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동물원 수호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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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동규카츠
그림/삽화
규동규카츠국수
작품등록일 :
2024.07.26 12:14
최근연재일 :
2024.09.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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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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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 낯선 조우_2

DUMMY

신의 동물원의 수호신으로 해야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을 맞추는 거다. 세상으로 내려야 할 영혼들을 잊지 않고 내리며, 각 지역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돌봐야 한다. 무엇보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영혼을 보호하는 것도 수호신의 중요 업무 중 하나다. 사실 균형 맞추는 것엔 큰 문제는 없었던 것이 이곳은 중립 지대와 같아 외부의 위협이 없었다. 허무의 아이의 존재는 이곳 뿐 아니라 잊혀진지 오래된 존재였다.


하이에나 무리를 찾아가기 전에 미영 쌤에게 전화를 했다.


“미영 쌤. 요즘 별 문제는 없죠?”

“선생님! 왜 안 와요? 여기야 별 일 없죠.”

“생각보다 일이 좀 오래 걸릴 거 같네.”

“많이 오래 걸려요?”


미영 쌤의 아쉬운 목소리가 전화 넘어 들려왔다. 다행이다. 만일 어떤 문제라도 생겼다면 아쉬운 목소리가 아니라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을테니까.


“그리 오래 걸릴 거 같진 않아요. 무슨 일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고.”

“네! 잘 지내고 있을게요.”


여튼 언제나 해맑다니까. 정말 허무의 아이가 다시 나타난 걸까. 그를 직접 대면한 적은 한번도 없다. 나도 수호신 선배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을 뿐이다. 수호신의 역활을 인수인계 해줬을 때였다.


“신이 흩어진 괴로움들을 모아 영혼에 가두고 있을때 허무의 아이는 자취를 감췄다.”

“그러면 문제 없는 거 아닌가요?”

“보이지 않는 위협이 가장 위험한거지. 멍청아.”

“허무의 아이가 뭔지도 모르는데 그게 위협인지 제가 어떻게 압니까?”

“넌 참 편한 세상에 사는 줄 알아라.”


선배는 한심하다는 듯 처다봤다. 키는 컸고 호리호리한 체형이었던 선배는 항상 흰 옷을 즐겨 입었다. 산양의 얼굴을 했던 선배는 몸은 사람이었다. 하얀 도포였는데 생각해보면 도포를 입는건 그 옛날 사람들 특인가. 여튼 선배는 허무의 아이에 대해 이야기 해준 건 그때가 전부였다.


“신이 처음 창조한 그를 닮은 이였다. 나도 잘 아는 건 없어. 내가 신입일 땐 한창 마무리 정리를 하고 있었을 때였거든. 확실한 건 그 아이는 입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그의 뜻을 전하는 대언자를 함께 데리고 다니는데 그가 닿는 모든 것은 재가 된다고 하였어. 그는 자취를 감춘 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신의 모든 것을 뻇앗으려 했지만 결국 지하 세계에 갖혔다고 했지.”

“지하 세계라면 우리가 있는 이 땅 밑에요?”

“지하라는 건 어디까지나 메타포지. 정확히는 나도 잘 몰라. 그저 더이상 활동하지 못하게 그를 가뒀다고 들었다.”

“결국 그럼 선배도 허무의 아이가 뭔지 모르는 거 아니에요?”

“여튼! 언젠가 다시 이곳이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외부 위협으로부터 이곳을 잘 지키는 게 우리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중 하나라는 것이 중요한거야.”


신의 동물원을 만들 초창기부터 있었던 선배는 어느 날 갑자기 상부의 부르심에 떠났다. 그 후로 몇 번 연락이 되었다가 소식이 끊긴지는 수백년이다. 그 선배. 갑자기 생각나네. 잘 지내시려나.


허무든 뭐든 내게 중요한 건 이 모든 일을 빠르게 끝내고 업경대를 손에 얻는 것이다. 내겐 찾아야 할 전생이 있으니까. 그래. 이럴수록 내가 해야할 일들에 대해 생각하자. 심호흡을 깊게 한다.


하이에나는 모계 중심 사회를 이루고 있다. 여성 리더가 이끄는 조직으로 조직 내 구성원 능력에 따라 성과와 보상이 확실한 조직이다. 자존심이 강한 이들이 많고 성격도 불 같다. 이들을 만나러 갈 때마다 꽤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평안하게 쉬라고 하는데도 낯선 것을 보면 이빨을 드러내는 게 영 불편하다.


“이들의 상처는 오래되었다.”


대지의 배꼽이 초원 가운데에 있듯, 내가 수호신으로 눈을 처음 뜬 곳도 이곳 초원이었다. 그런 나를 선배는 이끌고 다니며 각 영혼들의 사연에 대해 알려주곤 했다.


“하이에나를 이슬람 지역에선 악령을 퇴치하는 존재로 여겼지.”


밤에 마치 누군가를 비웃듯 울어대는 하이에나를 옛 중동 사람들은 귀신과 싸운다 생각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선 인간의 정신병을 치료할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랬기에 하이에나는 어릴때부터 철장에 사육되어 구마 의식에 쓰였는데 대부분 하이에나 몸에 상처를 내서 울부짖게 했다. 구마 의식은 둘 중 하나로 끝났다. 하이에나를 죽이거나 병자가 물려 죽거나. 그 어떤 경우든 하이에나는 죽어야 했다.


”그런 사연인진 몰라도 하이에나는 매번 누구에게나 적대적이야. 특히 인간에게.”


그러니 너는 왠만하면 하이에나 만나는 건 정령들에게 맡기라는 것이 선배의 조언이었다. 나름 그 조언대로 잘 살아오고 있다 생각했는데 이젠 선배의 조언을 뛰어 넘을 때가 온 듯 하다.


“?“


하이에나 무리가 있을거라 했던 곳엔 피가 낭자했다. 신의 동물원에선 서로 싸우는 일은 거의 없다. 포식자 동물이라 할지라도 누군가를 물거나 상하게 할 일은 없다. 그런데 하이에나가 있어야 할 곳에 피가 묻어 있었다. 좀처럼 맡을 일 없었던 짐승의 냄새가 났다.


“끔찍한 일이었죠.”


멍하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처다보고 있는데 땅 속에 숨어 있던 고슴도치가 뾱 하고 올라왔다.


“어찌된 일인지 아는가?”

“봤지만 보았다 믿고 싶지 않은 일들이었죠.”

“말해 줄 수 있겠느냐.”

“무리 우두머리 하이에나를 인정하지 않는 반대세력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서로 이를 들어내며 싸웠죠. 뼈를 꺽고, 살을 씹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무리 우두머리는 처음엔 몸으로 막으며 제지하려 했지만 반대새력이 이를 들어내며 무리를 다치게 하니 그녀도 결국 이를 들어내고 서로 싸웠습니다.“

”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그들이 어딜 향해 갔는지는 저도 알 수 없는 일이지요.”

“고맙구나. 너희 무리는 어디가고 홀로 있느냐.”

“저희는 원래 홀로 다닙니다. 누구를 의지하지 않죠.”


영혼들의 원하는 바를 그대로 행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 신의 뜻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무리를 지어 지넀기에 낯선 일이다. 이곳은 정말 알 수 없는 곳이군.


하이에나 무리 우두머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허무의 아이. 그는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허무와 공허의 감정을 세상에 풀어 버린다. 그 감정이 내려 앉는 영혼을 조종해 그의 뜻을 이뤄간다. 반대세력이 일어나 일어난 일들은 허무의 아이의 장난과 유사했다. 반대세력을 주동한 자를 얼른 찾아 대처를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대로 놔두면 불만과 슬픔의 감정이 세상에 더 퍼지게 될 것이다.


핏자국을 따라 갔다. 코를 찌르는 짐승의 냄새.


“허무의 아이가 있는 곳엔 짐승의 비린내가 난다고 하더라.”


선배가 알려준 허무의 아이에 대한 정보였다.


“짐승의 냄새가 뭔지 우린 모르잖아요?”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기분 나쁜 냄새가 난다면 그것이 곳 짐승의 냄새라 생각하면 되겠지.”

”그것도 말 되네요.”

“언제나 유연하게 생각해야 해. 사실 이곳에서 영혼을 위로하며 삶을 지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거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걸 다 내가 이겨낼 수 있을거라, 대비할 것이라 생각하는건 내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최대한 대비할 수 있게 메뉴얼이라도 준비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처음 수호신의 일을 인수인계 받을 때 가장 황당했던 것이 메뉴얼이 하나 없었단 거다.


“메뉴얼 있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 나라고 안 만들어 봤겠니. 만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바뀐 상황에 맞춰 수정해하는데 그게 나중엔 일거리의 전부가 된다니까.”


선배는 웃었다. 너도 나중 일을 하다보면 스스로 알게 될 거다. 일을 이루는 힘은 너를 스스로 믿을 때 되는 거라고,


“선배. 보고 싶네요.”


피 흔적을 따라 가지만 과연 이 길 끝에 무리 우두머리를 만날 순 있을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미영 쌤도, 수많은 정령들도 곁에 없었다. 나는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 이 길 끝엔 과연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가.


얼마나 걸었을까? 피 흔적이 끊겼다. 근처를 둘러보니 힘들게 숨을 쉬고 있는 한 하이에나가 엎드려 수풀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대여. 괜찮은가.”

“···.”


하이에나는 말 할 힘도 없다는 듯 몸이 축 처져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내가. 내가 지금 응급조치는 취해줄게. 조금만 더 힘을 내. 곧 병원도 데려다주고. 곧 다시 나을거야.”


지친 영혼은 나를 바라봤다.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고 긴 숨을 내쉬었다. 다친 하이에나는 작은 여자 아이의 영혼이었다. 수호신의 자격으로 한번씩 영혼의 전생을 열어 보곤 한다. 영혼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을 때 최후로 쓰는 방법이다.


“작은 아이구나.”


여기저기 상처 입은 하이에나 무리 우두머리는 작고 아담한 여자 아이었다. 온 몸 이곳 저곳에 날카로운 상처가 났다. 이리 작은 아이가 어찌된 연유로 이곳까지 왔을까. 조심히 안아 등에 업었다. 적어도 이 아이는 이번 균열과 아무런 상관이 없기를 바라야겠다.


“아빠?”


아이는 등어 업힌 체 나지막히 말했다.


“그래. 아빠다. 이제 집에 가자.”

“아빠···. 왜 이제와? 아빠. 어디갔었어.”


영혼을 전생의 모습으로 돌려놓으면 그들은 대부분 인간 세상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추억하게 한다. 그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때 그 감정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하는 것이다.


아이는 등에서 흐느끼는 듯 했다. 이 작은 아이가 어떤 슬픔을 이고 이곳까지 왔을까. 왔던 길을 달려 병원으로 가야 했다. 아이는 뭐라 이야기를 했지만 귀에 담기지 않았다. 아이를 살려야 했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정말 병원으로 가면 이 아이를 살릴 수 있는가. 처음 겪는 상황에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도 뜻을 알 수 없는 말들을 계속 되뇌며 달렸다.


“너무 고생 많았어. 그동안 수고했어. 우리 조금 있다 정말 푹 쉬자. 조금만 더 힘내.”


아이 맥박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작가의말

오늘 점심은 돈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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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 망했는데요. 싹다 끝났어요. 저는 이제 그냥 갈랍니다. 포기할라요. NEW 6시간 전 2 0 12쪽
17 16. 네? 제가 가서 뭘 하라고요? 24.09.13 8 0 11쪽
16 15. 산양 선배는 음매하고 운 적이 없다. 24.09.11 6 0 12쪽
15 14. 하이에나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거야? 24.09.09 7 0 11쪽
14 13. 상부의 부름 24.09.04 8 0 11쪽
13 12. 기원_2 24.09.02 9 0 8쪽
12 11.기원_1 24.08.30 10 0 7쪽
» 10. 낯선 조우_2 24.08.29 9 0 11쪽
10 9. 낯선 조우_1 24.08.26 8 0 12쪽
9 8.신의 명부는 가끔 바뀌기도 한다 24.08.23 10 0 12쪽
8 7.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속사정_2 24.08.16 8 0 14쪽
7 6. 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사정 _ 1 24.08.14 11 0 16쪽
6 5.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2 24.08.13 12 0 12쪽
5 4. 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1 24.08.09 15 0 12쪽
4 3.고양이는 야옹하고 울지 않는다. 결코 니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을거야 24.08.05 14 0 12쪽
3 2. 신의 직장은 없다. 그저 야근만 없으면 감사할뿐 24.07.31 18 0 12쪽
2 1. 사람이 죽으면 생전 닮은 동물의 모습으로 환생한다. 24.07.29 25 0 8쪽
1 프롤로그_신의 동물원 24.07.26 24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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