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렙 숨기고 꿀 빠는 9급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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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세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26 09:46
최근연재일 :
2024.08.17 21:2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7,130
추천수 :
296
글자수 :
125,560

작성
24.07.26 12:40
조회
644
추천
21
글자
5쪽

프롤로그

DUMMY

“크하하하!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용사여!”


진부한 대사를 늘어놓는 놈의 정체는 마왕이었다.


띠링!


익숙한 상태창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왕의 스펙이 주르륵 나열되기 시작했다.


[진명] : 아스타로트

[명칭] : 마왕, 암흑 군주, 대륙에 내린 최악의 재앙

[특능] : 암흑 군단 소환, 암흑 군단 지배, 암흑 군단 성장, 암흑 군단······

.

.

.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떠오른 항목.


[레벨] : 99


“!!”


지금도 주절거리고 있는 놈의 레벨은 99, 이 세계 시스템의 한계에 다다른 수치였다.


다만 놈에게는 안타까운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뭐냐하면······.


“용사여! 이제 너와 나는 대륙의 명운을 걸고 최후의 전투에 돌입할 것이다. 인간들의 마지막 희망인 너를 죽이고······!”

“소멸(elimination).”

“응?”


키이이이잉!


내 손끝에 모이는 엄청난 기운에 마왕이 기겁해서 소리쳤다.


“마, 말도 안 돼! 인간이 어떻게 이런 힘을······!”


츠팟!


순간 번쩍이는 빛무리가 마왕을 집어삼켰다. 이윽고 빛이 사라졌을 때, 허공에는 마왕 대신 작은 돌멩이 하나만이 남아 있었다.


톡, 톡, 데구르르······.


저벅저벅 걸어간 나는 돌멩이를 꾹꾹 밟아서 으깼다. 잠시 후 청량한 소리가 울렸다.


띠링!


[마왕을 무찔렀습니다!]

[200,000,000exp를 얻었습니다!]

[999,999,999 골드를 얻었습니다!]

[마왕 슬레이어 칭호를 얻었습니다!]

.

.

.


엄청난 보상이 뒤따랐으나 내게는 별 쓸모없는 것들이었다.


특히 경험치가 그랬다. 내 레벨은 만렙을 넘어선 진정한 한계치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진명] : 최민혁

[명칭] : 용사, 대륙의 빛, 최후의 수호자

.

.

.

[레벨] : 999 (마스터)


“!!”


그렇다. 내 레벨은 999. 대륙에 강림한 마왕보다 정확히 900 높은 수치였다. 처음부터 허무한 싸움이었다는 소리다.


[이세계 용사로서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임무 완수 보상을 선택해주세요. 전설적인 아이템과 새로운 능력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환상적이고 놀라운······]


발랄한 시스템의 음성을 끊으며 말했다.


“돌려보내 줘.”


[······.]


시스템은 잠시 말이 없었다. 전과 다른 무뚝뚝한 기계음이 이어졌다.


[원래의 세계로 귀환을 선택하셨습니다. 이 항목 선택 시, 안타깝지만 모든 능력을 잃게 됩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YES or No


커서처럼 반짝이는 메시지가 눈앞에서 빙글거렸다. 마치 놀리는 듯한 광경에 나는 주저 없이 선택했다.


“YES.”


[······.]


“예스라니까?”


[다시 알려 드리겠습니다. 원래 세계로 귀환 시 모든 능력을 잃게 됩니다! 선택을 번복하시겠다면······]


“예스, 예스, 예스!! 예스라고!!!”


이곳에 떨어진 지도 어언 20년.


그 기나긴 투쟁의 역사가 눈앞을 스쳤다. 마왕의 부하들은 너무 많았고, 그에 비해 아군은 너무 적었다. 하루하루가 목숨을 건 전투의 연장선이었다.


‘물론 그런 과정을 통해 999레벨을 찍은 거긴 한데······.’


싸울 만큼 싸운 나는 용사의 삶에 완전히 질려버렸다.


세상을 구하면 뭐하나? 축하해 줄 사람도, 같이 기뻐할 사람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은데.


무엇보다 가족들이 보고 싶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 있을 진짜 내 가족. 친한 친구와 지인. 심지어 직장 동료들까지도.


“돌아가겠어.”


단호한 말에 시스템이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귀환을 진행합니다. 카운트다운. 10. 9. 8. 7. 6······]


조금 갑작스러웠지만 나는 두 팔을 쫙 벌렸다.


목을 꺾어 하늘을 바라보자 이세계 특유의 푸른색 태양이 보였다. 청염으로 불타오르는 구체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지겨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정든 세상이었다.


“···잘 있어라. 모두들. 이제 마왕도 없으니 잘들 살아.”


[카운트다운 완료.]


파아앗!


아까 소멸 마법을 썼을 때보다 더한 광휘가 터졌다. 엄청난 현기증이 엄습했다.


*

*

*


눈을 떴을 때, 나는 딱딱한 지면을 밟고 서 있었다.


위이이잉ㅡ


“이 소리는······!”


복사기 돌아가는 소리가 이리도 반가울 줄이야. 여기는 현대가 확실했다.


‘근데 언제, 어디로 돌아온 거지?’


천천히 고개를 숙이자 내 목에 걸린 9급 공무원증이 나를 반겼다.


「광락동 행정복지센터 최민혁.」


내 소속과 이름이 적힌 명찰이었다. 표면이 반질거리는 걸로 보아 발령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듯했다.


‘그럼 이세계에 떨어진 시기보다도 한참 전인데.’


어쨌든 나는 돌아왔다. 999레벨 마스터에서 9급 공무원으로.


비록 용사로서의 모든 능력은 잃었지만, 그 대신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우우웅!


몸속에서 용솟음치는 마나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거 안 없어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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