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들고 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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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한
작품등록일 :
2024.07.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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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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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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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알림(1)

DUMMY

우진은 양손으로 자신의 눈을 여러 차례 비볐다.


거인의 괴력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리계 랭커들이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는 스킬 중 하나였다.


30초 동안 근력 200% 상승.


스킬 레벨이 올라갈수록 사용 시간과 근력 상승 비율이 올라가는 반사기적인 스킬이었다.


“뭐지?”


스킬을 2개 얻었는데, 두 스킬 모두 최상급으로 분류될 만한 것들이다.


누군가 그랬던 것 같다.


운에도 총량이 있다고··· 어제와 오늘 연이어 습득한 말도 안 되는 스킬에 순간 노파심이 생겼다.


오늘 얻은 스킬석 2개를 모두 사용하려 했던 우진이었지만, '하나는 잠시 넣어두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의 총량으로 따지면 이번 달 운을 다 썼거나, 이번 연도의 운을 다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얻은 스킬에 대해 잠시 생각하던 그때였다.


-깨톡!


딱히 밤늦게 연락 올 곳 없는 우진의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날아왔다.


“이 시간에?”


<우진씨. 정일해 팀장입니다. 잘 들어가셨죠?>


연락처를 알려준 적 없는 정일해 팀장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내 연락처는 어떻게 안 거지?’


<네. 잘 들어왔습니다.>


바로 집 앞까지 태워줘 놓고는 안부를 묻는 게 어딘지 수상했다.


<내일 오전에 던전청으로 잠시 와주시겠습니까? 차량을 보내겠습니다.>


정일해는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아니면 눈치가 없거나.


그쯤 거절했으면 알아먹을 만도 한데 계속 요구하는 정일해 팀장의 시커먼 속내가 느껴졌다.


<저 내일 알바에 가——>


메시지를 다 쓰지도 못했는데, 메세지가 또 날아왔다.


<오전 물류센터와 오후 편의점에 적절한 보상을 대가로 내일부터 당분간 우진씨가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협의를 마쳤습니다.>


이래도 되는가.


국가 공권력을 이렇게 막 써도 되는가.


우진은 도망갈 곳 없는 외통수에 걸려들었다.


안 그래도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초급 각성자 교육으로 인해 알바를 일주일 동안 못 나간다고 말했던 참이었다.


‘어떻게 하지?’


이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적절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혹시 다른 게 걱정돼서 던전청을 꺼리는 건 아니죠?>


계속되는 정일해의 메세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씀드립니다. 너튜브와 SNS상에 나돌던 소문은 터무니없는 내용일뿐더러, 던전청은 그 어떠한 경우에라도 각성자님께 위해를 가하지 않습니다.>


실무자들은 이런 오해를 많이 받았었나 보다.


자연스럽게 우진의 마음을 꿰뚫어 본 정일해는 그의 마음에 믿음을 주기 위한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내일 오전 중에 사우진씨께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꼭 참석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몸이 아프다고 할까? 여동생을 보러 지방에 내려간다고 해야 할까?


“....”


더 이상 핑계가 떠오르지 않았다.


<예. 알겠습니다.>


정일해에게 마지못해 메시지를 보낸 우진은 한 가지 안전 장치를 하기 위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



꿀꺽.


우진의 목에서 쉴 새 없이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던전청 대회의실에 모인 수십 명의 직원들 앞에서 청장 김태진에게 감사패를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조사 때 입으려고 사놓았던 14만 원짜리 정장 세트를 입고 나온 우진은 자신의 옷차림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장 소재가 좋지는 않았지만 180cm가 조금 안 되는 키를 가진 우진에게 매우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 감사패를 수여합니다.


길고 긴 진행자의 멘트를 끝으로 청장 김태진의 손에 들려있던 감사패가 사우진에게 전달되었다.


짝. 짝. 짝. 짝. 짝.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는 나오지 않았다.


그저 행사를 빨리 끝내고 자리로 돌아가 자기 일을 끝마치고 싶어 하는 직장인들의 영혼 없는 박수 소리만 이어질 뿐이었다.


“던전청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던전청 청장 김태진이 악수를 청했다.


“아, 네···.”


우진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어리바리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각성한 지 오늘로 3일째.


우진은 어느덧 던전청에서 감사패를 받는 각성자가 되어 있었다.


행사가 모두 종료되었고 직원들 모두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우진에게 접근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와주셔서 감사해요. 사우진 각성자님.”


정일해 팀장은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 웃음이 너무 어색해서일까? 우진의 마음속에 잠시 담아두었던 불신의 씨앗이 다시 피어오르려 했다.


‘정말 아무 일 없을까? 믿어도 되는 건가?’


우진이 내적 갈등을 지속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이 더 다가왔다.


그의 넥타이 위에는 던전청 관리국 국장 김상현이라 쓰인 사원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반가워요. 나 관리국 국장 김상현이라고 해요.”


꽃중년, 젠틀남, 신사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큼 멋진 분위기를 소유한 그가 우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 사우진입니다.”


우진은 김상현과 손을 맞잡았다.


“우리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김상현은 우진을 자기 방으로 안내했고 정일해 팀장도 동석했다.



***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어요. 던전을 혼자 클리어했다고 하던데.”


김상현은 이야기를 빙빙 돌려 하는 걸 가장 싫어했다.


이번에도 단도직입적으로 우진에게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정일해 팀장과는 다르게 김상현 국장은 어딘지 모르게 진중한 느낌을 주었다.


“우진씨에 대해서는 대략 확인해 봤습니다. 특별한 건 보이지 않던데··· 어떻게 훈련도 교육도 받지 않고서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었던 겁니까?”

“.......”

“어떤 특별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거죠?”


“가지고 있는 낫이 높은 등급의 무기인가요?”


김상현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농부가 쓰던 낡은 등급의 낫일 뿐이에요.”

“그럼, 설명해 주겠습니까?”


우진은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나 고민되었다.


“사우진씨의 설명 유무에 따라서 던전청에서 지원하는 처우가 달라질 겁니다.”


김상현은 오늘 아침 던전 브레이크에 빨려 들어갔던 직원 5명의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그들 모두 공통으로 말하기를 아무리 최하급 던전이라 할지라도 사우진의 전투 능력은 발군처럼 보였고, 고블린을 모두 단 한 번에 베기만으로 쓰러뜨렸다는 내용이었다.


“정 팀장, 일단 준비한 것 가지고 와봐.”


정일해 팀장은 서류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두 줄이 그어진 흰색 카드.


흰색 카드에 두 줄이 그어져 있다는 건 중급 각성자를 의미하는 면허증이었다.


“이걸 왜···.”


우진은 갑자기 튀어나온 중급 각성 면허증을 보고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성자는 대략 5,000여 명 정도.


그중 약 절반은 초급 각성자를 유지하며 지원금만 타 먹고 있는 자들이었고, 나머지 각성자들만이 하급 이상의 등급을 부여받고 활동 중이었다.


그리고 중급 이상 올라간 이들은 채 300명이 되지 못했다.


그만큼 등급을 높이는 게 어렵다는 것.


각성자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던전 입장 시 액션캠 같은 촬영 장비를 구비하거나 승급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던전을 공략해야 한다.


전투 능력을 평가해 등급을 올려주는 방식은 UN 던전 기구에서 정하는 평가 항목으로 진행되며 전 세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눈알을 이리저리 돌리던 우진은.


“중급 각성 면허증을 저한테 왜 주시는 거죠? 이렇게 주셔도 되는 건가요?”


김상현에게 물었다.


“우리는 인재가 필요했고, 면허증 발급은 각 나라의 재량에 맡겨져 있지. 그리고 사우진씨는 돈이 필요하지 않나?”


몇 분 봤다고 우진을 대하는 게 편해진 것일까? 김상현의 말은 어느 순간 짧아져 있었다.


“잘 알다시피 요즘 각성자들은 몸을 많이 사리거든, 실력도 아주 부족하고.”


김상현은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점점 더 지원금에 만족하고 살아가는 각성자들이 많아지고 있어. 그렇다고 지원금을 끊을 수도 없지. 각성자는 한 나라의 국력에 해당하니까.”


우진은 점점 더 농밀해지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사우진씨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어.”


‘미친··· 나 오늘로 각성한 지 3일째라고···.’


우진은 미칠 것 같았다.


“던전청이 세워지고 수습 각성자가 던전을 단독 클리어한 건 사우진씨가 유일해. 이건 최무강도 못 한 일이야.”


대화 내용이 자꾸 산으로 가는 기분이었다.


우진은 그저 감사패를 받으러 왔을 뿐인데.


“그럼, 월요일부터 시작하는 초급 각성자 훈련은 받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여기서 대화를 한번 끊어야겠다고 생각한 우진은 김상현에게 질문했다.


“정 팀장, 8시간짜리 이론교육 하나면 충분하겠지? 아니지. 훈련 팀장 불러와.”


정일해는 김상현 국장의 방에서 번개처럼 튀어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우진은 고개를 떨구었다.


자꾸 커지는 일에 고개를 들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



벼락같은 하루가 지나갔다.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운 우진은 복잡한 머릿속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중급 각성자라니···.’


두 줄이 선명하게 그어진 흰색 카드를 이리저리 살펴보는 우진이 잠시 생각에 잠기려던 찰나.


지이이잉——


진동 소리에 침대 옆에 놓아둔 스마트폰에 시선을 빼앗겼다.


‘이 시간에, 또?’


어제의 데자뷔 같은 상황에 당황한 우진은 스마트폰 잠금 화면을 풀고 내용을 확인했다.


—————————————

<긴급 알림>

-인천 송도 스바이오 제5공장 건설 현장.

-23시 43분 게이트 열림.

-게이트 유지 예상 시간: 72시간

-추정 등급: 중


[던전청 포상금]

-파티 공략 참여: 2,000만 원

-파티 보스 공략 참여: 1억 원

-파티 보스 공략 클리어: 1억 원


-개별 공략 참여: 100만 원

-개별 보스 공략 참여: 500만 원

-개별 보스 공략 클리어: 1,000만 원


[스바이오 후원금]

-파티 공략 참여: 5,000만 원

-파티 보스 공략 참여: 5억

-파티 보스 공략 클리어: 10억


-개별 공략 참여: 200만 원

-개별 보스 공략 참여: 1,000만 원

-개별 보스 공략 클리어: 2,000만 원


해당 지역 각성자분들은 속히 공략에 참여하십시오.

—————————————


‘이게 중급 이상 각성자들이 받는 긴급 메시지···.’


최하급과 하급 던전은 클리어할 수 있는 각성자가 무수히 많지만, 중급 이상의 던전부터는 그 위험성 때문에 도전도 참여도 잘 하지 않아 막대한 포상금이 내걸린다.


그렇기에 각성자들은 높은 등급의 던전 공략을 위해 파티라는 걸 만들어 팀 단위로 움직였다.


“와··· 사기업에서 엄청난 돈을 주는구나.”


사기업의 입장에서도 몇천억 또는 조 단위의 돈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되었기에 따로 후원금을 내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건 내가 참여할 수 있는 던전은 아닌 것 같은데···.”


이제 겨우 최하급 던전 하나를 클리어했을 뿐인 우진에게 중급 던전 도전은 무모한 일이었다.


“후······.”


우진은 스마트폰을 다시 침대 옆에 놓아두고 오지 않는 잠을 청하려 애써 눈을 감았다.


그렇게 몇 분쯤 흘렀을까?


지이이잉——


또 울리는 진동 소리에 스마트폰을 다시 집어 들었다.


‘내일부터는 무음으로 해놓든지 해야겠네.’


메시지만 확인하고 바로 잠을 청하려 하는 우진의 눈에 피로감이 엿보였다.


그러나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한 우진은 잠을 청할 수 없었다.


—————————————

<긴급 알림>

-인천 송도 스바이오 제5공장 건설 현장.

-00시 18분 게이트 열림.

-게이트 유지 예상 시간: 96시간

-추정 등급: 하

- 기타 사항: 액션캠 착용 필수


[던전청 포상금]

-개별 공략 참여: 20만 원

-개별 보스 공략 참여: 50만 원

-개별 보스 공략 클리어: 100만 원


[스바이오 후원금]

-개별 공략 참여: 50만 원

-개별 보스 공략 참여: 100만 원

-개별 보스 공략 클리어: 200만 원


해당 지역 각성자분들은 속히 공략에 참여하십시오.

—————————————


‘던전 등급이 하급?’


중급 이하 던전에 대한 긴급 알림은 잘 하지 않는 편이나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던전에 한해서는 긴급 메시지가 발송되기도 했다.


메시지를 받은 우진은 몰려오던 피로가 싹 달아나는 기분을 느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가만히 생각해 봤다.


오늘로 각성 4일 차.


내일부터 물류 알바도 편의점 알바도 없다.


감사패와 함께 포상금 500만 원도 받았기에 당분간 먹고 사는 데 지장도 없다.


우진은 던전청을 나서기 전 정일해 팀장으로부터 받은 한 가지 제안이 생각났다.


그것은 계약이었고, 각성자에게 아주 치명적인 조항이 삽입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서류에 서명했다면 매달 1,000만 원의 중급 각성자 일상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었다.


지원금을 받는 조건은 단 하나, 던전청에서 지정한 던전 공략 의뢰를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진은 바로 거절했다.


아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 일은 모르지 않는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정일해 팀장은 바로 적용되지 않는 조항이라 말했지만 어려서부터 안 해본 일 없이 살아왔던 우진은 계약서가 갖는 무서움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어 쉽게 잠이 올 것 같지 않은 밤이 되었다.


그러다 감았던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고 간단히 세수를 마친 후 옷을 주섬주섬 꺼내 입었다.


새 장난감이 생긴 아이의 모습처럼 우진은 새롭게 생긴 힘을 조금 더 시험해 보고 싶어 하는 얼굴로 거울 앞에 섰다.


착. 착.


가볍게 뺨을 두 번 두드린 우진은 인천 송도로 가는 택시를 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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