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들고 던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솔한
작품등록일 :
2024.07.28 08:56
최근연재일 :
2024.09.08 22:42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693
추천수 :
27
글자수 :
67,670

작성
24.07.31 07:15
조회
72
추천
3
글자
13쪽

던전 브레이크(3)

DUMMY

박미정은 입구 방향에 붉은색 게이트가 열리자, 동료 직원의 부축을 받아 던전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들 괜찮아요?”


그녀는 자신의 부상이 가볍지 않음에도 다른 동료들의 상태부터 살폈다.


“사우진 씨는 아직이죠?”


박미정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우진을 찾는 듯 행동했다.


‘사우진 씨···.’


붉은 게이트가 열렸다는 건 던전이 클리어되었다는 뜻이다.


수습 각성자로서 던전을 단독으로 클리어해 낸 것이었다.


“게이트다!”

“게이트가 열렸어!”

“어서 던전청에 신고해!”


주변이 웅성대기 시작했고, 게이트가 열린 것을 알아본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저기···.”


게이트 앞에 널브러져 있는 던전청 직원 5명을 본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상태를 살폈다.


“119 신고부터 해주세요.”


박미정을 비롯한 몇몇은 부상의 정도가 가볍지 않았기에 사람들이 앞다투어 119에 신고했다.


잠시 후.


경찰을 비롯해 구급차, 소방차, 그리고 알 수 없는 검은색 차들이 줄지어 게이트 근처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쯤 더 있으니, 하늘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는 헬기도 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구급대원은 곧바로 박미정의 다리 상태를 살폈고,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나머지 던전청 직원들도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고 병원으로 하나둘씩 이송되기 시작했다.


“저기··· 한 사람이 아직 안 나왔어요.”


응급조치를 받은 박미정은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현장을 정리 중인 경찰에게 다가가 말했다.


“던전청으로부터 내용 전달받았습니다. 각성자 한 분이 아직 안 나오셨다고요.”

“네, 맞아요.”

“이곳은 저희에게 맡기시고 어서 병원으로 가서 치료부터 받으세요.”


박미정은 아직 나오지 않은 사우진이 걱정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병원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



던전청 관리국 국장 김상현이 자신의 오른쪽 귀에 전화기를 대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뚜루루루루—


한참을 울리던 신호음 끝에.


-사고 대응팀 팀장 정일해입니다.


현장에 파견된 책임자에게 전화가 연결되었다.


-정 팀장, 현재 상황 보고해.


김상현은 이런저런 미사여구 없이 바로 본론부터 꺼내 들었다.


-우리 직원 다섯 명 모두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건강 상태는 양호한 편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

-아, 아직 던전에서 수습 각성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일해 팀장은 김상현 국장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굽신거리며 통화를 이어 나갔다.


-클리어되었는데 왜 안 나오는 거야?

-아직 그것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추가로 보고할 내용은?

-클리어된 던전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통제 중입니다.

-알았어. 변동 사항 생기면 바로 보고하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뚝.


던전이 클리어된 시점을 정확히 특정할 수 없기에 게이트가 붉은색으로 변하면 들어가지 않는 게 하나의 국가적인 룰 같은 것이다.


그러나 국룰을 어기면서까지 클리어된 던전에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각성자들이 미처 챙겨 나오지 못한 부산물을 가지고 나오기 위함으로 목숨을 거는 행동이었다.


“어?”

“저기.”

“여기! 이쪽으로!”

“게이트에서 사람이 나옵니다!”


던전청 직원들이 이송되고 얼마쯤 지났을까? 많은 사람들이 각성자가 나오기를 목이 빠지라 기다리고 있던 그때, 한 사람이 게이트 안에서 터덜터덜 걸어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찰칵.


“수습 각성자가 정말 맞습니까?”

“어떻게 살아 돌아오신 겁니까?”

“혼자서 클리어하신 게 맞습니까?”




게이트에서 나오는 우진을 향해 기자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대며 질문을 퍼부었다.


어디서 흘러 나간 정보인지는 모르겠으나 던전청에 생긴 던전 브레이크는 메인 뉴스 소재로 부족함이 없었기에 취재를 위해 찾아온 기자들까지 게이트가 열린 현장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눈부셔···.’


갑작스레 수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은 우진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사우진 씨, 어디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괜찮으세요?”


던전청 사고 대응팀 정일해 팀장은 출입 통제선 안으로 급히 들어가 우진에게 말을 건넸다.


“네, 괜찮습니다. 다친 곳은 없어요.”


‘최소 삼십에서 백 마리 가까운 마물을 상대했을 텐데 어쩜 이렇게 상처 하나 없지?’


정일해 팀장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멀쩡하게 걸어 나오는 우진을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사우진 씨 혼자 클리어한 게 맞습니까? 예? 아,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차량으로 이동하시죠.”


정일해는 현장에 듣는 귀가 아무래도 많다고 판단해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차량으로 장소 이동을 결정했다.


검은색 승합차에 탑승한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앉았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정말 사우진 씨 혼자서 클리어한 게 맞습니까?”

“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요.”


사우진은 무덤덤하게 정일해의 물음에 답했다.


“그런 것 같은데 요가 아니라 정확히 말씀을 해주셔야죠.”

“혼자 한 게 맞는 것 같아요.”


우진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정일해는 몇 번 더 반복하여 집요하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애매한 답변뿐이었다.


우진이 이렇게 대답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좋은 스킬을 가지고 있다면 던전청에 알리지 마라.>


너튜브에서 500만 조회수를 거둔 유명한 영상의 제목이었다.


너튜브와 SNS를 통해 던전청에 대한 괴소문이 아주 잠깐 돌았는데 그 소문은 좋은 스킬을 가진 각성자가 던전청에 잡혀가면 살아나오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난 거짓된 내용은 ‘초급 각성자를 죽이고 스킬을 빼앗아 간다’라는 소문으로까지 번져, 던전청에서 대응하는 데 아주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정일해의 적극적인 태도는 우진에게 있어 잠시 묻어둔 옛 소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였고.


‘분명, 특별한 스킬이 있다고 생각할 거야. 내가 생각해 봐도 수습 각성자가 단독으로 클리어한 건 아주 이상하니까.’


그래서 우진은 정일해의 물음에 계속 애매모호한 대답을 했던 것이었다.


“일단, 던전청으로 함께 가시죠.”

“제가 알바 시간이 다 돼서···.”


정일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 친구 제정신인가?’


던전청 직원 다섯 명을 구했다.


던전청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보상을 내어줄 텐데 왜 같이 가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몇 가지 조사할 것도 있고 사우진 씨의 건강을 체크해 봐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정일해는 이 수습 각성자를 던전청으로 데려가야만 했다.


그냥 돌려보낼 수 없지 않은가.


다섯 명을 구한 영웅을 이대로 돌려보낸다면 매스컴에서도 던전청에 대한 나쁜 기사가 오르내릴 게 뻔히 보였다.


하지만 우진의 생각은 달랐다.


‘건강을 체크한다는 핑계로 습득한 스킬을 알아내려는 거겠지.’


정일해의 다소 고압적인 행동에 사우진은 더욱 큰 의심이 들었다.


“던전청은 다음에 방문하겠습니다. 오늘은 진짜 알바를 가야 해서요.”


우진의 거듭된 거절에 정일해의 표정은 계속 구겨져만 갔다.


“그럼. 댁까지라도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정말 괜찮아요.”

“슬슬 해가 질 시간입니다. 그렇게 다니시기엔 바람이 아주 차갑습니다.”

“아···.”


사우진은 그제야 알아차렸다.


그는 박미정에게 셔츠를 벗어 주었기에 내의로 입고 있던 가벼운 반소매 티 차림이었고 그 모습은 약간 후줄근했다.


‘내가 이런 차림이었지···.’


“그럼 집까지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정일해와 우진이 탄 차량은 서울 외곽에 있는 빌라촌으로 향했다.



***



우진은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오후 편의점 알바에 다녀와 씻고 침대에 누웠다.


“집요하다. 집요해.”


우진은 자신을 던전청 사고 대응 팀장이라고 소개한 정일해를 떠올리며 고개를 좌우로 여러 번 흔들었다.


그는 차량을 함께 타고 집까지 오는 길에 여러 질문을 수도 없이 하였다.


특히나 전에 어떤 운동을 했는지, 어떤 부대를 나왔는지 그리고 어떤 스킬을 가졌는지 등등 꼬치꼬치 캐물었다.


우진은 정일해의 모든 물음에 즉답을 피하며 사실을 감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소름 돋는 인간.”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우진은 자신의 대응이 현명했다고 판단했다.


“어디서든 잘하는 게 있어 보이면 이용만 하려 할 뿐이지.”


모두 군대에서 겪지 않았던가.


잘하는 걸 잘한다고 하면 그 사람에게 모든 일이 맡겨지는 법이었다.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의도치 않게 던전에서 제법 많은 수확을 얻었다.


우진은 곧바로 인벤토리를 열어 그 안에 있는 상자 2개와 마정석을 확인했다.


마정석은 고블린 오십여 마리를 잡으며 얻은 낡은 마정석 20개였다.


그리고 던전핵을 부수며 들어온 빛줄기에는 상자 2개가 포함되어 있었다.


‘일단 상자부터 열어볼까.’


우진은 인벤토리에서 상자 2개를 꺼냈다.


두 상자는 크기와 재질이 서로 달랐다.


하나는 나무 상자였고, 하나는 재질을 알 수 없는 은은한 검은빛의 금속 상자였다.


우진은 일단 나무 상자부터 집어 들었다.


「나무 상자」를 개봉했습니다.


나무 상자가 최하급 보상품이라는 걸 알고 있던 우진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낡고 군데군데 금이 간 마정석」


역시나 특별한 것 없는 최하급 마정석이 들어 있었다.


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상자에 눈길을 돌렸다.


검은빛이 은은하게 흐르는 고급스러운 상자.


딱 봐도 뭔가 특별해 보이는 이 상자는 하급도 중급도 상급도 고급도 아닌 처음 보는 형태의 상자였다.


우진은 아까와 달리 조금 긴장이 되었다.


좋은 장비가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 때문인지 사타구니도 저렸다.


중급 이상의 장비는 수천만 원 혹은 수억을 호가했고, 상급과 고급은 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귀중한 취급을 받았다.


‘장비. 장비. 장비.’


우진은 알고 있는 모든 신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빌고 또 빌었다.


“후욱··· 후욱··· 후욱···.”


우진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여러 번 하고 눈을 반쯤 게슴츠레하게 뜬 상태로 상자를 위로 열었다.


“어???”


「스킬석」


또, 스킬석이 들어 있었다.


“좋기는 한데···.”


뭔가 아쉬움이 남는 우진이었다.


스킬석은 아까도 하나 얻었기 때문.


그리고 죽음의 인도자보다 더 좋은 스킬이 나올 거라 생각되지도 않았다.


그만큼 우진이 처음 얻은 스킬은 사기적이었다는 것.


우진은 본격적인 내적 갈등에 부딪혔다.


팔 것인가?


아니면 쓸 것인가.


2개면 1억이다.


1억.


어쩌면 그 돈으로 방 두 칸짜리 조금 더 깨끗한 빌라로 이사할 수도 있다.


각성 지원금으로 받는 월 백만 원과 방 2칸짜리 집이 있으면 지방에서 혼자 기숙 생활을 하는 동생 희진이와 내년부터 같이 살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여동생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전액 장학금과 전액 기숙사비가 지원되는 지방에서 고등학교에 다녀야만 했고, 내년에 서울 수도권 명문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 했다.


“휴···.”


우진은 냉장고에 아껴 두었던 캔맥주 하나를 꺼냈다.


다음 달 월급날 마시려고 했지만, 오늘도 우진에게는 술기운이 필요해 보였다.


꿀꺽. 꿀꺽. 꿀꺽.


캔맥주를 거의 다 비울 때쯤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각성자로 성공하면 더 많은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각성 지원금을 위해 각성자가 되려 했던 것이었지만, 오늘의 전투로 우진은 자신도 강해질 수 있다는 걸, 아니, 강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각성자로서의 성공은 돈 1억과 비교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영상과 뉴스를 접해서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 실제로 크게 성공한 사례도 존재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각성자 최무강의 경우 재벌 부럽지 않은 명성과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었다.


그를 보며 많은 각성자들이 도전하고 실패하고 죽음에 이르렀지만, 그럼에도 성공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던전에 도전 중이다.


우진은 또 한 번 술기운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같은 계열의 스킬은 많으면 많을수록 전투에 도움이 되는 법.


결심한 우진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쓸모를 상실한 캔은 어느새 찌그러져 있었다.


우진은 검은빛이 흐르는 상자에서 나온 스킬석을 오른손에 쥐었다.


그리고.


퍼석.


띠링!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역시나 화려함 없는 간결한 연출.


[스킬]

액티브: 거인의 괴력 Lv.1


“액티브. 거괴···.”


이번에는 액티브 스킬이 나왔고 우진은 이 스킬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스킬: 거인의 괴력 Lv.1]

종류: 액티브.

조건: 물리 유형.

재사용 대기시간: 300초

거인의 힘 일부가 사용자의 몸에 깃듭니다.

괴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효과: 30초 동안 근력이 200% 상승합니다.


“허···.”


물리 계열 삼대장이라 불리는 스킬을 습득해 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낫 들고 던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하급 던전(1) 24.09.08 24 1 14쪽
10 트라우마를 넘어 +2 24.09.08 42 1 13쪽
9 긴급 알림(4) +1 24.09.07 43 2 13쪽
8 긴급 알림(3) 24.09.05 54 2 13쪽
7 긴급 알림(2) 24.08.08 62 2 13쪽
6 긴급 알림(1) 24.08.03 69 4 14쪽
» 던전 브레이크(3) 24.07.31 73 3 13쪽
4 던전 브레이크(2) 24.07.30 75 4 14쪽
3 던전 브레이크(1) 24.07.29 75 3 15쪽
2 사이드라고 불립니다 24.07.28 82 4 15쪽
1 누구나 하는 우연한 선행 24.07.28 95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