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누군지 압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아무튼 이 여자에 대해서도 자세히 조사해봐.”

“왜요?”

내 말에, 사장은 여전히 웃음기를 참지 못하는 표정으로,


“어쩌면 이 여자가 플레이어의 약점이 될지도 모르거든.”


의미심장한 말을 흘렸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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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24.07.31 26 1 15쪽
» 10화 24.07.30 29 1 13쪽
9 9화 24.07.29 2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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