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들고 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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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한
작품등록일 :
2024.07.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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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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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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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알림(2)

DUMMY

우진은 택시에서 내리며 스마트폰 화면을 봤다.


오전 01시 48분.


도착한 이곳은 설치된 조명으로 인해 새벽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밝았다.


'복잡해···.'


우진은 검은 옷을 입은 수많은 사람이 바쁘게 움직이는 이곳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선뜻 움직일 수 없었다.


툭. 툭.


누군가 우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각성자 슈?"


어디서 본 듯한 체형의 중년 남자가 말을 건넸다.


"아, 네. 그렇습니다."

"현장은 처음이쥬?"

"네?"

"수습 딱지 뗀 각성자들은 티가 나 유."


우진은 이 사람을 어디서 봤는지 그제야 생각이 났다.


"혹시···."

"머유?"

"며칠 전에 던전청 1층에서 뵀던 분인 거 같아서요."


배 나온 중년 아저씨는 기억하기 위해 애쓰는 얼굴이었다.


"던전 브레이크가 있던 날 이쥬?"

"네 맞습니다."

"어휴, 그날은 말도 마유. 마정석 팔러 갔다 뒤질뻔해 슈."

"사실 저도···."


우진과 중년 아저씨는 허탈하게 웃었다.


"젊은 친구도 밤에 잠이 안 와서 나왔나 보쥬?"

"사우진 입니다."

"이런 통성명도 안 했구먼 유."


중년 아저씨가 손을 내밀었다.


"나 백선기 유."

"백성기요?"

"아니, 아니 백. 선. 기 유."

"아, 선기··· 형님이라고 부르면 될까요?"


우진은 백선기가 내미는 손을 맞잡으며 되물었다.


"형님은 무슨,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 줘유."


백선기와 우진은 겨우 몇 마디를 나눴을 뿐이었는데, 어느새 편안한 관계가 되어 있었다.


"백 아저씨도 일찍 나오셨네요."

"내 나이도 돼봐, 밤에 잠이 안 와유."


백선기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복잡해 보여도 별거 없슈. 저기 왼팔에 완장 차고 있는 사람 보이쥬?"


검은 옷 입은 많은 사람 중 유일하게 왼팔에 흰색 완장을 사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저 사람이 통제관이에유."


통제관, 많이 들어본 명칭이었다.


"저 사람한테 가서 각성 면허증 보여주면 바코드 스캔할 거에유."

"백 아저씨는 던전에 안 들어가세요?"

"나 배가 아퍼··· 화장실 들렀다 갈 거예유."


각성자도 인간이었기에 생리적인 현상은 피할 수 없었다.


"하급 던전으로 보이니까 크게 어렵지 않을 거예유. 우리 화이팅하고 또 봐유."


백선기와 우진은 연락처를 교환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우진은 백선기가 알려준 대로 왼팔에 하얀 완장을 차고 있는 통제관에게 다가갔다.


"저기."

"각성자님이십니까?"

"네."

"면허증 보여주십시오."

"여기 있습니다."


우진은 흰 바탕에 두 줄이 선명하게 그어진 중급 각성자 면허증을 건넸다.


"중급 각성자님이셨군요."


우진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통제관의 시선을 슬며시 피했다.


"잠시만요 각성자님."


던전 통제관이 누군가를 급히 불렀다.


"중급 각성자님이셔 안으로 안내해 드려."


우진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던전 게이트 옆으로 길게 펼쳐진 임시 천막으로 안내되었다.


"이쪽으로 들어가십시오. 각성자님."


우진이 안으로 들어가자, 미리 와서 대기 중이던 각성자 여러 명과 눈이 마주쳤다.


"여기, 중급 각성자 한 분 더 오셨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천막까지 안내를 도와줬던 직원은 돌아갔다.


'뭐지?'


먼저 와있던 그들은 테이블 위에 마련된 간식을 먹으며 우진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다.


우진은 처음 맞이한 상황에 어쩔 줄 몰라 입구 근처에 가만히 서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번에 승급?"


얼굴에 큰 상처를 가지고 있는, 길 가다 눈도 못 마주칠 것 같이 생긴 남성이 우진에게 말을 건넸다.


"아, 네."

"뭘 그렇게 쭈뼛거리고 있어 일로 와 앉아."


우진이 빈자리로 이동했다.


"파티를 못 구했나 봐, 여기는 파티 없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데."


흉악한 인상의 그가 우진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네. 아직 파티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실력이 별론가 봐? 아니지, 중급 정도 올라선 거면 실력은 대단한 거겠지. 우리처럼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한가?"


크하하!

크크크크!


여기저기서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파티에서 쫓겨나 여기 모인 거지 혼자 다니는 게 뭐가 편하겠수."

"신입 왔다고 좋게만 말하시네. 크하하!"


여기저기 떠드는 이들의 관상을 보니 하나같이 좋지 않았다.


'뭐지 이 사람들은.'


우진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


그때 천막을 열어젖히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는 왼쪽 팔에 푸른색 완장을 찾고 있었고, 범상치 않은 체구를 소유하고 있었다.


"우리 중급 각성자분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선발대 파티가 입구 주변 정리를 마쳤습니다. 이제 투입을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


큰 체구를 가진 남자의 말이 끝나자, 천막 안에 있던 여럿이 자리에서 일어나 몸 푸는 시늉을 했다.


"파티 놈들 뭐가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이래서 배때지에 기름찬 새끼들은 믿을 수가 없어."

"그러게, 말이에요. 형님."

"자, 얼른 가서 돈이나 벌자고."


이런저런 설명 따윈 없었다.


그저 우진도 자연스럽게 일어나 그들과 함께 이동을 시작했고, 푸른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던전 게이트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바코드 스캔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와주세요."


입구에서 통제관이 각성자들의 면허증을 하나하나 스캔 중이다.


'뭐지? 다들 엄청 강해 보이잖아.'


우진은 이상하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빨리빨리 좀 갑시다."


스캔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뒤쪽에서 우진을 향해 이런저런 불만을 쏟아냈다.


"죄송합니다."


뒤쪽에 연신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다가 앞을 바라봤다.


조금 전 천막에 같이 있던 흉악한 무리가 게이트 안으로 하나둘씩 들어가는 게 보였다.


'중급 각성자들도 하급 던전에 꽤 많이 참여하네.'


파티를 구하지 못한 중급 각성자들이 높은 등급의 던전을 공략하기보다는 하급 던전에 참여하는 게 안전하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흉악한 무리 중 하나가 뒤를 돌아보았다.


"어이, 신입. 죽지 말라고."


우진에게 이상한 말을 남기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간 인상 나쁜 대머리 아저씨.


'뭐야? 죽지 말라니. 나를 어떻게 보고.'


우진은 어이가 없었다.


이래 봬도 최하급 던전을 혼자서 클리어한 이력이 있는 자신을 낮춰보는 것 같아 기분이 살짝 좋지 않았다.


그렇게 어리바리하게 서 있던 우진의 차례가 왔다.


"면허증 제시해 주십시오."


삑!


우진의 면허증 뒤에 있는 바코드가 스캔 되었다.


"사우진 각성자. 행운을 빕니다."


그렇게 우진은 푸른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게이트로 들어갔다.



***



우진은 드넓은 초원에 발을 디뎠다.


"여기는···."


사방으로 펼쳐진 푸른 들판은 평온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길게 뻗은 풀들이 바람에 따라 춤을 추고 있고, 듬성듬성 자리 잡은 나무들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우진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밑에서 느껴지는 푹신한 풀밭의 감촉과 바람에 실려 오는 상쾌한 자연의 향기가······.


"......."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왜, 개방형 던전이지?"


하급 이하 던전은 모두 미궁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궁. 말 그대로 인위적인 구조물을 지칭한다.


"이건 너무 대자연인데?"


우진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사람은? 입구 게이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조금 전 눈앞에 대자연이 펼쳐졌을 때만 해도 괜찮았다.


들어온 게이트로 바로 나가면 되니까.


하지만, 나갈 수 있는 게이트가 보이지 않았다.


"이건···."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느 각성자의 인터뷰를 뉴스에서 들은 적이 있다.


아주 낮은 확률로 입구 게이트가 아닌 필드에 무작위 소환된다고, 자신은 운이 나빠 3번의 경험이 있다고 하였다.


몇 퍼센트의 확률로 무작위 소환되는지 통계 따윈 없었다.


왜냐고.


입구 게이트에서 시작하지 않은 각성자가 살아 돌아온 확률이 매우 희박했기 때문이다.


그저 던전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한 각성자 숫자에 무작위 소환자도 포함된 게 아니냐는 추측만 있을 뿐이었다.


우진은 일단 낫부터 꺼내 들었다.


'이게 뭐라고.'


낫 하나 들고 있을 뿐인데, 어느 정도 안정감이 생겨났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했다.


우진은 여러 차례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중급··· 중급이라···."


하급과 최하급은 고블린과 늑대형 마물이 주로 등장했다.


중급부터는 마물의 강함 즉, 난이도가 부쩍 올라간다.


'오크, 오우거, 사이클롭스, 언데드형 마물···.'


고블린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능력의 마물들이 득실득실한 곳이 중급 던전이었다.


우진은 다른 각성자들과 합류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높은 곳이 필요한데···.'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작은 언덕이 보였다.


우진은 언덕에 올라 주변 지형을 살펴보기로 했다.


들판을 따라 5분쯤 걸었을까.


언덕에 거의 다다랐다고 생각할 때쯤.


원시적인 갑옷을 입고 손에 거대한 도끼를 들고 다니는 마물과 마주쳤다.


큰 키, 거칠고 두꺼운 녹색 피부, 근육질의 몸, 날카로운 송곳니가 튀어나온 입과 붉은 눈동자···.


오크였다.


'뭐가 이렇게 커?'


너튜브에서 보던 것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오크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느릿하게 걷기 시작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오크의 몸 곳곳에는 전투의 상처로 보이는 수많은 흉터가 있었다.


'평범한 오크가 아니야.'


본능적으로 싸움을 좋아하는 오크였지만, 그의 몸은 너튜브 영상에서 보던 것과는 아주 달랐다.


'중간 보스급··· 엘리트 마물인가.'


중급 던전의 엘리트 마물은 최하급 던전의 보스와 그 강함이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느릿하게 걸어오던 흉터 많은 오크가 10보 앞에서 멈춰 섰다.


우진은 밀려오는 묘한 흥분감으로 오른손에 들고 있는 낫을 더욱 강하고 거칠게 쥐었다.


"......."

"......."


이내 둘은 서로의 존재를 탐색하며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을 맞이했다.


그렇게 몇 초가 흘렀을까.


크으으으.


오크는 낮게 으르렁거리고, 우진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히며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다.


"미친!"


우진은 욕을 한마디 내뱉고서 날렵하게 몸을 피했다.


파앙!!!

퍼억!

퍽! 퍽! 퍽!


오크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거대한 도끼를 땅에 내리칠 때마다 흙과 풀이 튀어 올랐고, 우진은 그 강력한 공격을 피하며 반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오크의 가죽은 두꺼운 방패처럼 견고했다.


우진은 땀을 흘리며 빠르게 공격을 이어나갔지만, 오크의 맹공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진의 체력은 한계에 다다랐다.


후욱. 후욱. 후욱.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하나뿐인 목숨을 이리도 쉽게 잃을 수는 없지 않은가.


'공격 패턴이 생각보다 단순해.'


우진은 주위의 나무와 지형을 이용해 기민하게 움직이며 오크의 공격을 유도했다.


여러 차례의 공방이 이어졌고, 마침내 오크의 빈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크의 도끼가 바위에 박혀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었을 때, 우진은 전력을 다해 낫을 휘둘렀다.


스걱.


「치명적인 일격이 적용됩니다.」


우진은 오크의 옆구리를 길게 베고 지나갔다.


흘러내리는 붉은 피와 내장들.


크하! 크아아아!!


오크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을 내뱉으며 두 걸음 물러섰다.


제대로 적중된 단 한 번의 일격이었고, 우진이 가진 사기적인 패시브 스킬의 대단함이었다.


우진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거인의 괴력.'


「30초 동안 근력이 200% 상승합니다.」


아껴두었던 스킬을 사용하였다.


몸에 특별한 변화는 없었지만, 확실히 가벼워진 기분은 느낄 수 있었다.


'이 한 번의 공격으로 끝을 낸다.'


영화 같은 대사.


우진은 마지막 힘을 다해 거리를 좁혔다.


근력이 강화되니 이상하게도 속도가 높아졌다.


단숨에 지척까지 다가간 우진은 뛰어올라 오크의 목을 향해 낫을 휘둘렀다.


스걱!


「즉사가 적용됩니다.」

「숙련된 오크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칭호: 망나니」를 획득했습니다.


목에서 붉은 피 분수를 뿜어대는 거대한 몸이 무너져 내리며 초원의 풀밭 위에 쓰러졌다.


즉사가 적용된 건 처음이었다.


'레벨이 3개나 올랐어, 칭호도 얻고.'


우진은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전투의 여파로 흩어진 풀이 바람에 흔들리고 물기를 머금고 있던 물방울이 튀어 오르며 주위가 뿌옇게 변한 느낌을 주었다.


어렵고 위태로운 싸움이었지만, 우진은 마침내 엘리트 오크의 목을 베는 데 성공했다.


잠시 후, 오크가 쓰러졌던 자리에 허름한 갑옷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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