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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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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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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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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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DUMMY

블루문 조직에서 운영하는 인력파견회사, ‘문HR컨설팅’의 내부는 겉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내부도 아주 멀쩡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파견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안내 센터에 앉아 있던 여직원이 친절하게 웃으면서 우리를 맞이 해주었다.

“라그나로크에서 오신 분이시죠?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 직원을 보자마자, 나는 블루 문 본사에서 봤던 여직원들을 떠올렸다. 연예인을 방불케하는 외모와 몸매부터, 은근히 노출이 많은 패션까지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직원을 보고 파견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고.


직원은 엘리베이터 쪽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가는 동안에 나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비상구와 건물 위치 등을 살폈다.

1층에는 여타 다른 건물처럼 식당이나 카페, 편의점 등이 입주해 있었다.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제법 많았다. 직원은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 무리를 지나쳐,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인 철문으로 향했다.

시끌시끌하던 사람들이 내가 지나가는 순간 일제히 조용해지긴 했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신경쓰지 않아야 했다.

문의 보안장치를 해제하자, 엘리베이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직원이 나를 돌아보고 미소지었다.

“VIP전용 엘리베이터입니다. 회장님을 비롯한 중요한 손님이 오시면 이쪽을 이용하시게끔 안내해드리고 있습니다.”

직원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자, 기다렸던 것처럼 문이 열렸다. 직원은 먼저 잽싸개 들어가 버튼을 눌렀다.

나와 파견이 탄 이후에, 직원은 3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마자 파견이 말했다.

“소지품 검사 안해도 돼?”

순간 미묘하게 직원의 눈이 떨린 게 착각으로 느껴질 정도로, 한결 같은 미소를 지으며 직원이 말했다.

“소지품 검사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너희 조직에게서 우리가 누군지 말 못 들었어? 아니면 멍청해서 들었는데 까먹은거야?”

“저는 그냥 중요한 손님이 오시니 회사를 잘 안내해드리라는 말 밖에 못들었습니다.”

파견은 그 말에 눈웃음을 지었다. 요전과 같은, 옆에서 보는 사람이 섬뜩해질 것 같은 미소였다.

“그래?”

그 순간,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직원은 이전처럼 먼저 내린 후 우리를 3층으로 안내했다.


“3층은 교육장입니다. 인재파견회사에서 꼭 필요한 것이, 인재에 대한 지속적 교육 및 관리지요. 그런면에서 저희 회사는 사내 교육장을 운영하고 있어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20여명 정도 들어가는 작은 교육장이 대여섯 군데 있고, 모두 한창 교육이 진행 중이었다. 지나가면서 교육장에 붙어있는 교육내용을 살펴보니 근로기준법, 행정사무 등의 일반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로비에 해당되는 곳에 비치된 다과와 휴게시설까지 안내한 뒤, 직원은 우리를 돌아보며 웃으며 말했다.

“어때요? 굉장하죠?”

“응, 요새 몸파는 애들도 이렇게까지 교육하다니 굉장하네.”

파견의 말에, 다른 사람들이 있던 로비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나는 이마를 치고 싶었지만, 지금 내 이미지 상 그럴수 없었다.

대신 턱을 내밀어 이만 가자는 제스쳐를 취했다.


파견의 그런 행동은 그 다음층에서도 계속되었다.

그 4층은 민원 및 컨설팅 상담 신청을 접수하고 진행하는 장소였는데,

“하다가 성별걸린 놈이 와서 따진 적 있어?”

이와 같은 발언으로 대기실에 기다리고 있던 사람을 얼빠지게 만들었다. 대기실 소파에 앉아있다가 커피를 마시다 뿜은 사람을 보며, 나는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물론 내 얼굴을 보고 사람들이 다들 바닥으로 고개를 처박는 것도, 그런 기분이 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였지만.


그렇게 마지막인 5층으로 향하기 위한 엘리베이터를 탈 때, 직원이 거의 가면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한결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계속 그러시면 곤란합니다.”

“그러게 곤란하네. 생각보다 참을성이 좋아서. 어쩔 수 없네.”

“무슨 소리신지?”

파견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정장 재킷 안쪽에서 뭔가를 꺼내 직원의 목을 향해 찔러넣었다. 그건 나조차 반응하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였다.


그리고 직원은 그걸 한손으로 막아내며, 대체 어디서 꺼냈는지도 모를 나이프를 파견의 목에 가져다대고 있었다.


직원이 조금만 힘을 주면, 파견의 경동맥을 그을 수 있을 정도였지만 파견은 오히려 활짝 웃었다. 그리고 내게 슬쩍 눈짓하며 말했다.

“거봐, 이럴 줄 알았어.”

직원은 파견이 손에 쥐고 있는게 만년필이란 걸 깨닫고, 쯧 하고 혀를 찼다.

나는 어떤 상황인지 이해했다.

이 여자는 단순한 직원이 아니었다. 맨 처음에 파견이 ‘조직’이라고 한 말에 부정히자 않은 것부터 어느정도 기미는 보였다.

요컨대, 조직에서 우리를 위해 별도로 보낸 인물이란 소리다.

“너희 두목이 시켰나?”

직원은 칼을 셔츠 안으로 집어넣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전 그냥 그쪽을 감시하라고 명령 받았을 뿐입니다.”

“의외로 순순히 알려주는 군.”

내 말에 직원은 나를 힐끗 바라보았다.

“허튼 짓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겁니다. 다음에는 경고로 안 끝날 테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직원은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엘리베이터가 5층에 도착했을때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상황이 모두 정리된 이후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낯익은 얼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행동대장 김 철. 그는 답지않게 긴장한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 했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직접 안내할 테니, 넌 가봐.”

김 철의 말에, 직원은 원래의 웃는 얼굴로 돌아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김 철이 무의식적인지 마치 한숨처럼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걸 보고 파견이 힐끗 나를 보았다.

아마 파견도 눈치챘던게 분명했다.


저 여직원은 김 철 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왜 그런 존재가 우리를 감시하는 거지? 아직까지 블루문 조직과 우리는 협력관계일텐데?

나는 그 사실에 의문을 가진 채로, 김 철을 따라 5층의 복도를 거닐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유리창 너머로, 파티션과 이리저리 바쁘게 서류철을 들고 움직이는 직원들이 보였다. 그 광경은 내가 다니던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복도에서 마주친 여직원은 김 철을 향해 공손히 허리를 숙였고 김 철은 손을 들어 인사를 받았다.

그 뒤로 나를 보고 돌덩이처럼 얼었지만.

그 직원을 지나쳐가며 김 철이 내게 말했다.

“보다시피 여긴 그냥 사무실이야. 여기 있는 직원들도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지.”

“조직원이 아니라는 건가?”

“그래. 그냥 여기는 일반회사랑 같다고 보면 돼. ‘조금 다른 것’도 취급할 뿐이지.”

“그래서 습격에 당한거군.”

내 말에 김 철은 잠깐 멈칫하더니 말했다.

“안일하긴 했지. 그 동안 우리 조직을 건들 정도로 정신 나간 녀석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두 번은 안 당해.”

“글쎄, 그걸 대비한다고 해서 막을수 있을까?”

내 말에 김 철은 반박하지 않고 칫 혀만 찰 뿐이었다. 아마도 그는 직접 플레이어를 상대해봐서 짐작하고 있으리라.

플레이어가 괴물같은 존재라는 걸 말이다.


김 철은 우리를 제일 안쪽, 서류창고 같은 곳으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철로 된 앵글에 박스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그 박스들 너머 가장 안쪽에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만한 작은 철문이 있었다.

그 문에는 문고리 대신 복잡한 기계장치가 있었다.

김 철은 문 옆에 비치된 바구니에 휴대폰을 둔 다음 액정에 자신의 엄지를 대고, 띠링하는 소리가 나자 숫자자판에 13자리 번호를 입력했다.

그러자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김 철은 이곳은 서류보관소라고 하며, 나만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파견은 그 말에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뭐 대단한 거라도 있으신가봐?”

“여기는 ‘상품’의 개인정보가 있어서 이 회사에서도 나 밖에 못들어가는 장소다. 그래서 아무나 들여보내줄 수 없어. 전자기기 반입도 금지고.”

김 철은 입구 근처 휴대폰 보관함을 턱으로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파견은 영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 시선을 눈치채고서, 김 철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무 짓도 안한다고. 그랬다간 내가 두목한데 목이 날아가는데 내가 미쳤다고 그런 짓을 왜 해?”

“좋아. 믿어보지.”

그렇게 나는 김 철의 지시에 따라 휴대폰을 놓아두고 그 비밀의 방에 들어섰다.


그 방은 열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 부서 만한 공간이었다.

있는 것이라곤 먀치 경찰의 취조실처럼 어두운 조명과, 한쪽 벽에 가득 늘어선 파일 캐비닛들이 전부였다.

내가 들어온 이후, 잠시 뒤에 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김 철이 말했다.

“여기에 우리 ‘상품’에 대한 서류가 보관되어 있어. 너희들이 찾아야할 그 여자에 대한 것도 여기에 있지.”

“종이로 보관하나? 굉장히 구식이군.”

“전산으로 보관하면 유출될 위험이 있다고 하더군.”

김 철은 그렇게 말하고 시옷이 쓰여진 캐비닛을 열어 파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일을 하나 찾은 다음, 거기서 제일 앞장에 있는 클립으로 철되어 있는 종이를 빼어 훑어본 다음 내게 건넸다.

종이를 받아들자, 김 철이 말했다.

“메모도 금지야. 눈으로 보고 외워.”

“굉장히 보안이 철저하시군. 그래.”

나는 비아냥 거리며 서류를 눈으로 훑었다.

그 서류에는 이전에 봤던 여성의 사진이 우측상단에 붙어 있었고, 그 아래로 익숙한 정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


호칭 : 네쥬Neige

성명 : 설유진

나이 : 23세

성별 : 미상(붉은 펜으로 지워지고 다른 필적으로 여성으로 수정되어 있다.)

가족관계 : 부) 설진화(화가, 자산없음), 모) 오유나(명품 브랜드 임원, 자산많음)

학력 : 고졸(다른 필적으로 프랑스 예술고등학교 졸업으로 기재되어 있다.)

경력 : 무(다른 필적으로 미술 전시회 1회 개최라고 적혀 있다.)

어학능력 :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자격증 : 무

자기소개서 : sexe


***


뒷장을 보자, 신장과 체중, 쓰리사이즈, 그리고 성병 검사 결과 등과 같은 신체정보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보고 있자니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 서류는 분명 이력서와 같은 양식이었지만, 웬지 모르게 마치 상품의 카탈로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여성을 찾기 위해 나는 그 정보들을 기억해야했다.나는 두 세 번 더 본 뒤에 김 철에게 말했다.

“생각보다 서류가 재대로 되어있군.”

“당연하지. 우리가 제공하는 애들은 싸구려가 아니거든. 철저히 분석하고 관리해서 VIP의 취향에 맞게 매칭해주는 것까지가 우리의 일이니까.”

“우리에게 찾아달라고 하는거보면 꽤나 높으신 분의 마음에 들었나본데.”

내 말에 김 철은 날을 세웠다.

“다치기 싫으면 쓸데없는데 관심가지지 마. 절대 고객에 대한 정보를 넘길 생각없으니, 기대도 하지 말고.”

그 말대로 나는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객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수확이었다.

나는 더 캐묻는 대신 넌지시 화제를 돌렸다.

“이 자기소개서에 쓴 건 대체 무슨 뜻이지?”

내가 필기체로 쓰여진 알파뱃을 가리키며 묻자 김 철은 잠깐 주저하다가 말했다.

“프랑스어로 섹스라고 하더라고.”

“높으신 분들은 정신이 이상한 여자가 취향이기라도 한건가?”

내 말에 김 철은 끔찍한 기억이라도 떠올랐는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내가 이 바닥에 수십년 살면서 그렇게 겁대가리를 상실한 여자는 처음 봤어. 처음에는 무슨 약이라고 한 줄 알았다고. 납치당한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거야.”

“그건 무슨 소리지?”

“다른 여자들의 말로는 그 놈한테 나서서 자기를 데려가라고 했다던데. 덕분에 이쪽은 아주 골치가 아프게 아파.”

나는 그 정보도 기억하며 김 철에게 서류를 돌려주었다.

김 철은 서류를 수차례 재확인하고 나서 서류를 집어넣고 캐비닛을 닫았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김 철이 갑자기 나를 불러세웠다.

“뭐지?”

“우리 잠시 이야기 좀 하지.”

“무슨 이야기. 그 여성에 대해 더 말해줄 정보가 있나?”

내 말에 김 철이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손을 빙빙 돌렸다.

“그쪽이 아니라 다른 비즈니스 쪽 말이야.”

“그쪽은 어제 이미 다 이야기 끝난걸로 아는데.”

“알지. 나도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잘 아는데······.”

김 철은 엿들을 사람도 없는데 주위를 두리번 거린 다음,


“개인적으로 너희 무기를 사고 싶다.”

위험한 거래를 제안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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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24.08.02 22 1 13쪽
» 12화 24.08.01 22 1 13쪽
11 11화 24.07.31 26 1 15쪽
10 10화 24.07.30 2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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