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동물원 수호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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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동규카츠
그림/삽화
규동규카츠국수
작품등록일 :
2024.07.26 12:14
최근연재일 :
2024.09.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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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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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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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 산양 선배는 음매하고 운 적이 없다.

DUMMY


“가지마. 이승.”


산양 선배를 다시 본 게 900년 만인가. 내가 수호신이 되고나서 바로 사라졌던 선배니까. 그런 선배가 와서 하는 말이 가지마, 이승. 이라니.


“그전에. 대체 어디에 있었던 겁니까? 선배. 내가 여기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알지. 니가 했던 일들은 다 보고로 받고 있었으니까.”


“그치? 역시 상부로 진급해서 올라갔던거지? 하여튼 나쁜 건 나누고 좋은 건 혼자 차지해야 한다니까.”


“니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니다. 이놈아. 너도 내가 의자에 앉아 서류만 바라볼 성격으로 보이더냐?”


하긴.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서는 성격이었으니까. 무도회장에선 주인공을 맡고 싶어하고 장례식장에선 고인이 되고 싶어할 성격이다. 뭐든지 자신이 현장 중심에 있어야 직성이 풀이는 성격이니까.


“너 예전부터 말했지? 너 전생에 대해 알고 싶다고.”


“그럼. 그건 지금도 그렇지. 얼른 내 전생을 알고 이 반복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니까!”


“여전하구만. 너가 전생을 알고 싶은 이유도 그럼 동일하겠군.”


“그럼. 나는 내 전생에서 잘못된 일을 바로 잡고 그냥 푹 쉬고 싶다고. 이제 나 이정도면 열심히 일 해 왔다고.”


산양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뭘. 뭘 알고 끄덕이는 거냐. 수호신이 되는 이들 대부분은 전생의 어떤 죄로 인함이다. 전생의 기억을 잃은 체 수많은 영혼들을 대하며 그들 중 내가 잘못한 영혼과 스치게 되는 순간을 기약하는 것이다. 그러면 수호신들은 혹여나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영혼이 내가 사죄해야 할 대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하여 일을 하게 된다. 무서운 제도다. 수호신의 일을 하는동안 얼마나 많이 인연을 지나쳤는지, 또는 아직까지도 만나지 못했는지 알 수 없다. 그저 수호신의 일이 반복되면 될 수록 내가 아직 운이 없구나 싶은 생각이다. 선배는 알까. 내가 얼마나 수호신 일을 그만두고 쉬고 싶은지.


“나는 그 전생을 관리하는 일을 했다. 누구와 누가 인연이 묶여 있는지. 누가 끊긴 인연을 다시 이어야 하는지. 그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말이다.”


“오···. 전~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는데?”


“니가 이해할거라 생각한 내가 바보지. 한마디로 나는 과거랑 미래가 보인다고!”


“오. 그거 완전 쩔잖아? 선배. 그럼 내 과거도 보여? 나는 어때? 내 전생도 보여?”


“아니. 너는 안 보여. 그래서 문제야.”


“엥?”


“보통 이들에게 보여야 할 전생도 미래도 보이지 않아. 처음엔 시간이 지나면 보이겠지란 생각으로 기다렸는데 아무리 지나도 보이지 않아. 정확히는 모든 것이 흐릿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러면 나는 전생이 애초에 없던 건가?”


“아니. 그런 것 보단 앞으로 있을 미래가 과거까지 뒤섞어 버리는 것일지도 모르지.”


알 수 없는 말들만 계속 늘어 놓으니 짜증이 난다. 그래서 나는 뭐 어쩌라는 거야? 그럼 나는 이 수호신 일을 평생 해야 한다는 거야? 그러면 이렇게 열심히 안 살지!


“나도 확실한 것을 알 수 없으니 더 뭐라 말할 순 없겠지만. 그래서 이승은 가지 말라고 하는거야. 가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하지만 이미 상부에선 지시가 떨어졌던데.”


“언제 가란 말은 없었잖아. 최대한 미뤄. 방금 하이에나의 영혼도 봤잖아. 이곳에서도 문제가 생겼다는건 이승에서도 분명 뭔가 틀어지고 있다는 거야. 그런 혼돈에 뛰어들 필요는 없어.”


“선배.”


“왜?”


“지금 상부에서 무슨 일 일어나고 있는거지? 대체 뭐야?”


산양 선배는 상부에 일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그건 말할 수 없어. 딱 그정도였다.


“최대한 지금은 몸을 사려. 장담은 못 하지만 큰 사건이 터질 거 같아. 그리고 분명 너의 전생도 있어. 너의 전생이 보이지 않아 업경대에 열람 요청한 적이 있거든. 거기에 너의 전생도 보관되어 있는건 분명히 보았어. 그러니 문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인거야. 어떤 일이 일어날진 모르겠지만 그게 모든 과거와 미래를 혼잡하게 할 거란 거지. 그러니까 이승엔 가지 말라는거야. 여기 뿐 아니라 이승까지 어지럽혀지면 관리 방법이 없거든.”


“그런데 상부 생각은 좀 다른가봐? 나보고 이승으로 내려가라 지시나 하고 말이야.”


“지금 상부를 다 믿을 순 없어. 다시 말해줄 수 있는 순간이 오면 알려줄게. 지금은 아니야.”


그리고 떠나는 산양 선배. 아니. 뭐야. 뭐 이해도 안되는 말들만 해 주러 왔나. 전혀 도움이 된 게 없잖아? 물론 아에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였다.


“이거 받아.”


“뭔데 이건.”


작은 복주머니 세개였다.


“위험하거나 필요하다 싶을 때. 그러니까 이때가 그나마 적당하다 싶을 때 열어 봐.”


“한 번에 새 개 다 까야 효과가 나타나고 그런건가?”


“아니야. 하나만 열어도 충분하니까 3회 이용권이라 생각해.”


“열면 무슨 일이 있는데?”


“그건 그때 니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에 따라 다르겠지.”


선배는 알 수 없는 말만 하는 신이였다. 예나 지금이나 버릇 못 고쳤네. 어휴.

선배는 이승에 가지 말라 했지만 생각보다 일은 빠르게 전개되고 있었다. 다시 사무실로 복귀 했을 때 사자 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이 바쁘다면서. 걱정되서 왔지.”


“이 커피라는 거 참 맛있네요.”


부장은 집에서 커피 콩을 더 볶아 왔는지 정령들은 모두 커피 한 잔씩 하고 있었다. 나는 힘들게 여기저기 다니고 있었는데 편안하게 차 마시면서 쉬고 있어?


“야. 니네들. 나 없다고 아주 그냥 신났구만?”


”에이. 무슨 소리를 그리 섭하게 하나. 내가 마시라고 한 잔씩들 주었어.”


부장은 친근히 웃어보이며 내 말을 잘랐다.


“여기까진 왠일이십니까. 평소엔 한 번도 오신적 없었으면서.”


그러게. 생각해보면 상부 부장이 신의 동물원에 온 적은 거의 없다. 내가 처음 수호신으로 진급했을때 한번 쓱 와서 박수 치고 간 정도였던가.


“내가 너무 이곳에 소홀하게 했구나 싶어서 왔지. 또 곧 자네가 이승으로 내려가면 여기 일도 같이 도와야 할 거고.”


“마치 당장이라고 제가 이승으로 출발하기 원하는 것 처럼 말하시네요.”


껄껄 웃는 사자 부장.


“아니 내가 부담주는 건 아닐세. 말했잖나. 준비가 되면 가라고.”


“그래서 준비 중이지요. 방금도 일 처리 하나 하고 왔고요.”


“그래. 자네가 바쁜건 알고 있지. 그런데 내가 준비만 하라 했지 언제까지 준비가 될 지 물어보지 않았더라고.”


“그걸 지금 말씀 드려야 하는 겁니까?”


“그러면 좋지.”


요즘 들어 찜찜한 일만 연속이네. 선배는 가지 말라 하고 상부는 계속 이승으로 나를 내보내고 싶어하는 눈치다. 대체 상부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거야?


“혹시 들었는지 모르겠다만 대지의 배꼽이라 아시지 않습니까?”


“그럼 잘 알고 있지. 거기 일도 방금 들었네.”


“대지의 배꼽 돌이 움직인 것 알고 계시죠? 거기 지하에서 함부로 누구 나오지 못하게 지원해 주셔야 합니다. 지하 귀신들은 제가 어떻게 막을 수 없어요.”


“그래. 그래 알고 있지.”


“그래서 당장 언제 떠날 수 있는지 알 수 없어요. 이번 일에 대한 사건 조사도 아직 시작도 못했고요.”


“아. 지하 일 관련으론 신경 쓰지 말게. 우리가 처리해 줄 예정이야. 그대가 바쁜 거 뻔히 아는데 어찌 그걸 다 맡기겠나.”


그리 바쁘다 할 땐 한 번을 안 도와주더니. 이번 일이 크긴 한가보다. 이렇게 상부에서도 여기까지 와서 보고 그러니 말이다.


“부장님.”


“왜?”


“우리 같이 본 사이가 벌써 400년이 넘었지요?”


“벌써 그리 되었나.”


“그럼요. 400년 전에 처음 일 터졌을때. 영혼들이 단체로 이승으로 가출해서 잡아오느라 꽤나 같이 애 먹었잖아요. 그때 이승에서도 놀라 귀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졌고요.”


“그래. 기억난다. 그때 꽤 힘들었지? 무슨 곤충 채집마냥 하나씩 통 들고 가서 영혼들 잡아 오고 말이야. 시간이 벌써 그리되었어.”


“그러니까 말씀드리는 겁니다. 대체 지금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저도 제가 무슨 상황인지를 알아야 돕던지 일을 준비하던지 할 거 아니에요.”


“자네 마음도 이해는 가.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이 말이 안된다 느낄거야. 그런데 지금은 말해줄 수가 없어. 아직 보안 사항이거든.”


“아니 당사자가 모르는 보안 상황도 있나? 이건 말이 안되잖아요!”


사자 부장은 한숨을 푹 내쉰다. 정령들도 눈치껏 자리를 비킨다. 적막이 흐른다.


“잠깐 자리를 옮길까? 자네. 안전한 곳 있는가?”


“예···뭐···”


수호신이라하면 뭔가 멋져보인다면 그 착각에서 부디 벗어나주길 바란다. 말이 좋아 수호신이지 그냥 저승 공무원이다. 그리고 좀 더 와닿게 말하면 민원처리요원같은 거랄까. 안전한 곳이라 해서 특별할 곳도 없다.


“그러니까 여기가 안전한 곳이 맞다는 거지···?”


“그럼요. 여기는 저만 쓰니까요.”


“동물원 상황이 쉽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군. 자네 집이 이동식 텐트일 줄이야.”


“뭐. 나름 편합니다. 샤워는 사무실 가서 하면 되고. 영혼들 잡으러 다니거나 찾으러 다니려면 커다란 집보단 텐트가 좋죠.”


“그렇다면야 다행이고.”


보통은 텐트에서 산다. 그래도 주방 용품과 쉴만한 침대까진 다 구비되어 있다. 나름 낭만적 분위기가 있달까. 초원에 텐트치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면 그거만큼 좋은게 없다고.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비밀로 해주게. 아직 보안 사항이라 알려지면 안되니까.”


“당연하죠.”


“지금까지 조사된 건 허무의 아이가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는 거야. 그것도 꽤 오래전부터 준비해서. 이미 지하에 군대를 만들었고 언제든지 전쟁에 준비되어 있다고 해. 그가 원하는 것은 예전부터 그래왔듯 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거야. 그 이유야 우린 알 수 없지만. 개인 사정일테지.”


“그러면 저도 이곳에 있어야지 왜 이승으로 가야 하는 겁니까?”


“허무의 아이는 아무리 신이 되려 해도 될 수 없거든. 그는 신의 감정을 가지지 못했어. 그런데 그 신의 감정 조각들이 아직 이승에 남아 있을거란 게 우리 추측이야. 그래서 너를 보내려 하는 것도 이승에서 그 조각들을 허무의 아이보다 먼저 찾으라는 거고.”


“별것도 아닌 이야기인데 괜히 지금까지 숨기신거 아니에요? 이야기 듣고 나면 얼른 가야할 이유가 있었구만.”


“그렇지. 문제는 지금 내부에도 스파이가 돌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부장은 지금 상부에서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어디까지가 신의 지시고 어디가 왜곡된 정보인지 골라내는 작업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거다.


“누군가가 이 내부에서 배신을 했는데 그게 누군지 모르겠어. 그러니 이리 허무의 아이가 활동을 시작한거지. 원래는 지하 깊은 곳에 봉인해두었다고 나도 알고 있었거든.”


“그러면 제가 할 일은 이승으로가서 신의 조각을 빨리 찾아오라는 거네요. 그 조각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건데요?”


“그걸 정확히 몰라.”


“에?”


“그래서 오늘 이렇게 온거야.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하고 싶어서. 사실 함께 갈 대가 좀 있어.”


그는 오랜만에 상부 여행 좀 가자 했다. 별로 좋진 않은 곳인데···. 그래도 뭐 어쩔 수 없다. 일은 규현에게 좀 맡기고 사자 부장을 따라 상부로 이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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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 망했는데요. 싹다 끝났어요. 저는 이제 그냥 갈랍니다. 포기할라요. NEW 6시간 전 2 0 12쪽
17 16. 네? 제가 가서 뭘 하라고요? 24.09.13 8 0 11쪽
» 15. 산양 선배는 음매하고 운 적이 없다. 24.09.11 7 0 12쪽
15 14. 하이에나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거야? 24.09.09 7 0 11쪽
14 13. 상부의 부름 24.09.04 8 0 11쪽
13 12. 기원_2 24.09.02 9 0 8쪽
12 11.기원_1 24.08.30 10 0 7쪽
11 10. 낯선 조우_2 24.08.29 9 0 11쪽
10 9. 낯선 조우_1 24.08.26 8 0 12쪽
9 8.신의 명부는 가끔 바뀌기도 한다 24.08.23 10 0 12쪽
8 7.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속사정_2 24.08.16 8 0 14쪽
7 6. 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사정 _ 1 24.08.14 11 0 16쪽
6 5.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2 24.08.13 12 0 12쪽
5 4. 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1 24.08.09 15 0 12쪽
4 3.고양이는 야옹하고 울지 않는다. 결코 니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을거야 24.08.05 14 0 12쪽
3 2. 신의 직장은 없다. 그저 야근만 없으면 감사할뿐 24.07.31 18 0 12쪽
2 1. 사람이 죽으면 생전 닮은 동물의 모습으로 환생한다. 24.07.29 25 0 8쪽
1 프롤로그_신의 동물원 24.07.26 24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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