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자에게는 아내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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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kapo
작품등록일 :
2024.07.23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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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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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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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란지세(累卵之勢), 곧 무너질듯이 아슬아슬한.

DUMMY

잘 닦여진 산길을 수어 대의 마차가 지나간다.

마차에는 족히 식량과 병기 등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적재무게를 초과한 마차가 삐걱거리며 위태롭게 흔들렸다.


‘왜 이렇게 됐더라?’


내 예상대로라면 강무(講武)의 건은 없었던 일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월령이라는 거물의 참가라는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연회 내내 호시탐탐 월령과 친해질 기회만을 노리던 구연휘가 이를 거부할리 만무했다.

결과적으로 어쩌다 보니 이렇게 강무에 참여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정면을 바라봤다.

각종 장식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호화로운 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 강무의 주최자 구연휘는 마차에 딱 붙어서 열심히 말을 걸고 있었다.


멀어서 이야기는 들리지 않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제대로 풀리고 있지 않은 건 확실했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이미 한 번 무시했던 상대다. 월령에게 거대한 심경변화가 있지않는 한 태도가 바뀔 일은 없다.


그렇다고 천(天)까지 올라간 월령이 새삼 소요 따위나 잡는 강무에 갑자기 관심이 생겼을 확률도 거의 없고, 따라서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단 하나.


나다.


연회 내내 나를 바라보던 월령의 눈빛을 떠올렸다.

그건 분명 사람을 관찰하는 눈이었다.


내가 속한 명월가와 월령이 속한 귀영가는 예로부터 교류가 잦았다.

주기적으로 모임을 가져 서로의 역량을 평가하였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많은 난적을 돌파했다. 말하자면 오랜 전우이자 라이벌 비스무리한 관계인 셈이다.


따라서 귀영가의 차기 후계자로서 월령은 궁금했을 거다.

이후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도 모르는 명월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뭐 나야 편해서 좋지만.”


월령의 사망원인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조만간 접촉할 계획이었다.

저쪽에서 먼저 다가와 주는 지금의 상황을 싫어할 이유는 없었다.


마차를 따라 천천히 말을 몰면서 손가락 끝을 바라봤다.

월령의 남은 삶을 알려주는 붉은 실은 그 두께가 점점 얇아지더니 이제는 작은 빛줄기처럼 변해 있었다. 대략 앞으로 2~3주 전후일까.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이번 강무 중에 힌트 정도는 얻고 싶다.


그러한 생각을 하던 그때 묵직하게 굴러가던 마차의 바퀴가 순간 정지했다.

동시에 마차를 호위하던 퇴마사들과 연휘가 전투태세를 갖춘다.


슬슬 시작인가.


“끼에에에엑!”


인근의 수풀이 흔들리며 기괴한 괴성이 고막을 흔들었다.


붉은 그림자 같은 기묘한 생김새를 한 무리가 꾸물거리며 마차로 접근한다.

이 세계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요괴, 홍귀(紅鬼)였다.


등급은 「소요」

그림자를 발톱처럼 만들어서 휘두르는 게 주 패턴이다.

속도도 보다시피 굉장히 느리기에 특징만 알고 있다면 그다지 위험한 요괴는 아니었다.


“나타났구나!”


시작은 연휘였다.


월령에게 계속 무시당하던 차에 잘됐다는 듯이 검을 빼어든 그가 당당하게 홍귀들을 향해 돌격했다. 그로서는 어떻게서든 월령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초조함에서 비롯된 행동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건 상당한 악수로 작용했다.


“뭐가 이렇게 많아!?”


새하얀 영기를 두른 검을 휘두르면서 신나게 홍귀를 베어나가던 연휘의 입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나무들 사이로 붉은 그림자들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 연휘를 뒤따라 전투에 참여했던 퇴마사들 역시 놀라 주춤 물러섰다.


요괴의 생태는 일반적인 자연계의 생태와는 결을 달리한다.

철저한 약육강식(弱肉强食). 상성 관계란 존재하지 않았다.


별다른 힘이 없는 약한 요괴들은 강한 요괴들에게 계속 사냥당했고, 제대로 된 번식 기능이 없는 요괴의 경우에는 멸종까지 치다르기도 했다.


예컨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냐면 지금까지 살아남은 요괴는 강한 요괴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하나씩 지니고 있다는 것.


이번 홍귀(紅鬼)의 경우는 바로 압도적인 개체 수였다.

하나하나의 강함은 「유요」만도 못하지만 저 경이로운 분열 능력이 홍귀를 소요로서 자리잡게끔 만들었다.


“뭐하고 있어!? 와서 도와!”


낭패 섞인 얼굴로 연휘가 소리쳤다.


초보 퇴마사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이거다.

어쩌다 무리에서 떨어진 방랑요괴를 만나, 요괴에 대해 약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


연휘도 아마 과거에 홍귀를 몇 마리 사냥해본 적 있을거다.

약하고 느리고 공격 패턴도 단조롭다. 이까짓게 소요? 진짜 별거 아니잖아?

사실은 나 엄청 강한 걸지도? 라는 착각을 했겠지.


그러나 무리를 지은 홍귀는 수많은 「소요」 중 손에 꼽힐 정도로 까다로운 상대다.

그렇기에 경험이 풍부한 퇴마사의 경우는 홍귀를 대비하기 위한 대비책 하나 정도는 세우고 다닌다.


“폭풍우여 불어라!”


어떤 남자가 노란 부적을 찢으면서 외치자, 그를 중심으로 거센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일정한 주술이 부여된 부적을 찢음으로써 주술의 효과를 얻는 가장 기초적인 퇴마술 중 하나 파부(破符)였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바람의 영향으로 끊임없이 몰려오던 홍귀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그 사이 초반의 돌격으로 흐트러졌던 진열을 다시 갖춘 아군이 조금씩 전장의 흐름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처음에 병신같은 행동을 했던 연휘도 본인의 실책을 깨닫고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지시를 내렸다.


경험이 아직 부족할 뿐 능력 자체가 떨어지는 것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정신을 차린 아군의 대활약으로 요괴의 습격을 물리쳤다.

...라는 이야기였으면 참 좋았겠으나, 사실 상황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았다.


조금 전의 부적을 비롯하여 각종 주술도구들을 총동원하며 싸워도 홍귀의 숫자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싸우던 아군들도 슬슬 체력의 한도에 도달했는지 점차 움직임이 굼떠지기 시작했다.


‘이상한데?’


홍귀가 아무리 무식한 물량이 특징인 요괴라고는 해도 한도가 있다.

기껏 많아 봐야 수백 정도, 그런데 지금은 쓰러트린 홍귀의 숫자만 해도 천을 훌쩍 넘었다. 결코 평범한 상황이 아니었다.


“후퇴! 후퇴하라!”


연휘 역시 홍귀의 숫자를 보고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후퇴를 종용했다

그러나 사방에서 몰려든 홍귀로 인해 퇴로는 이미 막혀있는 상태였다.


“제길!”


낭패 섞인 얼굴로 연휘가 욕설을 내뱉는다.

이대로는 강무(講武)가 있을 장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전멸하게 생겼다.


‘도와줘야 하나?’


갈등했다.


사실 홍귀에게는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했다.

그것을 잘만 이용한다면 별다른 희생 없이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처음부터 나서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쓸데없이 눈에 띄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홍귀의 약점을 알고 있는 건 나뿐이라는 거다.


매해 꾸준히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홍귀는 나라에서도 꽤 큰 골칫거리다.

소탕을 하려고 해도 워낙에 넓게 퍼져있는 데다가 한 마리만 놓쳐도 곧장 수백 마리가 돼서 돌아온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홍귀를 물리칠 수 있는 약점을 밝힌다?


분명 알게 된 경위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으려 할 것이 분명했다.

틈만 나면 황궁으로 불려가고 그러겠지.

그건 결코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영파소화(靈波燒火).”


그러한 고민은 돌연 치솟은 푸른 화염에 의해 사라졌다.


시리듯이 차가운 얼음과 같은 색을 한 불꽃이 붉은 그림자로 가득했던 숲을 삽시간에 뒤덮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게 전진하던 홍귀들이 혼비백산하여 사방으로 달아난다.

그러나 한번 피어난 불꽃은 결코 사냥감을 놓치는 법이 없었다.


여기서 신기한 점은 불에 타기 쉬운 나무나 풀이 가득한 숲임에도 불꽃은 옮겨붙는 일 없이 오로지 홍귀만을 태웠다는 점이었다.


“잠시 실례하도록 하지.”


불꽃의 주인, 월령이 마차에서 내려 모습을 드러냈다.

차가운 눈으로 비명을 지르는 홍귀를 훑어보는 월령의 새하얀 손목에는 푸른 불꽃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마(魔)를 쫓아 마(魔)만을 불태운다는.

귀영가의 절기, 멸화(滅火)였다.


그렇게 홍귀가 물러간 이후 일행은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기존에 계획했던 강무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아니었고, 나와 똑같이 홍귀들의 이상 패턴을 파악한 월령이 조사하기를 원했던 탓이었다.


홍귀는 개체 수가 일정 이상 쌓이면 서식지를 옮기기 위해 단체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특유의 느린 속도와 약한 힘 때문에 마을이 통째로 멸망한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대신 그들이 지난 밭이나 논은 확실하게 망가진다.


대부분의 백성 중 절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현시대에 있어 작물의 수확량이 줄어든다는 건 곧 나라의 재정과도 연결되는 심각한 문제였다.


“무리한 부탁이었을 텐데 들어줘서 고맙군. 이 사례는 언젠가 하도록 하겠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말로만 들었던 귀영가의 절기를 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과찬이다.”


홍귀와의 전투 이후 마차에서 나온 월령의 옆에 늘 그렇듯 연휘가 붙어있었다.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그가 무슨 말을 하던 무시로 일관하던 월령이 단답형이기는 해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진짜로 훌륭했습니다! 그 징글징글하게 많았던 요괴 새끼들이 손을 이렇게 촥! 뻗으니까 한방에 쓸려나가는 게 얼마나 속이 시원하던지! 소인, 자칫했으면 바지에 지릴 뻔했습니다.”


“그대는 그 싼 티 나는 말투 좀 어떻게 안 되겠나? 아씨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잖소.”


“본인은 괜찮다. 오히려 지금까지 딱딱한 말보다 듣기 편해서 좋군. 그대들도 조금은 편하게 말해보는 게 어떻겠나? 계속 듣고 있자니 팔에서 닭살이 돋을 지경이다.”


월령의 말에 떠들던 이들이 순간 놀란다.

그 월령이 농이라니, 연회장에서 보였던 월령의 태도를 보면 쉽사리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또 홍귀들이 습격할지도 모른다. 조금만 서두르지 않겠나?“


놀라서 멈춰선 이들을 월령이 부드러이 재촉한다.

어느새 일행의 중심은 연휘에서 월령으로 바뀌어 있었다.


본인의 자리를 빼앗긴 셈이었으나, 의외로 연휘는 그렇게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월령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겠지.


월령의 태도가 갑자기 부드러워진 것도 나름 수긍이 갔다.

자칫 주도권을 빼앗겨 반발심을 느낄 수 있는 연휘를 달래기 위한 일종의 회유책이겠지.


‘확실히 명문가는 다르긴 하네.’


저 연휘라는 남자의 정치력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월령과 비교할 바는 아니었다.

정치의 기본은 상대의 기분을 해치지 않으면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월령의 현 대응은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했다.

뭐, 조금만 더 태도가 살가웠다면 만점을 줄 수 있었겠지만.


“여기인가?”

“네, 그렇습니다만...”


산의 정상을 목도한 연휘의 말끝이 흐려졌다.

강무(講武)에 쓰일 예정이었던 유요와 소요들이 모조리 죽어있었던 까닭이었다.


강무(講武)의 기본적인 진행방식은 다음과 같다.


1. 사전에 유요와 소요들을 적정 수 포획한다.

2. 포획한 요괴에 부적을 붙여 무력화를 시킨다.

3. 주변에 철저하게 결계를 쳐서 빠져나갈 구멍을 봉쇄한다.

4. 부적을 떼는것과 동시에 사방팔방으로 도망치는 요괴들을 퇴마사들이 사냥한다.

5. 사냥한 요괴 수로 경쟁을 벌인다.


그러나 정작 정상에 올라와 보니 요괴들은 무언가에 찢긴 듯 처참하게 죽어있었다.

그들을 봉인했던 부적에도 같은 흔적이 남은 것을 보면 이건 동일범의 소행이었다.


“모두 잠시 여기서 대기.”


굳은 표정의 월령이 지시를 내린다.


우리들이 있는 대하산(大蕸山)은 사실 보기보다 안전한 지대이다.


수도와 제일 가까운 산이기에 위험한 요괴가 등장하면 곧장 토벌령이 내려지는 데다, 또한 먼 옛날부터 강무 등의 중요한 행사가 있을때마다 자주 쓰이던 장소기에 개발도 다른 산에 비해 잘 되어있다.


이 대하산에서 볼 수 있는 요괴라고 하면 조금 전의 홍귀처럼 아예 절멸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가 많거나, 다른 요괴들과의 영역싸움에서 밀려난 약한 요괴들밖에 없다.


“「흑랑」의 소행이라고 생각하옵니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다.”


월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에는 상당히 길면서 윤택이 반짝이는 검은 털이 한 가닥 잡혀 있었다.


흑랑.

이름으로도 유추할 수 있듯이 검은 털을 가진 늑대다.


거대한 몸집과 강철도 종이 마냥 찢어버리는 날카로운 발톱이 특징이며, 등급은 대요에 가까운 「중요」. 퇴마사가 비교적 적은 지방에 나타났다면 마을 하나쯤은 붕괴시킬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강대한 요괴였다.


“아직 피가 굳지 않았군.”


월령의 말처럼 죽은 요괴들은 아직도 따뜻한 온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 말은 즉 흑랑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것.


월령의 말을 들은 일행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중요 중에서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흑랑이 이곳에 있다면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한 그들은 변변찮은 저항도 못 한 채 늑대 밥이 될 게 뻔했다.


“내려가서 도움을 요청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건 무리다. 아무리 빠르게 내려가도 뒷덜미를 잡힐 거다.”

“그럴수가.”

“그대들은 여기서 결계를 친 채 기다리도록. 내가 찾아서 토벌하고 오겠다.”


지시를 내린 월령이 타고 있던 말에서 내렸다.


정말로 흑랑이 나타났다고 한다면 말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전력을 낸 흑랑은 말보다 수배는 빠른 속도를 자랑하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좋은 판단력이야.’


월령의 행동을 지켜보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흠잡을 것 하나 없이 완벽한 지시였다.


홍귀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리던 것도 그렇고, 확실히 경험이 많은 티가 풍겼다.


그렇기에 의문이었다.

대체 앞으로 무슨 요괴가 등장하기에 이토록 노련한 퇴마사가 죽게되는걸까.


“그럼 다녀오겠다. 혹시라도 2각 이내에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 호각을 불도록.”


나무로 만들어진 호각을 연휘에게 건넨 월령이 수풀쪽으로 몸을 돌렸다.

무거운 무언가에 잔뜩 짓눌린듯한 풀숲은 흑랑이 있을 위치를 알려주고 있었다.


월령의 모습이 수풀속으로 사라지고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들 속에서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흑랑은 강대한 신체능력과 뛰어난 지능으로 유명한 요괴이다.

한 번 포착한 사냥감은 결코 놓치지 않으며, 사냥을 할 때는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흔적을 남기면 이를 발견한 퇴마사가 자신을 잡으러 올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지금처럼 모든 요괴들을 찢어발긴다는 눈에 띄는 행동은 흑랑스럽지 않다.


‘뭔가가 마음에 걸려.’


기묘할 정도로 많았던 홍귀의 무리, 예상치도 못한 흑랑의 출현.

이 모든 것들이 이후 이어질 월령의 비극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고삐를 잡아당겼다.

여유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던 말이 요란하게 울부짖었다.


“뭐, 뭐하시는겁니까!?”


멀리서 결계를 치던 이들이 놀라서 이쪽으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개의치 않고 말의 옆구리를 강하게 발로 찼다.


“봐야겠어.”


갑작스러운 고통에 흥분한 말이 월령이 사라진 수풀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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