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전사는 우주의 황제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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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01 11:35
최근연재일 :
2024.08.1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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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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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스페이스 콜로세움

DUMMY

2.


룬나임과 대니가 끌려간 곳은 곳곳에 무기가 박혀 있는 모래바닥 운동장.

그야말로 검투장이라는 장소였다.

둘 말고도 오십 명은 족히 넘는 사내들이 검투장으로 끌려와 있었다.


“우우우우...”

“사, 살려줘...”


대부분이 남자답지 못하게 우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몇몇은 결의에 찬 눈빛이었다.


‘반드시 살아남고 만다.’

‘이 정도 시련쯤은 이겨내고 말겠어.’


룬나임은?

전자도 후자도 아니었다.


‘저놈들은 눈빛이 쓸만하군. 내 부하로 두고 싶은데.’


그는 다른 사람들의 눈빛을 살피며 쓸 만한 인재들을 가려내고 있었다.

마치 이 정도 시련은 시련도 아니라는 듯.


쿵! 철컥!


노예들이 입장한 문들이 전부 닫히자 손을 구속하던 밴드가 풀어졌다.


- 신사 숙녀 여러분!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오늘의 메인 이벤트입니다! 신선하고 파릇파릇한 프레쉬맨(freshman) 노예들이 펼치는 서바이벌 쇼! Who's the next generation? 이 시작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 여러분! 살아남을 검투사에게 베팅해 주십시오! 두뇌를 풀가동하여 마음껏 지능적으로 베팅해 주십시오! 물론 검투사의 이력은 전부 개인 타블렛으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사회자의 말과 동시에 홀로그램 전광판도 떠올랐다.


< 현재 베팅액 top 10 >


1. 브래니안 ( 91,778,000C )

2. 김민종 ( 83,118,000C )

3. 아데호프 ( 75,000,000C )

4. 대니 ( 58,899,000C )

5. 미야비 ( 53,392,000C )

...


- 아! 예상대로 브래니안이 1등입니다! 역시 오늘 관객들, 수준 장난 아니십니다! 브래니안 해적단의 선장 출신의 브래니안이라면 이 정도는 가뿐하겠죠! 아레코 해방전선의 김민종 역시 훌륭한 전사입니다!


기다렸다는 듯 몇몇 인원들의 베팅액이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

TOP10에 룬나임의 이름은 없었지만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대니 녀석. 새가슴인 것 치고 의외로 실력은 좀 있나 보군.’


룬나임은 그저 룸메이트 대니의 이름이 올라간 걸 보고 의외라는 듯 어깨를 들썩일 뿐이다.


- 자! 베팅 종료까지 5초 남았습니다! 4! 3! 2...


마지막 순간까지 돈을 쥐어짜는 사회자의 울림.

그 때였다.


1. 룬나임 ( 1,000,330,000C ) 2. 브래니안 ( 123,438,000C )

3. 김민종 ( 119,3000,000C )


갑자기 1위에 나타난 룬나임의 이름.

카운트를 세던 사회자조차 말을 잃을 정도로 장내가 순간 얼어붙었다.


- 아아아악! 이게 무슨 일입니까? 처음 듣는 신예가 갑자기 브래니안을 제치고 1위에 자리했습니다! 관계자들 말로는 어떤 고객님께서 이름도 없는 신예에게 무려 10억 크레딧을 베팅했다는군요!


“룬나임이 누구야?”

“이테온, 하룬 사막의 전사라는데?”

“이테온이라면 은하 변방의 외딴 행성 아냐? 그런 곳의 전사라면 별 볼 일 없을 텐데?”

“혹시 엄청난 강자인가?”


술렁이는 관객들.

혹여나 베팅 시간에 대한 아우성이 몰아칠까 사회자가 급히 장내를 진정시켰다.


- 아아! 역배당 치곤 너무 과감한 움직임이 아니었을까요? 결국 다른 노예들의 배당률만 올려준 게 됐습니다!


하하하하!


- 자. 베팅 시간 종료! 모두들 신중한 베팅을 하셨다고 믿겠습니다! 그럼 오늘의 신입 분쇄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쿠구구구궁!


거대한 철문이 열렸다.


- 배고파. 오빠.

- 조금만 참아. 곧 맛있는 과자를 먹을 수 있을 테니까.

- 하지만 오빠는 과자를 맘껏 먹었잖아. 난 아무것도 못 먹었는걸.

- 어어. 저기 봐. 과자들이 잔뜩 있잖아!


철문 너머의 어둠 속에서 대화하는 기괴한 목소리의 남녀.


스르르르륵!


- 정말! 오빠 말대로 과자 천지다! 빨리 먹고 싶어!

- 아직 먹으면 안 돼. 식사 벨이 울리고 나서 먹어야 한다고!


이윽고 복도를 타고 인간 머리 둘에 뱀 몸뚱아리를 한 괴물이 나타났다.

길이가 족히 15m는 돼 보이는 거대한 괴물이었다.


- 오늘의 신입 분쇄기는 바로... 이치와(一和)에서 행성 테라미시의 거인족 남매와 행성 볼칸의 바실리스크를 합성해 만든 키메라! 헨젤과 그레텔입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


우우우우우우!


박수를 유도했지만 관객들에게선 야유가 먼저 터져나왔다.


“이치와의 키메라는 전부 죽이잖냐!”

“이건 사기야! 베팅 취소해!”

“아무도 돈을 못 따는 도박이 어디 있냐!”


허나 뒤이어 호평도 이어졌다.


“다 죽어나가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

“노예들의 발악만큼 맛좋은 술안주도 없어.”

“푼돈 따러 왔어? 경기 보러 왔지! 닥치고 좀 보자!”


결국 이곳은 스페이스 콜로세움.

귀족들의 심심풀이 땅콩 경기장이다.


- 자. 그럼 바로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누가 스페이스 콜로세움의 다음 세대를 견인할 것인가? who's the next generation! 시작합니다!


땡! 콰직! 콰직!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두 명의 상반신이 사라졌다.


- 너무 맛있어! 오빠!

- 빨리 안 먹으면 내가 다 먹는다?


우드득... 우드드드득...


뼈 씹는 소리가 검투장에 울려펴졌고.


[ 하치무라 유타 - 사망 ]

[ 랴오웨이제 - 사망 ]


전광판에는 빨간 불이 둘 들어왔다.


콰직! 콰직! 콰직!


순식간에 열이 넘는 노예들의 상반신이 사라졌다.


“으아아아아!”

“살려줘!”


대부분의 노예들이 전의를 잃고 도망만 다녔다.


‘물리면 거의 죽지만 공격루트는 의외로 단조롭다.’

‘결국 주둥이를 들이밀어서 먹는 게 전부. 목의 움직임만 분석하면 피할 수 있어.’


몇몇은 공격 루트를 분석하며 피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룬나임은 달랐다.


“하하하! 인육을 즐기는 게 쓰레기 붉은독침전갈 부족 놈들과 같구나! 덤벼라!”


룬나임은 땅에 박힌 칼을 집어들고 곧바로 키메라에게 달려들었다.


- 오빠! 과자 받아먹기 시간인가 봐! 과자가 스스로 먹히러 와!

- 잘 받아먹어 봐!

- 알겠어!


여동생 쪽 머리가 주둥이를 벌리고 룬나임을 받아먹으러 다가왔다.


룬나임은 그런 머리통의 움직임을 끝까지 지켜보다가.


“하압!”


그대로 온 힘을 다해 입 안으로 점프했다.


캉!


세 줄로 나 있는 키메라의 강철 이빨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룬나임은 그대로 혀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 식도로 들어섰고.


- 오빠. 나아아아아아아악!

- 그레텔!


콰지지직!


키메라의 목을 칼로 길게 베어내며 식도에서 탈출했다.

룬나임은 피와 침으로 흥건해진 몸을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내가 본 여자 중 가장 입냄새가 심한 년이군. 한동안은 박박 씻어야겠어.”


- 이, 이 자식이! 감히 그레텔을!


남은 머리 하나가 화가 가득 난 얼굴로 룬나임에게 쇄도했다.

하지만 당해줄 룬나임이 아니었다.


캉!


룬나임은 물어뜯기 공격을 가뿐히 피하고 거인 얼굴의 콧등 위로 올라탔다.


“남매가 쌍으로 학습능력이 없군.”

- 이, 이 자식이!

“그런 눈으로 날 쳐다보지 마. 이래봬도 부끄럼이 많다고.”


룬나임은 그리 말하며 도끼를 치켜들었다.

키메라의 눈동자에 룬나임의 모습이 맺혔다.


- 아, 안 돼!

“모래 위에서 되고 안 되고는, 오로지 나만이 정할 수 있다!”


푸슈우우욱!


- 끼야아아아아악!


눈에서 피가 솟구쳤다.

키메라의 하나 남은 머리가 발광했다.


-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쾅!


키메라가 스스로 바닥을 들이받았다.

얼굴에 타고 있는 룬나임을 짓이기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제 코뼈만 박살내고 말았다.

의도를 진즉 눈치 챈 룬나임이 귀를 잡고 돌아 뒤통수로 빠져나갔으니까.


- 크아아아아악!

“이거 이제 보니 붉은독침전갈 놈들에게 실례했군. 그놈들은 싸우는 방법이라도 좀 알았는데.”


꾸드드득.


도끼를 쥔 손에 힘을 주자 근육이 터질 듯 팽창했다.

룬나임은 온 힘을 다해 키메라의 뒤통수를 찍었다.


푸슈우우우우웃!


15m가 넘는 키메라의 피분수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쌍으로 지린내나는 남매로군. 놀이거리도 안 됐어.”


휘리릭.


룬나임은 키메라의 뒤통수에서 내려오며 피 묻은 도끼를 집어던졌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스페이스 콜로세움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그 뒤를 따랐다.


******


“룬나임, 룬나임! 그 노예를 사고 싶다!”

“얼마면 되지? 룬나임을 사려면 얼마가 필요한 거냐!”

“검투사 노예는 팔지 않습니다.”

“그야 돈이 모자란 놈들한테나 그렇겠지! 얼마면 그 우람한 사막전사 노예를 살 수 있는 거냐! 당장 말해!”


스페이스 콜로세움 운영부가 귀족들에게 시달리는 동안 대니와 룬나임은 다시금 감옥에 갇혀 있었다.


“사냥감에 비해 지나치게 맛있는 고기를 주는군. 이런 귀한 고기를 먹을 만큼 강한 상대와 싸우진 않았는데.”


질겅. 질겅.


밥으로 나온 통고기를 씹으며 중얼거리는 룬나임.

한편 대니는 고기를 앞에 두고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번엔 반드시 죽겠지...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다른 검투사들이 물려죽는 것을 보고 마음이 무너진 것이다.


‘저딴 게 베팅액 5위였다니. 전사의 기본은 투지인 것을.’


전사에게 있어 새가슴은 암보다도 무서운 것이다.

제아무리 강인한 육체를 가지고 훌륭한 기술이 있더라도 정신이 나약하면 이길 수 없다.

이기는 상대에겐 단 한 번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이긴다.

지는 상대에게도 이길 수 있는 기회가 한 번은 온다.

수렁 속에서도 승리를 생각하는 것이 전사의 마음가짐인 것이다.


‘뭐. 난 은혜를 갚았다. 한 번은 구해 줬으니 이젠 알 바 아니지.’


대니의 머리통이 날아가기 전에 먼저 나섰으니 구해줬다는 룬나임의 논리.

당사자가 도와줬다 생각하든 말든 룬나임은 이미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덜커덩! 덜컹!


한편 감옥 바깥에서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여자는...”

“스페이스 콜로세움의 주인... 마담 레이븐?”

“저, 저 악녀가 대체 여긴 왜?”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가 검투사들의 웅성임을 뚫고 청아하게 울렸다.

뾰족구두 소리가 멈춘 것은 룬나임의 수감실 앞이었다.


“이 자가 룬나임이구나? 이 소동의 주인이자 이번 기수의 슈퍼루키?”

“그렇습니다. 마담 레이븐.”


검은 장발에 날카로운 눈매.

예술과도 같은 굴곡에 딱 들러붙는 검정 드레스.

상징이나 다름없는 검은 부채.

예카테리나 코마로프, 일명 마담 레이븐과 그녀의 호위 이반 이브라히모비치이었다.

룬나임은 고기를 뜯으며 중얼거렸다.


“승자에겐 여자도 주는 건가? 제법 괜찮은 계집이로군. 이만한 여자를 안을 만큼 훌륭한 싸움을 보인 것 같진 않은데.”

“... 이반. 네가 보긴 어때? 저 룬나임이라는 노예에게 챔피언의 자질이 있어 보여?”

“어디 한 번 보겠습니다.”


룬나임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이반.


“반려도 아닌 계집에게 충성하는 사내라. 사막이었다면 거시기를 달군 모래 안에 담가 떼버렸을 거다. 하하하!”


룬나임의 도발에 이반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이 녀석은 무립니다.”

“그래?”

“예. 다섯 번의 전투도 버티지 못하고 죽을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없어 보이는 복수가 말로 하는 복수라지?”

“이 자식이!”


우지지직!


이반이 힘을 주자 철창살이 엿가락처럼 휘었다.

그러자 룬나임도 고기를 놓고 철창살을 잡았다.


우드드득!


똑같이 휘어버리는 철창살.

룬나임이 능글거리는 웃음을 내비쳤다.


“유치하군. 난 가랑이털이 날 즈음부터 힘자랑은 그만뒀던 것 같은데. 아. 그게 아니면 아직 그쪽엔 털이 안 난 건가?”

“... 마담. 이 자가 왜 다섯 번의 전투도 버틸 수 없을지 직접 보여드려도 되겠습니까?”


까드드득 이를 갈며 몸을 떠는 이반.


탁.


마담 레이븐이 부채를 접었다.


“어디 한 번, 이유를 알고 지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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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식량 24.08.07 22 5 13쪽
6 6. 우주정거장 SC-13 24.08.06 22 5 12쪽
5 5. 챔피언 24.08.05 22 5 15쪽
4 4. 자질 24.08.04 26 4 12쪽
3 3. 선생 24.08.03 34 5 14쪽
» 2. 스페이스 콜로세움 24.08.02 40 5 12쪽
1 1. 룬나임 24.08.01 6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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