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들고 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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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한
작품등록일 :
2024.07.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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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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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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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알림(3)

DUMMY

전투의 여운이 깊게 남아 있다.


우진이 사용하는 낫은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고, 아직 사라지지 않은 오크의 피가 그 자리에 흥건히 고여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우진은 낫을 바닥에 잠시 내려놓으며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말도 안 돼."


이 손이, 이 낫이, 방금까지 자신을 죽이려 했던 거대한 존재를 쓰러뜨렸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이건···."


눈앞에 보이는 허름한 갑옷.


처음에는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할 정도로 평범해 보였던 갑옷이었다.


낡고 퇴색한 외관 때문에 누군가의 눈길을 끌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그러나 이 던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그 자체로 비범했다.


우진은 그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갑옷을 들어 올려 신중하게 살펴보았다.


갑옷은 마치 오랜 세월 동안 전장을 누벼온 듯한 흔적을 가지고 있었고,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그 갑옷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일단, 확인부터."


띠링!


「봉인되어 확인이 불가합니다.」


「봉인 해제 조건: 착용」


"아···."


분명 이런 형태의 아이템도 존재했다.


무서운 것은 봉인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저주에 걸리거나 상태 이상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우진은 잠시 고민했다.


이 갑옷을 입어도 되는 것인지, 혹시 던전의 지랄 맞은 함정이 아닐지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나 곧 결심했다.


'이 던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활용해야 해.'


비록 마물이 남긴 물건이라 할지라도, 그 물건이 자신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한 번 입어보자."


그는 갑옷을 조심스럽게 착용하기 시작했다.


「봉인이 해제됩니다.」


너무 크고 무거운 갑옷은 예상대로 그의 몸에 맞지 않았다.


그러나 전부 착용하자마자, 갑옷은 몸에 맞춰 서서히 크기를 조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헐렁했던 갑옷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우진의 체형에 딱 맞게 조정되었다.


신체를 감싸며 완벽하게 피팅되는 순간, 우진은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움직이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아.'


오히려 갑옷이 몸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띠링!


[낡고 퇴색한 오크 장수의 전투 갑옷]

유형: 방어구

방어력: 35

효과: 물리 피해 감소 15%

설명: 수많은 전투에서 살아남은 오크 장수의 전투 갑옷. 외관은 낡고 퇴색했지만, 전투에서 뛰어난 보호력을 발휘한다.


"이거 생각보다 대단하네. 물리 피해 감소라니."


우진은 성능에 감탄하며 미소를 지었다.


갑옷이 주는 안정감은 던전에 혼자 떨어진 우진의 불안을 덜어주기에 충분했다.


몸을 몇 번 움직여 보니, 갑옷은 마치 원래부터 자신의 일부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우진은 주위를 둘러보며 다음 행동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


한 가지 잊고 있던 게 생각났다.


"칭호!"


엘리트 오크가 쓰러졌을 때 칭호를 획득했다는 알림을 보았다.


「칭호: 망나니」

특별한 마물의 목을 일격에 벤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입니다. 공격력이 5% 상승합니다.


물리 피해 감소 갑옷에 공격력 상승 칭호까지 얼떨결에 얻어버린 우진은 괜스레 미소 지었다.


엘리트 오크에게서 죽을 고비를 넘기자 큰 보상이 뒤따랐다.


이제는 이 던전을 탈출할 생각을 해야 했다.


그때, 멀리 얕은 언덕이 눈에 들어왔다.


이 넓은 초원에서 주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위치였다.


높은 곳에 올라서면 던전의 지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고, 어쩌면 다른 각성자를 발견할 수도 있다.


우진은 그곳에 가기로 결심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초원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 묘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우진은 주위를 경계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얕은 언덕으로 다가갈수록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길한 예감이 커져갔다.


'무언가가 있다.'


우진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언덕을 올라 몸을 숨기고 반대편 숲을 살피던 우진은 멀지 않은 곳에서 기이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처음에는 그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나 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그것은 생명체였다.


숫자가 많았다.


아니, 아주 많았다.


"미친!"


우진은 몸을 더욱 낮추며 그들의 모습을 더 선명하게 보기 위해 눈을 가늘게 떴다.


숲을 헤치고 나오는 거대한 존재들, 그것은 바로 오크였다.


수십 마리로 보이는 오크 무리가 느릿하게 움직이며 자신이 있는 언덕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 심장이 멎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이 던전에서 자신이 겪었던 모든 일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우진은 재빨리 자신의 상황을 파악했다.


'저 오크 무리와 싸우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어.'


엘리트 오크 하나를 쓰러뜨리는 데에도 많은 체력을 소모했는데, 저렇게 많은 오크들과 맞서 싸울 생각을 하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더 깊이 숨을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주변을 살폈다.


얕은 언덕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한쪽에 작은 숲이 보였다.


숲으로 숨어들면 오크들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싸우는 대신, 그들의 눈에 띄지 않게 빠져나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우진은 조심스럽게 몸을 낮추고 숲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작은 소리 하나만 내도 저 오크 무리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컸다.


심장은 두근거렸고, 땀이 그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렇게 몇 분쯤 지났을까.


숲에 겨우 다다랐을 때, 우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오크들이 언제 자신을 발견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최대한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피하며 숲속으로 들어갔다.


숲은 어두운 기운으로 인해 음산했지만, 우진에게는 오히려 적합한 은신처였다.


'제발, 그냥 지나가기를....'


우진은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갔다.


나아가는 동안 나뭇잎을 밟지 않으려 조심했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발을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숲은 깊고 어두웠지만, 그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길을 따라갔다.


오크들의 소리가 멀어질수록 우진은 점점 더 안도감을 느꼈다.


그러나 숲의 중심부에 다다랐을 때, 그의 귀에 무언가 다른 소리가 들렸다.


'다른 무언가가 있다.'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우진은 재빨리 몸을 숨기고 소리가 나는 방향을 주시했다.


나무 사이로, 다른 생명체의 움직임이 보였다.


우진은 몸을 낮추고 그 생명체의 정체를 확인하려 했다.


그것은 바로 오우거였다.


그런데 단순한 오우거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오우거는 일반적인 오우거보다 훨씬 크고, 눈에는 붉은 빛이 깜빡였다.


그리고 머리 위에 [붉은 안광의 오우거]라는 이름도 보였다.


우진은 숨을 죽였다.


'이 오우거도 엘리트 마물인가?'


오우거는 우진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우진은 다시 한 번 긴장했다.


오우거는 오크보다 상위 종으로 분류되는 강한 마물이었다.


'제발 가라··· 제발.'


숨죽여 지켜보던 우진을 마치 시험이라도 하듯,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오우거는 다시 숲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우진은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도 싸우지 않아도 됐다.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 던전은 끝이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시 길을 찾기 시작했다.


우진의 목표는 던전의 입구.


어디에 있을지 모르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몸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살고자 하는 의지는 굳건했다.


이 던전에서 나가야 했다.


살아남아야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숲속을 헤매던 우진은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물 흐르는 소리였다.


우진은 그 소리를 따라갔다.


그의 목은 타들어 가고 있었고, 물이 필요했다.


"물이다!"


우진이 도착한 곳은 작은 개울이었다.


던전에 입장할 때 챙겨왔던 가방은 엘리트 오크와의 전투 때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우진에게 있는 건 낫 한 자루뿐이었다.


개울가에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처박고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차가운 물이 그의 목을 적시며, 그는 잠시나마 평온을 느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여전히 주위를 경계했다.


언제 어떤 위협이 다가올지 모르는 것이 던전이었다.


물을 마신 후, 우진은 개울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숲을 벗어나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던전의 입구를 찾는 데 더 유리할 것이다.


우진은 작은 숲을 빠져나와 넓은 들판에 도착했다.


여전히 주변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운 채, 그는 가능한 한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던전의 어둠과 깊은 고요 속에서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곧 위험을 의미했다.


그런데 멀리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 연기는 뭐지?'


연기라면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우진은 연기의 방향으로 곧장 나아갔다.


던전 내부에서 자연적으로 불이 날 일이 많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 연기는 분명 누군가의 흔적일 수 있었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이동하던 우진은 마침내 연기의 근처에 다다랐다.


"사··· 사람."


그곳에는 십여 명의 각성자들이 모여 있었다.


'살았다!!'


우진은 안도의 한숨을 연거푸 내쉬었다.


무작위 필드 소환이라는 패널티를 극복하고 끝끝내 이곳까지 온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 상태가 좋지 못했다.


몇몇은 작은 부상을 입어 붕대를 감고 있었고, 또 어떤 이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앉아 있었다.


우진이 더 가까이 다가가자, 그들은 우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당신··· 혼자 온 건가?"


그들 중 한 명이 일어서 물었다.


그는 우진을 경계하듯 바라봤다.


던전 내에서는 모든 만남이 긴장감을 동반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 혼자입니다."


그때 마침, 한 여성 각성자가 다가왔다.


"혼자서 이곳까지 어떻게 온 거죠?"


그녀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무작위 필드 소환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작위 필드 소환?"


"네···."


"하,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군요."


그녀는 경계하던 표정을 풀고 손을 내밀었다.


"나지연이라고 해요. 우리는 선발대를 맡은 인천 연합 파티입니다. 던전의 중심부로 향하던 중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강력한 변종 오크 무리에 의해 거의 전멸할 뻔했죠. 몇몇은 아예 돌아갔고, 남은 우리들만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에요."


"사우진입니다."


손을 맞잡은 우진은 그녀의 말을 듣고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변종 오크라니··· 그럼 지금도 주변에 있는 건가요?"


"네,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그들은 일반 오크들과는 다르게 훨씬 더 강하고, 지능적으로 행동하죠. 우리는 이곳에서 회복을 하며, 어떻게 대처할지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입니다."


나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혹시··· 아까 보았던 오크 무리인가···.'


순간, 소름이 돋는 걸 애써 억눌렀다.


"혹시 던전 입구로 이동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아시나요?"


우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나지연에게 물었다.


"네, 제가 선발대로 입구 앞에 베이스캠프를 차렸어요. 경로는 그리 어렵지 않아요. 이쪽으로 곧장 20분쯤 가다가, 큰 바위를 기준으로 오른쪽 길로 돌아서——."


쿵!!!!


쿵!!!!!


'멀지 않은 곳이다.'


갑작스럽게 땅이 무겁게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진은 본능적으로 몸을 낮추며 주변을 경계했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는 듯한 발걸음 소리.


나지연은 긴장한 얼굴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때, 저 멀리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것은 단순한 마물이 아니었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오우거였다.


아까 우진이 숨죽여 보았던 오우거보다 더 큰 몸집을 지니고 있는···.


그 크기와 위압감은 압도적이었다.


근육질의 팔과 다리, 검붉게 빛나는 눈.


오우거가 한 발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땅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우진은 심장이 멎는 듯했다.


"저게... 왜···."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 거대한 생명체를 바라보았다.


자리에 있던 모두, 공포에 질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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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이드라고 불립니다 24.07.28 82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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