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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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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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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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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당신들, 정체가 뭔가요? 정체가 뭔데 자꾸 우리 회사 주변에 모습을 드러냐고요. 야, 너. 네가 나한테 직접 설명해 봐.”


“어떻게 할까?”

우리 차 앞을 가로막고 서서 사장과 말싸움 하고 있는 여성을 바라보며, 파견이 말했다. 그 말에 우리와 마찬가지로 변장을 하고 있던 비서는 단호히 말했다.

“절대, 털끝 하나 건들지 마요. 사장 언니니까.”

“나는 딱히 건들겠다고는 안했는데.”

“말투에서 실력행사 하고 싶다는 티가 풀풀 나는데 시치미 떼지 마요. 특히, 그쪽 도요.”

“나는 저렇게 병약한 여자는 안 건드려.”

비서의 말에 경비는 그렇게 말하며, 익숙치 않은지 목을 죄고 있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했다. 그리고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

“내 일을 방해하지 않으면.”

“······절대, 절대 절대 건들지 마요. 아시겠어요?”

비서는 두세번 더 강하게 엄포를 놓은 뒤에, 내게 말했다.

“미안해요.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겨서.”

“시간은 괜찮아요?”

내 말에 비서는 대답대신 손목에 찬 시계를 보며,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곤란한 상황이었다. 중요한 미팅에서 시간에 늦는 것 만큼 큰 실수는 없었으니까. 특히 상대가 관대하지 않을 경우 더더욱.

나는 고민하다가 비서에게 말했다.

“제가 말해보죠.”

나는 큰 결심을 하고 문을 열었다. 가족끼리의 일이라고 내버려두고만 있기엔 늦었을 때 리스크가 너무 컸다.

그녀와는 새벽에 몇 번 이야기 했었으니 사장보다는 내가 더 잘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나는 나를 말리는 비서를 뒤로 하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차에서 내린 나를 그 여성이 바라보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 맞다. 나도 변장하고 있었지.


내 예상대로. 사건은 순식간에 해결되었다.

나를 보는 순간 여성이 혼이 나간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 앉았으니까.

정말 대단했지, 하고 차안에서 깔깔대며 웃는 사장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나는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을지 생각했다. 그 원인을 되짚어 올라가자면, 내가 저 여자를 처음 만났던 당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그 날은, 내가 이런 얼굴을 얻게 된 첫 날이었다.


***


“우와, 얼굴 개쩔어.”

“저기요. 사람 얼굴 보고 그렇게 말하는거 그만 두시죠. 엄청 신경쓰이니까.”

내 말에, 알바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사 오빠. 제가 한 말 기억하고 있죠?”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 절대 변장 도중에 눈 뜨지 말라고?”

“네. 절대 눈 뜨면 안되요.”

“맞아, 뜨지마. 떠서 네 얼굴 보면 죽고 싶어질 걸?”

“일단 저 언니 먼저 닥치게 하면 안될까?”

내 말에 꺄르륵하는 알바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뒤를 이어, 파견의 목소리가 들렸다.

“참아. 이것도 훈련이라고 생각해.”

“이게 무슨 훈련인데요?”

“인내심 테스트.”

“맞아. 상사의 폭거를 참고 견디는 것도 직장인의 기본 소양이지.”

“그걸 상사 본인이 말하는 것 부터 직장 내 괴롭힘인데요?”

당연하지만, 내 지적에도 사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떠들어댔다.

나는 화제를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파견에게 어제 어디갔는지 물었다.

“미팅 관련해서 준비할게 있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그게 뭔데요?”

“클럽가는 여자들이 입을 만한 드레스나, 그런거 좀 샀지. 난 그런 옷이 없거든.”

나는 그 말에 놀라서 하마터면 눈을 뜰 뻔 했다.

“드레스요?”

“응. 사장이 말한 잠복수사 듣고 보니 괜찮은 거 같아서. 네가 여장하는 것보다는 내가 변장하고 잠입수사하는 게 좀 더 가능성 있지 않겠어?”

나는 머릿 속에서 파견이 드레스를 입고 클럽에 가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잠시 뒤에 그 클럽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안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저도 동감이에요.”

나와 비서의 반발에 파견의 칭얼거림이 들려왔다.

“아, 왜에에? 이 정도면 몸매는 괜찮은 거 아니야?”

“저기, 이사 앞에서 그런 행동 하지 마요.”

비서는 무슨 행동을 했는지 정말 궁금해지는 말을 한 뒤에, 계속해서 말했다.

“근육은 둘째치고, 풍기는 분위기가 너무 달라요. 아마 같은 업계에서는 딱 알아볼 걸요? 아, 저 여자. 경찰 아니면 킬러댜. 하고요.”

쩝, 하고 파견이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껏 비싸게 주고 샀는데 아깝네.”

“다음에 쓸데 있겠지. 혹시 알아? 이사랑 같이 클럽에 갈 일이 있을지.”

나는 사장의 말에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목 뒤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웃어?”

“아니 그게 아니라······.”

“맞아. 그렇게 반응하면 아무리 파견이라도 상처받는다고.”

“뭐지? 사장은 내 편을 들어 주는거 같은데 왜 기분이 별로지?”

파견은 의아해하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뒤에, 내게 물었다.

“그런데 내가 어디 갔는 지는 왜 물어?”

“아니, 그냥 새벽에 같이 러닝하다 혼자하니 좀 그래서요.”

내 말에, 주위에서 날 열받게 하는 추임새와 감탄사가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사장의 이죽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둘이 벌써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 그런게 아니라, 혼자 뛰고 있는데 누가 갑자기 저한테 말을 걸었단 말이에요.”

“누가?”

“여기 데이터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대충 둘러댔죠. 근데 조금 조심할 필요는 있을거 같습니다.”

“그렇게 신경쓸 필요 없어. 여차하면 내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 사람이라고 둘러대면 되니까. 오히려 너무 경계하면 의심사기 쉬우니 자연스럽게 해. 자연스럽게.”

사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알바가 말했다.

“짠! 다됐어요! 눈 떠 보실래요?”

알바의 말에 나는 잔뜩 긴장하며 천천히 눈을 떴고,


악마를 보았다.


그 뒤로도, 나는 그 얼굴에 익숙해지기 위해 분장을 한 채로 이런저런 훈련을 해야 했다.

체력단련처럼 땀을 많이 흘릴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분장을 하고 있었다.

파견과 대련을 할때도,

다같이 모여서 작전회의를 할 때도,

발성 및 연기 연습을 할 때도.

그러다 보니, 너무 익숙해져서 잊고 말았다.


내가 변장을 하고 있었던 것을 말이다.


***


아아, 내가 왜 그랬지.

내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신음하자, 내 옆에 앉아있던 사장이 히죽 웃었다.

“괜찮아. 언니한테 얼굴 보였다고 너무 자책할 필요 없어. 조금 경솔한 판단이긴 했지만, 어차피 분장한 얼굴이고 다시 만날 일 없을 테니까.”

“진짜 괜찮아요? 언니가 사장님 집안에 알릴 수도 있잖습니까?”

“비서가 알아서 처리해주겠지.”

사장의 말에, 나를 비롯한 모두는 단단히 안전벨트를 했다.

역시 예상대로 비서의 운전이 난폭해지기 시작했다.

웃으며 차창을 바라보던 사장이, 내게 넌지시 물었다.

“그래서 왜 갑자기 나선거야?”

“두어번 만나서 이야기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말하면 말이 좀 통할 줄 알았죠.”

“전에 언니와 만났었다고?”

“네. 전에 새벽 러닝하다가 만난 사람이 있다고 한 적 있었죠?”

“잠깐, 그게 언니였어?”

“예. 그 뒤로 러닝하고 나서 종종 만나서 이야기했어요.”

내 말에 옆에 앉아있던 파견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러닝할 때? 나랑 같이 했는데 왜 난 못봤지?”

“러닝하고 나서 먼저 돌아가신 후에 저 혼자서 스트레칭 할 때 오더라고요. 그렇게 종종 만나서 이야기했죠.”

내 말에, 사장과 파견, 그리고 운전석 앞에 있는 미러를 보자 비서까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왜요? 뭐 잘못했어요? 전에 사장님이 너무 어색하게 굴지 말라고 했잖아요.”

“무슨 이야기했는데.”

“그냥 뭐, 그냥 이런저런 세상 사는 이야기?”

사장은 보기드물게 심각한 표정으로 차창을 보다가, 나를 돌아보고 웃었다.

“재밌네.”

“······뭐가 말입니까?”

“앞으로 일어날 일이.”

그 말을 신호로, 차가 멈춰섰다. 그리고 비서가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


나와 파견, 그리고 경비는 비서가 문을 열어주길 기다려 차에서 내렸다. 사장은 차 안에서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잘 갔다와. 나는 혹시 모르니 비서랑 여기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까.”

“위험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번화한 도심에서 무슨 짓을 저지를만한 건 우리처럼 정신나간 녀석들 말고 없을걸.”

일 리가 있는 말이네.

나는 양 옆에 파견과 경비를 대동하고 눈 앞의 빌딩으로 향했다.

번화한 도심에서도 두드러질 정도로 근사한, 유리로 된 빌딩이었다.

주변의 시선이 분장 너머로도 따갑게 느껴졌지만, 훈련한 대로 내색하지 않고 빌딩에 들어섰다.

빌딩 내부는 누가보면 어디 5성호텔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화려했다. 사전에 조사한 바로는 입주해 있는 기업도 하나 같이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기업들이었다.

예상대로 입구에서 경비로 보이는 사람이 우리를 제지했다.

내가 턱짓을 하자, 파견이 말 없이 뭔가를 건넸다. 사전에 미리 사장을 통해 받은 블루문 조직의 명함이었다. 그걸 보자마자 경비는 순식간에 안색을 바꾸더니, 안내 센터에 가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동안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시설물 및 통로 등의 위치를 확인했다.

잠시 뒤, 경비가 다가와 말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경비는 공항에서나 볼법한 금속탐지기로 우리의 몸을 수색한 다음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입구의 보안장치를 대신 열어주었다. 그리고 우리를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문이 열리고 최상층의 버튼을 누른 후, 경비는 정중하게 우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나는 인사를 무시하며 엘리베이터의 닫기 버튼을 눌렀다. 통 유리로 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모두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올라가는 동안 사전에 계획했던 내용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했다.

띠링, 하고 조용히 울리는 엘리베이터 소리가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려 주었다.

문이 열리자, 양쪽에 비즈니스 정장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치마가 짧은 옷을 입은 미인 둘이 나와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우리를 에스컬레이터로 안내했다. 올라오면서 나는 여직원들이 차고 있는 명함과 최상층에 있는 회사 로고를 확인했다.


문Moon 컴퍼니.


조사한 결과 블루문 조직의 것으로 판명된 회사였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적인 인재파견회사지만, 실상은 클럽과 같은 곳에 여자를 대주는 일을 하고 있는 곳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최상층에 도달하자, 입구에서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이 우리를 막아 섰다.

그들은 파견이 마찬가지로 명함을 건네자 확인한 뒤에, 다시 한번 금속탐지기로 우리를 스캔하고 휴대폰 배터리를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이유를 묻자 도청 등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우리는 별수 없이 휴대폰 배터리를 넘기고 안쪽에 있는 회의실로 안내했다.


회의실의 탁자와 의자는 딱봐도 고급스러운 원목으로 되어 있었으며, 한쪽은 전부 유리로 되어 있어 도심이 다 내려다보였다.

돈지랄도 이런 지랄이 없네.

나는 그 말을 집어 삼키며, 여직원이 안내해준 대로 바깥쪽에 셋이 나란히 앉았다.

경비는 조용히 회의실의 문을 닫고 나갔다.

회의실에는 나를 포함하여, 경비, 파견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도청의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 건물에 들어와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역시 예상대로 늦는 군.

시간을 지키는게 일반적인 비즈니스 매너였지만, 아마도 일부러 늦게 올 것이라고 사장이 말했다.

사장은 그렇게 말하며 유치한 기선제압인 셈이지, 하고 웃었다.

한 5분 여 지나고나서 회의실 문이 열리고 자료에서 봤던 그 남자가 등장했다.


블루문 조직의 행동대장. 김 철.


사진과 달리, 그는 바짝 깎은 반삭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뜩이나 날카로운 인상이 더욱 험악해보였다.

나보다는 덜하지만.

김 철은 경비 못지 않은 거구의 사내와 함께 성큼성큼 걸어와 우리 맞은 편에 앉았다. 그리고 난 속으로 당황했다.

예상과 다르게 내 맞은 편에 앉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내 맞은 편을 비우고 파견의 맞은 편에 앉았다.


마치, 더 높은 사람이 올 것처럼.


그 생각을 하기 무섭게, 회의실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나타났다.

마치 하회탈 같은 인상을 한 백발의 흰수염이 인상적인 남성이었다.

그 남자는 문 앞에 줄줄이 늘어선 정장을 입은 조직원들을 손짓으로 물러나게 한 뒤에,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를 보자마자 김 철과 다른 한명이 벌떡 일어나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 인사를 무시하며 내 바로 맞은 편에 앉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본인은 블루문 그룹의 회장, 문수한이라는 사람이올시다. 요컨대······.”

수한은 금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 조직 두목이라 이거요.”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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