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동물원 수호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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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동규카츠
그림/삽화
규동규카츠국수
작품등록일 :
2024.07.26 12:14
최근연재일 :
2024.09.20 12:21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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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6,795

작성
24.09.0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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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3. 상부의 부름

DUMMY

“아이는 무사해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다행이다. 초원을 한걸음에 달려 온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초원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적을 저는 본 적이 없어서요.”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뭔가 잘 못 틀어진 느낌이야. 구악 선생님은 어때?”

“저도 처음보는 증상이에요. 마치 불에 탄 재처럼 새카맣고 말라 있는데 어떤 약을 써도 좀처럼 회복 되지가 않아요. 더 심각한건···.”


의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불길한 예감이 스친다.


“마치 향 타듯··· 점점 더 말라가고 있어요. 마치 이대로 가면 전신으로 퍼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될 정도예요.”

“···.”

“그래도 그나마 단서가 될 것이 있다면 다친 팔등 위에 살이 찢어진 흔적이 있었어요. 마치 칼로 베인듯한 상처 말이죠. 혹시나 도움이 되실까 해서 말씀드립니다.”


의사는 아이가 기운 차리고 일어나기까진 좀 시간이 걸릴거라 했다. 오래도록 끼니를 챙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병원을 나오니 콧수염 사자 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끊었다던 담배를 물고 있었다. 상부는 새로운 일이 생기는 것 자체에 피로함을 느낀다. 우리에겐 매번 있는 일들인데 말이지. 어디가나 공무원들은 보수적인건 어쩔 수 없다니까.


“잠시 시간되는가?”

“시간 안된다 하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대려가야 하겠지?”

“아직 저도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없어 드릴 말씀이 없어요.”

“그래도 이야기라도 나누면 좋지 않겠는가.“


부장은 커피 한 잔을 건넸다.


“마셔봐. 마시고 나면 그래도 정신이 좀 깬다니까.”

“아직도 이상한 식물들 가져와서 키우는 중이에요?”


생긴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부장은 가끔 이생에 내려가 모종을 하나씩 들고 오는 취미가 있다. 예전에 한번 신기한 열매 나무를 가져왔다고 했는데 그게 커피였다.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살 맛 나지. 웃기지 않는가. 저곳 사람들은 이런 검은 물 마시면서 스스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니까. 그들 나름대로 삶을 살아갈 이유를 찾고 있어.“

“그러네요. 재밌네요.”


윽···. 쓰다. 몇 번 권해서 마신다만 내 마음에 들진 않는 맛이다.


“그치? 재밌지? 저 세상엔 별의 별 재밌는 일들이 많아. 사람들 살아가는 것을 보면 심심할 틈이 없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입니까. 계속 말을 돌리시는데.”

“너. 이생에 내려가고 싶다고 했지? 이번에 한 번 다녀와라.”

“네?”

”너가 너 일 시킬 후임들 직접 가서 찾아온다고 했었잖아. 이번에 다녀오라고. 특별히 허락받았네.”


저 콧수염 부장이 아무런 이유 없이 잘해주는 일은 없다.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토록 보내달라 할 땐 모른척하다가 하필이면 지금 이때?


“왜 하필 지금인지 물어보면 답 해주실 겁니까?”

“무슨 목적이 있겠어. 니가 요즘 많이 일이 힘들어 보이니 그러는거지.”


그러면서 껄껄 웃는 부장. 혹시 아직 구악 선생 일을 모른는 걸까? 아니다. 그럴리는 없다. 오히려 그 소식을 듣고 왔다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그렇다면 왜 내게 지금 이생으로 다녀오라 하는 걸까? 왜 하필 지금 이 순간에 동물원을 잠시 떠나라 하는 것인가. 가장 긴급할 때인데?


침묵이 흘렀다. 아마 부장은 내가 없는 동안 동물원 감사를 진행할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목적이 나를 내치려는 것인가 아니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인가. 매번 있는 흔한 일이다.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 소재를 찾고 책임자 옷을 벗겨 일을 마무리 짓는다. 900년 살아오면서 이런 일 한 두번 본 게 아니다. 그리고 그만큼 나도 호락호락 하진 않다고!



아직 판단이 서질 않는다. 시간을 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조금 급작스럽긴 하네요. 이번 초원에서 일어난 사건도 있고 아직 정리해야할 것들이 남아 있어서요.”

“나도 물론 당장 떠나라는 건 아니네. 당연히 준비가 필요하겠지. 여튼 준비가 되면 상부에 보고만 잘 해주고 떠나라고. 이미 삼도천에도 관련 행정서류는 다 넣어 두었네.“


부장을 할 말을 다 마쳤는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부장님.”

“왜 그러는가?”


꺼림직하다. 필요해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이유를 만든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고 은연 중에 싫다고 표현하면 분명 내게 선택권조차 없는 상황을 만들어 몰아낼 지도 모른다. 섵불리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린 느낌이다.


“아닙니다. 그냥. 고마워서요.”

“별. 싱겁긴. 나중 커피 더 마시고 싶으면 말해. 이번에 커피 열매가 많이 열려서 많이 담아 줄 수 있으니 말이야.”


부장이 멀리 떠나는 것을 확인한 후 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분간 자리를 비울 때 어떤 일이 생길지 예민하게 체크할 필요성을 느꼈다.


“별 일 없지?”

“네. 언제나 동일하죠.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니야. 내가 직접 가서 이야기하지. 우선 정령들 회의를 소집해줘. 늦지 않게 바로 갈테니 최대한 빠르게.”

“문제 없습니다.”

“그리고 혹시 초원에선 더 다른 일 들어온 건 없지?”

“네. 그 부분은 까마귀들을 통해 일을 맡겨 더 조사해보라 했는데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없어요. 정말 말 그대로 입니다. 너무 고요합니다.”

“하이에나들은?”

“그들도 보이지 않아요. 마치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 고맙다.”


마치 그날이 꿈처럼 그 후에 어떠한 일도 벌어지지 않고 있다. 지금으로선 어린 소녀 영혼이 얼른 치료 받고 깨어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그 당시 사건을 아는 이는 현재로선 아이가 유일하다. 이 자가 깨어날때까진 초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선 신경을 잠시 끄기로 했다. 머리만 아플 뿐, 해결될 것은 없기에.


“쌤. 모두 모였어요. 그런데 너무 오랜만 아니에요? 바쁜 건 알지만 그래도 연락 정도는 자주 해주면 좋잖아요!”


미연 쌤은 반가움 반 서러움 반이다. 회의실 문 앞에서 서 있었는데 얼른 오기를 기다린 듯 하다. 그녀는 내 얼굴 이곳저곳을 뜯어보듯 빤히 바라본다.


”걱정이 많아 보여요. 쌤. 힘들고 어렵다면 언제든 제게도 기대세요. 준비되어 있답니다.”


가슴을 열고 양 팔을 뻗는 그녀. 고맙다만 기분 좋은 허그는 나중에 하자고. 머리를 쓰다듬고 함께 회의실로 들어간다.


“총 9명 중 사유 불참 1명. 현재 8명 모두 도착했습니다.”


규현은 안경을 치켜 세우며 모든 인원수를 점검했다. 동물원의 정령은 모두 아홉이다. 각각 소, 강아지, 독수리, 고양이, 부엉이, 사슴, 수달, 호랑이, 코끼리 정령이다. 이들이 가장 동물원에 많이 들어오는 영혼의 형태다. 오늘은 구악 선생이 빠졌으니 모인 이들은 총 여덟이다.


“매번 수고가 많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 이렇게 한 곳에 모은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괜찮아요. 이렇게 모여 볼 수 있으니 좋은걸요.”


가영 쌤은 특유의 해맑은 미소로 답했다. 상대를 안심시키는 능력에 탁월한 그녀다. 정령들은 각 모습에 따라 능력도 성격도 다 다르다. 나름의 전문화라고 해야 하려나.


“어떤 일인지 궁금하네요. 보통 이렇게 긴급하게 모이는 일은 지금껏 거의 없었으니까요. 사실 조금 불안하기도 하고요.”


사슴들의 정령 미오 쌤은 눈이 이미 동그랗다. 사슴 눈을 뜨고 처다본다는 것이 저런 걸까. 조그만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는 그녀는 연신 종이를 잘근잘근 찢고 있었다. 긴급 모임을 제일 싫어하는 정령이다. 아마 오늘 회의 후에도 건의사항을 잔뜩 써서 보낼지도 모른다. 물론 그럴 시간이 있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요즘 통 모이지 않았던거 같기도 해서요. 서로 현황 공유를 해도 좋고요.”


웅성웅성이던 회의실은 호랑이 정령이 큼큼 거리며 눈치를 주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그는 모두가 조용해진 것을 확인하곤 내게 말하라고 눈짓을 한다.


“이미 들으신 분도 있을 겁니다. 오늘 구악 선생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는데요. 현재 입원 중에 있습니다. 아직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더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핵심은 우리 동물원 안에 사건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났다는 건···.”

”조만간 감사가 들어오겠군요.”


부엉이 정령 규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행정적으로 일이 생기면 가장 많이 피 보는 쪽은 아무래도 규현이다. 대부분 행정 업무는 규현이 맡는다. 역할 분담을 하자고 몇번이나 회의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결국 자기 성향 상 스스로 정리하지 않으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갈아 업는 성격에 일이 끊이지 않는 편이다.


“저도 그 일이 궁금하긴 했습니다. 요즘 까마귀들도 그렇고 영 하늘도 부산스럽단 말입니다. 여러 소문이 돌고 있고요. 도대체 어떤 일입니까.”


독수리 정령 현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 새들을 관리하는 현은 모든 소문에 가장 빠르다. 상황 대처가 가장 빠른 정령이기도 하다.


“여러 소문이라면 어떤건가요?”

“뭐. 가장 큰 이슈라고 한다면 허무의 아이에 대한 것이죠.”


모두 분위기가 싸해진다. 잊고 싶은 이름. 듣고 싶지 않은 이름이다. 겪어본 적은 없고 전설로만 들어왔던 이름이기도 하다. 그 이름이 회의에서 언급될 날이 올줄이야.


“다들 뭐라고 하던가?”


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허무의 아이가 다시 나타났다는 거죠. 예언대로라면 곧 기근이 오게 될거란 불안감에 다들 떨고 있습니다.”


예언. 맞아. 그런게 있었지. 신은 자신이 만든 최초의 존재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허무의 아이는 신을 붙잡아 파괴하기 위해 그 끝을 달려 왔다. 둘이 다시 부딪히는 날, 그날에 큰 전쟁이 있을거란 것이 예언이 되어 내려왔다. 이런 소문까지 돌고 있는데 상부는 대체 왜 나를 내려보내려는 것인지 예측되지 않았다.


“우선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사태 파악을 정확해 해보자고. 현은 새들을 모아 메신저 팀을 꾸려줘. 각 지역에 있는 소문이나 사건들이 있으면 바로바로 내게 보고해주는 걸로!”

“알겠습니다.”

“그리고 규현은 다시 한번 예언서의 내용 정리해서 내게 올려주고 아마 조만간 상부에서 공문 하나가 내려올거야. 사실 오늘 상부 부장을 만났는데 나보고 세상에 내려갔다 오라 하더군.”

“네? 지금 이 순간에요?”

”그러니까 말이야. 우선 좀 더 시간을 달라고 했어. 그러니까 공문 오면 내게 공유는 해주되 움직이진 말고 대기해줘.”

“알겠습니다.”

“그리고 가영은 병원으로 가면 아이가 한 명 있을거야. 아직 깨어나지 않은 아이인데 상황 호전되면 바로 알려줘. 이 친구가 이번 사건의 시작이 될 거니까.”

“넵!”

“이상으로 회의는 마치고 나머지 정령들은 각자 위치에서 동일하게 일하되 예민하게 특이사항 있으면 알려주고.”


회의를 끝나고 나오는데 까마귀 한 마리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왜지?”

“하이에나 무리에 대한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잠시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겨주실 수 있습니까.”


까마귀는 조심스러웠다. 아니 떨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문제가 생겼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의말

점심을 아직 못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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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 망했는데요. 싹다 끝났어요. 저는 이제 그냥 갈랍니다. 포기할라요. NEW 6시간 전 2 0 12쪽
17 16. 네? 제가 가서 뭘 하라고요? 24.09.13 8 0 11쪽
16 15. 산양 선배는 음매하고 운 적이 없다. 24.09.11 7 0 12쪽
15 14. 하이에나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거야? 24.09.09 7 0 11쪽
» 13. 상부의 부름 24.09.04 9 0 11쪽
13 12. 기원_2 24.09.02 9 0 8쪽
12 11.기원_1 24.08.30 10 0 7쪽
11 10. 낯선 조우_2 24.08.29 9 0 11쪽
10 9. 낯선 조우_1 24.08.26 8 0 12쪽
9 8.신의 명부는 가끔 바뀌기도 한다 24.08.23 10 0 12쪽
8 7.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속사정_2 24.08.16 8 0 14쪽
7 6. 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사정 _ 1 24.08.14 12 0 16쪽
6 5.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2 24.08.13 12 0 12쪽
5 4. 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1 24.08.09 15 0 12쪽
4 3.고양이는 야옹하고 울지 않는다. 결코 니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을거야 24.08.05 14 0 12쪽
3 2. 신의 직장은 없다. 그저 야근만 없으면 감사할뿐 24.07.31 18 0 12쪽
2 1. 사람이 죽으면 생전 닮은 동물의 모습으로 환생한다. 24.07.29 25 0 8쪽
1 프롤로그_신의 동물원 24.07.26 25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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