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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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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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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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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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블루문이라는 뉴스에도 나오는 악명 높은 조직과의 미팅을 내게 맡긴다는 충격적인 발언 이후에, 사장은 잘 거라며 휙휙 손짓하고 침대에 드러 누워버렸다.

당연하지만, 나는 가지 않고 버텼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립니까?”

“윽, 시끄러워. 나 졸리니까 조용히 해.”

“지금 잠이 오게 생겼습니까?”

내가 누워있는 사장의 어깨를 붙잡고 일으켜 세워 흔들자, 사장은 으어어, 하고 괴상한 신음을 냈다.

“조금만 더 흔들면 나 토할지도 몰라. 커피를 너무 마셔서 속이 이상하거든.”

나는 그 협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사장을 놓아주었고, 다시 사장은 지렁이처럼 침대로 파고들었다.

“으으음, 이거야 이거. 이게 천국이지.”

“지금 그런 말이 나와요?”

“내가 뭐 이상한 말했어?”

태연하게 베개에 얼굴을 묻고 웅얼거리는 사장의 말을 듣자, 나는 화가 났다.

“갑자기 중요한 미팅을 잡고서 저한테 알아서 하라고 휙 던져주면 어떻게 합니까?”

“원래 회사에서 직원들 일 시키는 건 그런 거잖아. 대충 일 던지고 어떻게 하는지 보는 거.”

“그것도 일 나름이지. 저는 한 달 전만 해도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고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 상대가 그 사실을 아는 지가 중요하지.”

사장은 이불을 목까지 올려 얼굴만 내밀고 말했다.

“그래서 용건이 뭐야? 못하겠다고?”

“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일주일이면 충분해. 너는 이사잖아? 회사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사람. 그래서 월급도 넉넉히 줬고.”

이런 조직에 직급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아, 졸려. 잠깐 눈 좀 붙일 테니 알아서 잘 한번 해봐.”

사장은 그렇게 말하고, 하아암, 하고 하품을 한 뒤 눈을 감아버렸다.

소리를 높이려는 나를 비서가 막았다. 그리고 검지를 입술에 댄 뒤에 사장을 가리켰다.

그새 사장은 잠들어 있었다.

“말했잖아요. 내기에서 이기려고 밤새도록 사격 연습 했다고. 그 외에도 가문이나 조직의 일을 하느라 계속 철야 해서 한계였어요.”

나는 그 말에 조금 화를 가라 앉혔다. 그리고 비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쩌죠?”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래도 만약 정 못하겠다고 하시면 제가 대신 이번 일을 맡고요.”

나는 그 말에 놀라 비서를 바라보았다. 비서는 멋쩍게 웃었다. 내가 말했다.

“위험한 일이잖아요.”

“위험한 일을 한 두번 한 것도 아닌데요 뭐. 이제 들어와서 잘 모르시겠지만 죽을 고비는 몇 번 넘겼어요.”

비서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 했다.

“이번 미팅 건은 중요한 기회라서, 캔슬할 수도 없고요.”

나는 목구멍에 맴 돌았던 말을 내뱉고 말았다.

“당신은 왜 그렇게 까지 하는 거죠? 상관의 명령이라서?”

“뭐 그것도 있고······.”

내 말에 비서는 곤히 잠든 사장을 보며 쓰게 웃었다.

“친구니까요.”

······젠장 할.

나는 그새 거슬릴 정도로 자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사실상 내가 낼 답은 정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요 뭐, 돈도 받았고 이미 죽었는데 두 번 죽지 세 번 죽겠습니까. 제가 하겠습니다.”

내 말에 비서는 웃으며, 관련된 자료라며 미리 준비했던 것처럼 저장장치를 내밀었다.

그 것을 넘겨 받으며 나는 길고 긴 한숨을 내뱉었다.


***


나는 비서와 함께 전산에게 가서, 저장장치를 건네주었다.

게임을 하고 있던 전산은 내가 건넨 저장장치를 받고 나서 내게 물었다.

“이, 이거 아, 안전한 물건인가요?”

내가 비서를 보자 비서는 사장실 쪽을 바라보았다.

“사장이 저에게 준 자료니까 안전하지 않을까요?”

전산은 윽, 하는 표정으로 어디서 다른 노트북을 꺼내어 부팅한 뒤 거기에 저장장치를 연결했다.

잠시 로딩이 끝난 뒤에, 장치 안에 있던 자료가 불러 와졌다. 그건 단 두 장의 사진이었다.


하나는 거리의 사진, 다른 하나는 마치 락스타처럼 치렁치렁한 머리에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가 있는 머그샷 이었다.

비서가 말했다.

“저 남자의 정체는 블루문의 클럽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행동 대장, 김 철입니다. 그리고 이번 거래 상대이기도 하고요.”

나는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그런데 왜 하필 블루문 조직이죠?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너 모르는 거야?”

내 뒤에서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어느새 왔는지 파견과 경비, 그리고 알바가 몰려와서 구경하고 있었다.

파견이 말했다.

“그 때 플레이어가 습격해서 깽판 친 영상 보여줬잖아?”

“그, 그게 브, 블루문 조직이 주, 운영하는 사, 사무실 근처 CCTV 영상이에요, 크, 클럽에서 VIP에게 여자를 제공하는 고, 곳이죠.”

이제야 왜 거기와 미팅을 하는지 좀 이해가 가는군.

플레이어에게 당한 피해자인 셈이니, 플레이어와 적대하는 우리와 협조적인 관계를 이룰 수 있겠지.

“잠깐, 설마 저놈들이랑 공조까지 할 생각은 아니겠지?”

내 생각을 읽었는지, 파견이 눈을 부릅뜨며 비서에게 말했다.

“저, 적의 적은 아군······?

비서는 파견과 전산의 말에 고개를 저어 부정했다.

“아뇨. 저런 본격적인 범죄 조직과 같이 일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커요.”

“그럼?”

파견의 말에, 비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정확히 말하면, 차도살인지계에 가깝죠.”

“차도살인······뭐요?”

내 말에 경비가 나를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더러운 일에 우리 대신 손 쓰게 한다는 소리야. 생긴 거랑 달리 아는 게 별로 없군.”

아니,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경비한테 그런 말 들으니 웬지 더 열받는데?

나는 어떻게든 무식하다는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머리를 쥐어 짜며 결론을 내었다.

“그렇다면 그 쪽에 플레이어에 대한 정보를 흘릴 건가요?”

“네. 그게 이번 미팅에서 실질적인 목적이에요.”

“실질적인?”

파견은 비서의 말에 고개를 갸웃 하고 중얼거리더니 말했다.

“표면적인 목적은 따로 있다는 거야?”

“무기를 팔아주기로 했어요. 최근에 습격을 받았으니 수요가 있을 것 같아서 브로커를 통해 미끼를 던졌더니 덥석 물더군요.”

경비는 팔짱을 끼고,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인상이 더러운 사람이 그런 표정을 지으니 절로 주눅이 들 정도다.

“그쪽에 총기를 판다고?”

“네 관심이 있더라고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있겠지.”

“이 도시가 더 위험해진다는 뜻이죠.”

비서는 경비의 말에 덤덤하게 답했다. 그리고 경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당신이 바라는 게 아닌가요?”

경비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아주 마음에 들어.”

현기증이 날 거 같군. 나는 어느새 내 옆에 다가와 있는 파견에게 슬쩍 물었다.

“저희도 위험해지지 않을까요?”

“우린 언제나 위험하잖아. 다같이 위험해지면 상대적으로 더 좋은 거 아니야?”

이쪽도 정상이 아니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파견은 내 얼굴을 보더니 웃으며 어깨를 툭, 쳤다.

“반 쯤 농담이야. 농담. 하지만 충분히 이득이야. 우리 대신 그 망할 자식에게 총기를 테스트 해줄 수도 있고.”

······반 쯤 농담이면 반은 진담이란 소리가 아닌가?

나는 끔찍한 진실에게서 도피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다음 주 금요일에 블루문과 무기 거래를 하면서 플레이어에 대한 정보를 건네준다. 맞아요?”

“정확해요.”

“그리고 그걸 제가 하고요.”

“저번처럼 나랑 경비가 호위로 붙고.”

파견의 말에 경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비서가 손을 들고 말했다.

“저도 동행할게요. 미팅에 참가는 못하지만 운전기사 역할은 할 수 있겠죠.”

“괜찮겠어요?”

내 말에 비서는 웃으며 말했다.

“돕겠다고 한 걸요.”

“그래도 비서는 대기업 소속이시잖아요. 이런 일에 끼어 들어도 되는 거에요?”

“그건 걱정하지 마요. 어차피 다 수가 있으니까.”

비서의 말을 신호로, 알바가 불쑥 내 옆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나를 보고 방긋 웃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손을 쓰면 누군지 모르게 완벽하게 바꿔드릴 수 있으니까요!”

나는 자기 소개 때 사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여튼 알바의 주 업무는 코디야. 화장과 변장을 잘하거든.’


나는 혹시나 해서 받았던 가짜 신분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사진 속에 한쪽 눈에 흉터가 길게 나있는 끔찍한 인상의 남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설마 제가 이렇게 분장하는 건가요?”

내 말에 파견은 씩 웃었다.

“당연하지. 적어도 우리 조직에 2인자신데, 어디 물 장사나 하는 깡패 나부랭이보단 세 보여야 하지 않겠어?”

“이 바닥에서는 첫 인상으로 기선제압을 하는 게 중요하지.”

파견과 경비의 말에, 나는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차라리 그냥 가면을 쓰면 안됩니까?”

“나쁜 발상은 아니지만 여차하면 싸워야 상황에서는 위험하지. 부서져서 얼굴이 드러날 수도 있고, 싸울 때 은근히 시야를 가리거든.”

그 때 뒤에서 긴 하품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사장이 부스스한 머리로, 눈을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정말 저렇게 직책이랑 나이 값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나 싶다.

비서가 던진 타월을 얼굴로 받은 뒤, 그 타월에 한동안 얼굴을 문지른 후, 빼꼼 얼굴을 내밀고 말했다.

“우리 이사가 또 못 해먹겠다고 징징대고 있어?”

“또라니요, 제가 언제 못 해 먹겠다고 징징댔습니까?”

“내 꿈에서 네 번 정도.”

진짜 내기에서 못 이긴게 이렇게 통탄스러울 수가 없다.

“그래서, 뭐가 문제야?”

“그냥 변장하는 게 좀 부담 되서요.”

“변장은 갑자기 왜······ 아, 이번 미팅 때? 그때 누구 누구 가는데?”

사장의 말에 나, 그리고 파견, 경비, 그리고 비서가 손을 들었다. 사장은 검지를 턱에 대고 진지하게 고민하다 손가락을 딱, 하고 튀겼다.

“그럼 여장 할래? 거기 물장사 하는 데니까 잠입수사도 할 겸. 어때? 좋은 생각이지 않아?”


“······그냥 변장하겠습니다.”


***


다음날 아침, 나는 평소대로 새벽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한 뒤에, 대충 간편한 트레이닝 옷으로 챙겨 입고 러닝을 시작했다.

러닝 루트는 단순했다.

입구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길만 해도 꽤 길어서, 나와서 데이터 센터 주변 산의 둘레길을 크게 몇 번 돌기만 해도 충분했다.

평소라면 파견과 같이 뛰었을 텐 데 오늘은 파견이 블루문과의 미팅 대비해서 준비 할 게 있다면서 어제 저녁에 어디론 가 가버려서, 별 수 없이 나 혼자 뛰고 있었다.

딱히 그렇다고 해서, 외롭거나 무섭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 페이스대로 뛸 수 있어서 좀 더 편했다.

해가 뜨기 한참도 이른 새벽 시간 대, 인기척 하나 없는 적막한 숲의 분위기를 즐기며 땀을 흘리다, 적당히 몸이 풀리자 몸에 메고 있던 타월로 땀을 닦으며 사무실로 향했다.

그때였다.


“잠시만요.”


나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바로 뒤로 돌아 들고 있던 타월을 휘두를 뻔 했다. 나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여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아, 죄송합니다. 깜짝 놀라서 그만······.”

“아, 아니에요. 놀래킨 제 잘못이죠.”

여성은 그렇게 웃으며. 웨이브진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무테 안경이 잘 어울리는, 부드러운 인상의 미인이었다.

여성이 안경을 고쳐 올리며 말했다.

“제가 여기서 근무하는데, 새벽마다 열심히 운동하시는 게 눈에 계속 보여서, 궁금해서 말을 걸어 봤어요. 혹시 직원 분이신가요? 제가 모르는 분이라서······.”

나는 당황했다.

아니, 이 새벽에도 사람이 있을지는 몰랐는데?

대충 얼버무릴까 하다, 그랬다가 실수로 들키는 날에는 골치 아파질 거 같아서 이왕 거짓말 할 거 철저하게 변명하기로 했다.

“여기 직원은 아니고, 근처에 살고 있는데 여기가 뛰기 좋더라고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여성도 따라 웃었다.

“여기서 조용해서 좋긴 해요. 제가 아는 다른 직원도 점심이나 저녁 때 많이 산책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운동하긴 해야하는 데 쉽지 않네요.”

여성은 두르고 있던 숄을 움켜쥐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건강이 그리 좋지 않은 편이라······.”

아무래도 처음 보는 사람과 나눌 정도로 유쾌한 소재가 아닌 거 같아, 나는 재빨리 화제를 바꿨다.

“그런데 이 시간까지 일하고 계셨던 건가요?”

“일이 좀 남아 있어서요.”

“엄청 유능하신가 봐요.”

“그냥 좀, 분수에 맞지 않는 위치에 있을 뿐이죠.”

여성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무언 가를 말하고 싶었는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다 입을 열었다.

“그런데 계속 같이 운동하시던 분은······?”

“아, 오늘은 일이 있어서 저 혼자 운동했습니다.”

“아, 아내 분이랑 같이 운동하시다니 참 보기 좋다고 생각했어요······.”

“아내 아닌데요?”

반사적으로 반박해버렸다. 하지만 그 살아있는 살육 병기랑 아내라니, 뭔가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든단 말이다.

내 말에 여성은 화들짝 놀라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 그래요? 제가 착각했네요. 죄송해요.”

“아뇨 괜찮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오해할 만 하죠.”

“그럼 두 분은 혹시······.”

“그냥 직장 동료죠. 동료.”

대화가 점점 더 큰 거짓말을 부르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거 같아, 나는 시계를 보는 척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아, 저는 이만 출근 준비를 해야할 시간이라서, 이야기 즐거웠습니다.”

“아, 네. 저도 즐거웠어요.”

여성은 수줍게 웃으며 한 손을 흔들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달려서 재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다.

······아, 들키는 줄 알고 진땀났네.

나는 사장이 내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우리가 여기 데이터센터 지하에 있다는 사실은 절대 비밀이야. 여기가 내 가문 건물이라고 해도, 지하에 우리가 이런 짓을 하는것까지 커버쳐줄 수는 없거든.’


하마터면 제대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들킬 뻔했네.

나는 식은 땀을 훔치며, 혹시 들킬까 일부러 빙빙 돌아 회사로 향했다.

다시는 그 여성을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 바람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 주 뒤 변장을 완벽히 끝내고 블루문 조직과 미팅하는 장소로 출발하려던 그 때,


“당신들, 내 여동생이랑 대체 무슨 일하고 다니는 거죠?”


다시 마주쳤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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