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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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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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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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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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약속했던 날짜가 다가왔다.

내가 건방지고 버릇없는 부잣집 딸을 혼내줄 수 있는 날이 말이다. 물론 내가 사장과의 사격 승부에서 이겨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지만.

“자신 있어 보이네.”

파견은 자세를 잡고 나를 마주보고 서서 씩 웃었다.

나는 가짜 나이프를 쥔 팔과 같은 발을 내밀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그렇게 훈련을 했는데요.”

“사장은 그동안 놀고 있었을거 같아?”

“놀고 있었던거 아닙니까? 여기와서 사격하는 거 본적 없는데요.”

“글세, 과연 그럴까?”

파견은 그렇게 말하며 내게 달려들었다.

파견은 내가 내밀고 있던 나이프를 쥐고 있던 팔을 잡아챘다. 그리고는 팔꿈치로 내 팔을 누르고 다른 손으로 내 팔을 꺾으려했다.


그리고 나는, 그럴 줄 예상하고 있었다.


애초에 그렇게 유도하게끔, 나이프를 쥔 손을 과도하게 앞으로 내밀고 있었으니까.

나는 파견이 내 손에서 나이프를 빼앗기 전에 나이프를 손에서 놓아 아래로 떨어뜨리고, 다른 손으로 역수로 잡아 챈 뒤 체중을 실어 앞으로 찔러넣었다.

하지만 파견은 그 직전에 잽싸개 눈치채고 왼손에 찬 보호대로 칼을 막으며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상대가 수세에 몰렸을때가 기회다.

나는 배운대로 달려들어 계속 해서 주도권을 잡으려고 했지만, 복부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충격에 나가 떨어졌다. 파견이 달려드는 나를 발로 차 밀었던 것이다. 분명히 뒤로 물러서느라 디딤발이 불안정했을텐데도 엄청난 힘이었다. 나는 뒤로 굴러 낙법을 하며 바로 몸을 일으켰다.

분명히 같이 뒤로 굴렀지만, 파견은 이미 총을 뽑아들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들고 있던 나이프를 역수로 잡고 던졌다.

그리고 권총을 뽑아 들어 겨누는 순간,


빵, 하고 파견이 입으로 소리를 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두 손을 들었다.

“또 졌네요.”

“시도가 나쁘진 않았어. 칼을 맞췄다면 말이지.”

파견은 웃으며, 권총을 다시 홀스터에 넣었다. 나는 기가 막혀서 말했다.

“맞건 안맞건 간에 칼이 날아오면 보통은 반사적으로 막으려고 하지 않나요?”

“나 같은 사람은 투검은 위력이 보잘 것 없는 걸 알거든. 그래서 안 쫄았던 거지.”

“보통 사람은 그런걸 모를 거 같은데요.”

“우리 상대는 보통 사람이 아니잖아?”

파견은 그렇게 말하며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자기가 걷어찬 곳이 괜찮은지 물었다.

나는 씩 웃으며, 이때다 싶어 셔츠를 걷어 배를 보여주었다.

“끄덕 없습니다. 이 복근 보십쇼. 복근을!”

이전에 비쩍 마른 직장인이었단 내가 아니다 이 말이야. 물론 한 달만에 이렇게 되기까지 피를 토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아니 솔직히 피를 토하는게 덜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나는 경비와 함께했던, 지옥 같은 훈련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런 내 정신을 되돌린 건 파견의 손짓이었다.

나는 내 복근을 더듬는 파견을 내려다 보며 말했다.

“······저기요?”

“아, 좀 체중을 늘리는게 낫겠어. 좀 증량하면 좀 전에 내 발차기에 안 넘어졌을 거야.”

어째 이상하게 말을 돌리는거 같은데······.

나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파견을 보며 말했다.

“너무 살찌면 둔해지는거 아닌가요?”

“적당한 수준이면 오히려 체중이 높을 수록 좋아. 근력과 체력도 늘어나고 힘은 중량에 비례하니까.”

알겠다고 말하며, 나는 다시 옷을 추스렸다. 파견은 그런 나를 빤히 보다가 말했다.

“그래서 이후에 바로 하는거야? 내기?”

“그렇죠.”

나는 걸어가서 내가 던진 나이프를 주웠다. 그리고 다른 훈련때 썼던 장비를 모두 챙겨서, 전술 조끼에 챙겨넣었다,

그 조끼를 어깨에 들처메며, 파견과 함께 훈련장을 빠져나왔다.

파견은 그동안 내게 오늘치 훈련에서 부족한 점과 잘했던 점을 꼼꼼히 정리해서 말해 주었다.

나는 내 옆에서 조잘대는 파견을 내려다보며 새삼 자신이 근 한달 동안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실감했다.

복근이나, 좀 전에 파견을 거의 몰아붙였던 것도 그렇지만, 그걸 가장 체감되는 건 나에 대한 파견의 태도 변화였다.

처음에 파견은 나를 엄청 멸시하고, 훈련 때에도 군대 조교처럼 가혹하게 굴었다. 그러다가 이 주 정도 지나고 내가 훈련을 제법 잘 따라오자,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한 번은 쓰러져있는 내게 타월와 이온음료를 챙겨줘서 비서인줄 착각했을 정도였다.

그렇게 점차 잘해주다가, 오늘은 내 복근을 만졌단 말이지.

나는 사격장에서 표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설마 나한테 관심있나?”

“뭐가?”

나는 갑자기 귓가에 들려온 소리에 깜짝 놀라 우왁,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히죽 웃고 있는 사장을 노려보며 말했다.

“자꾸 그렇게 장난칠겁니까?”

“칠 건데.”

“재미없거든요.”

“이쪽은 완전 재밌는데.”

“그러면 다른 직원한테 하세요.”

“다른 직원한테는 못해.”

“왜요?”

“알바는 너무 놀라서 위험하고, 시설은 반응도 안해주고, 그리고 파견과 경비한테 한 번했다가 큰일 날 뻔했거든. 이사가 딱 좋아.”

다음에 파견한테 물어서 어떻게 했는지 듣고 따라해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옆에서 떠들어대는 사장을 무시하며 뒤따라온 비서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비서가 미소지으며 인사를 받았다.

“많이 듬직해지셨네요.”

“훌륭한 선임 분들 덕분이죠.”

“처음에는 토하고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셨지만요.”

“그때의 저는 죽었습니다. 다시 태어났죠.”

“그런 말은 나한테 이기고 나서 해야하는거 아냐?”

나는 비서와의 대화에, 갑자기 끼어든 불청객을 향해 눈을 흘겼다.

“어차피 이길건데 지금 하나, 이기고 나서 하나 상관없지요.”

“뭘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이실까?”

“피와, 땀, 노력.”

“피를 흘린 적이 있었나?”

파견의 혼잣말을 무시하며, 나는 사장이 내게 건넨 권총을 받아들었다.

나와 사장이 모두 권총을 들고, 자리에 선 것을 확인한 후, 파견이 말했다.

“교관이 신호를 하면, 눈 앞의 표적에게 한 탄창을 사격, 그리고 그 과정 및 결과를 교관이 채점한다. 알겠나?”

나와 사장이 모두 알겠다고 호령하자, 파견이 탄창을 나와 사장에게 건네주었다.

그 호령 소리에 다른 직원들이 몰려왔는지 뒤쪽이 평소와 달리 소란스러웠다.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쉿, 할아버지. 몰라요? 오늘이 그날이에요 그날! 사장 언니랑 이사 오빠가 담판 짓는 날!”

“다 큰 녀석들이 싸우긴 왜 싸워?”

“그. 그런게 아니라 그, 그냥 내기에요. 누, 누가 더 초, 총 잘쏘는지 내기.”

파견은 손을 들어, 뒤에서 나오는 소란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나서 나와 사장을 보았다.

“탄입.”

그 말과 동시에, 나와 사장은 동시에 탄창을 권총에 넣었다.

“장전.”

그리고 슬라이더를 당겨 장전한 뒤,

“사격.”

눈 앞의 표적을 향해 사격을 실시했다.


***


그리고 결과는, 종이 한 장 차이로 내 패배였다.


“표적지도 종이니 종이 한 장 차이긴 하네지.”

파견은 내가 봐도 형편없게 탄착군이 그려진 내 표적지를 시큰둥하게 바라본 다음, 그렇게 말했다.

나는 억울해서 소리쳤다.

“누구랑 같이 쏴본 적이 없어서 그랬다고요! 한 명씩 쐈으면 제가 이겼어요!”

“그래, 그래. 실전이 그랬으면 참 좋겠네.”

······젠장.

나는 파견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로 이죽이며 내게 다가오는 사장을 보았다.

이 인간이 얼마나 나를 놀려댈지 생각하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그리고 내기로 얻은 소원권으로 내게 무슨 짓을 시킬지 생각하면 더더욱.

그런데 사장의 반응은 내 예상과 달랐다.


“잘했어.”


“그래요 그쪽이 잘났······네?”

“단기간에 아주 잘했다고. 역시 내가 눈 여겨본 인재 다워.”

행여나 지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다고, 하고 중얼거리며 사장은 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고, 셔츠의 앞섬을 풀고 부채질했다.

비서가 내 뒤에 다가와 속삭였다.

“이사님에게 지기 싫어서 밤 늦게 다른 사격장에서 몰래 연습했어요.”

“왜 몰래······.”

“실력을 숨기고 싶었대요. 자기 실력 알면 내기 포기하고 도망갈까봐.”

나는 혼자서 어린애처럼 기뻐하는 사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뭐지, 이 사람은.

그러니까 자기 본 실력을 숨기고 밤새 몰래 연습할 정도로 이기고 싶었다는 거야?


뭣 때문에?

내게 뭘 시킬려고?


그때 사장이 말했다.

“아무튼 내가 이겼으니, 내가 말하는거 하나 무조건 들어줘야돼. 알지?”

“뭘 시킬 생각인데요?”

“지금은 일이 있어서 나중에 말해줄게. 나중에.”

사장을 뒷짐을 진채, 의미심장하게 웃은 다음 후다닥 사장실로 가버렸다. 나는 사장과 비서의 그 뒷모습을 보며 하, 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진짜 웃기는 사람일세.

고개를 절래절래 저은 뒤, 내 장비의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장의 목소리가 공터에 울렸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직원들은 모두 사장실로 오도록.”

그 말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자기 할거 하던 직원들이 모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장실로 향했다.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내 뒤를 누가 툭, 하고 쳤다.

누군가 싶어 돌아보니 파견이었다.

“뭐해? 안가고.”

“아, 방송은 처음 들어봐서요.”

“뭐, 여기가 워낙 넓어서 직원 다 부를려면 방송만한게 없지?”

“위에 안 들릴까요?”

“총소리도 안들리는데 들리겠냐?”

파견은 피식 웃은 다음, 나와 함께 사장실로 향했다.


사장실은, 이 공간에서 유일하게 벽으로 나뉜 공간이었다. 문도 보통 문이 아니라, 두터운 철문으로 되어 있어, 파견은 농담삼아 여차하면 쉘터로 써도 될 정도라고 하곤 했다.

그 사장실 안에는 책상 대신 침대만 달랑 있어, 참 사장답지 않을수 없었다.

“그래도 금방 다 제깍제깍 모이네요. 사장 말 안들을 줄 알았는데.”

내가 사장실로 향하는 직원들을 바라보며 한 말에 파견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잘 안들어.”

“그래도 지금 다 명령대로 모이고 있잖아요?

“아, 그거 오늘이 월급날이라서 그런거야.”

······월급날?


***


“자, 여기 받아가고.”

월급날은 내가 아는 월급날과 많이 달랐다.

일반적인 회사의 월급날은 월급을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이지만, 이곳은 현금을 봉투에 넣어서 줬다.

이해는 한다. 아무래도 합법적인 조직이 아니니 그렇겠지.

그런데 머릿속으로 이해는 해도, 느끼는 건 다른 문제다.

“자, 여기.”

“감사합니다!”

알바는 마치 어른에게 세뱃돈을 받는 느낌이라면,

“자.”

“······.”

황색 서류봉투를 열어서 내용물을 확인하는 경비의 모습은, 마치 불법폭력조직간 마약거래 현장 같았다.

생각해보니 불법 폭력 조직 맞군.

마침내 내 차례가 되자, 나는 파견에게 떠밀려 앞으로 나아갔다. 봉투를 손에 든 사장은 웃으며 내게 봉투를 건넸다. 봉투는 내 예상보다 훨씬 묵직했다.

“내가 우리 이사는 앞으로 열심히 해달라는 의미에서 많이 넣었어.”

“그렇게 말씀하시니 불길한데요.”

나는 그렇게 답하며 봉투를 힐끗 열어보고 기겁했다.

뭐야, 이게 다 얼마야?

어디 영화에서나 볼법한 현금다발이 안에 들어 있었다. 그런 나를 보고, 사장은 히죽 대었다.

“어때?”

“······잠깐만요. 이게 월급이라고요?”

“대체 얼마 들었는데 그래?”

말릴 새도 없이 파견이 내 봉투를 슥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나를 보고 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고생 좀 하겠네.”

아니, 그 반응은 뭔데?

그렇게 월급을 모두 나누어 준 다음, 사장이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에······ 여러분들이 월급날 아니면 사장인 내 말을 듣지 않기에, 이번에도 지금 공지사항을 전파할게.”

저번에는 내가 온다는 사실을 알려줬다고, 파견이 내 귀에 속삭였다.

정말 이 회사 이대로 괜찮은가?

내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장은 기쁜 얼굴로 두 손을 들고 소리쳤다.

“이번에 드디어 일거리가 생겼어!”

그렇게 말하며, 사장은 블루문이라는 조직을 이야기했다. 나도 들어본적 있는 조직이었다.

정부 고위층에게 성매매를 알선했다고 뉴스에서 한동안 시끄럽게 떠들다, 쥐도새도 모르게 조용해져서 꽤나 인상깊었던 이름이었다.

“그 블루문과 비즈니스 미팅을 잡았지!”

비즈니스 미팅이라고?

“바로 다음주 주말! 우리의 목표인 플레이어를 잡는데 큰 도움을 줄 분들이므로 잘 준비하도록.”

그렇게 말한 뒤에, 사장은 나를 보고 웃었다.

“그럼 잘 부탁해! 연 이사!”

“예?”

얼이 빠져 되묻는 내 옆구리를 팔꿈치로 찌르며, 파견이 말했다.

“거봐, 내가 고생할거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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