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들고 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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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한
작품등록일 :
2024.07.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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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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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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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알림(4)

DUMMY

들판에 정적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 정적 속에는 짙은 불안감이 엄습해 있었다.


우진은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폈다.


나지연과 몇몇 각성자들은 던전 보스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얼어붙었다.


저 멀리, 거대한 오우거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모두의 심장이 동시에 요동쳤다.


"이게··· 던전···."


던전 보스가 필드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입구 앞에서 들어오는 각성자를 마주하기도 하는 게 바로 던전이다.


이렇듯 던전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통계라는 수단을 짓밟고 모두를 학살하기도 했다.


"더··· 던전··· 보스···."


누군가의 짧은 외침.


오우거의 머리 위엔 [대지의 학살자 브락스]라는 붉은 글자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


던전 보스라는 의미였다.


보통의 오우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위압감을 가진 존재.


우진은 이를 악물었다.


'이 던전, 중급이 아니었어···.'


중급이라면 최종 보스는 오크 정도가 나왔어야 했다.


브락스는 천천히 움직이며 거대한 몸집을 드러냈다.


그 존재는 압도적인 위압감을 자랑하며 주위를 휩쓸 듯이 바라봤다.


우진은 크기와 강력한 아우라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이전에 싸웠던 엘리트 오크와는 차원이 다른 상대였다.


"어서 흩어져!! 던전 입구로 가!!!"


나지연이 크게 외쳤다.


각성자들은 그제야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고, 모두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


지금은 도망치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었다.


우진도 나지연과 함께 빠르게 뛰었다.


그러나 브락스의 붉은 눈이 이들을 놓칠 리 없었다.


오우거 브락스는 그 거대한 눈을 굴리며 도망치는 각성자들을 주시했다.


마치 사냥감을 포착한 맹수처럼.


그러고는 방향을 바꾸어 그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발소리가 땅을 울리며 던전 전체를 진동시켰다.


우진은 등 뒤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느꼈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도망칠 수 있을까···?'


머릿속에 두려움이 가득 찼지만, 이를 악물고 달렸다.


그러나 각성자 중 몇 명은 이미 지쳐서 속도를 내지 못했다.


특히 한 명은 다리에 부상을 입은 듯, 제대로 걷지도 못한 채 뒤처지고 있었다.


그 순간, 우진의 머릿속에 과거의 기억이 번쩍하고 스쳤다.


어린 시절 골목길.


울고 있는 친구를 보았다.


그 친구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고.


"그러지 마!"


우진은 주저하지 않고 다가가 외쳤다.


한 무리의 불량한 친구들은 우진을 바라봤고, 이내 달려들기 시작했다.


우진은 자신이 두들겨 맞을 걸 알면서도 친구를 위해 나섰다.


얼굴에 푸른 멍이 생겼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우진은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했다.


'이대로는 다 죽는다.'


우진은 순간 판단했다.


그는 도망치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나지연이 그의 움직임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사우진 씨! 왜 멈춰요?!"

"내가 시간을 벌게요."


우진의 얼굴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단호했다.


나지연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나지연은 우진을 지나쳐 전력으로 달려갔다.


우진은 다시 브락스를 바라봤다.


거대한 몸집이 그에게 다가오는 모습은 마치 집채만 한 파도가 밀려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빠르게 숨을 고르며 엘리트 오크와 싸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전투 경험이 부족했지만, 그때도 이겼지.'


우진은 개사기 같은 자신의 스킬을 생각했다.


'운 좋으면 즉사기로 보스를 쓰러뜨릴 수도 있어.'


마음을 가다듬은 우진은 브락스의 주의를 끌기 위해 돌을 집어 힘껏 던졌다.


돌은 브락스의 몸통에 명중했지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브락스의 붉은 눈이 우진에게 고정되었다.


우진은 브락스의 시선을 느끼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나한테 와.'


브락스는 우진을 향해 거대한 팔을 앞뒤로 움직이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우진은 빠르게 몸을 날렸다.


땅이 크게 흔들려 균형이 무너질 뻔했지만, 가까스로 몸을 세우고 달렸다.


'이 정도로는 안 돼. 더 끌어내야 해.'


브락스의 눈길을 피해 나무 사이를 누볐다.


그러던 중 순간 우진을 시야에서 놓쳤는지 브락스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가까이에 있었음에도 찾지 못하는 모습이 보이자 기회라고 여겼다.


곧바로 낫을 꺼내 들고, 브락스의 다리를 겨냥해 빠르게 움직였다.


스걱.


「치명적인 일격이 적용됩니다.」


낫이 브락스의 허벅지 살을 갈랐다.


'이쪽을 공략해서는 즉사가 안 되는 건가.'


그 일격은 오히려 브락스를 더욱 격노하게 만들었다.


쾅!!!


브락스는 파리를 때려잡는 것처럼 거대한 손을 휘둘러 땅을 내리쳤다.


'아차!'


굴러 피했지만, 충격으로 균형을 잃은 것이다.


중심을 잡으려 애쓰는 동안 브락스의 거대한 손이 다시 한번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우진은 몸을 최대한 낮추며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콰광!!!


브락스의 손이 바위를 부수며 지나갔다.


"후욱, 후욱."


간발의 차이였다.


「체력이 저하되었습니다. 회복이 필요합니다.」


아까부터 경고를 담은 메시지가 아른거리고 있다.


우진은 급히 풀이 우거진 곳으로 이동해 숨을 골랐다.


'오래 버틸 수 없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


쿠어어어어!!!


브락스의 포효가 들판을 가로질러 던전 전체에 퍼졌다.


머릿속에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대로는 죽고 말 거야.···'


우진은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고,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쿵! 쿵! 쿵!


브락스는 그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싸워서는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피로도가 증가해 신체 기능이 저하되었습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브락스는 우진을 발견하자 곧바로 달려들기 위해 거대한 팔을 휘둘렀다.


우지끈!


브락스의 공격에 휘말린 나무가 소리를 내며 부러졌고, 우진은 몸을 날려 다가오는 공격을 겨우 피했지만, 중심을 잃고 바닥을 구르며 튕겨져 나갔다.


"으으윽."


등 뒤로 전해지는 통증이 정신을 흐렸지만, 잇몸이 부서져라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섰다.



***



후욱. 후욱. 후욱.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지금쯤이면 모두 베이스캠프로 돌아갔겠지.'


브락스의 이목을 끌며 달아나는 데 성공했다.


저 멀리 거대한 오우거 브락스는 지금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우진을 찾고 있는 듯 보였다.


'이제, 입구로 돌아가자.'


우진은 나지연이 알려준 길을 떠올렸다.


그렇게 던전 입구를 향해 이동하던 중,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광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여기는···.'


던전은 우진에게 있어 위험과 공포의 공간이었고,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장소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걸음을 옮길수록 눈앞에 펼쳐진 것은 마치 다른 세상처럼 아름다웠다.


짙푸른 숲과 나무, 물소리가 들리는 개울, 맑고 푸른 하늘이 던전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우진은 잠시 멈춰 서서 그 경이로운 풍경을 눈에 담았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쳐가며 잔잔하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전투로 가득했던 던전의 음산한 분위기와는 너무도 달랐다.


'여기가··· 정말 던전인가···?'


던전의 자연은 전혀 손상되지 않은 채,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전투와 피비린내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공간에서 이런 아름다움을 발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개울가에 흐르는 물은 맑고 투명했다.


우진은 그 물을 손으로 떠 마셔보았다.


차갑고 신선한 물이 그의 목을 적셨고, 그동안의 피로가 조금이나마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서서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공기마저도 상쾌했다.


이곳은 우진이 알던 던전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오크, 오우거 같은 마물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곳이 바로 이 던전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던전 속에서도 이런 평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던전도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구나.'


우진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던전은 단지 죽음과 공포만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 안에도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이 숨어 있었다.


그동안 놓쳤던, 아니 알지 못했던 던전의 이면을 발견한 것이다. 그동안 전투에만 집중하며 이런 풍경을 눈여겨볼 여유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했다.


숲속을 걷는 동안, 우진은 마치 자연의 일부가 된 것처럼 편안함을 느꼈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따스하게 그를 감싸주었고,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던 긴장감이 점차 사라져갔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가만히 바라보며 손을 뻗어 그것을 만져보았다.


부드러운 잎사귀가 그의 손끝을 스쳤고, 그 순간 우진은 던전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전쟁터가 아닌, 자연의 아름다움도 숨겨져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앞으로 던전에 올 때는 이런 순간을 더 자주 볼 수 있을까?'


문득 자신이 던전을 대하는 태도가 변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던전은 더 이상 그저 죽음을 피해 다니는 공간만이 아니었다.


우진은 이 경험을 통해 던전의 위험과 그 안에 숨겨진 또 다른 면을 함께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그렇게 우진은 마음 한구석에 감동을 안고 다시 던전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던전청 상황실은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송도 던전의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 이후, 관리국장 김상현과 사고 대응팀 팀장 정일해는 여러 각성자들이 고전하는 모습을 보고받으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던전청은 이미 대한민국 NO.2로 불리는 화개장터 파티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아직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화개장터 파티는 경상남도 하동 출신의 박철민과 전라남도 구례 출신의 이길영이 공동으로 이끄는 강력한 팀으로, 그들의 결정이 송도 던전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열쇠였다.


그때, 정일해의 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뜬 발신자는 바로 박철민이었다.


정일해는 떨리는 손으로 통화를 연결했다.


"박철민 파티장님, 안녕하십니까?"


정일해가 침착하게 인사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다소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던전청에서 먼저 도움을 요청했지만, 화개장터 파티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몰랐기 때문이다.


전화기 너머로 박철민의 사투리 섞인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 팀장님, 저기... 우리가 고민 좀 해봤습니더. 그리고 던전에 나가기로 했심더."

"파티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던전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해지고 있어서... 저희가 급하게 지원을 요청드린 상황이었습니다."


정일해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 팀장님. 우리도 그거 알고 있심더. 그래서 이길영이 하고 상의했제. 얘기해봤는데, 안 나가면 안 되겠구나 싶습니더. 우리 화개장터 파티가 송도 던전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으니 걱정 말고 기다리이소."


박철민이 조용히 웃음을 섞어 대답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파티장님. 송도 던전의 난이도가 상급으로 조정된 상황이라서... 지금 파티장님의 결정이 아니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정일해는 깊은 감사를 느꼈다.


"뭘 그런 말씀을 하십니꺼. 우리가 원래 던전에서 이런 일 하는 사람들 아닙니꺼. 이번 건 좀 어려울 끼지만, 우리가 해결할라꼬 준비 다 했심더."

"파티장님께서 나서주신다니 든든합니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연락 주시면 헬기를 준비하겠습니다."

"준비 다 됐심더. 이제 곧 출발할 낀데, 팀장님. 우리 도착할 때까지 무리하지 마이소. 우리 도착하면 다 처리할 테니까, 지금부터는 상황만 잘 관리해주이소."

"네, 파티장님. 무리하게 나서지 않고 철수시키겠습니다. 도착하시면 바로 연락 주십시오."


정일해는 그의 말에 안도하며 답했다.


"걱정 말고 기다리이소. 곧 봅시다."


박철민은 짧게 웃으며 말했다.


통화가 끝나자, 정일해는 깊은 숨을 내쉬며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박철민 파티장님이 송도 던전에 들어가기로 결정하셨습니다."


그는 옆에 있던 김상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화개장터 파티가 나선다면 상황이 분명 나아질 거야. 그들이 도착할 때까지 추가 피해가 나오지 않게 해야돼."


김상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파티가 도착할 때까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철저히 준비하겠습니다."


화개장터 파티의 투입으로 어렵기만 했던 던전 공략에 활기가 차오를 테지만, 정일해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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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이드라고 불립니다 24.07.28 82 4 15쪽
1 누구나 하는 우연한 선행 24.07.28 9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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