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들고 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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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한
작품등록일 :
2024.07.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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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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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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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던전 브레이크(2)

DUMMY

우진은 사이드로 붉은 고블린의 옆구리를 시원하게 베고 지나갔다.


한 움큼 쏟아지는 진한 녹색의 피가 벌어진 살갗 사이로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


치명적인 일격은 단순히 데미지가 크게 들어갔다는 메시지 이외에도 시각적으로 크게 부각되었다.


쿠에에에에!!!!!!!


케르피는 괴성을 지르며 애써 고통을 감내하는 것 같았다.


우진은 기회를 다시 엿보기 위해 조금 전과 같이 케르피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피 한 번 빨기 위해 인간의 주위를 쉴 새 없이 날아다니는 모기처럼 우진은 점점 더 빠르게 주변을 맴돌았다.


참지 못한 케르피는 옆구리와 다리에서 피를 줄기줄기 흘리면서도 우진을 쫓기 위해 속도를 높였다.


피를 많이 흘려서일까? 케르피는 처음 우진에게 달려오던 그 흉포한 속도보다 많이 느려졌다는 게 느껴졌다.


느려진 속도로 인해 틈새는 더욱 많이 보였고, 기회를 틈타 왼쪽 다리와 왼쪽 팔에도 가느다란 상처를 남겼다.


케르피는 처음과 같은 기세였지만, 움직임이 매우 둔해졌고, 생각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자, 화가 난 듯 보였다.


"이번에 진짜 끝낸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멋진 대사를 해보고 싶었던 걸까? 우진은 아무 의미 없는 한마디를 내뱉고는 자리에 멈춰 섰다.


몇 초간의 정적. 둘 다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는 듯 호흡을 고르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우진은 조금 전 케르피의 옆구리를 베고 지나갈 때의 느낌을 다시 떠올렸다.


'큰 힘이 들어가지 않았어.'


패시브 스킬에 나와 있는 확률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힘을 빼고··· 최대한 가볍게··· 가볍게···.


양팔을 아래로 내리고 어깨에 힘을 뺐다.


사이드를 잡은 오른손에만 힘을 집중하고 산책하듯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양손으로 거대한 도끼를 잡고 있는 케르피는 우진이 다가옴에도 먼저 덤벼들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마치, 자기 영역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호랑이처럼 몸을 움츠리고 고요히 우진을 지켜볼 뿐이었다.


바스락.


우진이 밟은 돌에서 나는 소리가 신호가 된 듯 둘은 일제히 격돌했다.


케르피는 우진을 단박에 죽이겠다는 기세로 도끼를 위로 크게 치켜들었다.


크아아아아!!


우진이 방금 전과 같이 안쪽으로 파고들면 머리부터 척추까지 전부 쪼개 버리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아까도 지금도 너무 이상해···.'


우진은 무섭지 않았다. 두렵지도 않았다.


그저 케르피의 움직임에 정신이 집중되고 그에 맞는 대응만이 머릿속에 맴돌 뿐이었다.


도끼가 크게 떨어져 내리는 순간 우진은 오른쪽으로 크게 피하며 케르피의 등을 향해 사이드를 휘둘렀다.


쩌억!


사이드의 기역으로 꺾인 날이 등짝에 꽂히는 소리가 들렸다.


크허억.


몇 번 척추였을까? 척추가 끊어지며 힘을 잃은 붉은 고블린 케르피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이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우진은 적당한 높이로 내려선 케르피를 향해 등에서 뽑아낸 사이드를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스거억!


「치명적인 일격이 적용됩니다.」


툭···.


기역 날 안쪽에 고블린의 목이 걸렸고 안쪽으로 당기듯 베어낸 사이드에 케르피의 머리는 자연스럽게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게 거대한 도끼를 들고 날뛰던 붉은 고블린 케르피는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는 최후를 맞이했다.


그 순간.


띠링!



띠링!


우진의 귓가에 쉴 새 없는 기계음이 울렸다.


「냄새나는 붉은 고블린 케르피」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칭호: 던전 공략자」를 획득했습니다.

「칭호: 고블린 학살자」를 획득했습니다.

「칭호: 단독 공략에 성공한 자」를 획득했습니다.


후욱. 후욱.


숨이 가쁜 와중에 어지러운 문구까지 떠올라 정신없었지만, 상·하체가 분리되어 허물어지고 있는 고블린을 보니 가슴속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성취감일까? 어쩌면 우진 안에 잠들어 있던 변태적인 본능이 깨어난 것일 수도 있겠다.


살육, 도륙, 토막 등등.


'에헤이···.'


우진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강하게 부정했고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잡생각을 모두 지우니 현재 상황이 눈에 보였다.


'칭호···.'


의도하지 않았지만 던전을 클리어한 덕분에 레벨이 2개나 올랐고 칭호가 무려 3개나 주어졌다.


던전 공략에 처음 성공하면 던전 공략자라는 칭호가 주어진다.


이것은 일반인도 알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칭호.


칭호를 얻기 위해선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초급 각성자의 경우 던전 공략자 이외의 칭호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만큼 조건을 만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급이나 중급 각성자로 올라선다고 해도 칭호의 개수를 늘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칭호: 던전 공략자」

던전 공략을 성공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입니다.

모든 스탯이 +1 상승합니다.


「칭호: 고블린 학살자」

던전 안에 있는 모든 고블린을 혼자서 잡은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입니다.

고블린을 상대할 때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칭호: 단독 공략에 성공한 자」

보스 단독 공략을 성공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입니다.

모든 스탯이 +1 상승합니다.


상태창을 열어보니 비어 있던 칭호가 채워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름: 사우진

유형: 물리

레벨: 11

직업: 없음

칭호: 던전 공략자, 고블린 학살자, 단독 공략에 성공한 자


[스탯]

근력: 6 (+2)

민첩: 4 (+2)

정신: 10 (+2)

감각: 7 (+2)

마력: 1 (+2)

(분배 가능 스탯 포인트: 10)


[스킬]

패시브: 죽음의 인도자 Lv.1

액티브: 없음


칭호의 영향으로 스탯이 상승했다.


그것도 무려 10개나.


레벨 하나 오를 때마다 스탯 1개가 주어지는데 스탯 10개가 상승한 것은 레벨이 10개가 올라간 것과 같았다.


레벨은 초반 상승 구간을 제외하면 숫자가 높아질수록 극악의 경험치를 요구했다.


그렇기에 우진이 얻은 스탯 상승 칭호는 매우 귀중한 것이었다.


알려진 바로는 대한민국 유일의 마스터 급 각성자 최무강이 180레벨 대였다.


그렇다고 레벨로 모든 걸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개개인의 직업적 능력과 보유하고 있는 스킬의 질에 따라 전투 능력의 차이는 매우 컸다.


'고블린 학살자 칭호는···.'


낮은 등급 던전에서 나오는 고블린은 공략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그래도 칭호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첫 던전 진입에 보스 공략까지, 생각지도 못한 위기 상황 속에서도 우진은 잘 해냈다.


보통의 초급 각성자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훌륭한 업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초급 교육도 받지 않았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던전을 공략함으로써 일반인 5명도 구해냈다는 것이다.


아마도 수습 각성자로 보스 단독 공략에 성공하고 일반인을 구출한 건 던전청이 만들어지고 10년 만에 우진이 유일할 것이다.


'이건가?'


가쁜 숨을 몰아쉬던 우진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고개를 들어 벽에 박힌 투명한 수정에 시선을 고정했다.


던전 핵.


핵을 부수면 기여도에 따라 던전 안에 있는 모든 각성자에게 보상이 주어진다.


인벤토리에 자동으로 말이다.


우진은 연기가 되어 사라지는 냄새 나는 고블린 케르피의 사체를 지나쳐 던전 핵에 다가갔다.


"이걸 부수면 된다는 거겠지?"


잠시 늘어뜨렸던 사이드를 다시 고쳐잡고 벽에 박힌 투명한 수정을 향해 힘껏 때려 박자.


파앙—


수정은 산산조각이 났고 그곳에서 흰색, 푸른색, 붉은색 빛줄기가 회오리치듯 빠져나와 우진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헙."


당황함도 잠시, 보상이 들어왔음을 직감한 우진은 곧바로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상자 두 개, 그리고 이건?"


용도를 알 수 없는 열쇠 하나가 들어와 있었다.


「붉은 고블린의 4번 창고 열쇠」

-유형: 잡화

-효과: 닫혀 있는 문이 열린다.

무엇이 보관되어 있을지 알 수 없는 창고의 열쇠.


두두두두—


열쇠에 대한 감상도 잠시, 던전이 가볍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끝을 알리는 떨림.


그리고 나타난 붉은 소용돌이.


던전이 성공적으로 공략되었음을 알리는 게이트가 우진의 눈앞에 생성되었다.



***



"끝인가?"


출구 게이트가 생성되었다는 건 입구 게이트 또한 생성되었다는 뜻이다.


이제 한 발짝만 이동하면 우진은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근데 이 찝찝한 기분은 뭐지?'


출구가 눈앞에 있음에도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언가가 더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


칭호로 인해 능력치가 늘어설까? 감각 또한 크게 활성화된 기분이었다.


우진은 인벤토리에 넣어둔 창고 열쇠를 꺼냈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음이 느껴지는 붉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열쇠.


'꼭,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여기 어디에 보물이 숨겨져 있기도 한데 말이지.'


우진은 출구로 바로 나가지 않고 주변을 천천히 탐색해 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게이트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조그만 구멍이 있었다.


벽과 벽 사이의 틈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인위적인 모양.


구멍을 자세히 보니 꼭 열쇠 구멍 같아 손에 들고 있던 열쇠를 구멍에 끼워 보았다.


"뭐야,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진은 이상함을 눈치채고 열쇠를 좌우로 조금씩 돌려보기 시작했다.


철컥!


열쇠가 반쯤 돌아가며 무언가에 꽉 끼워 맞는 소리가 들렸다.


두두두두두—


다시 한번 던전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하더니 게이트 오른쪽에 있는 벽이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벽이 안쪽으로 2m쯤 들어갔을까? 3m 넘는 붉은 고블린도 충분히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커다란 통로가 생겨났다.


'창고다!'


붉은 열쇠의 설명에 나와 있는 '붉은 고블린의 4번 창고'가 드디어 열린 것이다.


우진은 곧바로 새롭게 열린 통로를 통해 안쪽으로 들어갔다.


거대한 공동.


"허···."


황금이 산처럼 쌓여 있을 걸 기대했던 우진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건 바닥에 떨어진 금화 몇 개와 상자 1개.


기대했던 것과 달리 부실한 창고 상태에 실망한 우진은 허탈한 표정을 지울 수 없었다.


"설마··· 이게 끝은 아니겠지?"


영화도 소설도 이런 비밀스러운 공간을 발견했을 때는 그 안에 엄청난 보물이 들어 있는 게 정석이었다.


거대한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는 부실한 물품들.


우진은 허탈한 감정을 애써 감추고 가까이 다가가 금화의 개수를 세어보았다.


"5개···."


그래도 실망하긴 이르다.


금화가 겨우 5개뿐이었지만 무게가 제법 나가는 걸 보니 개당 100만 원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5개면 무려 50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우진은 금화에 정신이 팔려 상자를 열어 볼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정신을 번뜩 차리고 커다란 나무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 있는 건 푹신한 쿠션 위에 도도하게 자리 잡은 윤기가 흐르는 검은색 돌 하나.


바로 스킬석이었다.


우진은 등줄기부터 시작해 정수리까지 이어지는 짜릿한 기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스킬석 하나가 무려 5,000만 원에 해당하는 엄청난 고가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도 좀···."


상자 안에 있는 스킬석도 할머니가 준 것처럼 표면에 뜻을 알 수 없는 문자가 잔뜩 쓰여 있었다.


그래서인지 보면 볼수록 어딘지 모를 위화감이 들었다.


'평범하지 않아.'


죽음의 인도자를 부여받을 때도 이러했다.


보통의 스킬석은 표면에 이렇게 많은 문자가 쓰여 있지 않았다.


이후, 무언가 더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우진은 약 30분간 공동을 샅샅이 더 수색했지만, 추가로 특이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어.'


게이트는 던전이 클리어된 후 정확히 60분 후에 닫힌다.


클리어된 던전에서 못 빠져나온 사람이 살았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


한마디로 갇히면 못 나온다는 뜻이다.


우진은 재빨리 스킬석과 금화를 인벤토리에 넣고 출구 게이트로 향했다.



***



"국장님, 게이트입니다!!"


상황실에서 모니터를 유심히 지켜보던 직원이 외쳤다.


"중앙 모니터에 바로 띄워봐!!"


김상현의 목소리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매우 다급했다.


'붉은 게이트?'


중앙 모니터를 보던 김상현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던전이 클리어되면 푸른 게이트는 붉게 변한다.


'수습 각성자가 혼자서 클리어했다고?'


믿어지지 않았지만, 김상현은 당장의 일을 해야만 했다.


"여기 어디야?!!"


중앙 모니터에 비친 곳은 공장이 빼곡하게 들어선 어느 지역.


"경기도 안산입니다."

"안산?"

"반월공단 근처에 게이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과는 달리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곳에서 제법 거리가 먼 지역에 게이트가 열렸다.


"열린 지 얼마나 됐어?"

"5분쯤 지난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감시 자산을 수도권에 총동원했기에 5분 내로 발견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생성된 게이트를 보고 신고하는 일반인들로 인해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신고가 들어오기도 전에 발견한 것이었다.


"대기 중인 각성자들 당장 보내!! 어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수준 높은 각성자들을 미리 대기시켜 놓았었다.


'제발 아무 일 없었어야 할 텐데.'


던전청 직원이 휘말려 들어간 던전 브레이크였기에 김상현은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준비를 마친 헬기가 각성자들을 태우고 던전청 옥상에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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