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전사는 우주의 황제가 되기로 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01 11:35
최근연재일 :
2024.08.13 22:4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96
추천수 :
49
글자수 :
64,898

작성
24.08.13 22:45
조회
14
추천
4
글자
14쪽

11. 고고학자

DUMMY

11.


스페이스 콜로세움측이 SC-13 장악을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한편, 식량 판매 독점권을 빼앗긴 로메오는 머리끝까지 화가 난 상태였다.


“이 머저리 같은 방송위 새끼들! 내가 돈을 얼마나 썼는데 어떻게 그런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년하나 못 이기게 해!”

“그, 그러게 말입니다. 방송위가 여론 조작 하나 못 할 거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닥쳐! 네놈은 뭐 잘난 줄 알아? 부관이란 새끼가 아무것도 안 하고, 질 것 같으면 투표함을 바꿔치기라도 했어야지!”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번 독점권 투표는 어디까지나 전자투표로 진행된 터라...”

“닥쳐! 방법이 하나뿐이야? 투표율을 200%로 만들든! 서버를 해킹하든! 그것도 안 되면 투표하러 온 놈들을 일일이 협박하든! 뭐라도 했어야 하는 거 아냐!”

“히이이익! 죄, 죄송합니다!”


로메오가 재떨이 던지는 시늉을 하자 부관이 납작 엎드렸다.


“... 후우. 레이븐 이 빌어먹을 년. 얌전히 술집이랑 도박장이나 운영할 것이지 감히 내게 칼을 들이밀어?”

“제,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어디 한 번 말해봐.”

“어, 어차피 식량이 그리 큰 돈줄은 아니지 않습니까? 가볍게 줘 버리고 다른 사업에 몰두하시는 게- 악!”


빠악!


세로로 날아간 재떨이가 날아가 부관의 머리통을 강타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식량은 개돼지들 다루는 목줄이야! 돈이 많아 봐야 식량 판매권 없이 어떻게 SC-13의 주인 노릇을 하겠다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멍청한 놈. 저딴 놈을 부관이라고 데리고 있으니.”

“...”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부관.

그는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 년이 노리는 건 아마 SC-13 전부를 장악하는 것일 거다. 그게 아니라면 감히 내가 가진 식량 사업을 넘보진 않았겠지.”

“그, 그런 발칙한!”

“그래. 드물게 나오는 아주 발칙한 년이야.”


로메오는 은근히 입맛을 다셨다.


“레이븐이 세력을 키우기 전에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SC-13의 의원들에게 연락을 취할까요?”

“놔둬. 이런 변방의 의원 따위 방송위원회가 만들어낸 허수아비일 뿐이다. 힘이라곤 쥐뿔만큼도 없지. 막말로 SC-13의 실권을 내가 갖든 그 년이 갖든 놈들은 뇌물만 따박따박 제 주머니에 꽂힌다면 좋다고 침이나 질질 흘리고 있을 거다.”

“그, 그렇군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

“간단하지. SC-13 순간이동진에 코스모움 공급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예? 그러면 저희 수입도 줄어들 텐데요?”

“이 멍청한 자식! 순간이동진이 멈추면 우리 수입이 줄어드는 것 이상으로 스페이스 콜로세움을 찾아오는 관객들이 줄어들 거 아냐! 네놈의 두뇌는 장식이냐!”

“죄, 죄송합니다!”


다시금 머리를 조아리는 부관.

로메오는 터져나오는 한숨을 꾹 참곤, 의자에 몸을 깊게 누였다.


“코스모움은 쌓아두기만 해도 어떻게든 팔아치울 수 있어. 당장 수입이 줄더라도 그 년의 항복을 받아내는 게 더 중요해. 무슨 말인지 알겠나?”

“아, 알겠습니다! 바로 순간이동진 운영부에 코스모움 공급 관해서 전하겠습니다!”

“머리는 나빠도 행동은 빨라서 좋군. 당장 내 앞에서 꺼져.”

“넵!”


덜커덕!


“... 감히 내게 칼을 들이밀어? 발칙한 년!”


부관이 빠져나가지 이를 바득바득 가는 로메오.

허나 그것도 잠시였다.


‘하지만... 그런 년들일수록 길들이는 맛이 있지. 아니. 그런 년이기에 가치가 있다.’


레이븐의 미모를 떠올리자 로메오의 표정이 점점 풀어졌다.


“이 참에 확실히 교육을 시켜줘야겠군. 누가 SC-13의 지배자인지, 그 년이 누구 덕에 돈을 벌고 있었는지 말야.”


퐁!


위스키를 따르는 로메오의 입가에는 음흉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늘그막에 애첩이 하나 생기겠군. 후후후.”


******


행성 솔리온.


“뭐. 어차피 로메오가 할 짓은 뻔해. 순간이동진에 코스모움 공급 줄여서 우리 돈줄 끊는 거. SC-13은 은하의 변방 중에서도 변방이라 스페이스 콜로세움을 제외하면 찾아오는 관광객이 거의 없거든.”

“그렇군.”

“그래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코스모움을 채굴하려는 거야. 이러면 로메오의 수작에도 대비하고 SC-13 순간이동진에 대한 영향력도 챙기니 일석이조... 내 말 듣고 있어?”

“듣고 있다. 그나저나 눈이란 거 생각보다 훨씬 더 아름답군.”

“... 하아. 그럼 그렇지. 전혀 안 듣고 있었네.”


레이븐의 한숨에도 룬나임은 스페이스쉽 바깥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행성 솔리온의 극지방은 그야말로 눈 덮인 세상.

사막에서는 백 년에 한 번 볼까말까한 하얀 축복을 감상하느라 한창이었으니까.


‘괜히 눈이 오면 다섯 쌍의 반려가 생겨난다는 게 아니군. 정말 장관이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하얀 눈밭을 감상하던 룬나임.

그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오오. 저 여자도 눈을 상당히 좋아하나 보군!”

“... 여자? 웬 여자?”

“저기 봐라. 저 나무 아래 하늘색 옷 입은 여자가 드러누워 자고 있지 않나.”


레이븐이 설마 하며 창밖을 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건 얼어붙은 호수, 하늘까지 솟은 침엽수림, 또 새하얀 눈뿐이었다.


“저기 보이지?”

“... 사람은커녕 사람 그림자도 안 보이는데? 아니. 애초에 여기 8000m 상공이야. 확실하게 본 거 맞아?”

“물론. 검정색 벙어리장갑을 끼고 있는 것까지 보였다.”

“아가씨. 외람되지만 주변에서 미확인 스페이스쉽이 감지됐습니다.”

“미확인 스페이스쉽이?”

“예. 설인들의 습격을 받았는지 상당히 파손돼 있습니다.”


이반의 보고에 레이븐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룬나임이 봤다는 여자는 조난자일 가능성이 높네. 모종의 이유로 이곳에 들렀다가 설인들의 습격을 받고 도망치다 탈진하듯 잠든 거야.”

“수상하군요. 일반인이라면 이런 극지대를 방문할 이유가 없습니다.”

“맞아. 게다가 이곳이 코스모움 광맥이라는 건 우리 코마로프가에만 내려오는 아는 극비 정보야. 로메오의 수하일지도 모르니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여야-”


덜커덩!


“아하하하! 눈아! 기다려라! 나 룬나임이 간다!”


레이븐이 눈 깜빡할 사이 스페이스십 문을 열고 떨어지는 룬나임.

레이븐이 머리를 짚었다.


“... 이반. 나 저 바보 때문에 현기증 날 것 같아.”

“... 바로 스페이스쉽 댈 곳을 찾아보겠습니다.”


******


티딕! 티딕! 티디디딕! 철퍽!


빽빽한 침엽수 가지를 완충제, 또 쌓인 눈을 쿠션 삼아 무사히 착지한 룬나임.

그가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후우. 높은 데서 뛰어내리는 거 이러다 중독되겠군.”


처음으로 눈에 닿는 감촉은 차가움 그 자체였다.


휘이이이이잉-!


살을 에는 강풍도 몰아치기 시작했다.

사막의 밤이 춥다지만 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극한의 추위!

하지만 룬나임은 멀쩡했다.


스스스스스.


육체 강화에 특화된 룬나임의 마나는 그저 두르는 것만으로도 보온효과가 있었으니까.

마나 운용 실력이 이미 수준급에 오른 룬나임에게 있어 솔리온의 기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 여자가 문제로군.”


철퍽. 철퍽.


룬나임은 발목까지 쌓인 눈을 헤치며 조난자에게 다가갔다.

민트색 파카에 검정 장갑을 한 인형 같은 소녀.

소녀는 죽은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

룬나임은 그녀의 창백한 뺨에 손바닥을 대었다.


‘얼음장처럼 차갑지만... 살아있다. 마나를 다룰 줄 아는 건가?’


후 불면 벗겨질 듯한 미력하고 얇은 마나의 막.

그것이 그녀의 목숨을 겨우 부지하고 있었다.


“운이 좋은 여자로군.”


우우웅.


룬나임은 마나를 이끌어 그녀를 감쌌다.

피부에 약간의 활력과 온기가 돌아오자 죽어가던 소녀가 희미하게 눈을 떴다.


“... 룬나임 님?”

“응? 나를 알고 있나?”

“에헤헤... 나 진짜 죽나보다... 룬나임 님이 여기 계실 리가 없는데... 그래도 이런 꿈을 꾸다 죽는다면 그것도 좋을지도...”


앓는 고양이처럼 룬나임의 손에 볼을 부비적대다가 이내 다시 정신을 잃는 소녀.


“뭐지?”


룬나임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 때였다.


“룬나임! 이 미친 놈아!”


부우우우웅-!


저 멀리서 스노모빌을 끌고 오는 레이븐.

완전히 방한용품으로 중무장한 그녀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너까지 얼어죽으려 작정했어? 그 꼴로 돌아다니다 설인이라도 만나면! 그 여자가 함정이면! 대체 어쩌려고 그렇게 막무가내야?”

“아하하하. 아가씨가 이렇게까지 걱정해주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군. 근데 나보단 이 여자 쪽이 심각하다.”

“... 죽어간다고? 죽은 게 아니라?”

“아직 숨은 붙어있다. 근데 나를 알더군.”

“너를 안다고?”

“그래. 잠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이름을 불렀다.”

“... 별일이네. 일단 타. 일단 살려야 추궁을 하든 말든 하지.”


두 사람은 죽어가는 소녀를 데리고 스페이스쉽으로 복귀했다.

레이븐은 소녀의 옷을 벗겨서 따뜻한 침낭 안에 넣어두고 소지품을 뒤졌다.


“학생증이 있네. 이름 알렉산드라 노바. 나이 스물둘. 뭐야. 옴니무스 아카데미 졸업생? 제국의 엘리트가 왜 여기까지 왔지?”

“옴니무스 아카데미? 그게 뭐지?”

“인류제국 최고의 사관학교야. 기사단부터 고위 관료, 정재계까지. 사실상 제국 대부분의 권력을 옴니무스 출신이 장악하고 있어.”

“오호. 그렇군.”

“이상해. 제국이 이런 변방에까지 눈독을 들일 이유가 없는데... 설마 코스모움 광산의 존재를 눈치챈 건가?”

“글쎄. 직접 물어보는 편이 빠를 것 같은데.”


레이븐의 고개가 룬나임의 시선을 따라 이동했다.


“으. 으으...”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했던 소녀, 노바는 침낭 안에 들어간 지 몇 분 되지 않아 의식을 되찾았다.


“목숨 질기네. 그래. 정신이 들어?”

“여... 여기가 어딘가요...? 저... 저는 분명 설인한테 습격받아 도망다니고 있었는데...”

“코마로프가의 스페이스쉽이다. 눈밭에서 죽어가고 있는 걸 주워왔지.”

“고...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감사인사는 나 말고 이 남자한테 해. 널 구한 건 내가 아니라 이 남자니까.”

“누, 누군지 몰라도 정말 감사... 꺄아아아아악! 룬나임 님!”


침낭 안에서 힘없이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던 노바.

그녀는 룬나임을 보자마자 기운차게 소리쳤다.


“귀청 떨어지겠군. 날 아나?”

“당연하죠! 저 룬나임 님의 열렬한 팬이에요!”

“팬?”

“네! 룬나임 님 경기라면 모든 경기를 다 챙겨봤어요! 키메라 전은 몇 번을 돌려봤는지 몰라요! 진짜 어떡해, 어떡해! 꿈인 줄만 알았는데 정말로 룬나임 님이 날 구해주셨다니! 나 눈물 날 것 같아!”


오두방정에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떠는 노바.

레이븐이 부채로 입가를 가렸다.


“... 좀 이상한 애네. 극성이야.”

“하하하. 솔직하지도 못하고 귀염성도 없는 아가씨보단 이 편이 더 나은 것 같은데.”

“... 닥쳐.”


레이븐이 찌릿하는 사이 침낭 속의 노바는 그대로 콩콩콩 뛰어왔다.

그녀는 지퍼 위로 손가락 하나를 살짝 꺼냈다.


“저, 저, 저기 룬나임 님! 혹시 폐가 안 된다면 파, 파, 팔뚝 한 번만 만져 볼 수 있을까요...? 여, 여, 역시 안 되겠죠?”

“안될 거 없지.”

“그, 그렇다면...”


콕.


“꺄아아아! 어떡해, 어떡해! 완전 아다만티움 주괴 같아!”


룬나임의 팔을 손가락으로 한번 찔러보고는 좋아 죽는 노바.


“그, 그렇다면 호, 혹시 가슴근육도 한 번...”

“거기, 사심은 나중에 채우고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

“네, 넵!”


좀 더 수위 높은 요구를 하려던 그녀가 레이븐에게 가로막히고 바짝 섰다.


“여긴 왜 왔지? 어설픈 핑계는 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옴니무스 다니던 엘리트가 그냥 올 곳은 아니니까.”

“그, 그게... 저는 고고학자거든요! 이곳에 있는 유적을 찾아 왔습니다!”

“유적?”

“네! 문헌을 조사하다가 이곳 솔리온에 고대문명의 유적이 있다는 단서를 찾았거든요! 마침 스페이스 콜로세움에 룬나임 님의 경기도 있겠다! 경기 보고 겸사겸사 조사를 왔는데...”

“왔는데?”

“스페이스쉽이 설인들의 습격을 받아서 그만... 하지만 덕분에 룬나임 님과 운명적인 만남을 했으니 오케이에요!”

“...”


고작 몇 마디 하는 와중에도 수차례 우울했다 해맑았다 우울했다 해맑았다를 반복하는 노바.


‘신분도 확실하고, 소지품도 고고학자 것을 제외하면 룬나임 포토카드, 키링, 홀로그램 피규어 뿐... 그냥 평범한 팬이로군. 조울증 살짝 있는.’


신중한 성격의 레이븐도 일단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었다.

한편 룬나임은 노바의 턱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그래서 예쁜 아가씨는 무슨 유적을 찾으러 이곳까지 왔지?”

“아와와와... 그, 그게 어떤 유적이냐면요... 제국시대 이전의 유적인데... 문헌의 내용대로면 고순도의 코스모움 주괴가 가득한 유적이래요!”

“... 잠깐만. 방금 뭐라 했어? 유적에 코스모움 주괴가 가득하다고?”

“네! 저는 설인들 때문에 입구 근처도 못 갔지만... 혹시 여러분도 같이 가보실래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막의 전사는 우주의 황제가 되기로 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1. 고고학자 24.08.13 15 4 14쪽
10 10. 광물 24.08.12 16 4 12쪽
9 9. 방해 24.08.09 18 4 13쪽
8 8. 곡창지대 24.08.08 19 4 12쪽
7 7. 식량 24.08.07 22 5 13쪽
6 6. 우주정거장 SC-13 24.08.06 22 5 12쪽
5 5. 챔피언 24.08.05 22 5 15쪽
4 4. 자질 24.08.04 26 4 12쪽
3 3. 선생 24.08.03 34 5 14쪽
2 2. 스페이스 콜로세움 24.08.02 39 5 12쪽
1 1. 룬나임 24.08.01 64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